추천도서
문해력: 읽고 쓰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베스트 6
학교도서관저널
문해력: 읽고 쓰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베스트 6
학교도서관저널 초등학생 그림책 추천도서 '문해력: 읽고 쓰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베스트 6'을 소개합니다.
<수업시간만 되면 “모르겠어요.”, “쓸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읽고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들과 그림책을 통해 깊숙하게 소통하면서 알게 됐다.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책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글을 읽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쓸 게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사실 가슴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득 들어 있으나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정돈하여 풀어내야 할지 모를 뿐이라는걸.
문해력을 갖추는 것은 세상을 탐구하고 나를 표현하는 데 꼭 맞는 신발을 신는 것과 같다. 신발이 헐겁거나 돌멩이가 들어가 있으면 언어와 문장 사이를 제대로 걷기 어렵다. 여기에서는 문해력의 요소를 어휘력·의사소통력·시각적 문해력·독해력·비판적 수용력·창조적 사고력 6가지로 제시하고 이를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초등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 3권씩 추천하오니,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초등 저학년: 어휘력 · 의사소통력 · 시각적 문해력을 길러 주는 책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캐시 캠퍼 저자, 홍연미 번역, 케나드 박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눈이 오는 소리를 들어 본 적 있나요?
조용히, 가만히, 새하얀 눈을 들어 보세요!
어느 겨울 아침, 리나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밖은 놀랄 만큼 조용했어요. 아침이면 들려오던 자동차 경적 소리도, 버스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무슨 일일까 궁금해 하며 창가 커튼을 연 리나의 눈에 아름다운 광경이 들어왔어요. 밤부터 내린 하얀 눈이 온 세상을 가득 덮고 있던 거예요!
리나는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눈이 들려주는 여러 가지 소리를 들어요. 쓰윽, 커다란 삽으로 길 위에 쌓인 눈을 퍼내는 소리, 뽀득 뽀득 폭신한 눈 위에 발자국이 남겨지는 소리, 톡톡톡 눈을 뭉치는 소리까지. 얼마 전부터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도 오늘 이렇게 예쁜 눈이 쌓였다는 걸 알고 계실까요?
차분하면서도 세심하게 주변을 그리듯 묘사하는 글과 한 폭의 풍경화를 보듯 겨울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그림은 눈 내린 아침의 아름다운 풍경과 상쾌하고 차가운 공기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주인공을 따라 눈을 밟는 소리,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떨어지는 소리,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뭉치를 두드리는 소리 등 평소에 쉽게 지나쳤던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평범하게 보이던 세상도 새롭게 보이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눈보라가 친 다음 날 아침, 리나는 쌓인 눈을 보고 할머니를 떠올려요. 그리고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잘 지내시는지 보고, 온 세상이 하얗고 예쁜 눈으로 덮인 걸 이야기해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지요. 할머니랑 맛있는 포도잎 요리도 함께 만들면서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보고 싶은 할머니에게 가는 리나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해요. 만나자마자 따뜻한 포옹으로 인사를 한 할머니와 리나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포도 잎 요리를 만들기 시작해요. 준비한 포도 잎을 깨끗이 씻고 양고기와 쌀로 만든 맛있는 소를 가득 채워 완성된 요리는 거리에 쌓인 눈처럼 어느새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기지요. 요리를 하며 추억을 쌓아가는 둘의 모습은 차가운 겨울의 풍경마저 따뜻하고 포근하게 만들어 주지요.
리나는 이제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머니가 밤새 눈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궁금해 하며 오는 길에 들었던 눈이 만드는 아홉 가지 소리를 할머니에게 이야기해요. 그러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창문을 열고 리나에게 눈이 들려주는 열 번째 소리를 들려줘요. 함께 눈을 맞으며 소리를 통해 공감하는 리나와 할머니의 모습은 독자에게 흰 눈만큼 포근하고 따뜻한 감동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시원한 책』
이수연 저자, 민승지 그림 | 발견(키즈엠) | 2020년
‘시원하다’에 담긴 수많은 의미
바람이, 국물이, 마음이…
아무튼 엄청나게 시원한 책!
국립국어원에서 ‘시원하다’를 검색하면, 무심코 썼던 다양한 의미의 표현들이 펼쳐집니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원하다’라는 말은 우리말의 섬세하고도 감수성 풍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지요. 하지만 섬세한 만큼 우리 아이들은 헷갈리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뜨거운 매운탕 국물을 먹고 시원하다 외치는 아빠를 보며, 팔팔 끓는 탕 속에서 벌건 얼굴로 시원하다 나직이 내뱉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뜨거운 국물이, 팔팔 끓는 물이 시원하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지요.
이러한 대한민국 수많은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속 시원히 긁어 주기 위해 〈시원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을 덮는 그날부터 오래 참았던 오줌을 겨우겨우 누었을 때, 가려운 등을 누가 긁어 줬을 때, 어느 여름날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며 “시원-하다!”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수연 작가는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쓰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이따금씩 꺼내 보며 웃음 짓게 하는 기분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원한 책〉은 뜨거운 국물을 먹고 시원하다 외치는 어른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썼습니다.
민승지 그림 작가는 〈농부의 어떤 날〉, 〈제법 빵빵한 날들〉을 쓰고 그렸고 〈식혜〉, 〈매일 보리와〉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먼지 같은 작은 것들을 봅니다. 먼지에도 빛이 비쳐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들을 이야기로 풀어 그리는 작업을 즐겨 합니다.
『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맷 데 라 페냐 저자, 김지은 번역,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 북극곰 | 2022년
열차 속 작은 관찰자, 마일로.
세상 너머를 상상하고 그리다!
마일로는 지하철을 타고 엄마에게 가는 중입니다. 오래오래 타고 가야하지요.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상상하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요. 마일로는 십자말풀이를 하는 수염 난 아저씨를 보고, 어수선한 아파트에서 아저씨가 혼자 카드 게임에 열중하는 장면을 그립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를 보고는, 신부와 신랑이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을 떠올리지요. 그리고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가 열차의 같은 칸에 올라탑니다. 마일로는 이 아이를 어떻게 그릴까요? 그리고 이 사람들의 삶이 마일로가 처음에 상상한 것과 다르다면 어떨까요? 『마일로가 상상한 세상』은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그림책입니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맷 데 라 페냐가 쓰고, 칼데콧 명예상과 코레타 스콧 킹 명예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로빈슨이 그렸습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시카고 공공도서관·커커스 리뷰·퍼블리셔스 위클리·페어런츠 매거진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14개국에 수출되었습니다.
마일로가 감옥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은 얼핏 보면 특별한 상황 같아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았습니다. 엄마의 투옥으로 비유되는 난관, 마일로와 누나가 느꼈던 흔들어 댄 사이다 같은 감정, 세상의 무심한 편견 들은 우리 역시 매일매일 마주해야 하는 것들이지요.
여전히 이 소재가 낯설게만 느껴지시나요? 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듯,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입니다.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속 다양한 이웃과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타인과 자신을 옭아맸던,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초등 고학년: 독해력 · 비판적 수용력 · 창조적 사고력을 길러 주는 책
『다빈치 대 잡스』
바티스트 코르나바스 저자, 권지현 번역, 앙투안 코르비노 그림 | 노란돼지 | 2020년
다빈치와 잡스를 이어 주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상을 바꾼 20명의 인물을
일대일로 만나 보다!
가끔 세상에 나하고 비슷한 사람이 또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 않나요? 같은 시대에 내가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는, 혹은 나와 다른 시대에 태어났던, 나와 비슷한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지요.
과거에 비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어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책이 생겼고, 편리한 기능들을 갖춘 스마트폰이 생겼으며,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SNS가 생겼지요. 과학적으로 다양한 발명품이 개발되고, 사회적으로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린 보다 폭넓은 이해와 권리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우리의 일상은 점점 더 발전하고 풍성해질 수 있었지요.
노란돼지의 교양학교 신간 그림책 《다빈치 대 잡스》는 이러한 변화를 일궈낸 세계 곳곳의 인물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특별한 점은 이 인물들을 일대일 방식으로 소개해 준다는 것입니다. 각자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비슷한 길을 걸어온 인물과 인물을 비교하여 보여 줍니다. 두 인물의 소개가 끝나면 이어서 연표가 나옵니다. 앞에서 보여 준 인물들이 어느 시대에 살았고, 그 시대에 어떤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그리고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두 사람이 살았던 시대는 500년이나 차이가 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미지의 땅을 밟았다는 것이지요. 콜럼버스는 대항해 시대에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해 발을 디뎠고, 암스트롱은 우주로 날아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려놓았으니까요.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스티브 잡스는 어떤 점이 닮았을까요? 두 사람 모두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화가, 발명가, 엔지니어, 과학자, 해부학자, 조각가, 건축가,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다 빈치는 오늘날 수많은 발명품에 영향을 준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잡스는 ‘아이폰’이라는 어마어마한 스마트폰을 개발했지요.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마더 테레사 수녀와 배우 안젤리나 졸리도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각자의 자기 방식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이었지요. 테레사 수녀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선교회를 만들었고, 안젤리나 졸리는 전 세계를 누비며 난민촌을 방문하고 인도주의적 문제를 지원하고자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올랭프 드 구주와 엠마 왓슨은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입니다.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여겨지는 올랭프 드 구주는 남녀평등을 비롯해 이혼할 권리, 종교적 결혼 폐지, 혼외 자녀 인정 등 여성을 위한 제도를 위해 싸웠어요. 엠마 왓슨은 일찍이 여자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평등을 위한 연대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듯 《다빈치 대 잡스》는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힘쓴 인물들을 개성 있고 세련된 색감의 초상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한 그들의 특별한 공통점과, 아울러 세계의 역사 속에서 어떠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알게 해 줄 것입니다.
『팬티 입은 늑대』
윌프리드 루파노 저자, 김미선 번역,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 키위북스 | 2018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인정받은 이야기꾼,
윌프리드 루파노의 재기 발랄함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팬티 입은 늑대》는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프랑스의 만화 시나리오 작가, 윌프리드 루파노가 이야기를 짓고, 다양하고 감각적인 그림 스타일이 돋보이는 프랑스 화가, 마야나 이토이즈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팬티를 입은 어벙한 표정의 늑대가 등장하는 표지만 보아도 윌프리드 루파노만의 색깔, 재미와 반전, 해학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팬티’, ‘똥’, ‘오줌’ 등 지저분하거나 창피함을 느끼게 만드는 단어만 들으면 까르르 웃어대는 아이들에게도 책을 펼치기 전, 표지에서 먼저 만나는 제목, 그리고 알몸에다 팬티 하나 달랑 걸친 늑대의 모습은 웃음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책을 펼치면 산꼭대기에 살고 있던 늑대가 어느 날 숲속으로 내려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늑대뿐 아니라 아기자기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잘 살도록 그려낸 다양한 숲속 동물들의 모습이 이야기의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산꼭대기에는 모든 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늑대가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숲속 동물들은 이 늑대가 나타나면 분명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거라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숲속 마을에는 끊임없이 실종자가 나오고, 이들 모두 늑대한테 물려가 잡아먹혔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지요.
숲속 동물들은 늑대가 무서워서 별별 짓을 다 합니다. 늑대 경보기, 늑대 덫, 늑대 올가미를 사고팔기도 하고, 늑대 소식만 담긴 신문을 읽으면서 늑대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나누기도 합니다. 늑대에 대한 강연을 듣는 것은 물론 늑대만 잡는 부대도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에 진짜로 늑대가 나타납니다. 귀여운 빨간 줄무늬 팬티를 입고 말이지요. 숲속 동물들은 늑대 진위를 놓고 실랑이를 벌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동안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늑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팬티’라는 것을 알아차린 늑대는 자신이 팬티를 입게 된 사연을 들려줍니다. 늑대가 더 이상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숲속 동물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팬티 입은 늑대》는 무시무시한 소문만 믿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늑대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온갖 대비를 하느라 시간과 돈을 써대는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숲속 동물들의 모습이 우리를 꽤나 많이 닮아 있습니다.
실체를 알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덮어놓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이나 공포심을 조장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현상 등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또 하나, 진짜 납치범은 과연 누구일지 되짚게 하는 소소한 반전도 마지막 선물 같은 깜짝 재미를 줍니다.
『두더지의 해맞이』
진 윌리스 저자, 홍연미 번역, 사라 폭스데이비스 그림 | 재능교육 | 2020년
숲속의 아침을 알리는
동물들의 아름다운 해맞이 이야기
“해돋이를 보고 싶어? 나랑 같이 가자.”
매일 떠오르는 해가 누군가에겐 간절하고 특별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바로 두더지처럼 말이지요.
표지에 나타난 주인공 두더지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합니다. 함께 있는 갈밭쥐 친구의 얼굴도 밝기만 하지요. 그럼 책장을 넘겨 볼까요? 달빛 아래 숲은 온통 물안개가 핀 듯 몽환적입니다. 아직 고요한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딱 하나, 두더지 집만 빼고 말이지요. 이 앙증맞은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따뜻한 불빛은 앞으로 시작될 아름답고 따뜻한 장면에 대한 암시가 되어 줍니다.
갈밭쥐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호숫가. 그곳에서 만난 작은 숲속 친구들과 두더지는 드디어 해돋이를 맞이하게 됩니다. 어두웠던 하늘과 호수는 점점 밝은 빛으로 물들고, 동물 친구들은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서로 마음을 나눕니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감과 섬세한 표현은 풍부하고 정감 있는 어휘와 아주 잘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두더지는 사실 시력이 아주 약해 앞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두더지는 친구들 덕분에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해돋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해는 떠오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숲속 친구들은 그 모습들을 두더지에게 아주 특별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그 설명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달걀 프라이, 산딸기 아이스크림, 금단추ㆍㆍㆍ 이 재미난 묘사들은 두더지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것이기에 두더지는 마음껏 상상하며 해돋이의 아름다움을 더욱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물 친구들은 해돋이를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기억하는 새로운 방법을 두더지에게 알려준 셈이지요. 아마 두더지는 더 오래오래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친구들의 우정과 함께 말이지요.
이 해맞이가 한층 더 따뜻하고 감동적이게 느껴지는 이유는 해돋이를 보러 가자던 갈밭쥐 때문입니다. 아직 캄캄한 새벽 숲길, 두더지가 나무뿌리에 걸리지 않도록 손을 꼭 잡아 주고, 조용히 등을 만져 주고, 그리고 언제나 두더지보다 한 발자국 앞장서 길을 안내하던 갈밭쥐의 배려와 다정한 태도가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지요.
서로의 다름을 알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해돋이를 보며 우정을 쌓는 두더지와 숲속 친구들. 독자들은 두더지가 첫 해돋이를 보게 됐다는 점에 대해 기쁨을 느끼면서, 이제는 두더지에게 함께 해맞이를 볼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는 점에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책 속의 이야기는 해가 완전히 떠오르는 순간 끝이 났지만, 숲속 동물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내일도, 모레도 해가 뜨는 것처럼요.
출처 :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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