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책나눔위원회 7월 추천도서

7개 분야별 7월 추천도서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22.07.13 등록일 : 2022.07.13

책나눔위원회

7개 분야별 7월 추천도서

책나눔위원회는 문학/인문예술/자연과학/사회과학/실용일반/그림책+동화/청소년 등 7개의 분야별로 이달의 추천도서를 매달 추천합니다. 신작들로 구성된 7월 7가지 분야별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시기 바랍니다.




사회과학

그런 세대는 없다: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신진욱 지음 | 개마고원 | 2022년

문제는 ‘세대 간 불평등’이 아니라

‘세대 내 불평등’이다!

역대 그 어떤 선거와도 달리, 유독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온갖 ‘세대’가 호출되고 수다한 ‘세대담론’이 쏟아졌다. 이는 물론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그중 특히 많이 불려나온 두 특정 세대(586/86 ‘기성세대’, 2030/MZ ‘청년세대’)는 서로 뒤얽히면서 ‘운빨 좋은 기성세대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그에 희생되는 청년세대’ 같은 유의 프레임까지 만들어졌다. 관련한 언론 기사 제목들만 봐도「불평등사회, 86세대에 책임을 묻다」「86세대 기득권 이제 양보해야 할 때」「586과 민노총 결탁, 젊은 세대 비정규직 내몰아」「청년들 힘든 삶에 책임지지 않는 586세대의 위선」「민주화세대, 86세대의 집합적 부도덕과 윤리 파탄」… 대개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끼여 스물네 살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가,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에 깔려 스물세 살 알바생 이선호씨가 사망했을 때, 이런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에 대해 우리가 그 책임을 ‘기성세대’에게 묻게 되는 건 자연스런 수순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세대담론의 가해-피해 대립항은 뭔가 이상하다. 김용균씨의 어머니도 노동자이며, 이선호씨의 아버지도 아들과 같은 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로, 이들이 이른바 그 기성세대 아닌가. 한국의 산재사망자는 해마다 2000명을 웃도는데, 그 70%가 나이 50대 이상의 노동자로, 바로 그 기성세대다. 최악의 산재사망률을 보이는 한국의 현실이 특정 세대만의 고통이 아닐진대, 그렇게 세대불평등론으로 불려나오는 순간 중년과 노년의 마찬가지 고통은 주목되고 포착되어야 할 삶의 현실에서 배제되고 만다.

세대 간 불평등을 과장하는 담론은 세대 내의 계층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불평등 구조를 자꾸 축소하고 외면한다. 그러나 이 불평등 시대에 우리가 진정 보아야 할 것은 세대 내에서 갈수록 삼화되고 있는 고용격차, 소득격차, 자산격차 들이다. 이를 더욱 악화일로로 밀어붙이고 있는 부와 지위의 세습도 말이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말하기 위해 다른 세대의 인생이 짊어진 무게를 폄훼하거나 심지어 기득권층으로 만들 필요는 없으며, 그 역도 마찬가지다. 가해자 세대와 피해자 세대, 착취하는 세대와 착취당하는 세대, 운좋은 세대와 불운한 세대를 나누는 일은 경험적으로 사실이 아닐뿐더러 정책적으로 무익하고, 윤리적으로도 문제적이다.(본문 352쪽)




자연과학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임소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새로운 세대의 과학학자 임소연의

여성과 과학을 둘러싼 놀라운 탐구

현대 과학의 표준을 벗어나는 여성의 몸은 오래도록 신비와 무지의 대상이었다. 아이를 품은 성스러운 어머니상을 걷어 내면 입덧, 섭식장애, 냉동 난자, 성형 수술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이 보인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과학학자 임소연은 난자 냉동 기술, 차별적 언어를 구사하는 인공지능 챗봇, 여성형 비서 로봇들로 시끄러운 과학기술의 현장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여성의 삶과 경험을 통해 확장된 과학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과 확실한 무기를 제공한다. 민음사의 새로운 인문 시리즈 ‘탐구’다.

18세기 중반 출간된 해부학 책에서 여성의 골격은 작은 두개골과 넓은 골반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었다. 지능이 낮고 출산의 임무가 부과된 존재인 당대 여성의 이미지를 신체의 특징으로 강조한 것이다. 과학계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 받은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 동료와 동등한 공동 연구자로 인정받지 못했고, 노벨물리학상 후보에서 제외될 뻔했다. 과학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과학자로도, 과학의 연구 대상으로도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과학과 적대하며 살아야 할까?

비판만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없다. 과학의 범위를 실험실 밖으로 넓히는 이 책은 최신 과학기술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아직 과학과 어색한 사이인 독자를 초대한다. 수학과 과학에 약하다는 편견에 시달린 여성들, 과학에 특별히 관심이 없거나 과학을 아예 싫어했던 문과생은 물론 세상을 바꾸고 있는 새롭고 낯선 과학기술의 정체가 궁금했던 독자 모두가 함께 읽고 고민할 수 있는 우리 삶의 문제를 다룬다.

과학은 복잡하고 어렵다. 그렇기에 흔히 과학자는 과학을 잘하는 사람만 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남성으로 가득한 물리학·공학 분야의 성비 불균형은 ‘과학은 남자가 잘한다’는 고정관념이 마치 사실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는 이 현상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남학생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과학계의 능력주의 신화를 깨뜨리는 주장이다.

과학이 진정 변화하려면 단 한 명의 천재 과학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알고 이야기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과학 탐구의 출발 지점은 ‘순진무구한 호기심’이라기보다 우리의 때 묻은 현실이다. 이는 난자 냉동에 관한 고민일 수도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받은 쌍꺼풀 수술, 화장품 광고만 띄우는 SNS일 수도 있다. 과학 지식은 지식을 만드는 사람과 무관한 객관적이고 가치 중립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만 실상 자연과 사물의 세계는 나의 몸, 나의 삶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성과 과학을 덮은 신비의 베일을 벗기면 엉망진창 내 삶에 대해 할 말이 생길 것이다.




실용일반

이것도 산재예요?: 회사 때문에 아픈지도 모르고 일하는 당신에게

노동건강연대 지음 | 보리출판사 | 2022년

일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재보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권씩 두고 읽어야 할 산재보험 필독서 《이것도 산재예요?-회사 때문에 아픈지도 모르고 일하는 당신에게》가 출간됐습니다. 20년 넘게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노동건강연대의 경험과 노하우가 오롯이 담긴 책입니다. ‘산업재해’의 개념부터, 산재보험 제도에 대한 소개, 산재보상을 신청하는 절차와 준비서류까지 한 권에 모두 담았습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산재보상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건강하게 일할 권리’,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회복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내가 아픈 것이 ‘내 몸이 약해서’ 또는 ‘내가 내 몸을 돌보지 않아서’라고 흔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몸은 내가 하는 일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가 흔히 ‘산재’라고 부르는 ‘산업재해’ 또는 ‘노동재해’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하고, 우리가 일한 흔적이 우리 몸에는 어떻게 남는지 질환별로 살펴봅니다. 또 편의점이나 공장처럼 아르바이트로 많이 하는 일부터 IT 업종이나 사무직까지 모두 열 가지 업종을 뽑아 직종별로도 자세히 살펴보며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도 함께 담았습니다. 2부에서는 사회보험제도로써 산재보험이 생긴 까닭과,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 보험료, 산재보험 보장 범위와 급여 종류를 핵심만 뽑아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3부에서는 산재보상을 신청할 때 필요한 준비 서류와 절차, 과정을 하나하나 단계별로 자세히 안내합니다. 실제로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산재보상 신청을 할 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산재보험을 더 많은 노동자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보상을 신청하는 비율이 10명 중 3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손쉽게 치료받고 처리되는 건강보험 제도와 달리, 몸이 아픈 노동자가 절차에 맞게 필요한 서류를 하나하나 준비하고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일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산재보상 신청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앞으로 산재보험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쓴 노동건강연대는 2022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뿌리인 ‘기업살인운동’을 오랫동안 이어 왔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이주 노동자처럼 산재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끊임없이 해 왔습니다. 어렵기만 한 산재보험을 설명하기 위해, 20년 넘게 현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애써 온 노동건강연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풀어 썼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회복할 권리’를 말할 때입니다. 《이것도 산재예요?》는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전해 줍니다.




그림책+동화

심장 소리

정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아이가 발견한 시간을 기억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사람들마다 기억을 간직하는 방법, 추억을 되새기는 방법은 달라요.

그림책 속 아이는 ‘심장 소리’로 행복하고 따뜻했던 한순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추억해요.

포근하고 그리운 그 소리는 아이를 어느 한때로 데려다줄까요?

《심장 소리》는 달리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책 속의 아이는 오늘도 자신만의 속도로 달립니다. 송골송골 땀을 흘리면서, 여러 사람을 지나 앞으로 나아갑니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힐끗 쳐다보고, 뒤따라오는 사람도 슬쩍 뒤돌아보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달립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힘차게 내달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아이는 멈추어 서서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심장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열심히 달린 이유는 일 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공을 잡거나 살을 빼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아이는 쿵쿵 울리는 심장 소리가 듣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심장 박동이 아니라 아이가 떠올리는 어느 따뜻하고 그리운 순간의 기억입니다. 그 행복한 추억의 순간과 마주하기 위해 아이는 힘껏 달린 것입니다.

‘심장 소리’를 들으며 아이는 자신 안에 깊숙이 자리한 오래되고 포근한 기억 한 조각을 소환합니다. 그 잠깐의 편안함은 새로운 길을 다시 달리기 위한 힘을 줍니다. 자신만의 호흡과 적당한 속도로 조절할 수 있는 ‘달리기’는 아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꺼내 볼 수 있는 일기장이나 사진첩을 대신합니다. ‘심장 소리’는 아이가 찾아낸 시간을 기억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입니다.

시간을 모으고 저장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글이나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만, 추억 속 어느 순간은 짙은 향기로 남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폭신한 촉감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책 속의 아이는 ‘소리’로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정진호 작가는 우리의 첫 기억이 심장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생각해 냈습니다.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처음 들었던 소리이며,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아늑함을 느꼈을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듣고자 한 그 심장 소리는 잠들기 전 엄마가 꼭 안아주던 포근한 기억의 소리일 수도 있고, 어느 여름날 할머니 품속에서 들었던 고소한 추억의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심장 소리로 인해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새로운 길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심장 소리는 삶이 시작되는 신호이자, 삶에 대한 응원입니다.

《심장 소리》는 얼핏 보면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달리기, 심장 소리와 길을 이야기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심장 소리에서 이어지는 길과 따뜻한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길을 통해, 가슴에 품은 기억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청소년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


이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듣똑라’ 이현 기자가 전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데 힘이 될 금융 이야기

경제부 기자로, 시사 이슈를 전하는 팟캐스트 ‘듣똑라’의 진행자로 일하며 수많은 경제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 온 이현 기자가 금융 입문서를 펴냈다.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는 독립을 준비하는 십 대부터 이제 막 ‘내 돈’을 운용하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사, 팟캐스트, 유튜브 영상 등 그 자신이 다양한 경제 콘텐츠를 접하고 소개해 온 저자는 ‘기초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중요함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보기엔 너무 기본적이라서 언급도 안 하는 이야기가 경제적 독립의 출발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겐 중요하기 때문이다.

쓰기는 쉬워도 벌고 모으기는 어려운 돈. 금융의 기초 지식을 알면 삶을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는 내 삶을 꾸리는 금융 생활에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사례와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들어 경제의 기본 원리부터 금융의 기초 상식까지 안내한다. 돈을 대하는 태도에서 독립을 앞둔 이들이 알아야 할 알짜 정보까지, 오늘과 내일의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될 금융 입문서다.

이 책은 금리, 환율, 주식, 펀드, 대출, 보험, 세금, 암호화폐, 경기와 물가, 미래의 금융 등 열다섯 가지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각 꼭지마다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금융 사건을 취재하는 ‘현 기자’와 ‘금 앵커’가 등장해 경제사의 다양한 순간과 금융 이슈의 배경을 전한다. 남해주식회사에서 플라자합의까지, 티파티 사건에서 코로나 금융위기까지 독자들은 연속 보도의 생생한 현장감을 따라가며 각종 경제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다.

직구 운동화 가격은 왜 자꾸 달라질까? 은행이 망하면 내 돈은 어떻게 될까? 주식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대출받을 때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세 차례 세계 금융위기의 배경은 무엇이고, 미래의 금융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 금융을 마주할 때 떠올리게 되는 물음표부터 건강한 경제생활을 위한 열쇳말까지, 12년차 경제 기자가 풀어 놓는 간결하고 명쾌한 설명 속에 정보와 재미가 가득하다. 한마디로 실용과 교양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세뱃돈을 모으던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기회비용은 무엇이었는지, 그동안 돈을 모으고 불리며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등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이 금융 생활을 어떻게 꾸려 나가면 좋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문학

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지음 | 창비 | 2022년

“참으로 이상한데 결국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 사람의 삶”

첨예한 언어와 아름다운 문장으로 축조된 이장욱식 영원의 세계

빼어난 문학성과 정교한 서사로 이제는 하나의 스타일이자 장르라고 부를 수 있는 작가 이장욱이 네번째 소설집 『트로츠키와 야생란』을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이곳을 떠나 ‘영원’의 세계로 간 이들과 ‘여기’에 남아 지나간 시간들을 기억하며 떠나간 이들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언제나 불가해하지만 단 한번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삶’을 중심에 두고 그것을 끝내 등진 이들과 여전히 “가늘고 긴 줄기에 매달린 잎의 느낌”(「잠수종과 독」)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흩어진다. 뚜렷하게 부재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히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슬프고도 찬연하고,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의 모습은 쓸쓸하지만은 않아 따스하고 뭉클한 위로를 전한다.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생의 근본에 대해 꾸준한 물음을 던져온 이장욱의 소설세계에 사랑과 농담 그리고 아름다움까지 한층 더해진 수작이다.

「잠수종과 독」은 떠난 연인인 현우를 그리워하는 의사 ‘공’의 이야기이다. 주목받는 사진작가인 현우는, 인터뷰 장소로 향하던 중 불타는 건물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손에 쥔다. 하필 현우는 운전 중이었고 사진을 찍기 위해 다급히 핸들을 돌리다 사고를 당한다. 불이 난 곳은 진보 언론사 건물이었는데, 방화범의 소행으로 변을 당한 것이었다. 방화범 역시 분신을 시도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와 공의 환자가 된다. 언론과 경찰은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방화의 원인을 찾고자 방화범이 의식을 차리기만 기다린다. 의사로서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과 현우의 죽음에 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는 분노 사이에서 공은 주사기를 든다.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약물이 담긴 그것을.

떠난 사람들은 정말로 ‘떠나간’ 것일까. 지금은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이 마치 ‘여기’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 때로 어느 것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호명하는 ‘남은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언제나 자신의 방식으로”(「유명한 정희」) 흘러가기에,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상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은 단지 자신에게 남은 삶을 살며 어디에든 죽은 사람들을 위한 세계가 있으리라 믿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 잊히고 사랑하는 마음도 끝나리라 믿지만 ‘영원’은 그런 것이 아니기에, ‘여기’ 남은 자들은 기억하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영원은 사람의 사랑이 아니고 지지고 볶는 마음이 아니고 괴롭거나 우울하거나 즐겁거나 행복한 사랑이 아니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속에서, 지지고 볶는 현실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그를 보낸 괴로움이 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동시에 지극한 슬픔이어서, 남은 사람들은 “계속 슬프고 슬퍼서 아무것도 알 수 없게”(「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된다.




인문예술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세기의 아이들을 위한 반영화입문


유운성 지음 | 보스토크프레스 | 2021년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영화하는가?

다소 길고 기이한 제목을 단 이 책의 목차는 단 세 줄의 의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각각 영화를 이해하는 것과 보고 비평하는 것, 그리고 실천하는 일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즉 이 책은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그것들에 대한 이론적, 비평적 논의들을 밀도 높게 소개하고, 이를 동시대의 관점에서 재정의하거나 때로는 진중하게 비판한다. 영화에 대한 전통적인 사유와 대결하고 최신의 논의를 소개하는 이 책의 진중함은 우리가 ‘입문서’를 상상할 때 흔히 떠올리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책은 시종일관 영화 ‘입문서’를 표방하고 있다. 저자인 영화평론가 유운성은 서문의 첫머리에서 이 책이 ‘특정 분야에 학문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이들보다는 교양 독자 일반을 대상으로 구성된’, ‘교과서보다는 교양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저자가 통상적인 입문서의 서술 방식을 대단히 ‘모욕적’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 즉 그가 ‘수식이나 전문 용어를 빼고 추론의 과정을 생략하고 흥미를 돋구는 결과만을 요약하고, 최신 동향에 대한 정보와 잡기를 곁들인’ 책을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영화와 영상에 대한 오늘날의 여러 이론적, 비평적 논의와 문제를 다루는 입문서다. 특히 영화 애호가나 전공자들 외에도 교양 독자 일반과 타 분야의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작업자들에게도 유용하도록 차분히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용어와 역사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통상적인 입문서가 아니며,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떻게 영화하는가?’ 라는 세 가지 무거운 질문에 대한 답변의 역사와 동시대적인 사유로 독자를 안내하는, 기이하고 묵직한 이론서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소수의 연구자들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영역의 젊은 연구자들, 학생들, 창작자들을 영화와 영상을 이해하는 동시대적 문제틀로 이끈다. 이 책을 지금까지는 없었던 완고하고 밀도 높은 영화 ‘입문서’로 만드는 것은, 독자를 철저하게 믿는 필자의 투철한 희망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희망의 기이하고 단호한 궤적이자 증거이기도 하다.




출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https://www.kpipa.or.kr/info/recommBookShareView.do?board_id=170&article_id=13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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