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뽑은 '올해의 책'
'책을 만드는 사람들' 추천
2018 올해의 책
책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 뽑은 올해의 책은 무엇일까?
책을 만들며 건강한 출판문화를 도모하는 모임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책만사)이 2018 올해의 책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책의 낱낱을 잘 알고 있는 출판인들이 모여 한 해 동안의 결과물들을 검토한 결과로, 31개 회원사의 출품도서 115종 가운데 투표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2018 올해의 책을 통해 출판인들은 어떤 관점으로 책을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대상
루쉰전집
인문사회과학부문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건축을 건축 자체로 사유하다
한국 건축계의 큰 스승으로 꼽혀온 김광현의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작가주의가 만연하는 한국 건축계에 종종 날카로운 비판을 던져왔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건축물을 단지 감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짓는 인간으로서의 능동적 본성을 회복하도록 돕고자 한다. ‘건축’이라는 말속에는 아주 오래된 고정관념이 내포되어 있다. 건축은 건물과 다르다는 것, 건축은 예술작품이자 인문적 사유의 소산이라는 것, 평범한 주택이나 획일적인 아파트나 경박한 쇼핑몰 따위는 건축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건축과 건물을 구분하는 것은 인간이냐 사람이냐 구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건축이 특정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면서 내 몸이 거주하는 공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며, 무엇이 좋은 건축인지 분별해내는 판단력마저 상실해버렸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책을 통해 원시주거에서 현대의 첨단건물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축의 정신과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이 시대의 건축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문학부문
농부 이재관의 그림일기
농촌에서 보내온 그림 쪽지
현대중공업 노동자로 일하다가 전남 곡성 시골로 귀농해서 터 잡고 농사지으며 자연에 기대 사는 지은이가 열두 해 동안 쪽지에 그리고 쓴 그림일기를 묶었다. 책을 펼치면 장 왼쪽에 글 일기 113개, 오른쪽에 그림일기 117개가 있다. 굳이 글 일기와 그림일기를 구분하는 것은 그림일기의 남다른 점 때문이다. 그림일기는 쪽지에 그림을 그리고 손글씨를 써넣었다. 독자는 한 꼭지에 글 일기도 보고 그림에 곁들여진 짧은 손글씨 글도 볼 수 있다. 손글씨도 그림으로 읽힌다. 그림에 곁들여진 예쁜 손글씨는 컴퓨터 자판 글씨체와 다르게 정이 뚝뚝 묻어나서 따뜻하다. 지은이의 체온이 그림에 스며 숨 쉰다.
이 책은 농사짓는 이야기, 마을 이웃들과 지내는 이야기, 나무와 꽃 이야기, 여러 가지 농사 도구와 생활목공 이야기, 그리움을 자아내는 사라져 가는 옛것들에 대한 이야기, 식구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캠퍼스 화폭에 시간을 들여 그린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생활하면서 그때그때 쪽지에 그리고 쓴 그림일기는 소박하고 정직하다. 학습된 그림이 아닌 진솔한 자기다운 그림인 것이 더 정겹다. 쪽지에 담아낸 그림일기는 도시 사람들을 그리움의 끝자락으로 이끌어 상처받고 피폐해진 가슴을 어루만져 주며 아련한 향수에 빠지게 한다. 농촌 사람들에게는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감상하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생활 예술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준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준다.
자연과학부문
양자세계의 신비
양자 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프랑스 지식 교양 만화
이제 양자 물리학은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다. 미래 사회를 가늠하는 도구로서, 나와 세계에 관한 인식의 새로운 틀로서도 점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양자 물리학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여러 대중 과학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양자 물리학에 관한 그래픽노블은 매우 드물다.
《양자 세계의 신비》는 즐거운 시각 체험으로 양자 물리학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글로만 읽었을 때 너무 어렵거나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한 마티유 뷔르니아의 기지가 매우 놀랍다.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양자 물리학의 큰 줄기를 손으로 만지듯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용부문
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아이들의 관계 맷집을 키우는 놀이 수업
놀이 수업을 통해 변화한 아이들의 실제 사례로 놀이의 힘을 말하다!
놀이활동가인 저자가 놀이 수업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이자 본능이며, 훗날 성장해 사회로 나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꼭 필요한 관계의 기술과 삶의 기술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특수학교에서 놀이 수업으로, 또 놀이 캠페인과 놀이문화운동으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도전과 모험을 주저하고,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이 책은 그 사례를 담은 것이다.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이나 문제를 잘 견디고 풀어나가는 능력을 ‘관계의 맷집’이라고 말한다. 관계의 맷집을 키우는 힘뿐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하는 아이로 성장시키는 힘이 놀이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놀지 말고 공부해라.”와 같은 말 대신 “잘 노는 걸 보니 잘 크겠구나.” “잘 노는 걸 보니 사회성이 좋겠구나.”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놀이를 학습이나 두뇌 발달로 연결시키는 육아책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놀이가 미치는 힘 자체를 강조하고, 놀이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아이들의 권리임을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부모와 교사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어린이·청소년부문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우주와 지구, 생명의 역사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자연의 역사를 만나 보자!
지구의 탄생부터 오늘날 인간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역사를 일컬어 ‘자연사’라고 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 우주와 지구, 생명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박물관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는 전시물들을 속속들이 살펴보며 자연사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암석과 화석들, 고생물을 입체 모형으로 만들어 꾸며 놓은 디오라마, 박물관에서 자체 제작한 영상 자료 등 2017년 9월 새롭게 단장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곳곳을 담은 흥미로운 사진이 글에 생생한 재미를 더한다.
올해의 베스트셀러
역사의 역사
시대를 읽는 작가 유시민,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다!
인간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한 유시민의 역사 르포르타주 『역사의 역사』. 경제학도, 정치가, 지식소매상에서 최근에는 방송인으로도 종횡무진 활동하는 작가 유시민이 오랜 독서와 글쓰기의 원점인 역사 속으로 돌아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과 이어진 촛불혁명을 마주하면서 역사의 현장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지는지 다시금 관심을 기울인 저자는 2016년 겨울,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최초의 질문의 자리로 돌아가 이 책의 집필을 시작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저자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자 평생에 걸쳐 찾는 지적 과제다. 이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무엇보다 역사의 발생사 즉, 역사의 역사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저자는 역사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거나 최근 관심을 끈 대표적인 역사서들을 찾아 틈틈이 읽고 정리했다. 역사의 서술 대상이나 서술 방식은 각기 달랐지만 위대한 역사서들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금 우리에게 말 걸기를 시도했고, 저자는 그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역사에 가장 정직하게 접근하는 방식이라 여겼다.
이 책에는 이처럼 저자가 탐사한 동서양의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이 담겨있다. 사마천의 《사기》,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되어준 《역사서설》 등의 역사서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대 순으로 9장으로 나뉘어 구성했고, 각 장에서 때로는 한 명의 역사가와 한 권의 책을, 때로는 복수의 역사가와 여러 권을 함께 살펴본다. 르포라는 특성상 역사서들의 원문을 적지 않게 소개하고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지면의 한계와 번역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저자가 직접 발췌 요약과 번역까지 도맡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마디로 역사를 정의한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높이는 대신 역사가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아래 스민 메시지와 감정에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해석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왔는지 살펴보며, 위대한 역사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려고 했던 생각과 감정을 듣고 느껴봄으로써 역사가 무엇인지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저마다 역사를 읽고 살아가는 태도를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