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빅데이터로 본 도서대출 트렌드

아산시추천 '다독도서 20선'

지은이 : _ 출판사 : _ 발행일 : 2018.06.25 등록일 : 2018.06.25

빅데이터로 본 도서대출 트렌드
아산시민 다독도서 20선


충남 아산시가 '아산시민 다독도서 20선'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6개 아산시립도서관에서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활용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를 집계한 결과인데요.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아산시민이 사랑한 20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2018년 1/4분기 아산시민이 다독도서 20선은 중앙도서관 외 5개 분관의 자료실에 전시 및 비치되어 있고, 아산시 및 도서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1 말의 품격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2017년 05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이야기

『말의 품격』은 《언어의 온도》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이기주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의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과 감성이 더해져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자신의 말과 세계관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소리이다. 때문에 무심코던진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격이 된다는 뜻이다. 말을 죽일지 살릴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2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2017년 05

모두 잃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김영하가 전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이후 7년 만에 펴낸 김영하의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확장해온, 이른바 ‘김영하 스타일’이 총망라된 작품집이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일곱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 전과 그 후의 삶과 소설 모두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해 4월에는 모두가 알고 있는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그 이전에 쓰인 소설 《옥수수와 나》, 《최은지와 박인수》, 《슈트》에서는 무언가를 잃은 인물들이 불안을 감추기 위해 자기 기만에 가까운 합리화로 위안을 얻고 연기하듯 살아간다.

그 이후에 쓰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신의 장난》, 《오직 두 사람》 속 인물들은 자위와 연기를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하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오직 그 이후를 견뎌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문학을 통해 혼란으로 가득한 불가역적인 우리 인생에 어떤 반환의 좌표 같은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

3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

김수현 지음 |마음의숲 |2016년 11

진짜 ‘나’로 살기 위한 뜨거운 조언들

어른이 처음인 당신을 위한 단단한 위로들! “어른이 되어보니 세상은 냉담한 곳이었다.” 김수현은 책을 펴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부조리가 넘쳐났고, 사람들은 불필요할 정도로 서로에게 선을 긋고, 평범한 이들조차 기회가 있으면 차별과 멸시를 즐긴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저한 갑과 을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이토록 발버둥 치며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이 책은 우리가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해준다. 돈 많고 잘 나가는 타인의 SNS를 훔쳐보며 비참해질 필요 없고, 스스로에게 변명하고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애쓰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불안하다고 무작정 열심히 할 필요 없고,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인생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문제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 나답게 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누구인지 고민할 시간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 남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살 수 있도록, 진짜 ‘나’로 살기 위해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수록했다. 길을 잃고 있는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찾고자 하는 어른아이를 위한 책, 밥벌이와 어른살이에 지친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을 바친다.

4 무뎌진다는 것 내가 기억하는 모든 나에게

투에고 지음 |투에고 사진 |자화상 |2018년 01

드넓은 세상에 홀로 서는 당신에게 보내는 투에고의 가장 진솔한 위로

3만 4천 명의 독자가 공감하는 투에고의 가장 진솔한 위로 “상처받은 자아, 치유하는 자아, 내면에서 일어나는 ‘두 개의 자아’”라는 뜻을 필명에 담은 투에고는 자그마치 3만 4천 명의 독자가 공감하는 글을 써내는 인기 작가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통해 위로를 받을까? 어찌 보면 평범한 일기 같고, 어찌 보면 내 마음을 꿰뚫어보는 촌철살인 같은 담담한 글이 독자를 사로잡기에, SNS 상의 수많은 글들 속에서도 어마어마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해소하지 못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투에고는 그가 바라던 대로 어느새 글로써 다른 사람의 상처까지 들여다보고, 보듬어주고 있다. 그는 《무뎌지는 것》을 통해 자신 내면을 더 깊이 살펴본다. 그리고 용기 내어 가장 솔직하게 자신을 직면한다. 좋은 혹은 나쁜 사람을 대하는 태도, 꿈을 꾸고 또 포기하는 과정, 이미 잊었던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 지극히 이기적인 진심, 그리고 다시 피어나는 작은 희망까지도 글로써 마주한다. 《무뎌지는 것》은 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5 신경끄기의 기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두진욱 그림 |갤리온 |2017년 10

무한 긍정만을 강요하던 기존의 자기계발서는 잊어라!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지워버리는 법!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은 『신경 끄기의 기술』을 통해, 기존의 자기계발서를 뒤집는 신선한 패러다임을 선보인다. 무조건 믿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인생이 특별해지거나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앞뒤 따지지 않는 긍정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이다. 때론 내려놓고, 포기하고, 더 적게 신경 써야만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창 시절 마약 문제로 퇴학까지 당했던 문제아였고 대학 졸업 후에도 한동안 백수로 지내며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했지만, 현재는 180도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2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의 미디어 파워는 메이저 언론에 버금갈 정도이며, 그에게서 인생의 답을 찾으려 하는 대중들의 이메일이 매일 수천 통씩 쇄도한다.

2017년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신경 끄기의 기술』은 수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전한다. 출간 직후 단숨에 아마존·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2017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읽은 책’으로 뽑혔다. 「CNN」 「타임」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수많은 언론들이 극찬했으며, 각 분야 유명 인사들의 서평 또한 쏟아졌다.

6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샘터(샘터사) |2016년 12월

꽃이 진 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수녀의 희망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암 투병과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저자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는 것처럼,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보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어 이해인 수녀의 글에 깊이와 정감을 더해준다.

7 처음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매일 더 행복해지는 감성 미니멀 홈스타일링

선혜림 지음 |앵글북스 |2016년 11

최소한의 물건으로 꾸미는 미니멀 홈스타일링

150만 명이 방문한 핫블로거 '레브드홈'의『처음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 이 책은 현재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는 디자이너 부부가 스스로 부딪혀가며 찾아낸 현실적인 미니멀 라이프의 이야기를 담았다. 디자인업에 종사하는 이들 부부에게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금욕적인 공간이 아닌 편안하고 심플하면서도 보기에 예쁜 집이어야 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 물건들을 모시가 사는 게 아니라 부부가 주인공인 집, 효율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한 감성 미니멀 홈스타일링을 소개한다.

35년 된 18평 복도식 아파트인 두 번째 전셋집에서 자신들의 철학이 담긴 미니멀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저자는 제일 먼저 자신만의 ‘비움노트’를 만들어 총 200개의 물건들을 비워나갔다. 이렇게 남긴 꼭 필요한 아이템들을 센스 있게 수납하고 연출하는 방법을 찾아내 그들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깔끔하고도 아늑한 ‘미니멀 홈스타일링’을 펼쳐 보인다. 센스 있는 미니멀 라이프로 네이버 메인 페이지와 유명 인테리어 잡지 및 미디어에 소개되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쌓아온 자신만의 노하우를 누구나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정리해 수록했다.

8 파리의 아파트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밝은세상 |2017년 12월

세상에서 가장 아들을 사랑한 아버지를 만난다

기욤 뮈소의 본격 스릴러 『파리의 아파트』. 죽기 직전까지 납치된 아들의 생존을 확신하고 찾아 헤매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심장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천재화가 숀 로렌츠, 그가 죽기 전에 남긴 그림 석 점과 납치된 아들을 찾아 나선 전직 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가 비밀의 열쇠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천재화가의 신비스런 창작 세계, 예술가들의 고뇌와 열정,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간절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직 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는 임대회사의 실수로 파리의 아파트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시작한다.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살았던 집으로 여전히 그의 숨결과 자취가 배어 있는 그 집의 법정상속인은 그들에게 화가의 납치된 아들과 사망 직전에 그린 그림 석 점이 사라진 사실을 이야기한다. 매들린과 가스파르는 의기투합해 화가의 그림과 아들을 찾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 숀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눈앞으로 다가서는 연쇄살인마의 그림자와 대면하게 되는데…….

9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지음 |다산책방 |2017년 11

여성의 삶을 정가운데 놓은 일곱 편의 이야기

페미니즘 이슈가 한창인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글을 쓰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3-40대 작가들이 페미니즘이라는 테마 아래 발표한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 늘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엄마, 딸로만 취급되어 살아온 ‘김지영’씨의 부당한 성차별의 기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또 한 명의 ‘김지영’으로 살기를 거부하는 일곱 명의 작가가 써 내려간 일곱 편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소설 《현남 오빠에게》는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이 낯설기만 했던 스무 살,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준 남자친구 현남 오빠에게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그에게 문득문득 어떤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나’가 여성으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어떤 불편함, 어떤 꺼림칙함을 폭력이라고 느끼기까지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고 용기 내어 고백하는 생생한 심리 소설이자 서늘한 이별 편지다.

각각 서른 중반을 지난 여성 ‘유진’과 어느새 갱년기에 접어든 두 아이 엄마 ‘나’의 이야기를 담은 최은영의 《당신의 평화》와 김이설의 《경년更年》, 여성성이 필요할 때에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 규칙을 뒤집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와 손보미의 《이방인》, 특유의 신화적인 상상력에 힘입어 유구한 여성 살해의 역사를 암시하는 구병모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여성에게 여성이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출산에 대한 아름다운 우화를 그린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 등의 작품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겐 울컥 치미는 반가움과 그리움을, 이들의 애인과 남편, 가족과 친구 등에게는 또 다른 공감과 위로, 성찰의 기회가 되어준다.

10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김동영 지음 |아르테(arte) |2017년 12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생선 김동영의 신작 에세이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무엇이 되고 싶었고, 무엇이 반드시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분투했던 저자가 구체적이고도 치열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살아간다, 떠난다, 돌아온다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원하는 무엇도 되지 못했지만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

원할 때마다 어디로든 긴 시간 훌쩍 떠나 있는 저자를 보며 사람들은 당신처럼 자유롭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유로워진다는 건 현실에 무심해지는 것이고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 일이기도, 쓸쓸한 것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자신은 자유롭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저 자신의 새장에는 작은 문이 열려 있고, 그곳을 통해 나갔다가 다시 새장 안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스물아홉에서 서른, 세 계절에 걸쳐 낯선 길 위에 있었고 그때 첫 책을 썼던 저자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때때로 여행을 떠나지만 전보다 더 일상을 닮은 여행,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헛된 기대 없이 소소하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배우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섬처럼 떨어진 연남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상쾌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반려묘와 반려견, 여행할 때마다 동행하는 인형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외로움을 따뜻함으로 풀어내는, 내가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살고 싶다는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1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7년 06

더욱 유쾌하고 매혹적인 스토리로 돌아온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위험한 비너스』. 본격 사회파 미스터리부터 서스펜스, 판타지, SF, 로맨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매번 흡입력 있는 전개를 선사하는 저자가 이번에는 하나의 행방불명 사건과 낯선 여인의 등장으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가 이어지는 미스터리를 오락성 짙은 서사로 펼쳐낸다.

동물병원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낯선 여자의 전화가 걸려온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망한 뒤 의학계 명문가 야가미 가문에 재가한 어머니가 얻은 아홉 살 어린 이부동생 야가미 아키토, 몇 년째 왕래가 없었던 그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온 그의 아내 가에데는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아주버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매달린다. 결국 하쿠로는 그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래전 연을 끊었던 야가미 가문과 다시 얽히게 된다.

33년 전 친아버지 데시마 가즈키요가 임종 직전까지 그린 신비한 그림과 16년 전 뜻밖의 장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어머니 데이코의 사고 등, 새로운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사건은 점점 과거의 단편적인 사건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드러내고, 처음에 알아내고자 목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상으로 하쿠로를 이끈다. 그리고 후계자인 아키토가 부재한 상황에서 열리는 유산 논의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의학계 명문가 야가미 가문을 수십 년 만에 찾게 된 그는 저마다 속내를 감춘 듯한 일족들 틈에 곧 이것이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닐 수도 있음을 예감하기 시작한다.

한편 남편이 사라진 상태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명랑하고 낙천적인 가에데는 이따금씩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띠기 시작한다. 가에데를 통해 하쿠로는 새아버지와 어머니의 첫 만남 배경과 신경과 전문이었던 새아버지의 연구 주제, 그리고 그것들이 친아버지와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12 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밝은세상 |2016년 12

기욤 뮈소의 본격 스릴러

그동안 판타지, 로맨스, 스릴러적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작품들로 사랑받아온 기욤 뮈소. 《내일》, 《센트럴파크》, 《지금 이 순간》부터 스릴러적 요소가 훨씬 강화되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저자의 이번 소설 『브루클린의 소녀』는 프랑스 현지에서 본격 스릴러로 분류한 작품으로, 저자가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연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빠른 전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전, 의표를 찌르는 결말 등 강력한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를 바탕으로 가족을 잃은 삶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가족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다양한 인물들과 실례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아들 테오를 혼자 키우며 살아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라파엘과 소아과 의사 안나는 결혼식을 3주 앞두고 앙티브의 코트다쥐르 바닷가 펜션으로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의 여행은 라파엘이 안나의 과거를 포함한 모든 비밀을 알아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갈등 양상으로 치닫는다. 뭔가 큰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우수에 젖어 있거나 혼자 시름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았던 안나는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길 꺼려하며 만약 라파엘이 지난 비밀을 알게 될 경우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지 묻고, 라파엘은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결국 안나는 불에 탄 세 구의 시체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이야기하고, 무엇을 알게 되든 안나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라파엘은 막상 사진을 대하는 순간 큰 충격을 받고 펜션을 나가버린다. 라파엘은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며 용서를 빌기 위해 펜션으로 돌아오지만 안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시간이 흘러도 나타나지 않는 안나의 안위를 우려한 라파엘은 이웃사촌인 전직 형사 마르크와 함께 안나를 찾아 나선다.

마르크는 안나의 지문을 채취해 경찰 지문인식시스템에 조회해본 결과 신분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두 사람은 안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탐문 조사한 결과 10여 년 전 벌어졌던, 사이코패스 하인츠 키퍼가 소녀들을 납치 감금하고 성폭행해오다 은신처에 불을 질러 집에 있던 전원이 사망한 엽기적 사건인 ‘하인츠 키퍼 사건’에 주목한다. 안나가 보여준 세 구의 시체 사진은 ‘하인츠 키퍼 사건’의 희생자들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하인츠 키퍼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 라파엘과 마르크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더욱 경악할만한 현실과 직면하게 된다!

13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해냄출판사 |2017년 04

장편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가 공지영의 독특한 이야기들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에 펴내는 공지영의 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집필,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21세기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작과 신작 산문을 수록한 소설집으로, 끊임없이 장편소설을 집필하면서도 단편소설이 갖춰야 할 소설 미학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다고 평가받은 저자의 최근 작품 경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죽음에 직면한 할머니를 둘러싸고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또 다른 죽음의 행렬 속에서 경악하는 소녀의 독백을 담은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일찍 집을 떠나 서울로, 지방의 공장으로 떠돌다가 다시 고향땅에 돌아와서도 밑바닥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순례가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는 《부활 무렵》, 탈출의 희망을 버리고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집착마저 포기한 후에야 운명과 맞닥뜨린 번역가의 삶을 그린 제3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맨발로 글목을 돌다》 등 저자의 매력적인 문장들과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4 완벽한 공부법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 , 신영준 지음 |로크미디어 |2017년 01

모두를 위한 공부 지침서

수능시험, 공무원시험, 토익 시험 등 우리는 수많은 시험을 위해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험 외에도 훌륭한 학교생활, 경쟁력 있는 직장생활, 성공적인 창업,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해 공감능력, 대인관계, 창의성, 협업, 말하기, 의사결정 등 인생과 성장을 위한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 『완벽한 공부법』은 독자들의 성공과 성장을 위해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책에는 교육학, 인지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등이 밝혀낸 이론을 통한 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실제 수천 명의 학생 및 직장인들과의 상담을 통해 축적된 실전적 노하우가 녹여져 있다. 박사와 독학자라는 뚜렷이 대비되는 학습자 둘이 쓴 이 책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박사와 제도 밖에서 홀로 공부한 독학자가 거의 모든 학습자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담았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공부는 재능일까 노력일까? 동기부여는 어떻게 얻을 수 있고, 감정이 공부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시험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이렇게 학습자가 고민하는 내용들이 과학적 근거와 실질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또한 일반 학습자가 몰랐을 만한 새로운 공부지식과 정보들을 수록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공부법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15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7년 07

빗나간 욕망이 부른 일곱 번의 살인, 치명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인간의 작은 고의에 대하여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수록된 일곱 편의 단편은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과 기발한 트릭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평범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깃든 뜻밖의 살의를 그려낸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유아 살인사건 이면에 감춰진 가족의 비극을 그린 〈어둠 속의 두 사람〉은 가족 혹은 가족 같았던 이들의 작은 동기가 악행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하얀 흉기〉는 한 개인의 삶 속에서 흡연이 야기하는 극단적인 불행을 보여준다. 때로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춤추는 아이], 어린 시절의 상흔으로 야기된 범죄 [끝없는 밤], 가족을 지켜야 했기에 저지른 살인, 그리고 뜻밖의 복수를 남긴 [굿바이 코치], 그리고 표제작〈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치밀한 구성, 화려한 트릭, 추측할 수 없는 반전에 이은 충격적인 진실로 장편 못지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16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2017년 06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김애란이 선보이는 일곱 편의 마스터피스

김애란이 돌아왔다. 작가생활 15년간 끊임없이 자신을 경신해오며,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의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로 들었을 때 느끼게 되는 친밀감과 반가움, 그 각별한 체험을 선사해온 저자가 《비행운》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소설집 『바깥은 여름』. 제3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를 포함한 일곱 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입동》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의 부서진 일상을 따라가며 독자로 하여금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그 고통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을 때는 고개 돌려 외면해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게 만든다. 십대 무리와 노인과의 실랑이 끝에 노인이 죽는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의 목격자인 ‘나’의 아들 ‘재이’가 다문화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편견에 둘러싸이고, 그런 편견 사이에서 천진하다고만 생각한 아이에게서 뜻밖의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가리는 손》 등의 작품을 통해 가까이 있던 누군가를 잃거나 어떤 시간을 영영 빼앗기는 등 상실을 맞닥뜨린 인물들, 친숙한 상대에게서 뜻밖의 표정을 읽게 되었을 때의 당혹스러움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 출연한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소재를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던 저자의 그 조심스러운 태도가 곳곳에 묻어나는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작품들은 어느 때보다 안과 밖의 시차가 벌어져있음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던 최근 삼사 년간 집중적으로 쓰였는데, 그 혼란의 시기를 비켜가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가고자 했던 저자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17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씨엘북스 |2012년 03

셜록 홈즈의 추리력을 물려받은 고양이 홈즈

일본의 인기 소설가 아카가와 지로의 유머 미스터리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 어리바리한 형사 가타야마와 영리한 고양이 홈즈가 풀어가는 사건들을 그린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신호탄이 된 작품으로, 셜록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명콤비의 활약이 시작된다. 여자대학에서 매춘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가타야마 형사와 조사를 요청한 대학의 영문과 학과장이 기르던 고양이 홈즈. 가타야마는 주인이 살해당해 오갈 데 없는 홈즈를 돌보게 되고, 홈즈는 수사에 참가해 가타야마에게 여러 가지 힌트를 주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자대학의 내부는 학생 매춘뿐만 아니라 건축을 둘러싼 비리와 재산 취득의 음모까지 얽혀 있었고, 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큰 소동이 일어나는데….

18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7년 11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의 쾌감을 선사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적인 단편

유머와 페이소스, 짜릿함이 넘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집 『그대 눈동자에 건배』. 30여 년의 작가 생활 통산 85번째 단행본인 이 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아홉 편의 신작 단편을 담은 것으로,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소설의 경계를 넓힌 저자가 금까지 실험해온 경향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스터리, SF판타지, 블랙코미디, 심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소재가 특히 돋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단편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색깔을 띠는 동시에 한 권의 책으로서도 멋진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소개팅에서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을 닮은 모모카와 만나게 된 우치무라.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친해지게 되지만 그녀는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고, 숨겨왔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반전되는 그들의 관계를 그린 표제작 《그대 눈동자에 건배》, 10년 전,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해 왔던 옛 연인 치리코에게서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받고 밸런타인데이에 그녀와 재회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재회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하는 미스터리 작가 미네기시의 이야기를 담은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등 아이러니한 인간 심리를 폭로하며 웃음을 일으키는 풍자와 해학, 밀도 있는 미스터리 사건들로 한층 풍성하게 꾸려진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19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2017년 07

『1Q84』 이후 7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태엽 감는 새』 『1Q84』 등 기존의 본격 장편소설 세계관을 잇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삼십대 중반의 초상화가 ‘나’는 아내에게서 갑작스러운 이혼 통보를 받고 집을 나와서 친구의 아버지이자 저명한 일본화가 아마다 도모히코가 살던 산속 아틀리에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천장 위에 숨겨져 있던 그의 미발표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등장인물을 일본 아스카 시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그림을 가지고 내려온 뒤로, ‘나’의 주위에서 기이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 『태엽 감는 새』 『1Q84』 등 기존의 본격 장편소설 세계관을 잇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하루키 월드의 결정판.

20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문학동네 |2017년 04

손보미식 평행우주가 지닌 어떤 다정함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손보미의 첫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2015년 여름부터 2016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인생에서 크게 실패한 젊은 물리학도 종수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청첩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십 년 전 고등학생 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기억의 활동을 통해,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 잠복해 있다 정확한 순간에 찾아와 우리를 비참 속에서 건져올리기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지 9년째가 되던 해, 종수는 대학원 지도교수에게서 빙빙 돌려 말했지만 대학원에서 나가달라는 의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28년 인생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 종수는 집으로 돌아와 술을 퍼마시며 방안을 헤집던 도중, 잠겨 있는 책상 서랍을 발견하게 된다. 망치를 내리쳐 서랍을 열자, 뜻밖에도 그 안에는 청첩장이 담겨 있었다. 받았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청첩장은 바로 수영이 보내온 것이었다. 18살 여름, 난데없이 찾아와 편지를 번역해달라던 바로 그 수영 말이다.

수영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 “영어로 편지를 한 통 써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어? 넌 그냥 번역만 해주면 돼. 난 랄프 로렌에게 편지를 써야만 해. 시계를 만들어달라고 말이야.” 니트, 헤어슈슈, 향수 등 온갖 것을 만든 랄프 로렌은 어쩐 일인지 시계만은 만들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랄프 로렌으로 걸치고 싶은’ 그녀는 랄프 로렌에게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편지를 보낼 작정이다. 이런 방식으로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종수는 왠지 편지를 쓰고 싶어 하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다. 그런 마음도 사랑일 수 있을까. 수영의 청첩장을 매개로 역동적인 기억의 활동이 펼쳐진다. 종수는 미국에 머무는 일 년 동안,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지 않은 이유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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