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2017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느새 12월이다. 그리고 2017년이 코앞이다. 시간의 흐름은 단순히 숫자를 일씩 더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과거와 다르게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비전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세상이 되었다.
'물질적 빈곤을 채우는 웰빙, 즉 안전한 의식주를 확보하고 난 다음에는 힐링이 중요해집니다. 힐링 다음에는 무엇이 중요해질까요? 안전 다음에는 안정, 그리고 안정 다음에는 안락이 아닐까요? 안락이란 결국 행복입니다.' - 조벽 <인성이 실력이다> 34쪽
2017년을 살아갈 우리들은 과연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행복'이라는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키워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내 삶에 투영하기 위해서는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확신과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른 채 멋진 가죽 장화를 만들어달라는 인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가면서 믿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대부분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돈을 버는 것을 최고의 자기 가치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시대로 점차 변하고 있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꿈 사회에서는 감정과 경험이 핵심적 경제 가치'라고 밝힌다. 자신의 감정과 경험에 거짓 없이 솔직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직도 의대, 법대를 찬양하고 있으며 자녀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명확하게 원인을 밝힌 책이 있다. 몇 줄 인용해본다.
하위 욕구에서 상위 욕구로 나아가는 시점이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 5천 불을 넘어서는 때라고 합니다. 즉 소득이 1만 5천 불 미만일 때는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더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 이상이 되면 돈을 더 번다고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중략)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 1만 5천불에 도달한 때가 2004년입니다. 이를 전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요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입니다. 여기에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른들은 인격 형성기 전부를 1만 5천 불 이하에서 보냈기 때문에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미 1만 5천 불 이상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지요. - 조벽 <인성이 실력이다> 36~37쪽
기성세대의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미래세대에 주입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법론적인 문제는 정부차원이든 지자체차원이든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인식의 개선이다. 인식의 개선을 위해서는 '독서'만한 대안이 없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학생들에게, 그리고 그 부모들에게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심어줄 만한 책을 몇 권 추천해본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 부모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학교 신입생은 열네 살이다. 자녀를 두거나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라면 열네 살이 아주 어린 친구라는 것을 알 것이다.
"선생님, 00이가 저 놀려요."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먼저 그랬어요."
중학교 일학년 교실에서 자주 나오는 대화다. 진중하게 책을 읽는 학생은 요원하다. 물론 톡톡 튀는 몇몇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내용에 따라서 관심 있게 읽는 책이 분명 있다. 대부분의 관심을 받는 책은 또래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지금 소개할 책도 열네 살 캄쾀바의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이라는 작품이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캄쾀바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말라위 사람 대부분은 집에 전기가 없다. 그리고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기도 한다. 캄쾀바는 어릴 때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친구들과 마을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캄쾀바는 전기가 있다면 날씨와 상관없이 옥수수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아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풍차를 만드는 일이다. 버려진 고물을 주워 탑을 쌓고 날개를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거실에 불을 켰고, 본인의 방에, 부모의 방에 불을 켰다.
지금은 ALA에서 공부를 하면서 아프리카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캄쾀바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은 아프리카에만 희망의 불을 켠 것이 아니다.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교육 받고 자란 우리나라 청소년에게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준다. '꿈 사회'에서의 새로운 감정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 부모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
고등학교 입학을 하지 않고 인생학교 '꿈틀리'에 진학한다고 하면 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강화도에 있는 '꿈틀리'라는 학교는 고등학교 진학 전 잠시 쉬어가며 인생을 공부하는 학교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이자 오마이뉴스 대표인 오연호 기자가 창립자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나 부모에게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선물하면 어떨까?
덴마크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 웨이터, 택시기사도 행복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다. 교육마저 혁신적이다. 7학년까지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없고, 그 후로도 점수는 있지만 등수를 매기는 시험은 없다. 시험의 결과는 아이가 지니는 하나의 특성일 뿐이고, 진로를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헤맨다. 아버지가 의사라고 해서 의대를 진학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우리나라와 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덴마크의 현실을 책에서 만난다면 우리가 경험한 비루한 현실이 조금은 희미해질 듯하다. 물질적 빈곤의 경험 덕분에 아이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기성세대에게는 조금이나마 과거로부터 깨어날 수 있는 독서의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가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아버린 고등학생에게도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 부모에게 선물하면 좋은 책
보통 대학교 입학을 하면 '그래도 대학생인데' 하는 마음으로 대학, 논어, E.H 카 등의 저서를 추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좋은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허나 청춘의 힘찬 고갯길을 오르는데 생생하고 아주 가까운 경험이 담긴 책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문현우의 <아리랑 청년, 세계를 달리다>를 추천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환으로 아리랑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을 때 김장훈, 서경덕 등 많은 이들이 아리랑을 지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위 책에서는 무일푼 대학생 문현우라는 청년의 자그마한 날갯짓에 대해 다룬다.
기실 아리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김장훈, 서경덕씨처럼 지혜와 돈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문화기획꾼' 문현우는 청춘의 도전과 발품 정신으로 17개국 33개 도시를 돌며 아리랑 공연을 했다. 누군가 묻는다.
"문현우는 국악에 조예가 깊지 않느냐?"
질문에 '전혀'라는 말로 답하는 문현우. 전국의 국악과에 전화를 돌려가며 아리랑 공연단을 꾸리고, 무턱대고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아내는 그는 열정과 도전정신 그 자체다. 그리고 마음으로 소통한 벗과 함께 20대를 보낸 그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현실에 매몰되어 내 꿈, 감정과 상관없는 공무원 수험서에 매달릴 20대에게 꿈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킬 만한 책이다. 지켜만 볼 것인가, 한걸음을 내디딜 것인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자 특권이다.
'인생은 행복을 위한 표류'(김해원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중에서)다. 짧은 생애를 남들보다 조금 더 '잘'살기 위해 아등바등할 일이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족하는 삶에서 인생의 가치를 찾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위와 같은 책을 추천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는 여러 생각을 한다. 지난 일을 정리하면서 후회도 하고, 빙그레 미소도 지어본다.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위해 준비한다. 그 준비에 위에 소개된 책이 한 권쯤 포함되면 어떨까?
기사 원문보기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69780&CMPT_CD=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