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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립도서관에서는 매월 주제를 정해 도서를 추천합니다. 2023년 3월 주제인 '알록달록(표지가 예쁜 책)' 사서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유아, 어린이, 일반 3가지로 나뉘어 2권씩 추천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유아 추천도서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메네나 코틴 저자, 유아가다 번역, 로사나 파리아 그림 | 고래이야기 | 2008년
색깔 없이 색깔을 말하는 책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의 주인공은 토마스라는 소년이다. 소년은 노란색, 빨간색, 갈색, 파란색, 회색, 무지개색, 초록색, 검은색 등 색깔 세계의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내가 어떻게 색깔을 느끼는지 들어볼래?' '노란색은 코를 톡 쏘는 겨자 맛이고, 병아리 솜털처럼 보들보들한 느낌이야.' '빨간색은 딸기처럼 새콤하고 수박처럼 달콤해. 하지만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날 때처럼 아픈 느낌이기도 해.' '갈색은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야. 초콜릿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가끔 고약한 똥 냄새도 나.'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색깔들 중에 왕은 검은색이야. 검은색은 엄마가 나를 꼭 안아줄 때 내 뺨을 간질이는 엄마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색깔이거든.'
토마스와 함께하는 여행길에 우리는 낯선 것들이 아닌 일상의 평범하고도 흔한 사물들을 만나게 되지만, 그 만남은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하고 특별한데, 그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것은 색깔여행의 안내자인 소년이 시각장애인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시각장애아를 대상으로 하는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비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비시각장애인들, 그러니까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어떻게 색깔을 느끼는지, 어떻게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낯설게하기의 한 방법을 보여주는 이 책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받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책은 온통 검은색으로 인쇄되어 있고, 오직 글자만이 하얀색이다. 하지만 토마스는 촉각과 후각, 청각과 미각을 자극하며 다양한 색깔들의 세계로 우리를 능숙하게 안내해 준다. 얼핏 보면 온통 검고 단조로워 보이는 책이지만 우리의 오감을 총동원하면 그 안에 아름다운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그림을 더듬으며 읽는 책이다. 시적이기까지 한 글을 음미하며 손끝으로 그림을 느끼다 보면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토마스에게, 또 우리에게 최고의 색깔이 어떤 색깔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연필』
김혜은 저자 | 향출판사 | 2021년
연필을 깎으면 나무가 되고 숲이 된다?
사람만이 살릴 수 있고, 사람만이 망가트릴 수 있는 신비의 숲!
사람은 연필을 깎을 수도 있고, 나무를 벨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사람은 연필을 만들 수도, 나무를 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연필을 집어 들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지요. 작가는 이 갈림길에서 고민이 꽤 많았던 듯합니다. 나무의 희생으로 태어난 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은밀하게 다가옵니다.
김혜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림책 속 아이도 화방에서 나와 그림을 그립니다. 화가한테 연필은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지요. 그러니 무언가를 그리려면 당연히 연필이 있어야 하고, 그 연필을 깎아야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공장에서 만든 연필을 사야만 합니다. 연필은 돈만 있으면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그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되지요.
이 당연한 흐름이 오히려 작가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작가한테는 연필을 깎는 행위와 나무를 베는 행동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그저 또 아무 의식 없이 별것 아닌 그림 한 장 그려내는구나 하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잘라낸 나무로 만든 연필을 쓰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았을까요?
사실 이 갈림길은 누구한테나 주어지지만 누구한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부의 기준을 오로지 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한테는 안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 돈의 실체를 깨닫는 날, 그제야 잘려 나간 숲의 빈자리에 우뚝 선 자신을 발견하겠지요.
연필은 ‘겨우 연필’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무가 되기도 하고 숲이 되기도 합니다. 그 숲의 나무는 또 잘려나가 수많은 연필이 되지만, 언제나 나무를 살리고 숲을 살리는 연필이 되지는 않습니다. 쓰는 사람이 다르고, 어떻게 쓰는지도 다 다르니까요. 즉, 어떤 사람의 행동은 선순환을 만들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의 행동은 악순환을 만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바로 이 선순환과 악순환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나 봅니다.
어린이 추천도서
『(세계를 한눈에) 각양각색 세계 음식』
마츠모토 리에코 저자, 김소연 번역, 다케나가 에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세계에는 어떤 음식이 있고, 그 특징은 무엇일까?
새로운 친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하나요? 친구의 이름부터 사는 동네, 친구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등 친구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묻고 알아가지요? 친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 우리는 새로운 친구를 이해하고 조금씩 더 가까워집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의 이름과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 나라의 위치나 특징을 알고,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살펴보면 새로운 나라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음식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고, 그 특징은 무엇일까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하나로 묶여 소개되고 있지만 무척이나 커다란 지역입니다. 그렇기에 기후도 지형도 무척 달라 얻을 수 있는 식재료도, 조리법도 저마다 다양하지요. 매운맛을 즐기지만 중화를 위해 코코넛을 많이 사용하는 스리랑카의 ‘콜라 말룽’, 가까운 나라에 영향을 받은 네팔의 만두 ‘모모’, 음식이 부족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건조식품인 몽골의 ‘아롤’ 등 각 지역의 기후, 문화, 지리가 담겨 있습니다. 유럽은 ‘구야시’와 ‘굴라시’ 등 인근 지역에 영향을 받은 음식도 많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가 많아 엄격한 식사 예절을 지키며, 아메리카는 다양한 문화가 섞인 음식이 많지요.
이처럼 세계 음식에는 각 나라의 기후와 지형, 역사와 문화 등 그들의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책에 실린 음식을 보며 다른 나라에 사는 이들의 문화를 한눈에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인도로 가 왼손이 아닌 오른손만 사용해 음식을 먹고, 내일은 스웨덴으로 가 세계에서 가장 냄새나는 음식을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어 보고, 에티오피아에서는 ‘인제라’를 뜯어 서로에게 먹여주기도 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저녁 늦게부터 느긋하게 고기를 구워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내 모습. 상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고, 여러 나라 친구들과 거리낌 없이 함께할 수 있는 내일을 기다리는 동안, 이 책을 읽으며 세계에서 만날 새로운 친구들과의 신나는 경험을 상상해 보아요.
『1초마다 세계는』
브뤼노 지베르 저자, 권지현 번역 | 미세기 | 2019년
2019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우수상 수상작!
정확한 수치와 통계로 마주하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이야기
1초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아주 빠른 순간입니다. 그런 1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까스로 1까지 세거나 손뼉을 1번 칠 수 있을 겁니다. 심장 이야기도 콩닥, 1번 뛸 거고요. 그렇다면 세계에서는 1초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에게서 세계로 배경을 확장하는 순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1초마다 세계는≫은 1초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계에 근거한 정확한 숫자로 보여 주는 책입니다. 1초마다 세계에서는 결혼식이 2번 열리고, 아기 4명이 태어납니다. 문자 메시지는 200,000건 오가고, 인터넷으로 산 물건은 4,000건 배달됩니다. 또 가정에서는 쓰레기를 4,000킬로그램 버리고, 바닷물 11,000리터가 증발합니다. 그동안 지구는 태양 주위를 30킬로미터만큼 돌고, 사람들은 자동차로 450,000킬로미터를 이동합니다. 그리고 또 1초마다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통계화된 숫자가 알려 주는 우리의 세계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일들로 가득합니다. 크고 작은 숫자들이 대변하는 현상은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놀라우며, 때로는 모순적이라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우리로부터 우주까지 세계를 아우르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를 온전히 관찰해 보세요. 세계의 현상을 1초라는 소재로 여과 없이 바라본 독창적인 관찰력과 깊이 있는 정보, 강렬한 이미지로 2019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한 장면을 펼치면 박스를 배송하는 배달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배달원 팔 안에 가득 들린 박스들을 보며, 우리는 인터넷 거래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운동선수와 기업가의 덩치를 달리 그려 그림만으로도 누가 급여를 많이 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 간의 급여 차이를 알게 하는 장면이지요. 또 카카오가 초콜릿으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녹진하게 녹은 초콜릿이 핑크색 화면을 가득 채워, 초콜릿으로 만들어지는 카카오 양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됨과 동시에 매력적인 그림 속에 풍덩 빠지게 됩니다.
인포그래픽이지만 아름답고, 인포그래픽스럽게 강렬한 통찰력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아름답고 놀라운 성취로 독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일반 추천도서
『내 어깨 위 두 친구』
이수연 저자, 이수연 그림 | 여섯번째봄 | 2022년
“늘 위로받기만을 바랐던 나도,
누군가를 안아 주는 그런 따뜻한 품이 될 수 있을까?”
트라우마로 힘든 당신에게, 기대어도 좋다고 어깨를 내어 주는 이야기
우리는 흔히 트라우마를 극복하라고 말합니다. 트라우마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이겨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쉽게 강요합니다.『내 어깨 위 두 친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것보다, 견뎌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트라우마를 기억 속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영향을 주고,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로 보았습니다. 트라우마를 살아 있는 캐릭터로 만들면 어떨까 고민 끝에, 주인공 토끼와 표범을 만들어 냈고, ‘표범’은 토끼의 유년시절 속 어떤 기억이 만들어낸 트라우마를 나타냅니다.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 경험들로 만들어지듯, 토끼의 삶도 그러합니다. 열한 살 때부터 함께한 검은 친구도 토끼의 성장만큼 변화합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을 끝없이 억누르는 이 무겁고 버거운 친구에게서 토끼는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조금씩 변하듯, 새로운 만남을 반복하고, 작은 새를 돌보며, 토끼는 검은 친구를 점점 다르게 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게 되고, 새를 돌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이제 토끼를 다른 삶으로 안내합니다. 심지어 너를 사랑해 버릴 거라며 안아 주는 토끼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이 책에서 얻고 싶었던 바람, ‘위로’일 것입니다.
긴 호흡의 작업이었을 그래픽 노블을 수채화로 그려낸 이 책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노랑이 표현하고 있는 존재와 따뜻함이 담겨 있습니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힐링이 되기도 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만나게 되는 한 장면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신의 어깨 위 트라우마를 내려놓고 이제는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저자 | 창비 | 2021년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수상작가 김금희 신작 소설
지금, 김금희 소설만이 도달할 수 있는 문학적 성취
2000년대 초중반에 20대를 보낸 한 세대의 회고 서사는 김금희 소설의 인장과도 같다. 이번 소설집의 문을 여는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은 대학 진학에 거듭 실패한 삼수생 ‘나’와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장의사’가 함께 보낸 패배한 여름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소설이 특히 빛나는 지점은 그 시절을 회고하는 ‘나’의 현재에 있다.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빈곤과 무기력을 단순화하는 자신에게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지금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일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자가 지나온 시대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 “일산의 여름을 지켜내는 일”을 골몰하는 이 현재의 자리에서 김금희의 소설은 언제나 새로이 쓰인다.
「마지막 이기성」은 유학생 ‘이기성’과 재일 한국인 ‘유키코’의 연애와 연대가 교차하는 소설로,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었던 이 둘이 한때나마 함께했던 투쟁을 그린다. 이 투쟁은 결국 실패로 끝나지만 ‘이기성’은 “불안의 청춘이 미래를 상상하며 지금으로 던진” “마지막 진실”을 발견한다. 「기괴의 탄생」은 사랑 앞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선택을 위로하는 동시에 질타하고 싶어하는 우리의 복잡한 마음을, 아주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학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까지 하게 된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이혼하고 뉴욕에서 귀국했다는 직장동료 ‘리애씨’와 속내를 터놓으며 가까워진다. 그 두 인물을 통해 기괴한 인생의 진실을 맞닥뜨리려는 찰나 화자가 느끼는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진실을 목도하며 성장하는 인물의 면면은 이번 소설집에서 유독 도드라진다. ‘나’의 이종사촌인 ‘초아’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대에 입학하며 집안에 파란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주식 투자를 할 뿐이다. 불합리한 일에 “정당”하게 항의할 줄 알았던 ‘초아’와 오랜만에 재회한 ‘나’는 “그 시간들의 복원이 이끌어낸 변화”로서, 부당하다 생각했던 일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항의하며 “스스로에 대한 정당한 대접”을 이끌어낸다.
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을 인터뷰하기 위한 부산행을 그린 「크리스마스에는」은 한바탕 소동 같은 하루 동안의 취재를 통해 비로소 ‘나’의 과거와 화해하는 과정을 따스하고도 산뜻하게 보여준다. 제주 부속섬 레지던스 ‘공가’에 입주한 작가들이 모여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깊이와 기울기」 또한 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는 작품이다.
출처 : 서대문구립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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