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도서

3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3.01 등록일 : 2016.03.0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_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2016년도 3월의 읽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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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문학예술 분야

그렇다, 책 제목에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이 책은 작품 해설서에 가까운 인문학 책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권유하는 여행 안내서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느린 것 같지만 정확하고, 과거에 매인 것 같지만 창작의 힘이 느껴지는 유럽의 내면을 작품의 무대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관점으로...

히스꽃과 잡초가 우거진 하워스의 황량한 언덕을 오르면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아직도 그 추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건 아닐까. 베아트릭스 포터가 주변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들을 관찰하며 피터 래빗의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가면 지금도 오리와 고슴도치와 다람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나. 셜록 홈즈가 펄럭이는 옷자락을 여미며 골목을 돌아드는 모습이 떠오르면 런던 베이커 가로 가봐야겠네. '크리스미스 캐럴로 잊혀 가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살린 찰스 디킨스, ‘반지의 제왕으로 판타지 문학에 획을 그은 톨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이상한 오해를 받았던 루이스 캐럴, ‘햄릿한 작품에만도 600여 개의 신조어를 만들어 쓴 셰익스피어,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을 끝으로 글은 도버 해협을 건넌다. 그 다음 이어지는 작가는 카뮈, 모파상, 프루스트, 플로베르이다. 그리고 고흐, 세잔, 샤갈, 피카소, 모네가 그렸던 풍광이 펼쳐진다.

이 책은 구성이 살짝 아쉽다. 전체 20편의 글 가운데 5편이 화가를 다루었는데, 중간 중간 섞여 좀 서걱거리는 느낌을 준다. 모두 작가들로 채웠더라면 좀 더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잘 읽히는 문장은 장점이다. 화려한 수사를 절제하고 현재형으로 서술하는 편안한 문장이다. 사진의 어울림도 탁월하다. 사진 속 인물들이 순간순간 손을 내밀고, 사진 속 풍경에서 바람과 안개와 햇살이 묻어난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l 문학예술 분야

우리에게 일본문학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노벨문학 상은 무엇인가. 이 양자의 의미를 다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번역 출간된 오 에 겐자부로는 봄소식처럼 반갑다. 이미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귀에 익숙한 이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 그는 1994년 일본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전후의 일본문학계를 이끌고 있는 거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사회와 개인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에 들여놓으며, 인간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주제를 집요하게 천착해 왔다. 또한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그린 미래 소설까지 그의 작품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그의 작품을 얘기할 때,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도 작품이 갖는 이러한 특징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 점에서 혹여 지금까지 일본문학에 대한 편견을 가진 독자가 있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오에 겐자부로만의 매력이 여러분을 찾아갈 것이다.

특히 이 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집필에 들어간 만년양식집을 마무리 지으면서,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고 선언한 오에 겐자부로가 던진,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는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가 직접 자신의 단편 23편을 골라, “세부를 적확하게 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나 자신과 공생하는 언어의 감각으로 고쳤다.”고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상당한 가필과 수정이 가해졌다. 말하자면 정본(定本)으로서의 위상을 갖춘 것이다.

기존에 오에의 작품을 읽은 사람 중에는 그의 작품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독자들에게는 초기 단편, 중기 단편, 후기 단편의 3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초기 단편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 그 행복감이 쏠쏠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후기소설까지 읽어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힐 것이다. 이제 개화의 소식이 우리의 가슴으로 밀려오고 있다. 거기에 더하여 오에 겐자부로가 들려주는 삶과 문학을 우리의 가슴에도 꽃 피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l 인문학 분야

백수라는 단어를 듣는 일이 거의 일상처럼 되어버린 요즘이다. 지식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동서고금 3,000년 인류 역사에서 백수가 없는 사회는 없을 텐데, 지금부터 약 300년 전 조선후기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업경제사회였던 당시에 벼슬을 한다거나 육체노동을 통해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한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그 대부분은 토지를 보유한 양반 지주들이었다. 지주로서 어떤 식으로든 농업경영을 주도했을 그들을 일방적으로 백수라 부르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의 많은 백수들도 대개 가족경제의 지원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점을 고려할 때, 토지에 기초한 가족경제를 통해 생활을 꾸려간 양반지주 유식자(遊食者)를 백수라 부르는 것도 일부 타당하다. 다만 사회경제적으로는 비록 백수처럼 보일지라도, 얼마나 차원 높은 지적 활동을 전개하여 실질적으로 사회적으로 공헌하는가에 따라, 정말 하찮은 백수인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거름을 제공하는 진정한 지식인인지 갈릴 것이다.

이 책은 조선후기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격조 높은 담론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데 일조한 네 명의 지식인을 백수라는 코드로 묶어 종합적으로 재조명한다. 벼슬을 스스로 포기하여 혼탁한 정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고, 삶에 찌들어 눈앞의 이해타산에도 얽매이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생각의 자유를 만끽한 네 명의 속생각을 들여다본다. 또한 붕당들이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이전투구를 벌이던 당시 현실을 고려하여 각각 서인계열에서 두 명(김창협, 홍대용), 남인계열(이익, 이용휴)에서 두 명을 뽑아 지식의 균형도 맞추었다. 고전평론가인 이 책의 저자는 위 네 지식인의 사유체계에 대한 학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을 일대일로 직접 만나 각자의 생각과 고민을 공유하고, 그것을 시대상황과 연결하여 담담하고도 감칠맛 나게 풀어낸다. 경제적 활동이라는 형이하학적 기준에만 너무 얽매여 백수를 함부로 판단하고 무시하는 이 숨가쁜 현실에서 한 번쯤은 잠시 한 발 물러서서 삶을 돌아보되, 조선후기 지성사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갖출 수 있는 좋은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l 인문학 분야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편리함과 신속함을 선물했지만 대신 우리가 잃어버린 것도 많다. 잃어버린 것 중에서도 참으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을 기다리는 삶일 것이다. 기다림의 능력, 기다림의 습관, 기다림의 즐거움. 그것이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제 약속장소에서도 상대방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카톡으로 어디쯤 오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미래를 예측하고는 그 예측대로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늘 불안해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우리는 어떠한 응답이 없어도 기다렸고, 응답이 없었다는 기억을 없애는 망각을 통해서 그 기다림을 유지해왔다. 그것은 안으로 품으면서 지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예상(prospect), 프로젝트(project), 계획(program)과 같이 앞으로(pro)” 보고(spect) 던지며(ject) 쓰는(gram) 형태로 살아간다. 이렇게 앞으로 쏠리는 삶의 자세는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삶을 만들었다. 여기서 미래는 현재에서 상상하는 미래일 뿐 실제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기다림은 없다.

임상철학을 개척한 와시다 기요카즈는 이 책에서 기다림이 인간의 근원적 조건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예감과 기대, 징후, 냉각, 대기, 차단, 교착과 같은 기다림의 조건이자 특징들에 대해 설명한다. 사소함에 얽매이는 것도 기다림이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기다림이다. 그것은 끝없이 남에게 자신을 열어두는 행위이다. 또한 기다림은 끝남이 없는 대기이고 방기이며 기다리는 상대를 최종적으로 소거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기다림은 권태와 무의미한 반복을 즐기는 것이고 망각의 힘을 통해 번뇌에서 벗어나는 능력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이렇게 기다림은 자신을 버리고 그 안에 빈자리를 만들어 거기에 무언가 차오르게 놓아두는 것이다. 그것은 적극적으로 욕망을 채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모두 버린 다음에야 조금씩 피어오르는 희망을 기르는 대지가 아닐까?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l 사회과학 분야

세상살이란 개인의 통제력을 넘어선 거대한 사건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품위와 가치관이 배반당하고 그 근본까지 뽑히는 정신적인 극한 상황 혹은 기막힌 억울함 속에 빠져서 좌절과 자기 파멸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펴보면 예측할 수 없고 도저히 이해나 설명을 할 수 없는 온갖 위기와 불확실성에 직면하여 파멸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도덕(모럴리티)을 재확인하고 온갖 곡절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견지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그러한 노력 때문에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도덕세계가 지속되는 것이며 고통과 좌절 속의 사람들에게 빛과 힘의 원천이 된다.

저자는 사회구조와 문화체계를 통하여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고통을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쳐 온 노 의료인류학자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만나고 관찰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주제별로 일곱 명의 주인공을 뽑아서 그들이 일생을 통하여 좌절과 파멸의 고통과 어려움을 어떻게 겪었으며 그 곡절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도덕과 윤리를 포기하지 않고 되살려서 마침내 오히려 특별한 의미를 창조하고 새로운 삶을 일구어 나가게 되었는가를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로써 들려준다. <영혼을 지키려는 노력>,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헌신>, <신념과 욕망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욕망을 제어하려는 종교적 신념>, <치명적인 위기가 삶을 바꾸기도 한다>, <무엇이 정말 중요한 가치인가>, <용기 있는 삶을 산다는 것> 등의 주제를 건 하나하나 독립적인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곧 당신의 인생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고통과 어려움과 억울함은 의료, 정치적 경제적 보상 등으로써는 결코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없는 것이며 다만 자신의 도덕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유의지와 자각과 실천의 노력이 진정한 치유임을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은 문화인류학적 서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실험이나 통계나 설문지 조사 분석이 아니며 철학적 고담준론이나 사회지도자적 훈시, 그리고 저명인사의 위인전기가 아니라 나와 똑같은 보통 혹은 평범한 사람이 겪어낸 삶의 생생한 기록이다. 독자는 그 삶의 이야기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를 발견하고 성찰과 선택의 힘을 찾을 것이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l 사회과학 분야

이 책은 먼 미래에 관한 예언이나 예측이 아니다. 이미 일정 정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직간접적으로 경험되고 있는 향후 5년간의 패러다임 변화를 산업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기술과 융합이 있다.

물론 책에 등장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등의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트렌드를 다루는 책은 다수 있다. 하지만 이 책처럼 생소하지 않은 기존 산업과 영역의 경계를 출발점으로 해, 그러한 기술이 가져오는 산업과 영역, 그 경계의 변화 더 나아가 와해를 종합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말은 끝으로서가 아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산업과 영역 간 경계의 종말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의미로 이것은 기존 산업과 영역 간 경계 내의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새로운 위협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회든, 위협이든 혹은 그 판단을 유보한다 할지라도, 책이 제시하는 산업과 영역의 패러다임 변화는 여기에 대응하고, 더 나아가 이를 선도하는데 유용하고, 구체적인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총 11부로 이루어져있다. ‘산업 전반: 경계의 종말, 새로운 가능성에서부터 출발해 제조업, 금융, 보험, 유통업, 소비재, 인지기술, 운송업, 에너지, 의료, ‘공공분야: 커넥티드 정부와 IoT’로 이어지는 산업과 영역 전반의 생생한 변화 양상을 통해 기업만이 아니라, 기업을 구성하고, 기업에 영향을 받으며,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우리 삶의 패턴에 일어날 그리 멀지 않은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가장 중요한 변화가 늘 진행 중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경험하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l 자연과학 분야

많은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면, 으레 감정이 소진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될 수 있으면 무심하게,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일하는 요령을 일찍 터득할수록 유능해진다. 수많은 환자를 대해야 하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흐름에 홀로 맞선 이가 있다. 바로 이 자서전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환자를 단순히 병에 걸린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자와 가까이 지내면서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양 분노와 고통에 사로잡히기도 하면서 환자와 공감하려고 애썼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서 대중에게 알렸다. 초기에 의학계로부터는 웬 뜬금없는 짓거리냐고 철저히 외면을 받았지만, 환자들과 대중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고 의학계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의 책들은 정신질환에 걸린 이들이 차별을 받을 대상이 아니라,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을 뿐임을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2015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남긴 자서전이다. 자신의 삶을 유머를 섞어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 책에는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병을 지닌 사람이었고, 어머니로부터도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던 동성애자였다. 마약중독자로 지낸 적도 있고, 몸짱이 되기 위해 근육 운동에 매진한 적도 있다. 또 오토바이를 타고 홀연히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런 한편으로 늘 필기구를 옆에 두고 평생 1,000권이 넘는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다면적인 모습의 이면에 숨어 있던 죄의식, 열등감, 고뇌가 환자,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자 애쓴 기나긴 여정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의학이란 무엇인가, 환자가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인가,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고심하며 보낸 한 평생이 녹아 있다.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는 대신에,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연민과 배려로 승화시킨 위대한 의사이자 이야기꾼의 감동적인 생애를 접해보시기를.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l 실용일반 분야

자녀교육은 한국부모의 최대이슈이자 생존이유다. 이상하리만큼 자녀성공에 사활을 건다. 상식초월의 이상 현상까지 비일비재다. 모든 걸 먹어치우는 사교육 붐은 그 절정. 그래서 부모는 숙명처럼 전력질주를 반복한다. 숨이 목 끝에 차올라도 자녀성공의 마법주문만 외면 참아낼 수 있다. 데드라인도 없다. 그런데 의문 하나. 과연 이 선택은 남는 장사일까. 다른 건 빼더라도 일단 가성비가 확실히 떨어졌다. 예전엔 몰라도 이젠 밑지는 장사다. 저성장·재정난·인구병 등 거시악재가 고성장식 성공모델에 종지부를 찍었다. 바늘구멍이 좁아졌을 뿐더러 통과한들 성공인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내로라는 학벌조차 취업난은 매한가지다. ‘스펙=성공마저 의심받는다.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라면 자녀행복을 고대하지 않을 수 없는 법. 묘안은 뭘까.

인간성이다. 먼저 인간이 되도록 가르치는 게 케케묵은, 그럼에도 안 통하는 유물적 성공루트보다 낫다. 공부만 잘해서 앞서가기 힘든 시대다. 우리도 이젠 성공이 아닌 행복을 따질 때가 됐다. 책은 그 실천방법으로 밥상머리 인성교육을 제기한다. 인간교육을 통해 행복에 다가설 필요를 역설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사람, , 대화이고, 그 실현무대를 밥상머리로 본다. 세계최강이라 불리는 유대인의 DNA도 밥상머리에서 진화·축적됐다는 경험적인 근거자료를 덧붙인다. 사실상 한국사회의 불행지표를 해결할 최소공간이 밥상머리인 셈이다.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을 말하지만 한국인답게 한국식으로 재구성한 게 돋보인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가족이면 실천단계별로 매뉴얼을 고안·정리한 부분이 도움이 될 듯하다. 밥상머리 교육이란 게 이렇듯 다양하고 체계적일 수 있다는 점이 재미나다. 낯설고 작위적인 내용이 없진 않지만 크게 걸리진 않는다. 물론 부담스럽다. 혼밥(獨食)이 판치는 각박한 시대환경 탓이다. 맞벌이 회사인간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그림의 떡 아니던가. 그럼에도 해보자 권하고프다. 어쩌면 이 작은 시도가 달라진 시대, 자녀의 행복인생을 위한 밀알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l 유아/아동 분야

오잉? 이 의성어의 울림이 자못 탄력 있고 경쾌하다. 뭔가 뜻밖의 일을 만났을 때 약간의 놀라움과 즐거움을 담아 발하는 탄성이니, 이야기는 흥겹고 재미있을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분화구 같은 구멍 속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걸 보니, 이 아이들이 달나라에라도 온 모양이다.

표지에서 걸게 되는 독자의 이런 기대는 충실히 채워진다. 숨바꼭질하던 아이와 강아지가 두더지 친구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가니 나오게 되는 데가 달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통통, 폴짝, 두둥실, 하늘을 마음껏 뛰어오르고 날아오른다. 그림책의 특별한 장점, 아이들의 감각을 직접 건드리고 터뜨려서 마음껏 해방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이 한껏 발휘된다. 그뿐인가, 아이들은 할머니, 엄마, 누나에서 고양이와 금붕어까지, 온 가족을 데려와 함께 뛴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귤 하나를 심으니 금세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 가족이 돌아가고 난 뒤 토끼와, 눈사람 같기도 하고 오뚝이 같기도 한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달나라 주민들이 여전히 주렁주렁 달린 귤을 함께 즐긴다.

만화 풍의 화면 구성, 동글동글 보드랍고 귀여운 캐릭터들, 아이들 그림 같은 단순한 선으로 표현되는 티 없는 표정과 동작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나긋하게 풀어준다. 이 부드러움과 흥겨운 해방감이 전면에 나서는지라, 달나라에 와서 마음껏 뛰어오르는 가족들이, 허리 굽은 할머니와 만삭의 엄마와 휠체어에 앉은 누나 그리고 다리 다친 고양이라는, 몸 움직이기가 불편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살짝 가려진다. 두 번째 들여다볼 때에야 아, 이런 배려가 들어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호들갑스레 나서지 않는 이 배려에 마음이 더 깊이 따뜻해진다.

우주는, 물리적으로는 무서운 곳이다. 공기도 없고, 어떤 곳은 너무 뜨겁고 어떤 곳은 너무 차갑다. 첨단 보호 장비 없이는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곳이다. 이 무서운 우주를 작고 동그랗고 부드러운 캐릭터들의 행복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 가득 채운다. 후광이 드리워진 귤나무의 환한 색깔과 새콤달콤할 귤 맛도 함께 그곳을 채운다. 차갑고 무서운 우주를 즐거운 놀이터로 바꾸는 그림책의 힘이다. 그러니 그림책으로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터무니없는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l 유아/아동 분야

학생들의 독서지도를 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의무감 으로 책을 읽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책을 읽어야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고,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나중에라도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무감. 그래서 독서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된다. 하나도 즐겁지 않은 일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무감에 의지하는 독서는 힘이 없다. 중학생쯤 되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책 읽으라는 말에서 해방되거나 암묵적으로 독서보다는 공부를 강요받는 순간, 독서는 안 해도 되는 쪽으로 퇴화하고 만다.

이 책은 우리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동물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람들의 욕심, 무책임과 무관심, 이기심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상황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그저 도구로만 바라보는 비생명성(기다려!, 고양이를 재활용하는 방법, 나는 개), 인간을 위해 그저 소모되기 위한 존재로서, 처참한 학대 환경에서 사육당하는 동물들(소풍, 네모 돼지), 독거노인이나 가족에 대한 무관심을 꼬집는 우화들(고양이 국화, 어느 날 집에 호랑이가 찾아 왔습니다). 일곱 편의 동화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히 표제작 네모 돼지는 직접, 자세히 말하는 것보다 그저 담담히 돌려 말하는 것이 더 무거울 수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네모 돼지가 쇠로 만든 상자 틀 속에서 먹고 자기만 하면서 살을 찌우고 죽지 않고 견뎌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은 돼지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럴듯한 공포를 준다. 책 읽어주는 돼지와 녹음된 늑대 울음소리가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적당한 희망과 공포를 주는 사육장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관일까? 독서는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움에서 출발해야 하고 평생을 놀이하듯이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야 한다. 아이들은 책 속에서 즐겁게 누군가를 만나고 그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 순간,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힘이 있는 독서를 경험하게 해 준다. 그냥 적당한 상상력만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깊고 오랜 울림이 있는 낯섦. 즐거움에서 출발하지만 다 읽고 나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무게. 그래서 이 동화는 힘이 세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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