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학교도서관저널 청소년 새책

청소년 문학 추천도서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22.05.09 등록일 : 2022.05.09

학교도서관저널

청소년 문학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의 청소년 '문학'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올해 출판된 신규 도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중 중학생, 중고등학생, 고등학생 3가지로 나뉘어 2~3권씩 추천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고 운영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중학생 추천도서

열기구가 사라졌다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신 옮김|다산책방|2022년

20만 국내 독자를 사로잡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가 돌아왔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미국 전역을 울리고 웃긴 바바라 오코너가 새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가족의 붕괴를 천진난만한 방식으로 극복하는 소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형제를 잃은 소년의 특별한 모험과 성장에 눈을 맞추었다. 전 세계 30여 개의 문학상을 휩쓸며 미국 최고의 성장소설 작가로 인정받는 바바라 오코너답게 신작 『열기구가 사라졌다』는 지극히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유쾌한 문체, 막힘없는 전개로 흥미진진함에 읽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소심한 성격에 사시와 안짱다리라는 신체적 결함을 지닌 월터는 못된 아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데 익숙하다. 유일한 친구이자 우상이었던 형이 세상을 떠난 이후 월터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어느 날 그런 월터 곁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지가 운명처럼 나타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다른 외모를 가졌지만 당돌하고 거침없는 소녀 포지와 열기구 대회를 준비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괴상한 아저씨 밴조를 만나며 월터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불의의 사고로 애지중지하는 열기구를 잃어버린 밴조는 두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고, 세 사람은 열기구를 찾아 모험을 시작한다. 숲을 가로지르고 강을 따라 걸으며 구석구석 찾아다니던 끝에 강가에 처박혀 수초와 뒤엉켜 있는 열기구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사이 밴조의 픽업트럭이 고장 나서 열기구를 옮길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틀간 폭우가 이어지는데, 비가 잦아들고 그 장소로 다시 찾아가니 흔적도 없이 열기구가 사라졌다. 밴조의 열기구는 어디로 갔을까? 열기구를 구출하려는 삼총사의 대담무쌍한 모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열기구가 사라졌다』는 주인공 월터가 자신을 억누르는 감정에서 벗어나 나 자신으로 우뚝 서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열기구를 찾아다니는 과정을 통해 월터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소심한 성격과 평범치 않은 외모로 늘 움츠러든 기색을 보였지만 포지와 함께 다니며 매사에 당당하게 지내는 법을 배운다. 또 밴조의 모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형의 그늘에서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월터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는 형이 등장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었지만 포지, 밴조와 모험을 겪으며 조금씩 자신만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더는 같은 꿈을 꾸지 않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형을 꿈에서조차 만날 수 없게 되지만 월터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슬픔을 훌훌 털어낸다. 이처럼 변화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고 한 단계 성장한 월터의 모습은 스스로 정한 한계를 깨닫고 이를 뛰어넘길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숨을 참는 아이


뱅상 자뷔스 지음, 이폴리트 그림, 김현아 옮김|한울림스페셜|2022년

루이의 일상에 찾아온 특별한 변화!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열한 살 소년 루이는 고개를 숙인 채 뛰다시피 길을 걷고, 눈을 감고 숨을 한껏 들이마신 다음 폴짝폴짝 횡단보도를 건너며, 친구와 뛰놀거나 대화를 나누는 대신, 스스로 정한 규칙과 점수 매기기에만 집착한다. 루이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곳은 자신의 방 안이다. 이곳에서 1500장이 넘는 지식 카드를 만들고 또 분류하는 건, 불안을 가라앉히는 루이만의 방식이다. 그러나 루이의 머릿속에서는 끝없이 “쓸모없는 녀석!” “멍청이!” … 비난 섞인 말들이 들려오고, “싫어!” “아니야!” 비명을 지르는 루이에게 워커홀릭 아빠는 “잠깐만 기다려, 루이. 곧 갈게.”라고 말할 뿐이다.

어둠에 잠긴 집안, 열리지 않는 방문,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친구 필리프, 숨소리만 들려오는 전화, 루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작은 양철통까지… 루이의 매일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독자들의 걱정도 잠시, 다음 날 아침 늘 똑같던 루이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오래된 배게, 재채기, 진드기, 알람시계가 만든 우연한 사건 때문이다. 루이는 늦잠을 자고, 준비한 자료를 깜박 잊은 덕분에(?) 멋진 발표를 하고, 그 탓(?)에 학교 대표로 발표 대회에 나가게 된다! 대회를 위해 루이는 익숙한 집과 학교를 떠나 도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긴장한 탓에 더 심한 강박 행동을 보이고, 용기를 낸 도전이 좌절과 실망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바나나 껍질과 고물 자동차에서 시작된 우연한 사건들은 다시 한 번 루이를 세상 속으로, 함께 살아가는 삶 속으로 향하게 한다.

수줍음 많은 소년 루이와 재주 많은 삼촌, 양철통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엄마, 목소리만으로 존재를 알려주는 일중독자 아빠, 상상 속 국왕 친구, 루이의 불안을 보여 주는 양가 조상들, … 여기에 재채기, 진드기, 바나나 껍질이 큰 역할을 하는 이 책은 그리 멀지 않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동화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극작가 자뷔스와 그림이야말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창이라고 믿는 이폴리트는 그래픽노블이라는 매력적인 장르를 활용해 등장인물 모두의 삶은 물론,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을 응원한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이미 기적”이라고. 까마득히 먼 옛날 우주가 창조되었을 때부터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연과 필연이 모여 지금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니 어떤 모습으로든, 지금 여기 살아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일이다!




중고등학생 추천도서

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


박영희 엮음, 박혜 그림|숨쉬는책공장|2022년

가깝고도 먼 국경 마을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한국, 중국, 조선족, 가족, 친구.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

중국 흑룡강성 동녕시에 위치한 삼차구 마을은 러시아와 국경을 이룹니다. 책 《국경 마을, 삼차구에서 보내온 이야기》는 삼차구 마을에서 지내는 중학생, 고등학생인 청소년들이 쓴 글들을 담았습니다. 삼차구 마을의 원주민은 연해주에서 건너간 이주민입니다. 19세기 중엽 한반도 함경도 주민들은 포악한 관리들을 피해 살길을 찾아 연해주로 떠났고, 그들의 후손들이 지금의 삼차구 마을 원주민인 셈입니다.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의 시간과는 달리 삼차구 마을의 시간은 조금 더디게 흘러가는 편이라 삼차구 마을의 모습은 이전 한국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다소 작은 집, 다소 작은 길, 한국어 간판들이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담긴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옛 모습과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책에 담은 글을 청소년들이 썼기에 청소년 시절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불러오기도 합니다.

삼차구 아이들이 글에 담은 생각과 고민, 아픔, 기쁨, 여러 경험 등은 우리와 다르면서도 또 닮아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 있기도 하고 현재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고민, 여러 경험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삼차구 마을 사람들은 ‘조선족’이라고도 불립니다. 조선족의 삶,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과 중국의 모습에서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여러 현실을 살펴보게 합니다.

이 책을 엮은 시인이자 르포작가인 박영희 작가는 안중근 의사의 활동과 행적을 따라 역사와 평전 속 안중근 의사를 기행을 통해 다시 만나게 하는 《안중근과 걷다》를 썼고,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래도, 살아갑니다》를 썼습니다. 이번에는 조선족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박영희 작가는 책 집필을 위해 취재차 2015년에 삼차구 마을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2017년부터 삼차구에서 중국어에 빼앗긴 우리말을 되살리기 위해 ‘파랑새 우리말 백일장’을 처음 열었습니다. 이 책은 백일장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삼차구 아이들의 글들은 삼차구는 물론 과거와 현재,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합니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


김미승 지음|다른|2022년

또 다른, 또는 진정한 의미의 성장소설

오늘날에도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생활을 하는 가정이 적지 않지만, 어떤 부모도 아들딸에게 단이 엄마처럼 “배부르고 등 따스운 삶이 최고다”라고 가르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에게 ‘꿈’이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다. 또 그만큼 열네 살 단이의 현실은 암담했다. ‘꿈이 뭐냐’는 질문마저 낯설다고 느낄 만큼. 엄마가 다치고 삶의 터전이었던 팥죽 가게마저 빼앗기면서 단이는 두 식구의 생계를 홀로 짊어지게 된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은 그런 상황에서 단이가 세상의 문턱을 넘어 제빵 경연에 참여하며 자기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조선인들은 온갖 차별과 핍박을 받고, 하고픈 일마저 방해를 받았던 일제강점기, 단이는 놀랍게도 꿈을 발견했고, 더욱 놀랍게도 주저하지 않고 그 길로 나아간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감동적인 성장기인데, 가장 놀랄 일이 남아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가장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인물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제과점에 갈 재료를 빼돌리고 단이네 가게를 빼앗는 등 악행을 일삼던 미우라 사장은 빵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단이의 진심에 끝내 마지막 남은 양심을 저버리지 못한다. 단이에게 감화된 사장은 제과점 내에서 조선인 종업원을 차별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는 성장소설에서 중심인물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지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는다. 《꿈을 파는 달빛제과점》의 결말은 어떤 면에서 그런 날갯짓을 보고 싶은 욕망을 완전히 충족해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 아쉬움보다는 충만함으로 가득 채워진 마음은 순수한 노력과 진심으로 타인까지 변화시킨 단이의 성장이 그 어떤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값지고 눈부신 것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사막을 지나는 시간


강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공부에 지치고 친구 관계에 상처받고 경쟁에 내몰려 방황하는,

사막 같은 시간을 지나는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로 청소년들을 대변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강미 작가의 연작소설 『사막을 지나는 시간』이 문학과지성사의 ‘푸른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던 ‘민준’과 ‘창우’를 중심으로, 고등학교에 막 진학한 이후 치열한 수험생 생활을 하며 겪는 3년의 일상이 교차되면서 이어진다. 함께여서 즐겁기만 하던 관계는 어느덧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며 자기만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틈이 벌어진다.

작가는 민준과 창우 외에도 이들 곁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분투하는 성택, 재희, 준영 등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이들 모두가 각기 모습은 다를지언정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거쳐 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홀로, 때로는 함께 의지하며 이 사막 같은 시간을 지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진한 공감과 여운을 자아낸다. 삶의 어느 길목에서 느끼는 이 끝도 없는 막막함은 비단 청소년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에, 비록 꺾이고 상처받더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나아가기를, 그리하여 매일 반복되는 지친 일상이지만 어제와 다른 오늘, 자꾸만 가슴 뛰는 내일이 되기를 마음 깊이 응원하며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 아이들 모두가 “사막에 있어서 더욱 빛나는 눈기둥처럼” 힘든 시간을 견디며 피어나는 소중한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지금 현재 이 순간을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무엇을 잃은지도 모른 채 그 시기를 지나쳐온 부모 세대도 이 작품을 함께 읽는다면 결국은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는 일이 자신이 집안에서 인정받는 길이라 여기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민준. 작은 마트를 운영하는 단란한 가정에서 밝게 자랐지만 대형마트로 인해 가세가 기울고 취미에서부터 사교육까지 민준과의 격차를 느끼며 힘들어하는 창우.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쾌해 보이지만 친구의 오토바이 사망사고로 인해 웃음을 잃은 재희. 성적이 뛰어나고 집안형편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민준의 새 과외 멤버로 붙여준 성택. 교지편집장으로 활동하며 명실상부 동네의 전통인 얄개 분식의 손자 준영. 성적, 가난, 우정, 이별 등 이들이 겪고 있는 3년은 결코 지나고 말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민준의 집 현관 앞에 걸린 황금색으로 칠해진 그림 안에는 황금색이 갈색으로 짙어지는 사이쯤에 개 한 마리가 끼어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두 가지. ‘물살을 거스르는 개’와 ‘모래에 파묻히는 개.’ 자신이 아닌 자식이 왜 꿈이 되어야 하는지, 가난은 왜 이토록 불편하고 불합리한지. 평생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우정도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가운데 불안하고 힘겨운 시간은 이어진다. 상심한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 같은 건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며 각자의 길을 걷는, ‘친구’라는 타인들 틈에 끼인 아이들. 하지만 이들은 함께할 수 없을지라도 오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가 그곳에 있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지금’이라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그 안에서 빠지고 데이고 스러지면서 견뎌낸 시간이 눈기둥처럼 솟아나기를, “자신의 잠재력과 의지를 믿고 눈앞의 사막을 잘 건너길" 바라본다.




고등학생 추천도서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


리자 발라부안느 지음, 윤여연 옮김|시프|2022년

“나는 예민한 존재일 뿐이야, 틀려먹은 게 아니라!”

2021 프랑스 노르망디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프랑스 노르망디 청소년 문학상은 노르망디 지역의 학교 교사,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 청소년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매해 6월 4개의 문학작품을 선정하고, 총 98개교 205개 학급, 54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최종 선정작을 뽑는 의미 있는 상이다.

최종 수상작에 선정된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고독한 소년 로미오가 사회와 학교라는 공간에서 비뚤어질 대로 비뚤어진 또래들의 폭력성을 응시하면서, 선의와 공감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적인 사건과 이 사건 속에 휘말려든 로미오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독백의 형식으로 기록한 이야기에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모순투성이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괴물이 되기보다 무해한 어른이 되려 하는 로미오의 내적 분투는 읽는 이의 가슴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로미오와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곁을 내줌으로써 짓눌리지 않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덤덤하지만 울림 있는 언어로 그려낸다. 또래와 딴판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면서도 자신의 불완전함을 사랑할 줄 아는 로미오의 성장기는 특히 각별하다. 독자들은 로미오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감응할 줄 아는 존재가 마침내 자신과의 불화를 끝내고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기 마음을 돌아보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독립적이고 섬세한 로미오의 영혼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무리에 끼지 못하면 괴롭힘의 타깃이 되기 쉽다. 이 소설은 지금 여기, 십 대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을 끝까지 마주하면서도, 그 안에서 서로를 일으키고 희망으로 도약하는 인물들의 용기, 조용하지만 묵직한 저항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섬세하게 그린다. 신선한 형식, 편견을 녹이는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이라면 매력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내겐 너무 컸던 그녀


마리옹 파욜 지음, 이세진 옮김|북스토리|2022년

명품 브랜드 디올이 선택한 아티스트 마리옹 파욜의 엉뚱한 그림책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그는 2021 FW 온라인 패션쇼의 티저 영상을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아티스트 다섯 명에게 의뢰했다. 여기에 테레사 케루비니, 아이샤 마두 등과 함께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옹 파욜이 꼽혔고, 그는 여성의 몸과 관계에 대한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디올이 선택한 아티스트, 마리옹 파욜의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아트 그림책 『내겐 너무 컸던 그녀』가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어 독자들을 찾아간다.

관계에 대한 유머러스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관계의 조각들』, 연인 간의 사랑을 다양한 메타포로 그려낸 『어떤 장난』, 앙굴렘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인 『사랑도 보류가 될까요』, 아버지의 죽음을 차분하게 그려낸『돌의 부드러움』에 이어 소개되는, 『내겐 너무 컸던 그녀』는 마리옹 파욜 특유의 세련된 그림과 이야기가 담긴 감각적인 그림책이다. 『내겐 너무 컸던 그녀』로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떠오른 마리옹 파욜의 매력에 빠져보자.

『내겐 너무 컸던 그녀』는 한 남자가 화랑에 걸려 있는 그림을 구입하면서 시작된다. 그 그림에는 야수에게 위협을 받는 한 여자가 그려져 있는데, 남자는 그 여자와 사랑에 빠져 구해주고 싶어서 그림을 구입했다. 그의 간절한 마음이 기적을 일으켰는지 그림 속에 있는 여자는 그의 손을 잡고 그림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는데, 그 여자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과연 남자는 그림에서 튀어나온 아름답지만 너무 큰 여자와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내겐 너무 컸던 그녀』는 엉뚱하고 귀여운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예술과 상상력과 창작에 대한 우화로 읽을 수 있다. 그림 속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창작물 속 캐릭터에 빠진 사람을, 또 남자가 그림 속 여자를 위해서 벌인 온갖 시도들은 2차 창작을 비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리옹 파욜은 이 작품을 통해서 창작의 원동력은 역시 사랑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몇 번을 다시 봐도 사랑스러운, 마리옹 파욜의 매력이 가득 담긴 책이다.




춘란의 계절


김선희 지음|자음과모음|2022년

봄이 매년 돌아오듯

춘란과 춘란을 닮은 모든 이들에게 반드시 따뜻한 계절은 찾아온다!

세상은 다름을 쉽게 이해해 주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도 가족 구성원의 수, 이름, 외모, 사랑하는 사람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주인공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고, 언어 및 신체 폭력을 거리낌 없이 행사한다. 춘란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봄의 향기는 한파처럼 찾아온 시련에 계속해서 묻히고, 그러한 날이 길어질수록 춘란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다. 내겐 행복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소설은 춘란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춘란의 서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학교 공동체의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춘란과 태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소수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나라는 존재를 해명하고, 변명하다 결국 도망친다. 소설은 그런 이들에게 위로와 연대의 목소리를 건넨다. 시린 겨울이 영원할 것 같지만, 거짓말처럼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춘란의 삶과 태승의 삶이 그러했듯 우리는 숨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고. 그들이 해야 하는 것은 세상을 향한 해명과 도피가 아닌 ‘나’를 사랑하는 것뿐이다.

춘란은 지독한 열병 같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이름, 열꽃과 함께 비로소 진정한 봄을 맞이한다. 그것은 이전의 나를 버리기 위함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랑하기 위함이다. 세상 모든 춘란이 이 소설을 읽고 따뜻한 양지에서 단단한 뿌리와 함께 나라는 싹을 틔울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 자리엔 서리와 그늘 대신 꽃잎과 볕이 내려앉기를.

김선희 작가의 신작 『춘란의 계절』은 제목처럼 춘란의 삶에서 가장 따뜻한 순간과 시린 순간을 모두 보여주는 이야기다.

춘란은 남들은 알지 못하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났다. 아빠와 단둘이 지내는 유년시절은 춘란에게 가장 따뜻했던 순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아빠의 재혼을 시작으로 춘란의 삶에는 이전과 다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친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춘란은 집으로 돌아와도 자신은 마치 이방인이 된 것만 같다. 외로움이 커지다 못해 익숙해질 무렵 춘란에게 특별한 친구 태승이 찾아오는데, 그것 역시 찰나의 행복이었을 뿐.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사라진 태승의 빈자리는 더욱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외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지속하던 어느 날, 춘란은 자신과 외모도 성격도 다른 신비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랑을 경험하게 된 춘란은 용기를 내어 신비에게 고백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비와의 연애는 점점 춘란이 꿈꾸던 것과는 멀어져만 가는데…….

소설 속에는 춘란과 태승을 포함한 다양한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들어 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기에 계속해서 용기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눈보라 같은 시련 속에 웅크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이다.



출처 : 학교도서관저널

http://slj.co.kr/bbs/board.php?bo_table=book&wr_id=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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