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찾아봐요, 내 마음 속 한문장
금나래도서관 나래 북큐레이션
찾아봐요, 내 마음 속 한문장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가을을 맞이해 금나래도서관에서 '시'를 주제로 북큐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시 한 편과 함께 알찬 독서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천사의 시』
정호승(시인) 글 조광호 그림 북스캔 2007.12.24
'세상에서 천사처럼 살고자 노력했던' 고(故) 정채봉 작가의 영전에 바치는 시화집이다. 화가이자 성직자인 조광호 신부가, 자신에게 마지막 고백성사를 하고 세상을 하직한 작가 정채봉을 기리기 위해 '천사'를 주제로 한 수십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고인이 살아생전 가장 절친했던 정호승 시인은, 조광호 신부의 그림을 토대로 운문 형식의 글을 썼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싶은 길이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시집
꼭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길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가지 말라는데 한사코 그 길을 간 사람도 있다. 아마도 이 시대의 문인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기도 할 것이다. 시인 나태주는 이 한 줄의 문장이 일생을 붙잡아 왔다고 고백한다. 글을 쓰는 일이 그랬다. 다만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쓸모없는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고 끝내는 무엇보다 잘한 일이 되었다 한다.
나태주 시인은 소박한 언어로 명징한 심상을 표현하는 짧은 시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현상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기세로 서점가를 점령하며 대표적 인기 시인으로 급부상했다. 〈풀꽃〉을 시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시들은 드라마와 CF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더 유명해지며 국민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선보이며 뒤늦은 나이임에도 보기 드문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시력(詩歷) 50년 차의 시인 나태주에게 끊임없이 솟아나는 시적 영감과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 최근의 시부터 등단 초기 70년대 과거의 시까지 역순으로 편집한, 나태주 시인의 스페셜 에디션 시집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는 저자 나태주 선생이 직접 고른 시들로 엮어졌다. 시를 읽다 보면 시상의 내부 깊은 곳, 웅숭깊은 사유에 고인 맑디맑은 정수와 그 안에 열리는 풀꽃 같은 순수 무구한 시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시인은 여러 달에 걸쳐 일평생 쓴 5,000페이지의 방대한 시 가운데 고르고 골라 400여 페이지의 시를 추려냈다. 그래도 장편소설이나 웬만한 사전 한 권만큼의 분량이다. 나태주 시인은 빙긋 웃으며 말한다.
한 사람의 일생이 담긴
시집이어서 그렇다고.
『마음 챙김의 시』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손 대신 시를 건네는 것은 어떤가.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씨. 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인들이 나와 타인에 대한 운율 깃든 성찰로 독자를 초대한다.
아름다운 시들을 모았다고 해서 좋은 시집이 되지는 않는다. 진실한 깨달음이 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 백만 독자의 찬사와 인기를 얻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15년 만에 류시화 시인이 소개하는 마음챙김의 시들. 삶의 무늬를 담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2020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루이스 글릭의 시 〈눈풀꽃SNOWDROPS〉 수록되어 있으며, 류시화 시인은 “〈눈풀꽃〉은 인생이라는 계절성 장애를 겪으며 잠시 어두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읽어 주고 싶은 시다.”라고 말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사랑일까 사랑이 일까”
마음에 묻어나는 투명한 얼룩들
문학동네시인선 111번째 시집으로 이현호 시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를 펴낸다. 2007년 『현대시』로 등단, 2014년 첫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이후 사 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이다. 극도로 예민하고도 섬세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때로는 미어질 만큼 슬프고 때로는 아릴 만큼 달콤한 시를 선보여온 이현호. “너는 내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다”라는 그의 첫 시집 속 한 문장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고유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주요한 한 문장이자, 바로 이현호 시를 설명할 결정적인 한 문장이기도 하겠다.
이번 시집은 총 두 파트로 나뉘어 있다. 지난 시절의 아날로그를 떠올리게도 하는 ‘SIDE A’ 그리고 ‘SIDE B’라는 구성. 그래서일까?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신작 시집은 빙글빙글 돌아가는 LP의 음색처럼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또한 원하는 곡으로 바로바로 넘어갈 수 없는 카세트테이프처럼 하나하나 차근차근 음미해주길 바라는 아름다운 시들로 가득하다. 총 60편의 시, 60개의 곡으로 구성된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는 지난날과 지날 날에 대한 궤적이 빼곡히 기록된(RECORD) 하나의 음반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오늘은 슬픔과 놀아주어야겠다”(「말은 말에게 가려고」)는 구절에서, “슬프다는 한마디, 그 속에 벌써 우리가 산다”(「문장 강화」)는 말에서, “울음은 울음답고 사랑은 사랑답고 싶었는데/ 삶은 어느 날에도 삶적이었을 뿐”(「아무도 아무를 부르지 않았다」)이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시인 특유의 멜랑콜리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편이 물기와 회한을 머금고 이어진다. 사랑과 사람과 삶에 대한 그리움, “분명 살아 있는데 자꾸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염리동 98-13번지」)곤 하는 갈망, 스쳐가거나 떨어져내리거나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는 자의 노스탤지어. 시인은 시로 쓰여진 노스탤지어 속에서 다시 한번 살고, 노스탤지어가 될 것만 같은 순간을 예감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지어 건넨다.
좁은 골목까지 들지 못하는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습관처럼 손을 잡고 걸었다. 삼천오백원어치만큼 하늘이 밝아 있었다. 슬픔을 화폐로 쓰는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억만장자일 거야. 반지하방에서 옥탑방을 거쳐 볕이 고만고만 드는 이층집으로 옮겨 앉는 동안 당신도 슬픔에 대해 몇 마디 농담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_「만하(晩夏)」 부분
두 남녀가 손가락을 걸고 걷는다
당신이 없으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 말 못해요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사랑을 이야기할 수조차 없어요
그런데 당신을 말하려고 하면
손끝만 닿아도 스륵 풀려버릴 것 같은 매듭들
_「투명」 부분
비문(非文)에서 비문(碑文)으로
비문(悲文)에서 비문(秘文)까지
몇 번을 고쳐 써서 겨우 나의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 문법에 어긋나는 비문의 형태로만 적힐 때, 그리하여 사랑하는 상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할 때, 그때의 절망과 비참을 어떤 이는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_김나영(문학평론가), 해설 「투명하게 얼룩진 말」에서
이현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비문을 빼고 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나는 나를 생활했다”라거나 “나는 너를 좋아진다”(「말은 말에게 가려고」)와 같은 문장, “나는 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명화 극장」) 같은 비문들. “오래 들여다보아도 손댈 수 없는 비문만이 남을 때”(「나라는 시간」), “침묵이라는 비문(非文)과 침묵이라는 귀신들의 회화(會話)”(「눈[目]의 말」)와 같은 구절을 곰곰 되짚어...(하략)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권.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시인) 저 문학동네 2014.05.20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4부 85편의 시로 구성된 시집이다. 저자의 기도하듯 주문 외듯 신탁을 전하듯 씌어진 잠언 지향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살기 위해 낙담의 자리에서 은은하고도 든든한 모습으로 선 한 사람의 혼잣말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의 산문집을 발표하며 여행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병률의 다섯 번째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에 골몰하며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해가는 뜨겁고도 명확한 인식의 순간들로 주목받았던 시집 《눈사람 여관》 이후 쓰고 발표한 60편의 시를 엮었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하는 깊고 저린 시편들로 우리 마음의 경계를 흔들어온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언어들로 믿음에서 비롯한 사람의 자리를 묻고 또 묻는 일, 어쩌면 사랑과 가까워지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저자는 온전한 혼자가 되어 자주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때로는 불안을 잔뜩 껴안은 채로, 바깥을 걷고 들여다보는 일에 골몰한다. 그렇게 혼자가 된 저자가 끝내 그만두지 못한 마음속 혼잣말들은 담장을 쌓아올리듯 겹침과 포개짐을 반복하며 질문을 낳았고, 더는 혼자가 아닌 말이 되어 끝내 시로 완성되었다.
『다른 시간, 다른 배열』
이성미 저 문학과지성사 2020.12.17
“인간을 앞서는 예술, 그 세계는 끝났다.”
『칠 일이 지나고 오늘』의 저자 이성미 7년 만의 신간
2020년 문학과지성사의 마지막 신간 시집은 이성미의 『다른 시간, 다른 배열』이다. 시인은 2001년 실험적인 상상력과 전복적이면서 경쾌한 문법을 선보이며 등장한 이래, 두 권의 시집을[『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2005), 『칠 일이 지나고 오늘』(2013)]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7년 만의 신간으로 그의 시집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즐거운 연말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이번 시집은 2014년부터 근래에 걸쳐 씌어진 시들을 묶었다. 1, 2부에서 낯선 체험과 감정, 또는 시간의 공간화 등의 주제에 집중하는 데에 반해 3, 4부는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들로 촉발된 고민이 담긴 시들로 채워졌다. 특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운동이 시작된 이후 이성미는 “2016년 10월, 내 마음속에서 시가 죽은 달이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시를 쓸 때의 “하얗고 보드라운” 마음이 죽었다(「뒤표지 글」)는 단언과 함께 시집의 후반부는 화자의 흔들리는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16년 10월 이전과 이후의 시들이 함께 수록된 이 시집은 시인이 오래 집중해온 기존의 시적 주제와 동시에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지 모르는 무정형의 에너지가 함께 존재하는, 그야말로 “다른 배열, 다른 시간” 속에 놓여 있다.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
마음을 돌보며 고요히 지나온 시간이 한 발짝 내딛는 당신을 더 멀리 데려다줄 거예요
찬란한 봄을 맞이할 내일에 바치는 응원의 시
국내 최초의 시(詩) 큐레이션 앱 ‘시요일’이 엄선한 시선집 『내일 아침에는 정말 괜찮을 거예요』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시요일 기획위원인 신미나, 안희연 시인이 졸업과 입학, 취업 등 새로운 시작을 앞둔 모든 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70편의 시를 균형감 있는 안목으로 가려 뽑았다. 설레는 새 출발에 앞서 긴장과 걱정을 다스리고, 처음의 다짐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혼자’와 ‘고요’, ‘다짐’과 ‘시작’이라는 주제로 선별된 시들로 굳은 마음을 다독이며 이완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윤동주, 김용택처럼 세대를 아우르며 폭넓게 사랑받은 시인부터 박소란, 김소연, 박연준처럼 섬세하고 농밀한 시적 감수성으로 위안의 언어를 전한 시인들의 작품, 시단과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안희연, 박준, 황인찬의 작품까지 시인 70인의 다채로운 시에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의 모습과 새로운 도약에 힌트가 되어줄 순간들이 오롯이 담겼다.
『시가 나를 안아준다』
『시가 나를 안아준다』는 오래도록 곁에 두고서 자꾸만 들춰보며 읽게 되는 ‘베갯머리 시’를 표방한다. 괴테, 틱낫한, 잘랄루딘 루미, 니체 등의 시를 담았지만 단선적인 잠언적 성격의 시도 아니고, 자칫 난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는 문학적이기만 한 시도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되 울림이 있는 시를 담았다. 윤동주, 신동엽, 이성복, 정호승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를 비롯해 동서고금을 망라하여 좁은 현실에 갇혀 있는 시야를 열어 더 멀리 바라보게 하고 삶에 대한 통찰을 일깨워 주는 시들이다. 또한 레이먼드 카버, 에쿠니 가오리, 웬델 베리 등 국내에 시가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가의 새롭고 신선한 시들도 만나볼 수 있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게, 소박한 듯하지만 참신하고 마음에 울림이 남기는 시들이기 때문에 베갯머리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시들이다.
출처 : 금천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