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국립중앙도서관 주제별 컬렉션

한국의 아동문학상 수상작

지은이 : _ 출판사 : _ 발행일 : 2020.08.19 등록일 : 2020.08.19

국립중앙도서관 주제별 컬렉션

한국의 아동문학상 수상작


국립중앙도서관 주제별 컬렉션 '한국의 아동문학상 수상작'을 소개합니다. 그 해의 수상작들은 시대를 엿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는 수상작 살펴보시고 뜻깊은 독서시간을 가져보세요.


마해송 문학상

마해송문학상은 작가 마해송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문학과지성사’에서 2004년에 제정하고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문학상이다. 역량 있는 아동문학 작가들을 발굴하고 격려하여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지원하고자 만들었다. 마해송은 18세의 나이로 한국 최초의 창작 동화인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발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폐쇄적인 상황에서 자유와 평등의 상상력을 보여주어 한국 창작 동화의 효시로 평가받는 작가이다. 그는 독립정신을 비유한 <토끼와 원숭이>, 민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떡배 단배> 등 시대정신을 동화 속에 녹여낸 작품으로 아동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해마다 응모된 장편 동화 및 단편집 중에 뛰어난 아동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하며 매년 12월에 수상작을 발표하고 이듬해 5월에 시상식을 진행한다. 상금 1,000만원(선인세)과 상패를 수여하며 수상자에게는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참관 및 유럽문화기행 특전을 부여한다. 당선된 작품은 책으로 출간한다.

제 3회(2007) 수상작 기억을 가져온 아이 / 김려령

이 작품은 소외된 채 세상을 떠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동문학이 그동안 어린이 독자에게 말하기를 주저하며 깊게 다가서지 않았던 죽음의 이야기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도 어둡고 우울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독자는 주인공의 판타지 여정을 따라가면서 크고 작은 모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이르게 된다.
주인공 차근이가 작품 속에서 경험하는 기억의 호수라는 판타지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존재들의 다양한 삶, 그들이 살아가는 동안 주위 사람들과 함께 빚어낸 여러 가지 기억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이야기는 아파트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시골로 가버린 차근이네 할아버지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차근이의 아빠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차근이를 데리고 시골에 내려가고 차근이는 동네의 꼬마 무당 다래와 친구가 된다. 다래는 차근이에게 실종된 할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고 말하며 아빠의 실험실 창고 벽 속으로 차근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벽에서 나오는 알 수 없는 보랏빛을 타고 다른 세계로 이동한 두 어린이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기억의 호수를 만난다. 이곳은 세상에서 잊혀져버린 사람과 버려진 동물들이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
김려령 작가는 인터뷰에서 동네마다 그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서로 다른 얼굴의 신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령들은 비록 생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약자와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따뜻하고 맑은 눈들이다. 작가는 우리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낮추어야만 “왜?”라는 물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며 그 질문을 가장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존재는 어린이라고 보았다. 자신 또한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와서 마음을 건드려준 인물들을 작품에 등장시킨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판타지 형식을 빌려 기억과 망각, 건망증과 착각 등 기억의 비밀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채롭고 유쾌하게 보여줬다”는 독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제 2회(2006) 수상작 찐찐군과 두빵두 / 김양미

<찐찐군과 두빵두>는 가부장제 사회의 가족에 대한 묘사에서 기존 문학작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동화다. 작가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이면서도 담담한 관계의 변화와 새로운 모색의 과정을 다룬다. 이 책에 그려진 아버지의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작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는 가부장적 가족 형태를 재조명하면서 장차 이에 대한 여성주의적 분석이 이루어질 것임을 조심스럽게 예고하는 것이다. 작가는 어린이 독자에게 가족 내 어른의 고충이나 입장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섣부른 갈등 조정을 통한 존재감 회복도 시도하지 않는다. 작품 속 아버지들은 대개 심리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아이 곁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의 부재를 ‘있는 어머니’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보면서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오직 ‘없는 아버지’를 두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꾸밈없는 생각과 고민이다.



박홍근 문학상

박홍근아동문학상은 1989년 박홍근 작가가 자신의 고희 때 119인 합동문집 『두고 온 고향 바다』 엮어 내면서 발의하여 1990년에 직접 제정한 문학상이다. 동요 ‘나뭇잎배’를 비롯해 실향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낸 아동문학 작품을 남겼던 박홍근 선생은 생전에 자신의 문학상을 제정하는 일에 대해서 어색하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이야기에 "우리 부부에게는 자녀도 없고 후사를 맡길 일가도 없다. 우리가 모은 조그만 재산이 얼마나 남을지 몰라도 모두 우리 아동문학에 도움이 되도록 쓰고 싶다. 내 사후에 아내가 내 뜻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라고 뜻을 밝혔다. 2006년 작가가 타계하면서 6년간 중지되었던 박홍근아동문학상은 2011년에 다시 이어진다. 그의 유지에 따라 부인 김미사 선생은 전 재산을 '박홍근 아동문학상' 운영기금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기탁했다. 현재 가톨릭출판사가 주관, 운영하고 있다. 동시, 동화, 동극, 아동문학평론을 모두 대상으로 하며 한 해동안 발표된 작품 가운데 뛰어난 한 작품을 선정하여 시상한다. 시상식은 매년 11월 11일에 열린다. 수상자는 상금 1,000만원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명의 상패를 받는다.

제9회(1998) 수상작 꽃과 새 / 오순택

동시집 『꽃과 새』는 들녘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에 대한 서정시가 70여 편 실려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순수하고 정직한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쓴 시들로, 시인은 자신이 쓰는 동시의 모태는 자연이며 지향점은 작은 것에 대한 애정이며 연민임을 밝힌 바 있다. 「꽃」 편에는 이름과 유래가 흥미로운 애기똥풀을 비롯하여 학교 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모스, 살구꽃, 자운영 등을 노래한다.
어머니를 닮은 호박꽃, 할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할미꽃, 텅 빈 분교장을 지키는 초롱꽃도 있다. 「새」 편에는 인가 가까이 살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을 담고 있다. 꽃과 새, 그들을 바라보는 시인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가 된다. ‘들녘에 나가 /종일/ 꽃을 꺾었습니다.//(중략)보랏빛 꽃잎을 따서/ 들녘에 흩뿌렸더니/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개망초꽃 꺾어서」) 오순택이 노래하는 꽃과 새는 먼 곳에 가야 만나는 자연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그래서 오히려 눈여겨보지 못하는 자연에 대한 환기이다.
그들은 자연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인간 곁에서 살면서 인간과 닮은 모습을 언뜻 보여주기도 한다. 순수히 자연과 합일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녹아 있는 시집이다.

제8회(1997) 수상작 한국조선아동문학평론집 / 나카무라 오사무

『한국·조선아동문학평론집』은 한국아동문학에 관한 평론을 집대성하여 일본어로 번역한 최초의 책이다. 역자인 나카무라는 이 분야에서 극히 드문 전문가로 「계간 메아리」, 「어린이통신」등을 통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본서는 이러한 성과를 집대성함과 동시에 새로운 다수의 평론을 집대성, 번역한 것이다. 권말의 자료를 포함해 676장에 이르는 대작이다. 책 제목을 한국과 조선으로 따로 말하는 것은 한국은 현재의 남한, 대한민국이고, 조선은 해방 전, 한국 전쟁 이전의 하나의 조선을 이르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 아동문학과 일본 아동문학은 좋건 나쁘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이다. 식민지 시대에 쓰인 평론에는 오가와 미메이(小川未明),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 노구치 유조(野口雨情) 등 당대 유명한 일본 동요 동시인의 이름이 빈번히 나오고, 다이쇼기 동심주의 아동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방정환의 소파라는 이름도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의 영향인 듯하다. 한국 동요의 7.5조의 형식도 전통적인 형식이기보다 일본의 영향에서 새로이 나온 것이다. 나카무라에 따르면 식민지 시대의 아동문학에는 ‘개별 작가의 문학관에도, 또한 문학 전체에도 ’일본‘ 또는 ’일본문학‘의 영향이 짙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역자 서문) 해방 후에는 ’독자적인 아동문학을 찾는 길이 일본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한국 아동문학은 일본 아동문학과의 관련이 깊기도 하지만, 한국, 조선 아동문학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 아동문학을 반대로 비추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의 아동문학평론집’이라는 제목에 현재 북한의 아동문학 평론을 싣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편역자인 나까무라 오사무는 이후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아동문학을 분주히 오가며 양국 아동문학의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방정환 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은 소파 방정환의 문학정신을 이어받아 이를 선양하고 문학사적 가치와 문학성이 뛰어난 아동문학 작가를 발굴하기 위하여 1991년에 제정된 상이다. 평생을 통하여 아동문학 보급과 아동보호운동에 힘쓴 방정환의 업적을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경희대학교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와 아동문학평론사가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아동문학 분야의 작가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며 매년 5월에 동시·동화·평론 등의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2009년에는 운영의 어려움으로 존폐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제26회(2006) 수상작 축구공 속에는 호랑이가 산다 / 곽해룡

곽해룡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으로 총 51편이 수록되어 있다. 유강희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모성적 상상력이 직조한 포용과 웃음의 세계’로 규정한다. 모성적 사랑의 구현으로 세계를 포용하며 이 안에서 자연과 사람, 우주가 한 덩어리로 호흡한다는 설명이다. 해설에 따르면 모성적 상상력은 자연 만물에 두루 걸쳐져 있다. 특히 웅숭깊은 모성애는 의인화된 자연물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동박새 한 마리”가 “젖살 오른 진달래 하얀 목을 감싸 주고”(「봄」) “할머니”가 “똑 똑 따 버”린 “희고 고운” “감자꽃”을 “벌들이 아깝다고 잉잉”(「감자꽃」) 운다. 염소의 울음소리를 두고 “매해에는 젖도 떼기 전에 헤어진/누이 이름”(「나는 누구 이름 부르며 살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계란 가게 할머니」는 ‘모성’이란 개념의 추상성이 일상 속 할머니의 모습으로 구체화한 사례이다.
또 이 시집에선 우리 전통 서사의 근간인 넉살과 해학이 드러난 시나, 동물들을 소재로 한 우의적 기법의 짧은 줄시도 볼 수 있다. 「황소개구리」 「코끼리」 「낙타」 「달팽이」 등 동물을 소재로 한 짧은 시들은 동물의 특징을 잡아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메리 크리스마스」 「집 나온 앵무새」 같은 이야기동시는 이 시집에 수록된 또 다른 형식의 동시로, 평면적인 이야기시에서 발전된 중의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동시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심사평에서는 시인과 작품에 대해 “곽해룡 시인은 일상에서 시를 발견하는 눈이 예사롭지 않고 발견한 시의 맥을 잡아 시의 그릇에 옮겨 담는 재주 또한 놀랍다. 곽 시인의 시는 한 편 한 편 완결성이 있으며 발상이 뛰어나고 구성 또한 탄탄하다”고 밝히고 있다.

제16회(2006) 수상작 보물찾기 / 공재동


공재동 시인의 일곱 번째 동시집으로 4부로 구성된 총 61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학교와 가정에서의 일상과 자연물을 통해 다정하고 따듯한 서정을 소박하고 간결하게 노래해 온 시인의 특징이 잘 담겨진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시 보물찾기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돌 틈 사이에서 덤불 속에서/우리가 찾아낸 건/꼬깃꼬깃 접고 접은/작고 네모난 종이 한 장.//얼마나 가슴 설레었던가요/빨간 도장 하나 선명한/작고 하얀 종이 한 장.//공책 한 권 받아들고/집으로 올 때는/마음은 두둥실 날아오르고/노을도 빨갛게 타올랐지요//선생님,/언젠가는 우리가 소풍날처럼/작고 예쁜 보물이 되어/이 세상 어딘가에/숨어 있을 테니까요.//그땐 선생님이/우릴 찾아보셔요.”
시인은 ‘지은이의 말’에서 동시와 어린이 독자의 관계를 말하며 창작의 지향점을 밝힌다.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동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이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시를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어려운 시란 있을 수 없다. 어른이 어떻게 지도하고 안내하느냐에 따라 어린이들에겐 어려운 시가 되기도 하고, 쉽고 정다운 시가 되기도 한다. 나는 굳이 어린이의 수준에서 시를 쓰지 않는다. 환타지 동화처럼 들어가는 문은 좁아도 문 안으로 들어서면 한없이 넓은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 바람직한 동시의 세계다. 시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까지 안내하는 일은 어른의 몫이다. 문으로 들어서면 숨이 목에 닿을 만큼 최대한 몸을 낮추고 구부려야 할 때도 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서움에 떨어야 할 때도 있고, 끝없는 세계로 떨어지는 것 같은 모험을 할 때도 있다. 그런 어려움이 없다면 진정한 문학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소천 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은 193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오직 아동문학에만 전념하여 이 땅에 아동문학의 꽃을 피게 한 강소천 선생의 업적은 기리기 위해서 제정된 문학상이다. 약칭 소천문학상이라 한다. 어린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강소천 선생의 높은 뜻과 공적을 새기는 한편 그가 염원하던 이 나라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강소천 선생의 2주기를 맞이하는 1965년에 제정되었다. 한국에서 당해 연도에 발표된 아동문학 작품 가운데 우수한 작가를 선정하여 시상한다. 추천 기준일(매년 2월 1일) 이전 1년 동안에 발표된 아동문학 작품(동요, 동시, 동화, 소년소설, 동극, 아동문학평론 초판본)이나 작품집 중에서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작품을 수상대상으로 하며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를 원칙으로 한다. 본상에는 상금 800만원과 상패, 신인상에는 창작지원금 5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매년 5월 초순에 시상식이 열린다. 당선된 작품은 책으로 출간하며 저작권료는 별도로 지급한다. 소천아동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한다.

제8회(1973) 수상작 들장미언덕 / 권용철

장편동화 『들장미 언덕』은 ‘어머니가 권하는 창작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시리즈의 16권이다. 권용철은 인터뷰에서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어른으로서도 별 가치가 없다.”는 톨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어른들은 동화를 읽음으로써 순정한 기쁨을 향수할 수 있고 혼탁한 마음과 정신을 정화할 수 있으며 판단력이 좋아지고 삶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동화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동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동심은 진선미를 본질로 하는 마음의 원초적인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유년기는 전 인생의 시기와 관계가 깊으며 어린이에게 광활하고 풍요롭고 변화무쌍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화를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권용철의 작품은 어린이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일상적 사건이나 가까이에서 만나기 쉬운 동물과 식물 등 어린이를 둘러싼 생태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다. 그는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존을 축복으로 여기고 삶과 자연과 우주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되기를 원했다.
『들장미 언덕』은 1972년 소년조선일보에 연재되었으며 소천아동문학상은 신문에 연재된 바를 보고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이후 4차례의 수정을 거쳐 1979년 계몽사에서 책으로 펴냈다. 주인공 소년 파정은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베트남 전쟁에 나가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까지 파정은 남쪽의 어느 산호섬에 내려가서 지낸다. 이 산호섬에는 목장을 하는 한 할아버지가 살고 있었는데 파정의 친할아버지는 아니다. 6.25 전에 인연이 있던 그 할아버지가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아이를 입양할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는 자신이 없는 동안 파정을 할아버지 댁에 보내기로 한다. 파정은 이 섬에서 할아버지가 이미 입양한 물초누나 등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일을 겪게 되지만 씩씩하게 이겨내면서 성장한다. 돌아가신 줄 알았던 어머니는 파리에 그림을 공부하러 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만나게 되어 가족을 이룬다.
이 동화는 권용철이 이십 대에 처음 쓴 작품으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런 아들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썼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주인공 파정을 ‘이지적이면서 눈물을 글썽거릴 줄 아는 아이’로 만들고자 하였지만 의도대로 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모의 결별로 외로움을 안고 자라던 파정은 산호섬이라는 회복의 공간에서 바다의 호연지기를 배우고 야생의 에너지가 충만한 들장미언덕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주인공 파정의 이름은 작가의 호이기도 하다.

제7회(1972) 수상작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 / 이영희

‘젊은이를 위한 사랑의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단편동화집이다. 15편의 동화가 실려 있으며 ‘동화에의 초대’라는 작가의 말이 들어있다. ‘젊은이’라는 낱말을 부제에 넣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 청년 독자층까지 고려한 작품들이다. 예를 들어 수록작 「금가락지」는 달님의 애인인 햇님이 망설이는 달님을 꽃다운 신부처럼 돋우어주고자 뜨겁게 보살피고 있다는 묘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서사의 공간은 곧장 스페인 마드리드의 투우장으로 이동한다. 이어서 작가는 터키의 앙카라와 이스탄불,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로마, 카이로, 알라스카와 북극의 빙하지대를 넘나들며 달님과 햇님의 사랑을 그려낸다. 동화의 형식을 빌어서 이국적인 배경의 로맨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동화집에 수록된 작품을 보면 그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는 ‘운명적인 합일의 열망’이라거나 ‘녹아 없어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어린이가 주요한 내포 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낱말의 선택이나 문장의 표현에서 느낄 수 있다. 책에 실린 삽화도 일반적인 동화의 삽화로 보기에는 신체 묘사와 애정 표현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이 작품이 그 해의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은 당시 아동문학계에 동화의 독자를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두루 아우르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이후 정채봉의 ‘생각하는 동화’ 등에 나타나는 이른바 ‘어른을 위한 동화’의 경향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집에는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별해야 하는 젊은 연인들의 안타까움을 담은 이야기가 많다. 작가는 ‘사랑이란 잠시 왔다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가슴에 꽃을 가꾸는 짐승」은 해파리를 뜯어 먹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지닌 은도미와 독이 있다는 이유로 모두 기피하는 생명체인 해파리의 사랑을 다룬다. 이영희 작가가 이 동화집에서 그려내고 있는 슬픈 사랑은 단순히 서정적인 포즈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 놓인 실존적인 장벽이며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하는 ‘피투성이의 부딪힘’이다. 생태적 조건을 뛰어넘는 사랑은 불가능하지만 이영희 동화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그 벽을 돌파하고자 하며 어떤 부분에서는 그 돌파에 성공한다. 그런 점에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그 밖에 표제작인 「별님을 사랑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투명나비의 집」, 「분홍조개껍질의 사랑」 , 「불개가 있는 마당」 , 「민들레가 보낸 편지」 ,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꽃씨」 , 「꽃과 벌레의 토론」 , 「비둘기의 여행」 , 「불로초」 ,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 「별님네 전화번호」 , 「별이 열리는 나무」 , 「잉어등」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윤석중 문학상

윤석중문학상은 윤석중 선생의 문학정신과 어린이 애호 정신을 기리고 유능한 아동문학 작가에 대한 시상을 목적으로 한다. 윤석중 선생은 동요의 창작과 보급에 일생을 바쳐 ‘한국 동요의 아버지’로 불린다. 1924년 소용수, 이원수 등과 동인지 『굴렁쇠』를 발간하며 일찍부터 소년문예운동을 일으켰으며 1956년 1월 3일 조풍연, 피천득, 어효선, 홍웅선 등과 새싹회를 창립하여 어린이문화운동에 앞장섰다. 그의 업적을 기리는 이 문학상은 2005년 5월에 제정되었다. 국내 아동문학 작가와 해외에서 한글로 아동문학 활동을 하는 작가가 대상이며 등단 연도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 소설, 희곡, 평론 등 아동문학의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하며 원칙적으로 심사일로부터 2년 이내에 출간된 작품으로 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사단법인 새싹회가 주관, 운영한다.

제4회(1976) 수상작 구슬비 / 권오순

「구슬비」는 시인이 18세인 1937년 『카톨릭소년』에 발표되었고, 해방 후 안병원에 의해 작곡되어 오늘날까지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고 있다. 이슬비 오는 날 작은 싸리나뭇잎 꽃송이와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을 구슬에 비겨 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웃는 꽃잎마다 송송송’(「구슬비」)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았던 시인에게 동시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다리이자 빛이었다. ‘남은 것은/ 알몸뿐이어요//(…) 맵고 쓰린 눈물 속에 어리던 별빛,/ 어둠 속에 더 빛나는 별무리 보며// 아, 그러나 / 그 무렵 쏟아지던/ 하얀 꽃잎의 사랑으로/메말랐던 알몸 속에는/ 새로운 숨결이 되살아났어요’(「겨울나무」) 한국 전쟁으로 이북의 가족과 헤어지는 슬픔을 겪기도 했는데 그 까닭인지 고향을 그리워하고 통일을 애원하는 시도 여러 편 남겼다. ‘철조망 너머너머/ 꽃잎은 뿌립니다.//물레도 어머니도/ 호롱불도 꺼진 이 밤/ 쌓이는 그리움만이 / 그칠 줄 모릅니다.’(「눈 오는 밤」) ‘뜨거워진 눈시울/ 하늘을 보면/ 구름은 북녘으로/ 흘러갑니다.’(「풀각시」)

제10회(1982) 수상작 소녀의 기도 / 서정슬

시인은 중중장애인의 몸 안에 갇혀 있다. 「소녀의 기도」에서 시적 화자는 자신의 몸을 가둔 천형이 어떤 죄에서 왔는지 하느님에게 묻는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개미를 한 마리 죽인 일이 있어요//(중략) 그보다 훨씬 전, 아주 어릴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요?’(「소녀의 기도」) 보통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신도 개미를 죽이고, 지렁이를 밟고, 귀뚜라미 뒷다리를 실수로 잡아뗀 적이 있고 그보다 어릴 때 저지른 죄는 기억하지 못 한다 고백한다.
시의 외형은 자신이 작은 악행을 저질렀다고 한들 이렇게 평생 고통을 받아야 하냐는 신에 대한 원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실은 인간에게 툭하면 죽임과 괴롭힘을 당하는 개미, 지렁이, 귀뚜라미 같은 미물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자신도 함부로 약한 생명을 괴롭히는 인간이었음을 신 앞에 고백한다. 너무나 인간적인 원망이면서 신 앞에서 모든 것을 내보이고 회개하는 선한 인간의 내면이다. 「내가 걸을 수 있다면」에서 화자는 걸을 수 있다면 메아리, 인어공주, 요술나라 난장이, 바다 속 용궁을 찾아가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인간이라도 갈 수 없는 곳이다. 육체의 감옥에 갇혔기에 오히려 육체의 제한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이에서 더 나아가 「벗에서」는 육체를 벗어날 수 있다면 새, 돌멩이, 빛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새, 돌멩이, 빛도 완전히 자유롭고 다 가진 존재가 아니라 외롭고 고달픈 존재이다. 시인은 ‘벗’에게 이렇듯 외롭고 고달픈 존재를 알아봐주길 부탁하는 동시에 시인 자신이 온 세상의 존재에게 ‘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주제별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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