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책따세 2015 여름책 목록 2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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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책따세가 |
2015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매주 금요일이면 책따세 선생님들은 ‘더나더나’에 모여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을 만드는 일이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힘들기 보다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각자 서점에서 찾아낸 책을 들고 와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검토하며 그 책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은 추천도서목록 만들기의 백미입니다. 이번에도 ‘청소년’ 대상 추천도서 24권, ‘교사-일반인’ 대상 추천도서 2권으로 총 26권의 책이 2015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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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책을 검토해보니 예년에 비해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문학책과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의견충돌
진행형! 엄마와 현정이는 무슨 일이건 생각이 다릅니다. 현정이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엄마가 야속하고, 엄마는 현정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합니다. 두 주인공의 팽팽한 갈등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요?
현정이의 졸업앨범 사진 문제에 극렬히 반응하는 엄마나 교복의 메이커를 따지는 현정이나 그게 살아가는데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일인가요? 이 소설의 에피소드는 우리들의 너무나 사소한 하루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의 말은 무조건 듣기 싫어하는 현정이에게 엄마께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혼 내주고 싶고, 엄마에게도 애 좀 그만 내버려두라고 충고해주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끼니 말입니다. 두 주인공의 삶은 곧 나의 삶이기도 합니다. 현정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현재의 나를.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작은 일들이 슈퍼맨이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서로의 마음 들여다보기’. 엄마의 일기를 엿본 현정이가 엄마의 빈 의자가 되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 현정이 못지않게 엄마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현정이도 스스로 판단할 줄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려 주는 것.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것 말입니다.
늘 요구만 했던 엄마께 친구들도 한번쯤은 빈 의자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보다는 좀 더 엄마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 김진아 (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물원 속 모습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했고,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아베 히로시가 살아 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베 히로시는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무엇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다. 수학을 못해서 대학 입시에서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차근차근 찾아 갔다.
어릴 적 여치를 잡던 일을 떠올리며 자연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동물원 문을 두드렸고, 동물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의 삶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또 아베 히로시가 사육사로 일하며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은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원 속 이야기들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예산도 없고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작은 신생 동물원을 사랑받는 동물원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이야기들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늘 흥미의 안테나를 활짝 펼쳐 놓자. 어느 날 그 안테나에 무언가가 걸려든다. 그러면 "이거로구나"하고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 때 바로 두근두근한다면 '기쁘다' 지금 '살아가고 있다'라고 느낄 것이다. - 151쪽 중에서
입시 공부에 매여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지만 마음을 활짝 열고 두근두근한 것들을 찾아가는 행복한 발걸음을 할 수 있기를! 그 길에 아베 히로시의 소박한 인생 이야기가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 류한경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pulseed@naver.com)
『변두리』는 서울 변두리 황룡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 변두리, 도살장이 위치한 황룡동에는 수원이가 살고 있습니다. 술에 취하면 도랑에 빠지거나 팬티를 훔쳐오는 아빠, 억세고 거칠어 보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도살장이 초원인 줄 아는 순진하고 착한 동생 수길이와 함께 말이지요. 수원이는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천하장사 강장군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속이 여려서 당황하면 말을 더듬곤 합니다. 엄마를 도와 살림도 돕고 동생도 돌보는 야무진 딸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멋진 직업을 가진 아빠, 살림만 하는 우아한 엄마와 함께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지요.
황룡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추레한 삶의 모습을 감추는 밤벌레 할머니,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지만 정성껏 키우는 상숙이 엄마, 바람난 남편 때문에 홀로 힘겹게 아들 둘을 키우는 병약한 정호 엄마, 칼갈이 딸이지만 부잣집 공주님인 척하는 같은 반 영미 등이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슬픈 에피소드들 끝에 수원이는 여전히 선짓국을 먹으며, 황룡동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이 오히려 진솔하게 와닿습니다. 수원이와 수길이가 앞으로 잘 자랄 거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원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잠시 자신의 어깨에 얹은 짐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수원이와 함께 향기로운 아카시아 첫 꽃을 따먹으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이수영 (서울 중랑중학교 국어교사, may004@hanmail.net)
『숲 속의 학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 속에서의 나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니피그를 먹이기 위해 파릇파릇한 보릿잎을 긁어내고, 맨 손으로 장어와 격투를 벌이기도 하며, 키우고 있던 십자매 두 마리를 먹어치운 뱀에게 복수를 하고,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리는 등 작가가 자연과 교감하며 지냈던 모습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물학자다운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 덕분에 ‘파릇파릇한 보릿잎의 냄새’, ‘맨 손으로 장어를 잡을 때의 감촉’,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릴 때의 기분’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동안 물질문명에 익숙해진 바쁜 일상을 보내오면서, 자연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들, 그러한 감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들을 잊고 살았던 걸까?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소리를 듣거나, 새벽공기를 마실 때,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좋아했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자연과의 깊은 만남, 그것은 생명이 있는 것과 긴밀한 대화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자칫 일상에 지치기 쉬운 아이들의 건조한 마음에 여유를 주고, 거친 마음에 부드러움을 가져다주고, 본래 가지고 있는 야성의 힘을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라고…..
컴퓨터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숲속을 거닐며 자연과 만나 보자.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만나 보자.
- 류도은 (서울 상신중학교 수학 교사, winter0130@naver.com)
『안녕 나나』는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소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청소년 탈선이나 가정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운한 환경에 처해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만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예 그들의 처지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로
가면을 쓴 채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이다. 예쁘지만 철없는 양아치인 나나와 가족과의 괴롭고도 슬픈 매듭 속에
갈등하는 평범한 태권도 특기생 김연우 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여름의 비오는 날, 김연우는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문 앞에서 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만 신세를 지자고 말하는 뻔뻔하면서도 오히려
당당한 나나의 모습에 김연우는 기가 차고 만다. 얼른 돌려보내고자 생각한 연우였지만, 어느새 나나와 같이 생활하게 된다.
같이
지내면서 둘은 애초에 엮이고도 엮일 수 없는 다른 부류이었기에, 그로 인한 서로간의 갈등이 격조되고(?) 결국엔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나의
양아치 같은 겉모습만을 보던 김연우는 가면 속 숨겨진 나나의 진짜 슬픔을 알게 되고, 점점 성장해 나간다. 물과 기름 같던 김연우와 나나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각자의 새로운 길에 등을 지며 헤어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괴로움, 외로움, 두려움, 학대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한 부정적인
마음들이 그녀들에게는 내면의 일상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나와
김연우처럼, 오히려 그녀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힘겨운 아이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새로운 길 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아이들에게는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친구 같은 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내적 갈등이나 아픔, 배경 등을 생생하게 묘사 하면서도 마치 내가 그녀들을 바라보는 방관자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 류진석 (환일고등학교 2학년, aaaaszzz@naver.com)
『지구, 2084』는 기후 변화로 인해 변화한 미래의 지구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래와 현재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 현재의 환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유래 없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바닥을 보며 한탄하는 농민들의 소식이 연일 뉴스 화면을 채우고 있으며 상류 댐의 방류량 조절로 인한 녹조현상이
때 이르게 나타나 물고기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구 환경에 대한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해진
반면 여기저기서 환경파괴로 인해 아파하는 지구의 흉측한 현상이 후손들에게 넘겨진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엘니뇨현상에
의해 망가져가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이제는 누구라도 걱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이 출판되어
반갑게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2013년
연말에 17세를 맞는 노르웨이의 한 소녀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겨울 풍경에 심난해 하고 생태계의 파괴현상을 걱정하며 병적인 상상력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다 꿈속에서 70년 뒤의 증손녀와 대면하는 사건을 통하여 미래의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절감하고 지금부터라도 어떻게든지 멸종해
가는 생물들을 지킬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용은
요즘 유행처럼 다루어지는 환경보호의식을 고취하는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현재와 미래를 재미있게 엮어가며 환경을 생각하며 읽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점이 흥미를 끌고 있다. 70년 후의 증손녀가 예전의 지구로 되돌려달라는 투정을 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멸종 생물을 알려주는 단말기가 계속해서 경보를 울리고 있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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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교 폭력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의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이 흥미로움을 더해줍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소설집에서 발견한 답은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과 장면들을 최적의 언어로 구현해낸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거기에다 이 소설에서는 외로움, 슬픔,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들을 그 감정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엉뚱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장면 속에서 ‘피식’ 웃음을 지으며 읽어낼 수 있게 한다. 빚쟁이가 되어 가방 안에 들어가는 아버지, 복근 없이 추락하는 욕쟁이 짱 껌딱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소녀... 어쩌면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학교 폭력 이야기부터,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인 이슈도 강렬한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의 진행으로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권세와 영화는 봄날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흰 꽃봉오리를 터뜨렸다가 봄볕이 여물 무렵 누렇게 시들어 져 버리면서 땅바닥에 시커멓게 들러붙는 목련꽃처럼 덧없었다.(101p)’ 학교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욕하고 싸우는 한 남학생의 추락기를 그린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사소한 이야기를 과장되다 싶을 정도로 거창하게 묘사하니 불쌍할법한 주인공의 처지가 우습기까지 하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구경하듯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맘 한편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것은 이러한 작가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을 가르칠 수 있는 소설집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며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시낭송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청소년에게 사랑은 큰 관심거리다. 내가 가르치는 여중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학생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SNS 계정에 연애 소식을 올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물론 연애가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한 집에서 사는 부모와 형제끼리도 다툴 때가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극복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대학 시절에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라고. 맞는 말이다.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별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모두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에서는 ‘슬램’이란 독특한 시 낭송 방식이 등장한다. ‘슬램’은 우리한테는 낯선 방식인데, 자작시를 리듬에 맞춰 랩처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시를 낭송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랑의 감정을 시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와 예쁜 사랑을 나누면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밤을 들려줘』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친구와의 관계,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과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연예인 기획사 연습생의 생활과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인공들과 주변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지만 꿈을 향해 땀을 흘리는 유명 기획사 가수 연습생과 뭐든 열심히 계획대로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었지만 막상 그 길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길을 찾게 되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이야기는 불안한 미래와 실패에 대한 우리의 고민들이 묻어난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는 사랑에 대한 결핍을 대신 충족할 만한 대상과 열정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많은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그 숫자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그들과 관련된 글을 쓰는 블로거 활동을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따라다니는 것 등의 팬덤 문화도 요즘 청소년 문화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되기 전 끊임없는 도전과 고된 훈련, 시련과 좌절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고 팬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연예인 연습생과 팬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연예인 연습생의 이야기나 팬덤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끌어 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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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미 (서울 풍성중학교 사회교사, jagumoo@sen.go.kr)
인문·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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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4권의 추천도서 중 인문분야는 총 7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다리를
잃은 걸 기념합니다』는
왜 가족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흔적을 살펴보고 이를 기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는 생각해 볼 내용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왜 우리 가족은 해마다 8월 24일이면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할까?’라는 아이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이 질문으로 책을 시작하여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직접 읽으며 찾아보길 바란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전쟁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 더 나아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인간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는 것을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해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그 흔적들을 직접 보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살펴보고 기억하는 데에 동참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른으로서 고민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65년 전 일어난 한국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전해주고 무엇을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평화와 공존이 아닌 여전히 갈등과 제2의 전쟁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방식을 읽으며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참 많은 책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 가족의 역사』는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중일전쟁 때 갑작스러운 일본 폭격기의 공습을 받아 여동생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자신의 한쪽 다리마저 잃은 열두살 소년이 있다. 바로 그가 이 만화 <내가족의 역사>를 펴낸 리쿤우의 장인 샤오칭중이다.
이미 <중국인 이야기>를 프랑스에서 출판해 국제적 명성을 올린 만화가 리쿤우가 굳이 장인 어른의 아픈 역사와 대면하게 된 것은 정말 기이한 인연 때문이었다. 곤밍시의 한 골동품상과 거래를 하다가 일본군 종군 기자들이 찍은 중일 전쟁 화보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어떤 노인과 조우를 하게된 것. 가족도 재산도 없이 허름한 빈민가에서 말년을 보내면서도 이 노인은 일본인 수집가의 거금도 마다하고 이 사진 화보집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리쿤우는 중일 전쟁 화보집에 담긴 5천장의 생생한 사진을 목격하게 되고 곧 기묘한 격정과 감회에 휩싸인다.
정복자 일본군의 시선으로 채워진 이 전쟁의 사진첩에는 승자들의 득의만만한 기운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성취해 군사 대국이 된 일본이 중국 대륙을 미개한 산하처럼 마음껏 유린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화보에 간간히 등장하는 중국 포로들의 당당한 기개는 인상적이지만 일본군의 대포와 탱크를 막기 위해 그들이 의지한 무기는 돌지뢰와 청룡도였음을 화보는 증언한다. 비둘기 통신 부대와 기후 탐지 부대까지 거느린 일본군의 근대적 조직 앞에 중국군은 무기력했다. 일본 종군 기자들이 찍은 사진들은 전쟁 중 조국을 버리고 일본을 택한 중국인 친일 세력들의 비굴한 민낯도 폭로한다. 괴뢰 정부의 행태, 북경에 불어온 일본어 공부 바람, 친일미용실 등은 마치 우리가 겪었던 굴종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400여장의 화보에 일본군들의 끔찍한 침략 행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인 장교의 모습, 고향 생각에 잠긴 병사의 애수, 그리고 공포감에 휩싸인 수색병의 흔들리는 눈빛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평온해 보이는 중일 전쟁에서 실제 희생된 중국인의 숫자가 2,300여만 명, 일본이 아직도 부인하고 있다는 남경 대학살의 희생자 수가 30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오히려 이 전쟁의 평화로운 이면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장면 마다 덧붙인 주인공의 탄식과 울분은 그 섬뜩함을 배가 시킨다. 잔인한 침략 근성을 애국심과 명예심으로 위장할 수 있기에 전쟁은 더 역겨운 것이다.
무엇보다 착잡한 것은 이 책의 제목이 <내 가족의 역사>로 이어진 내력이다. 우연히 리쿤우는 화보집 한편에 붙어 있는 짧은 신문 기사 <쇼와 13년 9월 28일 곤밍 공습 부대>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사는 일본 전투기들의 곤밍 첫 폭격을 자랑스럽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폭탄으로 장인은 부모 형제를 잃었고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야 했던 것이다. 늘 있는 일본군의 담담한 승전보였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전쟁의 일상은 이렇게 잔인했다.
이 책은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그 비극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 그 희생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다음 짧은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위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서울 사는 나무』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서른 두 그루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나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 사는 나무들을 사는 곳으로 나누어 그네들의 삶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욕심 없이 풀어주는 글쓴이는 나무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눈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아내잖아요. 글쓴이는 그렇게 나무들의 빛나는 지점을 찾아내고, 측은한 마음으로 돌보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 없는 나무도 없나봅니다. 복닥복닥한 서울 한 귀퉁이에서 ‘서른두 그루’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듯 나무도 저마다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는지를 글쓴이는 들려줍니다.
지나가던 행인에게 채이고 전단지에 몸살 앓으면서도 ‘길가’에서 굳건하게 제 자리 잡고 사는 나무들, ‘공원’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사는 나무들, 그리고 ‘궁궐’에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온 나무들. 저마다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무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나무의 삶을 짧지만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들과 엮어낸 것을 읽으며 문득 문득 그 나무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삼청동 길 입구에 그 커다란 ‘비술나무’가 있다는데 저는 왜 그걸 본 기억이 없을까요? 어서 가서 눈 맞춤하고 싶습니다. 선유도 공원에서 미루나무인줄 알고 꽥꽥거리며 ‘미루나무 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걸려있네...’하며 동요 불러주던 옛날을 반성하며 ‘양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나무 천연기념물들이 가득 찬 창덕궁에 가서 한 그루 한 그루를 올려다보며 오랜 세월 힘들었다고 위로해 주고, 너른 공간이 있어야 잘 자라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늘을 만들어주는 서울역사박물관 앞 ‘느티나무’에게도 가서 고맙다고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자, 모두들 이번 여름방학, 내친김에 책 사이에 들어있는 ‘삼청공원 나무지도’를 옆구리에 끼고 먼 길 여행 못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나무와의 만남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희망을 드러낸 책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을 기억하며 그들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봄날의 시린 기억이 희미해졌다가 다시금 벚꽃 피는 걸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인지 기억은 떠오름과 동시에 이내 휘발되어 버립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말이지요.
세월호의 침몰로 유가족들은 말 그대로 악몽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함께 술 한 잔을 하려던 건우아빠도, 딸내미 하나 이쁘게 키우려고 애쓰던 소연이 아빠도, ‘사랑해요.’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다정다감한 아들에게 위로 받던 호성이 엄마도, 꿈을 이루고 사람과 함께하고자 한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를 본 수현 아빠까지. 모두 모두 아이들의 빈자리를 눈물로 채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비윤리적 태도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과 이웃의 몰이해로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느냐”, “누구나 사고로 가족을 잃을 수 있는데 웬 난리냐” 등의 차가운 시선은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얼음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이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한 걸음만 뒤에서 생각하면 세월호 유가족이 외치는 진상 규명이나 안전법 서명 등이 유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또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숫자로 계산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들 가슴에는 돌덩이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따뜻한 미래를 위해 우리 대신 싸워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미안함을 넘어 부끄러울 수밖에요.
우리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회의 문제점들을 또렷하고 날카롭게 비판 하는 책들, 세월호에 대한 느낌을 섬세한 감성으로 시와 글로 담은 책들을 많이 봅니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종류의 책을 하나로 엮어 놓은 듯합니다. 가족들의 육성 기록을 읽으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보게 되고 동시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그리고 희망과 만날 수 있습니다. 유가족의 힘겨움과 함께하고,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 우리 사회 모두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꼭 매듭짓고 가야할 날임을 기억하며 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은 일상에서의 문제를 통해 헌법을 쉽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사회 시간에 헌법에 관해서도 배웠다. 그런데 그 배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그냥 시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지식 습득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헌법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매사가 헌법에 근거한 범위 내에서 사회생활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알아 잘 대응할 수 있어야 훨씬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0대뿐 아니라 헌법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민주라는 아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하나씩 제기하면 대학원에서 법을 전공하는 삼촌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대답해 주는 형식이다.
실제 헌법 조문의 순서에 따라 장을 나누어 기초적인 설명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 한편 장마다 끝 부분에 우리가 궁금해 할 토론 주제를 하나씩 제시하여 생각할 거리를 마련하고 있어 청소년이 헌법을 이해하고 생각할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국방의 의무와 평화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라든지 개인의 명예와 존엄성을 위한 잊힐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가 상충되는 경우 등 팽팽한 토론을 이끌어내어 헌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펼쳐 준 좋은 책이다.
- 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는
초국적 기업이 종자를 독점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의 힘과 우리 농민과의 갈등과 피해, 그리고 GMO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 ‘청양고추’는 우리나라 종자일까요? 아닙니다. 초국적 종자기업 몬산토의 소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하여 재배하던 청양고추 종자를, 우리 농민들은 이제 중국 산둥성에서 채종한 것을 사야합니다. IMF 외환위기에 국내 1~4위의 종자회사가 초국적 종자기업에 매각되면서, 보유한 종자도 함께 넘어갔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종자사냥꾼’이 행한 수집, 채집에 의한 유출은 1985년 미국이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허용하면서, 사적인 소유가 가능해졌어요.
혹시 여러분은 배추씨를 본 적은 있나요? 무씨를 밭에 심은 적은요?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을 거예요. 최근 음식을 먹는 방송, ‘먹방’이 넘쳐나는 것을 보며, 우리가 먹는 것의 근원인 종자(씨=씨앗)에 대해 늦었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자란 그 생물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생명체인데요. 농업의 산업화는 생명체인 종자를 ‘자연의 소중한 자원이 아닌 인간이 개발한 상품’으로 여깁니다. 예를 들면 ‘잡종 벼 터미네이터 종자’는 수확을 마치면, 파괴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해마다 종자를 사도록 합니다. ‘특허’로 소유권을 갖거나 GMO 개발을 가속화’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요.
종자독점과 사유화에 맞서서 세계는 토종종자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여 년간 전국을 돌며 토종종자를 수집해온 안완식 박사와 토종 종자 모임 ‘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흙살림 토종연구소 등과 함께 활동을 합니다. 특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농가를 방문하여 토종 씨앗을 조사하고, 기증받은 ‘토종 씨앗 전시 채종포’를 운영하여 수확한 씨앗을 나누고 있어요.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불편한 책입니다. 어른들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내용이지요. 우리의 ‘종자 주권’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펼쳐 보는 일입니다. 특히 GMO 수입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심사제도와 과정 그리고 GMO 표시제의 개선 등,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면 더욱 좋아요. 참고자료로 필요한 부분만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왜 읽어야 해요?”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먹고 사는’일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You are what you eat."이므로.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 가난뱅이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유쾌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의 방법?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어느 자상한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성공을 기대하며 골라준 경제 실용서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달콤한 성공의 비결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여기서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이란 오히려 이런 식으로 부자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곱 가지 방법을 보자. 전통적 세습 (BMW의 상속자 주자네 클라텐), 자기 소유의 땅 밑에 석유가 흐르는 기막힌 행운(UAE의 셰이크 알리파 대통령), 지적 정보의 독점(빌 게이츠가 세계 1위의 부호가 된 비결), 경영자에 대한 과잉 보수(불실 기업의 CEO까지 지급된 천문학적 보너스), 그리고 탁월한 재능에 대한 대중의 비합리적 숭배(축구 스타 호날두의 엄청난 연봉) 등이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부가 창의성과 노력을 발휘한 자에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지불한 정당한 대가라고 볼 수 있을까?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자연스런 섭리가 아니라 권력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제도의 산물이 아닐까?
문제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이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 획득된 부만큼이나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곱 가지의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독일의 대형마트 알디가 값싼 우유로 많은 판매고를 올릴 때 낙농가들이 원가에 밑도는 우유를 생산하다 파산하는 장면을 상기시킨다, 인력 삭감으로 회사 주가를 올려 많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과 이로 인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를 받아야 하는 실업자 모델을 대비시킨다. 이 부자 모델과 가난뱅이 모델을 통해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부각시킨 이 책이 마지막에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시도되거나 꿈꾸고 있는 일곱 가지 대안들이다.
이 대안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뜻밖에도 아주 냉정하다. 우선 사회주의 모델에 대해서 저자는 중국과 북한의 예까지 들어가며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단정한다. 그 밖에 협동조합 모델이나 사회 복지 모델, 정치의 개입 모델에 대해서도 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머리에 스위치를 켜라” 모델에서 “내가 원하는 사회에서 살려면 경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내가 무력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어찌 보면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양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청소년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 그 비판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책으로 제격이다.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그 누구도 잘 답하지 않는 경제 현상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소상하게 풀어서 차근차근 얘기해 주는 맛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정한 관점에 서 있는 책이기에 제대로 읽으려면 나름대로의 균형 잡힌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분배의 불평등이나 독점 현상과 같은 시장 경제의 문제점이 또 한편으로는 경제적 효율성과 폭발적인 생산력을 가져왔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더 심한 경쟁과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미래의 주역들에게 성장이냐 분배냐, 개발이냐 환경이냐 같은 의제는 그들의 삶을 가를 절실한 물음이다. 여기에 대해 적어도 이 시대의 경제학은 뭔가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치우치기는 했지만 이 책이 지닌 발랄한 생각의 연쇄 과정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고 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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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과학 분야는 총 5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과학을 중심으로 사회, 철학, 역사 적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간 책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박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하여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읽다보면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동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두 동물이 있다. 바로 낙타와 박쥐이다. 특히 박쥐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나 에볼라 같은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최다로 보유하고 있어, 어떤 기사에서는 박쥐를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여기, 인간이 ‘인류 최고의 적’에게 쓴 편지가 있다. 인간의 피를 탐하더니 이제는 전염병까지 옮기냐며 호통을 치는 편지일까? 아니다. 이 편지는 멸종 위기의 박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이다.
이 편지 속에는 먼저 박쥐의 종류와 생태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들어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박쥐에 대한 편견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준다. 사실 박쥐의 대부분은 흡혈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꿀, 꽃가루를 먹는 초식성이거나 육식성이라도 곤충을 먹는다. 흡혈박쥐는 오직 남미에만 사는 극히 일부의 박쥐일 뿐이며, 그나마 사람이 아닌 가축의 피를 먹는다. 박쥐는 식물의 수정을 도와주고 해충을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 데에도 사연이 있다. 평소 동굴에 숨어 있거나 야밤에 돌아다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박쥐가 왜 인간과 접촉하게 되었을까? 바로 서식지 파괴 때문이다. 인간들의 개발에 의해 서식지가 사라지거나, 환경이 바뀌어 이상한 병에 걸리거나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서식지에서 쫓겨난 박쥐들에게 잘못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동물들이 인간과 같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멸종위기의 혹은 멸종된 동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릴레이식으로 쓴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편지를 받은 박쥐는 꿀벌에게, 꿀벌은 호랑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글은 먼저 편지를 읽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즉, 과학(생물학)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그 동물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 이때, 문학이나 철학을 등장시켜 과학적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인간들이 이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 습득과 함께 인문학적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따뜻한 시선까지 들어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에게서 시작된 편지는 다른 동물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편지를 받았으니 다시 다른 동물에게 편지를 띄워 보자. 이번 방학 동안 멸종 위기 동물을 한 가지 정해 한 번 깊게 공부해 보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우리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안부를 묻기 시작할 때, 자연과 인간은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전염병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전염병 최초의 감염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전염 경로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염병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메르스(MERS)가 확산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들어온 낯선 전염병으로 우리 사회가 공포에 떨었다. 치료약이나 예방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메르스(MERS)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이 전염병과 싸우는 의료진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메르스(MERS)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간호사가 그 병에 감염되었다는 기사였다. 메르스(MERS)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 의료진이 10% 이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병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하게 살 수 있다.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그동안 전염병을 연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은 전염병의 최초 감염자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전염병 지도를 그려서 전염 경로를 파악한다. 심지어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콜레라, 장티푸스 등 여러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일도 생길 것이다. 마을이나 도시에 모여서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전염병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염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탐정이 된 과학자들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이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다윈의
서재』는
찰스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책을 읽었을까를 상상하며 과학책에 대한 서평을 저자와의 인터뷰와 강의 형태로 모아놓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우리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 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을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는 책이 바로 『다윈의 서재』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찰스 로버트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 상상하여 그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도발적인 책, 우아한 책, 경계가 없는 책, 배후의 책, 내밀한 책으로 나누어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저자인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강연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는 밈들의 아우성(혹은 밈들의 전쟁터)이라고 일컫는 자신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 중 36권의 책을 17번의 북토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서평모음집은 독자로 하여금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서평집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와 강연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가독성이 높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가이드북을 읽지만,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인색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 책이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바란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생물학
이야기』는
지구의 탄생부터 진화에 이르기까지의 생물학적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부분의 책은 주제를 통하여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초점은 책이 아니라 책을 쓰고 있는 ‘나’자신인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신을 낮추고 주제 그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생물학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육지의 포유류였던 돌고래는 물에서 여전히 치타처럼 몸을 위아래로 굽히며 움직인다. 인간도 다를 바 없다. 불변의 철학 및 가치로 인간의 습관과 생각이 형성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에 드리워진 진화의 그늘과 DNA의 영향이 큰 것이다. 과학의 저러한 설명은 명쾌하면서도 단순하다. 그 확실한 설명이 삶을 시원하게 해석해 준달까. 눈에 보이는 동물과 식물, 동물로서의 인간을 연구함으로 삶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꽤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아의 탄생을 세포막의 출현을 통하여 설명한 부분이 그렇다. 세포막을 경계로 자신(내부)과 환경(외부)을 구분 짓는 과학의 언어는, 끽해야 소설만 읽던 사람에게 참으로 신선하고 숭고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윈이 여성도 교육을 받으면 남성과 동등한 지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주장한 것은, 이데아를 꿈꾸며 상상해 낸 말이 아니라 과학적인 관찰을 통한 귀납적 주장이었음에 감탄할 것이다. 또한 멘델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멘델이 수도원의 작은 밭에서 7년간 완두콩 교배 실험에 몰두했다는 구절에는 그 인내와 성실에 경이를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 전반을 짚어 나가기 때문에 나 같은 과학무식자라면 처음에 읽는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관심 없는 분야라도 무척 친절한 사람이 알려준다면 미안해서라도 조금 더 듣지 않는가? 나도 이 책의 친절과 정성에 막 덮기 미안하여 조금 더 읽은 것뿐인데, 희미하나마 생물학이라는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과학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동시에 과학과 상관없이 살 것 같은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생물학 교양서로서 더할 나위 없기도 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인생을 해석하게 만든다.
- 허소혜 (경기 성남여자중학교 국어교사, ssoi0605@hanmail.net)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철학과 역사를 통해 과학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EBS특별기획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통해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배웠던 과학이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철학은 어떠할까? 이 또한 그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면 이러한 과학과 철학이 만난다면? ‘어려움×어려움=어려움2 ’이 성립하게 될까? 아니면 전혀 관련 없는 두 학문이 절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저자는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고, 또 과학적 문제들을 과학자들이 스스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른 여러 가지 시각으로 조명해보기도 합니다.”라고 하며 과학과 철학은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과학지식의 한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저명한 과학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풀어나간 후, 실제 과학사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과학탐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식의 발견과정의 중요성을 논하며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과 획일화된 사회의 과학을 넘어선 다원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EBS특별기획으로 총 12부로 구성된 강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책을 읽고 그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보내온 철학과 역사를 통해 보는 흥미진진한 과학의 마당으로 가는 초대장은 여러분 손에 쥐어 있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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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는 총 3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
『한 폭의 한국사』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집니다.
유독 ‘역사’라는 과목이 어렵고 성적도 안 나오며 흥미롭지도 않다는 학생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잘 할 수 있을까 상담을 하러 온 중학교 2학년 제자에게 나는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왜 그럴까? 함께 역사 교과서를 펼쳐보았더니 내가 보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시대별 왕조별로 정리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보며 내적인 의미맥락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평소에 역사책을 많이 본 학생이라야 이해하기가 쉽겠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훌쩍 자라 머나먼 타지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 학생이 다시금 나를 찾아온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 주며 고국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책에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진다. 그 예술 작품들 속에는 그것이 창작되었던 시대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김정희의 ‘세한도’에서는 양반이 중인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등 계급적 질서가 유연해진 사회를 읽을 수 있고, 만 원짜리 지폐의 ‘일월오봉도’에서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형태를 완성하고도 비운의 죽음을 맞은 정도전의 삶을 통해 조선 초기의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서구방의 ‘수월관음도’를 보면, 서구의 르네상스 못지않은 예술의 발전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수탈의 역사 속에서 서구방이라는 멋진 예술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예술과 역사가 잘 어우러져 그 둘을 모두 잘 느끼고 깨닫게 해 준다. 쉬운 말로 적혀 있어서 중학생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누기 좋다. 가족들끼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이나 세한도를 만날 수 있는 제주도를 찾아보며 이 책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모처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 서영미 (서울 당산중학교 국어교사, symheart@hanmail.net)
『미술, 세상을 바꾸다』는 함께 만들고, 함께 느끼는 공공예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부터 한국 사회에 벽화 열풍이 일고 있다. 낙후된 마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가난한 동네가 그 지역 대표 관광지가 되는가 하면, 각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통해 학교를 아름답게 꾸미고, 공동 작업을 통한 교육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미술은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마음과 마을이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가난한 마을에 일자리 창출까지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미술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미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뭐 이런 작업 정도로 세상이 바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벽화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보통 우리는 미술이 일상생활과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을 때, 미술관을 찾아야만 접할 수 있는 것이며,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추상화되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 미술이라고 생각해왔다. 필자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대해 예술가들이 책임을 지고 화랑과 미술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함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행에 맞서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로 변화시키는’ 예술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노력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브라질 달동네에 색을 입힌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 노숙자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는 ‘슈팅백 프로젝트’ 등은 미술을 통해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주었다. 특히 빈곤한 마을의 학교로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 느낌을 책장에 그림으로 그려 공동 작품을 만드는 Tim Rollins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사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또한 과연 이 세상은 정의로운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알프레도 자르의 작품 활동과,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예술노동자 연합의 사회적 참여, 여성 등 소수자들이 설 자리를 좀처럼 만들어주지 않는 미술계의 관행을 고발하는 게릴라 걸스의 활동들을 통해 미술이 개인의 인생은 물론 사회의 의식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보통 말하는 ‘순수미술’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순수미술과 함께 시대를 반영하고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미술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도 액자 속에 갇힌 그림만이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동안의 편견을 깨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미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전해주는 음악 이야기입니다. 예술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그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직 피아니스트인 젊은 작가 손열음. 섬세한 감수성과 경험에서 나온 진솔함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음악을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음악의 영원한 주제 사랑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음악가의 인생 속에 어느덧 흠뻑 빠져들어 영혼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폭넓은 해석도 빠지지 않습니다. 피아노는 태생이 건반의 음악적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음악적 식견과 손가락의 면적이나 체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절대 음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악에의 감수성이라는 것도. 최소단위를 쪼개어 가장 잘게 만든 다음 최대치로 채워 긴장감의 연속성을 만들면 비로소 리듬이 된다는 것도. 피아노의 소리를 작게 만들 때 사용하는 우나 코르다와 소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서스테인 페달을 클러치와 브레이크에 비유한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피아노의 음정에 대한 것도. 작가는 음악을 하면서 자신만의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깨달은 사소한 부분 부분들을 풍부한 감성을 통해 전달해 줍니다. 음악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베토벤은 ‘자유에의 쟁취’, 슈베르트는 ‘절망 속의 희망’, 슈만은 ‘사랑’, 쇼팽은 ‘그리움’, 브람스는 ‘결핍’, 차이콥스키는 ‘꿈’, 쇼스타코비치는 ‘고발’, 프로코피예프는 ‘귀소본능’ 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해 줍니다. 또한 실력보다는 타이틀이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와 음악의 본질보다는 형식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음악가를 사랑하며 음악 속에 살아가는 작가의 삶 또한 분명 음악 이야기 속의 한 부분이겠지요. 칼럼 한편 한편을 모아 다시 엮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화려한 필력이나 해박한 지식보다도 작품 하나하나, 음악가의 삶 하나하나를 열정적으로 전해주는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여러분들의 답장은 무엇인가요?
- 김진아(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교사와 일반인에게 추천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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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교사와 일반인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총 2권 선정되었습니다. |
『꿈꿀 권리』는 도서관을 통한 책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는 이 책의 부제이다. 부제란 ‘책이나 논문 등의 표제 옆에 덧붙여, 내용을 한정하여 표시하는 제목’을 말한다. “이게 뭐지?” 궁금하다. 옛 시골 마을 어귀에 있어 커다란 그늘로 마을사람들을 쉬게 해준 느티나무처럼, 박영숙 관장은 “간장님, 간장님”부르며 찾는 아이들을 품어 안는다.
2007년 4월에 용인 수지의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던 느티나무도서관을 ‘책따세’선생님들과 찾아 간 적이 있다. ‘책따세’의 큰 목표가 청소년을 위한 전문도서관인 ‘푸른 도서관’건립으로, 특히 2007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도서관 입구에는 미끄럼틀이, 실내에는 그네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드러눕거나 시끄럽게 놀면서 책을 읽는 도서관이 낯설고, “왜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해도 되나?” 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았다.
지금의 느티나무도서관을 존재하게 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공성’이다.
‘…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연령,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균등한 접근 원칙에 입각하여 제공된다.’ -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하고 ‘간절함 끝에 만난 행운’으로 얻은 ‘공공성’은 느티나무도서관의 운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은 어떨까? 2008년에 발표한 ‘도서관발전종합5개년계획’으로 도서관의 숫자와 장서 수는 늘어났으나,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각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의 부재는 도서관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특별함은 ‘자발성’이다. ‘가르치려고 드는 대신 책과 사람을 만나 스스로 배우는 힘을 믿고 존중하는 것’임을 알기에, 책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책하고 놀게 해주었다.
책, 책읽기,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사람들 중 어느 하나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985년 8월 12일, JAL의 점보기가 일본 군마현의 산중에 추락하여 52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정신과 의사로서 내란, 대형사고, 재해 피해자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던 저자는 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상담을 맡았다. 이 책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어떤 슬픔을 경험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긴밀하게 정리하여 참사 유족의 치유와 회복을 돕고자 1992년에 펴낸 책이다.
교사들이 만나는 많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흔들리는 부모 밑에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고 위로받을 출구를 잃어버린 아이에게 상실의 상처는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 상처는 때로 성격까지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에게 부모 다음으로 가까운 어른인 교사가 상실 과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그들에 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공감을 표현할 줄 안다면, 유가족이 된 아이에게는 뜻밖의 따뜻한 회복 공간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차마 감당하기 힘든 깊은 슬픔을 극복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용기를 선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곁에 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정신과 의사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담아 지혜롭게 설명하였다. 아울러 현대사회가 사고로 인한 죽음을 너무나 손쉽게 배상 교섭 문제로 바꾸어버림으로써, 유족을 죄책감에 빠트리고 인간의 죽음을 물화(物化)하고 있음도 고발한다. 또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오히려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참사와 그 뒤를 떠받치는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 우리가 어떤 문명 위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할지까지 사유하게 만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그 배, 세월호와 304명의 희생자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 죽음을 계기로 그래도 뭔가 우리 사회가 바뀌었다는 의미를 찾고자, 오늘도 거리를 헤매는 유가족들의 고통스런 얼굴도 떠오른다. 그들의 고통스런 걸음은 “고인에게로 향했던 생의 에너지를 사회로 돌”리고 남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한 그분들만의 “상(喪)의 작업”이리라. 부디 이 책이 상처 입은 유가족과 우리 사회,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는 모든 이에게 작은 영감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 김미경(경기 호평중학교 국어교사, deepsky11@hanmail.net)
추천도서목록과 개별 서평,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들은 책따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좋은 책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나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추천도서목록 작업을 비롯한 책따세의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따세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15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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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록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출처를 밝힌다면 얼마든지 변형하여 활용해도 좋습니다. 단, 책/따/세의 사전 허락 없이 책/따/세
목록과 기타 자료를 상업적으로 절대 활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때에는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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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록을 위해 책/따/세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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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은 전체 스케치를 써 주신 유연정 선생님(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께서
총괄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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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책/따/세에 관한 문의는 책/따/세 공동 대표인 김미경 선생님(경기 호평중학교 국어교사 / 010-4038-8608)과 조영수 선생님(서울
창문여중학교 국어교사 / 010-2307-9912)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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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서지정보 출처_네이버
정리_(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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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26권 |
2015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매주 금요일이면 책따세 선생님들은 ‘더나더나’에 모여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을 만드는 일이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힘들기 보다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각자 서점에서 찾아낸 책을 들고 와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검토하며 그 책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은 추천도서목록 만들기의 백미입니다. 이번에도 ‘청소년’ 대상 추천도서 24권, ‘교사-일반인’ 대상 추천도서 2권으로 총 26권의 책이 2015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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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책을 검토해보니 예년에 비해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문학책과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의견충돌
진행형! 엄마와 현정이는 무슨 일이건 생각이 다릅니다. 현정이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엄마가 야속하고, 엄마는 현정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합니다. 두 주인공의 팽팽한 갈등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요?
현정이의 졸업앨범 사진 문제에 극렬히 반응하는 엄마나 교복의 메이커를 따지는 현정이나 그게 살아가는데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일인가요? 이 소설의 에피소드는 우리들의 너무나 사소한 하루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의 말은 무조건 듣기 싫어하는 현정이에게 엄마께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혼 내주고 싶고, 엄마에게도 애 좀 그만 내버려두라고 충고해주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끼니 말입니다. 두 주인공의 삶은 곧 나의 삶이기도 합니다. 현정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현재의 나를.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작은 일들이 슈퍼맨이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서로의 마음 들여다보기’. 엄마의 일기를 엿본 현정이가 엄마의 빈 의자가 되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 현정이 못지않게 엄마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현정이도 스스로 판단할 줄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려 주는 것.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것 말입니다.
늘 요구만 했던 엄마께 친구들도 한번쯤은 빈 의자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보다는 좀 더 엄마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 김진아 (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물원 속 모습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했고,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아베 히로시가 살아 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베 히로시는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무엇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다. 수학을 못해서 대학 입시에서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차근차근 찾아 갔다.
어릴 적 여치를 잡던 일을 떠올리며 자연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동물원 문을 두드렸고, 동물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의 삶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또 아베 히로시가 사육사로 일하며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은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원 속 이야기들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예산도 없고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작은 신생 동물원을 사랑받는 동물원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이야기들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늘 흥미의 안테나를 활짝 펼쳐 놓자. 어느 날 그 안테나에 무언가가 걸려든다. 그러면 "이거로구나"하고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 때 바로 두근두근한다면 '기쁘다' 지금 '살아가고 있다'라고 느낄 것이다. - 151쪽 중에서
입시 공부에 매여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지만 마음을 활짝 열고 두근두근한 것들을 찾아가는 행복한 발걸음을 할 수 있기를! 그 길에 아베 히로시의 소박한 인생 이야기가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 류한경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pulseed@naver.com)
『변두리』는 서울 변두리 황룡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 변두리, 도살장이 위치한 황룡동에는 수원이가 살고 있습니다. 술에 취하면 도랑에 빠지거나 팬티를 훔쳐오는 아빠, 억세고 거칠어 보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도살장이 초원인 줄 아는 순진하고 착한 동생 수길이와 함께 말이지요. 수원이는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천하장사 강장군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속이 여려서 당황하면 말을 더듬곤 합니다. 엄마를 도와 살림도 돕고 동생도 돌보는 야무진 딸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멋진 직업을 가진 아빠, 살림만 하는 우아한 엄마와 함께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지요.
황룡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추레한 삶의 모습을 감추는 밤벌레 할머니,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지만 정성껏 키우는 상숙이 엄마, 바람난 남편 때문에 홀로 힘겹게 아들 둘을 키우는 병약한 정호 엄마, 칼갈이 딸이지만 부잣집 공주님인 척하는 같은 반 영미 등이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슬픈 에피소드들 끝에 수원이는 여전히 선짓국을 먹으며, 황룡동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이 오히려 진솔하게 와닿습니다. 수원이와 수길이가 앞으로 잘 자랄 거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원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잠시 자신의 어깨에 얹은 짐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수원이와 함께 향기로운 아카시아 첫 꽃을 따먹으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이수영 (서울 중랑중학교 국어교사, may004@hanmail.net)
『숲 속의 학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 속에서의 나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니피그를 먹이기 위해 파릇파릇한 보릿잎을 긁어내고, 맨 손으로 장어와 격투를 벌이기도 하며, 키우고 있던 십자매 두 마리를 먹어치운 뱀에게 복수를 하고,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리는 등 작가가 자연과 교감하며 지냈던 모습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물학자다운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 덕분에 ‘파릇파릇한 보릿잎의 냄새’, ‘맨 손으로 장어를 잡을 때의 감촉’,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릴 때의 기분’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동안 물질문명에 익숙해진 바쁜 일상을 보내오면서, 자연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들, 그러한 감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들을 잊고 살았던 걸까?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소리를 듣거나, 새벽공기를 마실 때,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좋아했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자연과의 깊은 만남, 그것은 생명이 있는 것과 긴밀한 대화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자칫 일상에 지치기 쉬운 아이들의 건조한 마음에 여유를 주고, 거친 마음에 부드러움을 가져다주고, 본래 가지고 있는 야성의 힘을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라고…..
컴퓨터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숲속을 거닐며 자연과 만나 보자.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만나 보자.
- 류도은 (서울 상신중학교 수학 교사, winter0130@naver.com)
『안녕 나나』는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소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청소년 탈선이나 가정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운한 환경에 처해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만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예 그들의 처지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로
가면을 쓴 채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이다. 예쁘지만 철없는 양아치인 나나와 가족과의 괴롭고도 슬픈 매듭 속에
갈등하는 평범한 태권도 특기생 김연우 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여름의 비오는 날, 김연우는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문 앞에서 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만 신세를 지자고 말하는 뻔뻔하면서도 오히려
당당한 나나의 모습에 김연우는 기가 차고 만다. 얼른 돌려보내고자 생각한 연우였지만, 어느새 나나와 같이 생활하게 된다.
같이
지내면서 둘은 애초에 엮이고도 엮일 수 없는 다른 부류이었기에, 그로 인한 서로간의 갈등이 격조되고(?) 결국엔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나의
양아치 같은 겉모습만을 보던 김연우는 가면 속 숨겨진 나나의 진짜 슬픔을 알게 되고, 점점 성장해 나간다. 물과 기름 같던 김연우와 나나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각자의 새로운 길에 등을 지며 헤어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괴로움, 외로움, 두려움, 학대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한 부정적인
마음들이 그녀들에게는 내면의 일상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나와
김연우처럼, 오히려 그녀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힘겨운 아이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새로운 길 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아이들에게는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친구 같은 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내적 갈등이나 아픔, 배경 등을 생생하게 묘사 하면서도 마치 내가 그녀들을 바라보는 방관자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 류진석 (환일고등학교 2학년, aaaaszzz@naver.com)
『지구, 2084』는 기후 변화로 인해 변화한 미래의 지구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래와 현재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 현재의 환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유래 없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바닥을 보며 한탄하는 농민들의 소식이 연일 뉴스 화면을 채우고 있으며 상류 댐의 방류량 조절로 인한 녹조현상이
때 이르게 나타나 물고기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구 환경에 대한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해진
반면 여기저기서 환경파괴로 인해 아파하는 지구의 흉측한 현상이 후손들에게 넘겨진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엘니뇨현상에
의해 망가져가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이제는 누구라도 걱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이 출판되어
반갑게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2013년
연말에 17세를 맞는 노르웨이의 한 소녀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겨울 풍경에 심난해 하고 생태계의 파괴현상을 걱정하며 병적인 상상력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다 꿈속에서 70년 뒤의 증손녀와 대면하는 사건을 통하여 미래의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절감하고 지금부터라도 어떻게든지 멸종해
가는 생물들을 지킬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용은
요즘 유행처럼 다루어지는 환경보호의식을 고취하는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현재와 미래를 재미있게 엮어가며 환경을 생각하며 읽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점이 흥미를 끌고 있다. 70년 후의 증손녀가 예전의 지구로 되돌려달라는 투정을 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멸종 생물을 알려주는 단말기가 계속해서 경보를 울리고 있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교 폭력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의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이 흥미로움을 더해줍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소설집에서 발견한 답은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과 장면들을 최적의 언어로 구현해낸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거기에다 이 소설에서는 외로움, 슬픔,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들을 그 감정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엉뚱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장면 속에서 ‘피식’ 웃음을 지으며 읽어낼 수 있게 한다. 빚쟁이가 되어 가방 안에 들어가는 아버지, 복근 없이 추락하는 욕쟁이 짱 껌딱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소녀... 어쩌면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학교 폭력 이야기부터,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인 이슈도 강렬한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의 진행으로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권세와 영화는 봄날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흰 꽃봉오리를 터뜨렸다가 봄볕이 여물 무렵 누렇게 시들어 져 버리면서 땅바닥에 시커멓게 들러붙는 목련꽃처럼 덧없었다.(101p)’ 학교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욕하고 싸우는 한 남학생의 추락기를 그린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사소한 이야기를 과장되다 싶을 정도로 거창하게 묘사하니 불쌍할법한 주인공의 처지가 우습기까지 하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구경하듯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맘 한편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것은 이러한 작가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을 가르칠 수 있는 소설집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며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시낭송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청소년에게 사랑은 큰 관심거리다. 내가 가르치는 여중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학생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SNS 계정에 연애 소식을 올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물론 연애가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한 집에서 사는 부모와 형제끼리도 다툴 때가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극복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대학 시절에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라고. 맞는 말이다.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별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모두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에서는 ‘슬램’이란 독특한 시 낭송 방식이 등장한다. ‘슬램’은 우리한테는 낯선 방식인데, 자작시를 리듬에 맞춰 랩처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시를 낭송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랑의 감정을 시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와 예쁜 사랑을 나누면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밤을 들려줘』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친구와의 관계,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과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연예인 기획사 연습생의 생활과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인공들과 주변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지만 꿈을 향해 땀을 흘리는 유명 기획사 가수 연습생과 뭐든 열심히 계획대로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었지만 막상 그 길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길을 찾게 되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이야기는 불안한 미래와 실패에 대한 우리의 고민들이 묻어난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는 사랑에 대한 결핍을 대신 충족할 만한 대상과 열정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많은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그 숫자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그들과 관련된 글을 쓰는 블로거 활동을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따라다니는 것 등의 팬덤 문화도 요즘 청소년 문화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되기 전 끊임없는 도전과 고된 훈련, 시련과 좌절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고 팬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연예인 연습생과 팬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연예인 연습생의 이야기나 팬덤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끌어 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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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미 (서울 풍성중학교 사회교사, jagumoo@sen.go.kr)
인문·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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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4권의 추천도서 중 인문분야는 총 7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다리를
잃은 걸 기념합니다』는
왜 가족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흔적을 살펴보고 이를 기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는 생각해 볼 내용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왜 우리 가족은 해마다 8월 24일이면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할까?’라는 아이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이 질문으로 책을 시작하여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직접 읽으며 찾아보길 바란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전쟁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 더 나아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인간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는 것을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해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그 흔적들을 직접 보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살펴보고 기억하는 데에 동참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른으로서 고민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65년 전 일어난 한국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전해주고 무엇을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평화와 공존이 아닌 여전히 갈등과 제2의 전쟁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방식을 읽으며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참 많은 책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 가족의 역사』는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중일전쟁 때 갑작스러운 일본 폭격기의 공습을 받아 여동생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자신의 한쪽 다리마저 잃은 열두살 소년이 있다. 바로 그가 이 만화 <내가족의 역사>를 펴낸 리쿤우의 장인 샤오칭중이다.
이미 <중국인 이야기>를 프랑스에서 출판해 국제적 명성을 올린 만화가 리쿤우가 굳이 장인 어른의 아픈 역사와 대면하게 된 것은 정말 기이한 인연 때문이었다. 곤밍시의 한 골동품상과 거래를 하다가 일본군 종군 기자들이 찍은 중일 전쟁 화보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어떤 노인과 조우를 하게된 것. 가족도 재산도 없이 허름한 빈민가에서 말년을 보내면서도 이 노인은 일본인 수집가의 거금도 마다하고 이 사진 화보집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리쿤우는 중일 전쟁 화보집에 담긴 5천장의 생생한 사진을 목격하게 되고 곧 기묘한 격정과 감회에 휩싸인다.
정복자 일본군의 시선으로 채워진 이 전쟁의 사진첩에는 승자들의 득의만만한 기운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성취해 군사 대국이 된 일본이 중국 대륙을 미개한 산하처럼 마음껏 유린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화보에 간간히 등장하는 중국 포로들의 당당한 기개는 인상적이지만 일본군의 대포와 탱크를 막기 위해 그들이 의지한 무기는 돌지뢰와 청룡도였음을 화보는 증언한다. 비둘기 통신 부대와 기후 탐지 부대까지 거느린 일본군의 근대적 조직 앞에 중국군은 무기력했다. 일본 종군 기자들이 찍은 사진들은 전쟁 중 조국을 버리고 일본을 택한 중국인 친일 세력들의 비굴한 민낯도 폭로한다. 괴뢰 정부의 행태, 북경에 불어온 일본어 공부 바람, 친일미용실 등은 마치 우리가 겪었던 굴종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400여장의 화보에 일본군들의 끔찍한 침략 행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인 장교의 모습, 고향 생각에 잠긴 병사의 애수, 그리고 공포감에 휩싸인 수색병의 흔들리는 눈빛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평온해 보이는 중일 전쟁에서 실제 희생된 중국인의 숫자가 2,300여만 명, 일본이 아직도 부인하고 있다는 남경 대학살의 희생자 수가 30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오히려 이 전쟁의 평화로운 이면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장면 마다 덧붙인 주인공의 탄식과 울분은 그 섬뜩함을 배가 시킨다. 잔인한 침략 근성을 애국심과 명예심으로 위장할 수 있기에 전쟁은 더 역겨운 것이다.
무엇보다 착잡한 것은 이 책의 제목이 <내 가족의 역사>로 이어진 내력이다. 우연히 리쿤우는 화보집 한편에 붙어 있는 짧은 신문 기사 <쇼와 13년 9월 28일 곤밍 공습 부대>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사는 일본 전투기들의 곤밍 첫 폭격을 자랑스럽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폭탄으로 장인은 부모 형제를 잃었고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야 했던 것이다. 늘 있는 일본군의 담담한 승전보였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전쟁의 일상은 이렇게 잔인했다.
이 책은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그 비극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 그 희생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다음 짧은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위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서울 사는 나무』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서른 두 그루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나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 사는 나무들을 사는 곳으로 나누어 그네들의 삶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욕심 없이 풀어주는 글쓴이는 나무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눈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아내잖아요. 글쓴이는 그렇게 나무들의 빛나는 지점을 찾아내고, 측은한 마음으로 돌보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 없는 나무도 없나봅니다. 복닥복닥한 서울 한 귀퉁이에서 ‘서른두 그루’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듯 나무도 저마다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는지를 글쓴이는 들려줍니다.
지나가던 행인에게 채이고 전단지에 몸살 앓으면서도 ‘길가’에서 굳건하게 제 자리 잡고 사는 나무들, ‘공원’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사는 나무들, 그리고 ‘궁궐’에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온 나무들. 저마다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무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나무의 삶을 짧지만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들과 엮어낸 것을 읽으며 문득 문득 그 나무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삼청동 길 입구에 그 커다란 ‘비술나무’가 있다는데 저는 왜 그걸 본 기억이 없을까요? 어서 가서 눈 맞춤하고 싶습니다. 선유도 공원에서 미루나무인줄 알고 꽥꽥거리며 ‘미루나무 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걸려있네...’하며 동요 불러주던 옛날을 반성하며 ‘양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나무 천연기념물들이 가득 찬 창덕궁에 가서 한 그루 한 그루를 올려다보며 오랜 세월 힘들었다고 위로해 주고, 너른 공간이 있어야 잘 자라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늘을 만들어주는 서울역사박물관 앞 ‘느티나무’에게도 가서 고맙다고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자, 모두들 이번 여름방학, 내친김에 책 사이에 들어있는 ‘삼청공원 나무지도’를 옆구리에 끼고 먼 길 여행 못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나무와의 만남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희망을 드러낸 책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을 기억하며 그들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봄날의 시린 기억이 희미해졌다가 다시금 벚꽃 피는 걸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인지 기억은 떠오름과 동시에 이내 휘발되어 버립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말이지요.
세월호의 침몰로 유가족들은 말 그대로 악몽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함께 술 한 잔을 하려던 건우아빠도, 딸내미 하나 이쁘게 키우려고 애쓰던 소연이 아빠도, ‘사랑해요.’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다정다감한 아들에게 위로 받던 호성이 엄마도, 꿈을 이루고 사람과 함께하고자 한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를 본 수현 아빠까지. 모두 모두 아이들의 빈자리를 눈물로 채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비윤리적 태도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과 이웃의 몰이해로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느냐”, “누구나 사고로 가족을 잃을 수 있는데 웬 난리냐” 등의 차가운 시선은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얼음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이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한 걸음만 뒤에서 생각하면 세월호 유가족이 외치는 진상 규명이나 안전법 서명 등이 유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또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숫자로 계산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들 가슴에는 돌덩이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따뜻한 미래를 위해 우리 대신 싸워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미안함을 넘어 부끄러울 수밖에요.
우리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회의 문제점들을 또렷하고 날카롭게 비판 하는 책들, 세월호에 대한 느낌을 섬세한 감성으로 시와 글로 담은 책들을 많이 봅니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종류의 책을 하나로 엮어 놓은 듯합니다. 가족들의 육성 기록을 읽으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보게 되고 동시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그리고 희망과 만날 수 있습니다. 유가족의 힘겨움과 함께하고,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 우리 사회 모두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꼭 매듭짓고 가야할 날임을 기억하며 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은 일상에서의 문제를 통해 헌법을 쉽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사회 시간에 헌법에 관해서도 배웠다. 그런데 그 배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그냥 시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지식 습득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헌법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매사가 헌법에 근거한 범위 내에서 사회생활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알아 잘 대응할 수 있어야 훨씬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0대뿐 아니라 헌법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민주라는 아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하나씩 제기하면 대학원에서 법을 전공하는 삼촌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대답해 주는 형식이다.
실제 헌법 조문의 순서에 따라 장을 나누어 기초적인 설명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 한편 장마다 끝 부분에 우리가 궁금해 할 토론 주제를 하나씩 제시하여 생각할 거리를 마련하고 있어 청소년이 헌법을 이해하고 생각할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국방의 의무와 평화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라든지 개인의 명예와 존엄성을 위한 잊힐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가 상충되는 경우 등 팽팽한 토론을 이끌어내어 헌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펼쳐 준 좋은 책이다.
- 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는
초국적 기업이 종자를 독점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의 힘과 우리 농민과의 갈등과 피해, 그리고 GMO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 ‘청양고추’는 우리나라 종자일까요? 아닙니다. 초국적 종자기업 몬산토의 소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하여 재배하던 청양고추 종자를, 우리 농민들은 이제 중국 산둥성에서 채종한 것을 사야합니다. IMF 외환위기에 국내 1~4위의 종자회사가 초국적 종자기업에 매각되면서, 보유한 종자도 함께 넘어갔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종자사냥꾼’이 행한 수집, 채집에 의한 유출은 1985년 미국이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허용하면서, 사적인 소유가 가능해졌어요.
혹시 여러분은 배추씨를 본 적은 있나요? 무씨를 밭에 심은 적은요?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을 거예요. 최근 음식을 먹는 방송, ‘먹방’이 넘쳐나는 것을 보며, 우리가 먹는 것의 근원인 종자(씨=씨앗)에 대해 늦었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자란 그 생물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생명체인데요. 농업의 산업화는 생명체인 종자를 ‘자연의 소중한 자원이 아닌 인간이 개발한 상품’으로 여깁니다. 예를 들면 ‘잡종 벼 터미네이터 종자’는 수확을 마치면, 파괴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해마다 종자를 사도록 합니다. ‘특허’로 소유권을 갖거나 GMO 개발을 가속화’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요.
종자독점과 사유화에 맞서서 세계는 토종종자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여 년간 전국을 돌며 토종종자를 수집해온 안완식 박사와 토종 종자 모임 ‘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흙살림 토종연구소 등과 함께 활동을 합니다. 특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농가를 방문하여 토종 씨앗을 조사하고, 기증받은 ‘토종 씨앗 전시 채종포’를 운영하여 수확한 씨앗을 나누고 있어요.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불편한 책입니다. 어른들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내용이지요. 우리의 ‘종자 주권’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펼쳐 보는 일입니다. 특히 GMO 수입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심사제도와 과정 그리고 GMO 표시제의 개선 등,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면 더욱 좋아요. 참고자료로 필요한 부분만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왜 읽어야 해요?”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먹고 사는’일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You are what you eat."이므로.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 가난뱅이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유쾌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의 방법?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어느 자상한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성공을 기대하며 골라준 경제 실용서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달콤한 성공의 비결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여기서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이란 오히려 이런 식으로 부자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곱 가지 방법을 보자. 전통적 세습 (BMW의 상속자 주자네 클라텐), 자기 소유의 땅 밑에 석유가 흐르는 기막힌 행운(UAE의 셰이크 알리파 대통령), 지적 정보의 독점(빌 게이츠가 세계 1위의 부호가 된 비결), 경영자에 대한 과잉 보수(불실 기업의 CEO까지 지급된 천문학적 보너스), 그리고 탁월한 재능에 대한 대중의 비합리적 숭배(축구 스타 호날두의 엄청난 연봉) 등이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부가 창의성과 노력을 발휘한 자에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지불한 정당한 대가라고 볼 수 있을까?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자연스런 섭리가 아니라 권력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제도의 산물이 아닐까?
문제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이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 획득된 부만큼이나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곱 가지의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독일의 대형마트 알디가 값싼 우유로 많은 판매고를 올릴 때 낙농가들이 원가에 밑도는 우유를 생산하다 파산하는 장면을 상기시킨다, 인력 삭감으로 회사 주가를 올려 많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과 이로 인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를 받아야 하는 실업자 모델을 대비시킨다. 이 부자 모델과 가난뱅이 모델을 통해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부각시킨 이 책이 마지막에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시도되거나 꿈꾸고 있는 일곱 가지 대안들이다.
이 대안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뜻밖에도 아주 냉정하다. 우선 사회주의 모델에 대해서 저자는 중국과 북한의 예까지 들어가며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단정한다. 그 밖에 협동조합 모델이나 사회 복지 모델, 정치의 개입 모델에 대해서도 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머리에 스위치를 켜라” 모델에서 “내가 원하는 사회에서 살려면 경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내가 무력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어찌 보면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양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청소년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 그 비판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책으로 제격이다.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그 누구도 잘 답하지 않는 경제 현상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소상하게 풀어서 차근차근 얘기해 주는 맛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정한 관점에 서 있는 책이기에 제대로 읽으려면 나름대로의 균형 잡힌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분배의 불평등이나 독점 현상과 같은 시장 경제의 문제점이 또 한편으로는 경제적 효율성과 폭발적인 생산력을 가져왔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더 심한 경쟁과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미래의 주역들에게 성장이냐 분배냐, 개발이냐 환경이냐 같은 의제는 그들의 삶을 가를 절실한 물음이다. 여기에 대해 적어도 이 시대의 경제학은 뭔가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치우치기는 했지만 이 책이 지닌 발랄한 생각의 연쇄 과정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고 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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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과학 분야는 총 5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과학을 중심으로 사회, 철학, 역사 적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간 책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박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하여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읽다보면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동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두 동물이 있다. 바로 낙타와 박쥐이다. 특히 박쥐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나 에볼라 같은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최다로 보유하고 있어, 어떤 기사에서는 박쥐를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여기, 인간이 ‘인류 최고의 적’에게 쓴 편지가 있다. 인간의 피를 탐하더니 이제는 전염병까지 옮기냐며 호통을 치는 편지일까? 아니다. 이 편지는 멸종 위기의 박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이다.
이 편지 속에는 먼저 박쥐의 종류와 생태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들어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박쥐에 대한 편견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준다. 사실 박쥐의 대부분은 흡혈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꿀, 꽃가루를 먹는 초식성이거나 육식성이라도 곤충을 먹는다. 흡혈박쥐는 오직 남미에만 사는 극히 일부의 박쥐일 뿐이며, 그나마 사람이 아닌 가축의 피를 먹는다. 박쥐는 식물의 수정을 도와주고 해충을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 데에도 사연이 있다. 평소 동굴에 숨어 있거나 야밤에 돌아다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박쥐가 왜 인간과 접촉하게 되었을까? 바로 서식지 파괴 때문이다. 인간들의 개발에 의해 서식지가 사라지거나, 환경이 바뀌어 이상한 병에 걸리거나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서식지에서 쫓겨난 박쥐들에게 잘못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동물들이 인간과 같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멸종위기의 혹은 멸종된 동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릴레이식으로 쓴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편지를 받은 박쥐는 꿀벌에게, 꿀벌은 호랑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글은 먼저 편지를 읽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즉, 과학(생물학)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그 동물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 이때, 문학이나 철학을 등장시켜 과학적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인간들이 이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 습득과 함께 인문학적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따뜻한 시선까지 들어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에게서 시작된 편지는 다른 동물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편지를 받았으니 다시 다른 동물에게 편지를 띄워 보자. 이번 방학 동안 멸종 위기 동물을 한 가지 정해 한 번 깊게 공부해 보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우리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안부를 묻기 시작할 때, 자연과 인간은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전염병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전염병 최초의 감염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전염 경로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염병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메르스(MERS)가 확산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들어온 낯선 전염병으로 우리 사회가 공포에 떨었다. 치료약이나 예방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메르스(MERS)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이 전염병과 싸우는 의료진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메르스(MERS)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간호사가 그 병에 감염되었다는 기사였다. 메르스(MERS)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 의료진이 10% 이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병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하게 살 수 있다.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그동안 전염병을 연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은 전염병의 최초 감염자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전염병 지도를 그려서 전염 경로를 파악한다. 심지어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콜레라, 장티푸스 등 여러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일도 생길 것이다. 마을이나 도시에 모여서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전염병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염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탐정이 된 과학자들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이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다윈의
서재』는
찰스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책을 읽었을까를 상상하며 과학책에 대한 서평을 저자와의 인터뷰와 강의 형태로 모아놓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우리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 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을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는 책이 바로 『다윈의 서재』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찰스 로버트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 상상하여 그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도발적인 책, 우아한 책, 경계가 없는 책, 배후의 책, 내밀한 책으로 나누어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저자인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강연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는 밈들의 아우성(혹은 밈들의 전쟁터)이라고 일컫는 자신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 중 36권의 책을 17번의 북토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서평모음집은 독자로 하여금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서평집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와 강연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가독성이 높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가이드북을 읽지만,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인색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 책이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바란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생물학
이야기』는
지구의 탄생부터 진화에 이르기까지의 생물학적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부분의 책은 주제를 통하여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초점은 책이 아니라 책을 쓰고 있는 ‘나’자신인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신을 낮추고 주제 그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생물학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육지의 포유류였던 돌고래는 물에서 여전히 치타처럼 몸을 위아래로 굽히며 움직인다. 인간도 다를 바 없다. 불변의 철학 및 가치로 인간의 습관과 생각이 형성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에 드리워진 진화의 그늘과 DNA의 영향이 큰 것이다. 과학의 저러한 설명은 명쾌하면서도 단순하다. 그 확실한 설명이 삶을 시원하게 해석해 준달까. 눈에 보이는 동물과 식물, 동물로서의 인간을 연구함으로 삶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꽤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아의 탄생을 세포막의 출현을 통하여 설명한 부분이 그렇다. 세포막을 경계로 자신(내부)과 환경(외부)을 구분 짓는 과학의 언어는, 끽해야 소설만 읽던 사람에게 참으로 신선하고 숭고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윈이 여성도 교육을 받으면 남성과 동등한 지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주장한 것은, 이데아를 꿈꾸며 상상해 낸 말이 아니라 과학적인 관찰을 통한 귀납적 주장이었음에 감탄할 것이다. 또한 멘델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멘델이 수도원의 작은 밭에서 7년간 완두콩 교배 실험에 몰두했다는 구절에는 그 인내와 성실에 경이를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 전반을 짚어 나가기 때문에 나 같은 과학무식자라면 처음에 읽는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관심 없는 분야라도 무척 친절한 사람이 알려준다면 미안해서라도 조금 더 듣지 않는가? 나도 이 책의 친절과 정성에 막 덮기 미안하여 조금 더 읽은 것뿐인데, 희미하나마 생물학이라는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과학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동시에 과학과 상관없이 살 것 같은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생물학 교양서로서 더할 나위 없기도 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인생을 해석하게 만든다.
- 허소혜 (경기 성남여자중학교 국어교사, ssoi0605@hanmail.net)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철학과 역사를 통해 과학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EBS특별기획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통해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배웠던 과학이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철학은 어떠할까? 이 또한 그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면 이러한 과학과 철학이 만난다면? ‘어려움×어려움=어려움2 ’이 성립하게 될까? 아니면 전혀 관련 없는 두 학문이 절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저자는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고, 또 과학적 문제들을 과학자들이 스스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른 여러 가지 시각으로 조명해보기도 합니다.”라고 하며 과학과 철학은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과학지식의 한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저명한 과학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풀어나간 후, 실제 과학사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과학탐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식의 발견과정의 중요성을 논하며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과 획일화된 사회의 과학을 넘어선 다원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EBS특별기획으로 총 12부로 구성된 강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책을 읽고 그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보내온 철학과 역사를 통해 보는 흥미진진한 과학의 마당으로 가는 초대장은 여러분 손에 쥐어 있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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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는 총 3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
『한 폭의 한국사』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집니다.
유독 ‘역사’라는 과목이 어렵고 성적도 안 나오며 흥미롭지도 않다는 학생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잘 할 수 있을까 상담을 하러 온 중학교 2학년 제자에게 나는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왜 그럴까? 함께 역사 교과서를 펼쳐보았더니 내가 보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시대별 왕조별로 정리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보며 내적인 의미맥락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평소에 역사책을 많이 본 학생이라야 이해하기가 쉽겠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훌쩍 자라 머나먼 타지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 학생이 다시금 나를 찾아온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 주며 고국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책에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진다. 그 예술 작품들 속에는 그것이 창작되었던 시대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김정희의 ‘세한도’에서는 양반이 중인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등 계급적 질서가 유연해진 사회를 읽을 수 있고, 만 원짜리 지폐의 ‘일월오봉도’에서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형태를 완성하고도 비운의 죽음을 맞은 정도전의 삶을 통해 조선 초기의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서구방의 ‘수월관음도’를 보면, 서구의 르네상스 못지않은 예술의 발전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수탈의 역사 속에서 서구방이라는 멋진 예술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예술과 역사가 잘 어우러져 그 둘을 모두 잘 느끼고 깨닫게 해 준다. 쉬운 말로 적혀 있어서 중학생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누기 좋다. 가족들끼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이나 세한도를 만날 수 있는 제주도를 찾아보며 이 책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모처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 서영미 (서울 당산중학교 국어교사, symheart@hanmail.net)
『미술, 세상을 바꾸다』는 함께 만들고, 함께 느끼는 공공예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부터 한국 사회에 벽화 열풍이 일고 있다. 낙후된 마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가난한 동네가 그 지역 대표 관광지가 되는가 하면, 각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통해 학교를 아름답게 꾸미고, 공동 작업을 통한 교육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미술은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마음과 마을이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가난한 마을에 일자리 창출까지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미술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미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뭐 이런 작업 정도로 세상이 바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벽화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보통 우리는 미술이 일상생활과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을 때, 미술관을 찾아야만 접할 수 있는 것이며,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추상화되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 미술이라고 생각해왔다. 필자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대해 예술가들이 책임을 지고 화랑과 미술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함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행에 맞서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로 변화시키는’ 예술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노력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브라질 달동네에 색을 입힌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 노숙자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는 ‘슈팅백 프로젝트’ 등은 미술을 통해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주었다. 특히 빈곤한 마을의 학교로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 느낌을 책장에 그림으로 그려 공동 작품을 만드는 Tim Rollins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사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또한 과연 이 세상은 정의로운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알프레도 자르의 작품 활동과,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예술노동자 연합의 사회적 참여, 여성 등 소수자들이 설 자리를 좀처럼 만들어주지 않는 미술계의 관행을 고발하는 게릴라 걸스의 활동들을 통해 미술이 개인의 인생은 물론 사회의 의식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보통 말하는 ‘순수미술’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순수미술과 함께 시대를 반영하고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미술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도 액자 속에 갇힌 그림만이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동안의 편견을 깨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미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전해주는 음악 이야기입니다. 예술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그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직 피아니스트인 젊은 작가 손열음. 섬세한 감수성과 경험에서 나온 진솔함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음악을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음악의 영원한 주제 사랑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음악가의 인생 속에 어느덧 흠뻑 빠져들어 영혼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폭넓은 해석도 빠지지 않습니다. 피아노는 태생이 건반의 음악적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음악적 식견과 손가락의 면적이나 체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절대 음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악에의 감수성이라는 것도. 최소단위를 쪼개어 가장 잘게 만든 다음 최대치로 채워 긴장감의 연속성을 만들면 비로소 리듬이 된다는 것도. 피아노의 소리를 작게 만들 때 사용하는 우나 코르다와 소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서스테인 페달을 클러치와 브레이크에 비유한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피아노의 음정에 대한 것도. 작가는 음악을 하면서 자신만의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깨달은 사소한 부분 부분들을 풍부한 감성을 통해 전달해 줍니다. 음악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베토벤은 ‘자유에의 쟁취’, 슈베르트는 ‘절망 속의 희망’, 슈만은 ‘사랑’, 쇼팽은 ‘그리움’, 브람스는 ‘결핍’, 차이콥스키는 ‘꿈’, 쇼스타코비치는 ‘고발’, 프로코피예프는 ‘귀소본능’ 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해 줍니다. 또한 실력보다는 타이틀이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와 음악의 본질보다는 형식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음악가를 사랑하며 음악 속에 살아가는 작가의 삶 또한 분명 음악 이야기 속의 한 부분이겠지요. 칼럼 한편 한편을 모아 다시 엮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화려한 필력이나 해박한 지식보다도 작품 하나하나, 음악가의 삶 하나하나를 열정적으로 전해주는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여러분들의 답장은 무엇인가요?
- 김진아(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교사와 일반인에게 추천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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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교사와 일반인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총 2권 선정되었습니다. |
『꿈꿀 권리』는 도서관을 통한 책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는 이 책의 부제이다. 부제란 ‘책이나 논문 등의 표제 옆에 덧붙여, 내용을 한정하여 표시하는 제목’을 말한다. “이게 뭐지?” 궁금하다. 옛 시골 마을 어귀에 있어 커다란 그늘로 마을사람들을 쉬게 해준 느티나무처럼, 박영숙 관장은 “간장님, 간장님”부르며 찾는 아이들을 품어 안는다.
2007년 4월에 용인 수지의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던 느티나무도서관을 ‘책따세’선생님들과 찾아 간 적이 있다. ‘책따세’의 큰 목표가 청소년을 위한 전문도서관인 ‘푸른 도서관’건립으로, 특히 2007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도서관 입구에는 미끄럼틀이, 실내에는 그네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드러눕거나 시끄럽게 놀면서 책을 읽는 도서관이 낯설고, “왜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해도 되나?” 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았다.
지금의 느티나무도서관을 존재하게 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공성’이다.
‘…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연령,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균등한 접근 원칙에 입각하여 제공된다.’ -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하고 ‘간절함 끝에 만난 행운’으로 얻은 ‘공공성’은 느티나무도서관의 운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은 어떨까? 2008년에 발표한 ‘도서관발전종합5개년계획’으로 도서관의 숫자와 장서 수는 늘어났으나,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각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의 부재는 도서관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특별함은 ‘자발성’이다. ‘가르치려고 드는 대신 책과 사람을 만나 스스로 배우는 힘을 믿고 존중하는 것’임을 알기에, 책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책하고 놀게 해주었다.
책, 책읽기,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사람들 중 어느 하나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985년 8월 12일, JAL의 점보기가 일본 군마현의 산중에 추락하여 52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정신과 의사로서 내란, 대형사고, 재해 피해자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던 저자는 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상담을 맡았다. 이 책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어떤 슬픔을 경험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긴밀하게 정리하여 참사 유족의 치유와 회복을 돕고자 1992년에 펴낸 책이다.
교사들이 만나는 많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흔들리는 부모 밑에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고 위로받을 출구를 잃어버린 아이에게 상실의 상처는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 상처는 때로 성격까지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에게 부모 다음으로 가까운 어른인 교사가 상실 과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그들에 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공감을 표현할 줄 안다면, 유가족이 된 아이에게는 뜻밖의 따뜻한 회복 공간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차마 감당하기 힘든 깊은 슬픔을 극복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용기를 선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곁에 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정신과 의사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담아 지혜롭게 설명하였다. 아울러 현대사회가 사고로 인한 죽음을 너무나 손쉽게 배상 교섭 문제로 바꾸어버림으로써, 유족을 죄책감에 빠트리고 인간의 죽음을 물화(物化)하고 있음도 고발한다. 또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오히려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참사와 그 뒤를 떠받치는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 우리가 어떤 문명 위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할지까지 사유하게 만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그 배, 세월호와 304명의 희생자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 죽음을 계기로 그래도 뭔가 우리 사회가 바뀌었다는 의미를 찾고자, 오늘도 거리를 헤매는 유가족들의 고통스런 얼굴도 떠오른다. 그들의 고통스런 걸음은 “고인에게로 향했던 생의 에너지를 사회로 돌”리고 남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한 그분들만의 “상(喪)의 작업”이리라. 부디 이 책이 상처 입은 유가족과 우리 사회,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는 모든 이에게 작은 영감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 김미경(경기 호평중학교 국어교사, deepsky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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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따세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15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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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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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서지정보 출처_네이버
정리_(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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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책따세가 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목록 26권 |
2015년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매주 금요일이면 책따세 선생님들은 ‘더나더나’에 모여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을 만드는 일이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힘들기 보다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각자 서점에서 찾아낸 책을 들고 와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검토하며 그 책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은 추천도서목록 만들기의 백미입니다. 이번에도 ‘청소년’ 대상 추천도서 24권, ‘교사-일반인’ 대상 추천도서 2권으로 총 26권의 책이 2015 여름방학 추천도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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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문학책을 검토해보니 예년에 비해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문학책과 함께하며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의견충돌
진행형! 엄마와 현정이는 무슨 일이건 생각이 다릅니다. 현정이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엄마가 야속하고, 엄마는 현정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합니다. 두 주인공의 팽팽한 갈등은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요?
현정이의 졸업앨범 사진 문제에 극렬히 반응하는 엄마나 교복의 메이커를 따지는 현정이나 그게 살아가는데 뭐 그리 큰 문제가 되는 일인가요? 이 소설의 에피소드는 우리들의 너무나 사소한 하루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엄마의 말은 무조건 듣기 싫어하는 현정이에게 엄마께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혼 내주고 싶고, 엄마에게도 애 좀 그만 내버려두라고 충고해주고 싶은 충동을 마구 느끼니 말입니다. 두 주인공의 삶은 곧 나의 삶이기도 합니다. 현정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현재의 나를.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작은 일들이 슈퍼맨이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결국 해답은 ‘서로의 마음 들여다보기’. 엄마의 일기를 엿본 현정이가 엄마의 빈 의자가 되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한 것. 현정이 못지않게 엄마도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 현정이도 스스로 판단할 줄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알려 주는 것. 서로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는 것 말입니다.
늘 요구만 했던 엄마께 친구들도 한번쯤은 빈 의자가 되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보다는 좀 더 엄마와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 김진아 (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아베 히로시와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는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한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물원 속 모습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25년간 동물원 사육사로 일했고,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아베 히로시가 살아 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베 히로시는 자연 속에서 뛰어 놀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무엇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다. 수학을 못해서 대학 입시에서도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차근차근 찾아 갔다.
어릴 적 여치를 잡던 일을 떠올리며 자연과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동물원 문을 두드렸고, 동물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간 그의 삶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또 아베 히로시가 사육사로 일하며 직접 보고 느꼈던 것들은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동물원 속 이야기들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예산도 없고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작은 신생 동물원을 사랑받는 동물원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이야기들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늘 흥미의 안테나를 활짝 펼쳐 놓자. 어느 날 그 안테나에 무언가가 걸려든다. 그러면 "이거로구나"하고 알게 된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그 때 바로 두근두근한다면 '기쁘다' 지금 '살아가고 있다'라고 느낄 것이다. - 151쪽 중에서
입시 공부에 매여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지만 마음을 활짝 열고 두근두근한 것들을 찾아가는 행복한 발걸음을 할 수 있기를! 그 길에 아베 히로시의 소박한 인생 이야기가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며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 류한경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pulseed@naver.com)
『변두리』는 서울 변두리 황룡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의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 변두리, 도살장이 위치한 황룡동에는 수원이가 살고 있습니다. 술에 취하면 도랑에 빠지거나 팬티를 훔쳐오는 아빠, 억세고 거칠어 보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도살장이 초원인 줄 아는 순진하고 착한 동생 수길이와 함께 말이지요. 수원이는 키도 크고 힘도 세서 천하장사 강장군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속이 여려서 당황하면 말을 더듬곤 합니다. 엄마를 도와 살림도 돕고 동생도 돌보는 야무진 딸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멋진 직업을 가진 아빠, 살림만 하는 우아한 엄마와 함께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고 싶은 꿈을 꾸지요.
황룡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로 추레한 삶의 모습을 감추는 밤벌레 할머니,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니지만 정성껏 키우는 상숙이 엄마, 바람난 남편 때문에 홀로 힘겹게 아들 둘을 키우는 병약한 정호 엄마, 칼갈이 딸이지만 부잣집 공주님인 척하는 같은 반 영미 등이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슬픈 에피소드들 끝에 수원이는 여전히 선짓국을 먹으며, 황룡동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결말이 오히려 진솔하게 와닿습니다. 수원이와 수길이가 앞으로 잘 자랄 거라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기도 하구요.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원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청소년들이 잠시 자신의 어깨에 얹은 짐을 내려놓았으면 합니다. 수원이와 함께 향기로운 아카시아 첫 꽃을 따먹으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을 테니까요.
- 이수영 (서울 중랑중학교 국어교사, may004@hanmail.net)
『숲 속의 학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 속에서의 나를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학자가 어린 시절 숲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니피그를 먹이기 위해 파릇파릇한 보릿잎을 긁어내고, 맨 손으로 장어와 격투를 벌이기도 하며, 키우고 있던 십자매 두 마리를 먹어치운 뱀에게 복수를 하고,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리는 등 작가가 자연과 교감하며 지냈던 모습들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물학자다운 뛰어난 관찰력과 표현력 덕분에 ‘파릇파릇한 보릿잎의 냄새’, ‘맨 손으로 장어를 잡을 때의 감촉’, ‘낙엽을 차며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족제비를 기다릴 때의 기분’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동안 물질문명에 익숙해진 바쁜 일상을 보내오면서, 자연 속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각들, 그러한 감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감성들을 잊고 살았던 걸까? 비가 한바탕 쏟아지는 소리를 듣거나, 새벽공기를 마실 때,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며 좋아했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자연과의 깊은 만남, 그것은 생명이 있는 것과 긴밀한 대화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자칫 일상에 지치기 쉬운 아이들의 건조한 마음에 여유를 주고, 거친 마음에 부드러움을 가져다주고, 본래 가지고 있는 야성의 힘을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라고…..
컴퓨터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숲속을 거닐며 자연과 만나 보자.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나를 만나 보자.
- 류도은 (서울 상신중학교 수학 교사, winter0130@naver.com)
『안녕 나나』는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소녀가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 청소년 탈선이나 가정폭력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생각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운한 환경에 처해있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향해 맹목적인 비난만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예 그들의 처지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서로
가면을 쓴 채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는 두 소녀의 이야기이다. 예쁘지만 철없는 양아치인 나나와 가족과의 괴롭고도 슬픈 매듭 속에
갈등하는 평범한 태권도 특기생 김연우 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
여름의 비오는 날, 김연우는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문 앞에서 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만 신세를 지자고 말하는 뻔뻔하면서도 오히려
당당한 나나의 모습에 김연우는 기가 차고 만다. 얼른 돌려보내고자 생각한 연우였지만, 어느새 나나와 같이 생활하게 된다.
같이
지내면서 둘은 애초에 엮이고도 엮일 수 없는 다른 부류이었기에, 그로 인한 서로간의 갈등이 격조되고(?) 결국엔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나의
양아치 같은 겉모습만을 보던 김연우는 가면 속 숨겨진 나나의 진짜 슬픔을 알게 되고, 점점 성장해 나간다. 물과 기름 같던 김연우와 나나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며 각자의 새로운 길에 등을 지며 헤어지는 모습으로 끝난다. 괴로움, 외로움, 두려움, 학대나 사회적인 문제들로 인한 부정적인
마음들이 그녀들에게는 내면의 일상이면서도, 피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나나와
김연우처럼, 오히려 그녀들보다 더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힘겨운 아이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도, 새로운 길 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아이들에게는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친구 같은 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내적 갈등이나 아픔, 배경 등을 생생하게 묘사 하면서도 마치 내가 그녀들을 바라보는 방관자 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 류진석 (환일고등학교 2학년, aaaaszzz@naver.com)
『지구, 2084』는 기후 변화로 인해 변화한 미래의 지구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래와 현재를 연결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 현재의 환경은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유래 없는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바닥을 보며 한탄하는 농민들의 소식이 연일 뉴스 화면을 채우고 있으며 상류 댐의 방류량 조절로 인한 녹조현상이
때 이르게 나타나 물고기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구 환경에 대한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과학의 발전으로 생활이 편해진
반면 여기저기서 환경파괴로 인해 아파하는 지구의 흉측한 현상이 후손들에게 넘겨진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엘니뇨현상에
의해 망가져가는 지구의 기후 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이제는 누구라도 걱정하고 있는 이 시점에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소설이 출판되어
반갑게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다.
2013년
연말에 17세를 맞는 노르웨이의 한 소녀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겨울 풍경에 심난해 하고 생태계의 파괴현상을 걱정하며 병적인 상상력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다 꿈속에서 70년 뒤의 증손녀와 대면하는 사건을 통하여 미래의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절감하고 지금부터라도 어떻게든지 멸종해
가는 생물들을 지킬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용은
요즘 유행처럼 다루어지는 환경보호의식을 고취하는 것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현재와 미래를 재미있게 엮어가며 환경을 생각하며 읽어 나가도록
유도하는 점이 흥미를 끌고 있다. 70년 후의 증손녀가 예전의 지구로 되돌려달라는 투정을 하지 않게 하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멸종 생물을 알려주는 단말기가 계속해서 경보를 울리고 있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을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연구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는 7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교 폭력에서부터 사회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의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 진행이 흥미로움을 더해줍니다.
소설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소설집에서 발견한 답은 ‘내가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과 장면들을 최적의 언어로 구현해낸 문장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거기에다 이 소설에서는 외로움, 슬픔, 두려움, 분노 등의 감정들을 그 감정 날것으로 드러내지 않고, 엉뚱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장면 속에서 ‘피식’ 웃음을 지으며 읽어낼 수 있게 한다. 빚쟁이가 되어 가방 안에 들어가는 아버지, 복근 없이 추락하는 욕쟁이 짱 껌딱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삼성 반도체 백혈병 소녀... 어쩌면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학교 폭력 이야기부터,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인 이슈도 강렬한 인물에 대한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사건의 진행으로 빠져들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권세와 영화는 봄날 푸른 하늘 아래 눈부시게 흰 꽃봉오리를 터뜨렸다가 봄볕이 여물 무렵 누렇게 시들어 져 버리면서 땅바닥에 시커멓게 들러붙는 목련꽃처럼 덧없었다.(101p)’ 학교 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욕하고 싸우는 한 남학생의 추락기를 그린 이야기의 한 대목이다. 사소한 이야기를 과장되다 싶을 정도로 거창하게 묘사하니 불쌍할법한 주인공의 처지가 우습기까지 하다.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 구경하듯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가볍게 술술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맘 한편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것은 이러한 작가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학생들에게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시선을 가르칠 수 있는 소설집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며 사랑의 결실을 맺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시낭송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청소년에게 사랑은 큰 관심거리다. 내가 가르치는 여중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남자친구가 있는 학생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SNS 계정에 연애 소식을 올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물론 연애가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한 집에서 사는 부모와 형제끼리도 다툴 때가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을 잘 극복하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여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대학 시절에 한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연애는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라고. 맞는 말이다.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는 가족을 잃은 두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별을 경험한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것 자체가 두 사람이 모두 성장하는 과정이다.
이 소설에서는 ‘슬램’이란 독특한 시 낭송 방식이 등장한다. ‘슬램’은 우리한테는 낯선 방식인데, 자작시를 리듬에 맞춰 랩처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시를 낭송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랑의 감정을 시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와 예쁜 사랑을 나누면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밤을 들려줘』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타나는 친구와의 관계,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은 사람과 연예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연예인 기획사 연습생의 생활과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인공들과 주변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지만 꿈을 향해 땀을 흘리는 유명 기획사 가수 연습생과 뭐든 열심히 계획대로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었지만 막상 그 길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길을 찾게 되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의 이야기는 불안한 미래와 실패에 대한 우리의 고민들이 묻어난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것만으로 친구가 되고 연예인에 열광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에서는 사랑에 대한 결핍을 대신 충족할 만한 대상과 열정을 쏟아 부을 대상을 찾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많은 청소년들이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그 숫자가 적지 않다.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그들과 관련된 글을 쓰는 블로거 활동을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알고 따라다니는 것 등의 팬덤 문화도 요즘 청소년 문화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되기 전 끊임없는 도전과 고된 훈련, 시련과 좌절은 연예인이라는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고 팬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이 책은 그동안 관심 밖이었던 연예인 연습생과 팬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연예인 연습생의 이야기나 팬덤 문화에 대해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만 장래에 대한 걱정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공감을 끌어 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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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미 (서울 풍성중학교 사회교사, jagumoo@sen.go.kr)
인문·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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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24권의 추천도서 중 인문분야는 총 7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다양화 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다리를
잃은 걸 기념합니다』는
왜 가족들이 1차 세계대전 당시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흔적을 살펴보고 이를 기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겪은 우리는 생각해 볼 내용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왜 우리 가족은 해마다 8월 24일이면 외할아버지가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을 기념할까?’라는 아이의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이 질문으로 책을 시작하여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직접 읽으며 찾아보길 바란다.
이 책은 ‘전쟁과 평화’에 대하여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고 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전쟁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 더 나아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한다. ‘인간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다,’는 것을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해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과 자료들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그 흔적들을 직접 보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살펴보고 기억하는 데에 동참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어른으로서 고민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65년 전 일어난 한국전쟁에 대해서 우리는 무엇을 전해주고 무엇을 함께 기억하고 있을까? 평화와 공존이 아닌 여전히 갈등과 제2의 전쟁을 이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1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방식을 읽으며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 참 많은 책이다.
- 문주영 (서울 성일중학교 국어교사, moonju86@naver.com)
『내 가족의 역사』는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중일전쟁 때 갑작스러운 일본 폭격기의 공습을 받아 여동생을 제외한 온 가족이 목숨을 잃었고 자신의 한쪽 다리마저 잃은 열두살 소년이 있다. 바로 그가 이 만화 <내가족의 역사>를 펴낸 리쿤우의 장인 샤오칭중이다.
이미 <중국인 이야기>를 프랑스에서 출판해 국제적 명성을 올린 만화가 리쿤우가 굳이 장인 어른의 아픈 역사와 대면하게 된 것은 정말 기이한 인연 때문이었다. 곤밍시의 한 골동품상과 거래를 하다가 일본군 종군 기자들이 찍은 중일 전쟁 화보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어떤 노인과 조우를 하게된 것. 가족도 재산도 없이 허름한 빈민가에서 말년을 보내면서도 이 노인은 일본인 수집가의 거금도 마다하고 이 사진 화보집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리쿤우는 중일 전쟁 화보집에 담긴 5천장의 생생한 사진을 목격하게 되고 곧 기묘한 격정과 감회에 휩싸인다.
정복자 일본군의 시선으로 채워진 이 전쟁의 사진첩에는 승자들의 득의만만한 기운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산업화를 성취해 군사 대국이 된 일본이 중국 대륙을 미개한 산하처럼 마음껏 유린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화보에 간간히 등장하는 중국 포로들의 당당한 기개는 인상적이지만 일본군의 대포와 탱크를 막기 위해 그들이 의지한 무기는 돌지뢰와 청룡도였음을 화보는 증언한다. 비둘기 통신 부대와 기후 탐지 부대까지 거느린 일본군의 근대적 조직 앞에 중국군은 무기력했다. 일본 종군 기자들이 찍은 사진들은 전쟁 중 조국을 버리고 일본을 택한 중국인 친일 세력들의 비굴한 민낯도 폭로한다. 괴뢰 정부의 행태, 북경에 불어온 일본어 공부 바람, 친일미용실 등은 마치 우리가 겪었던 굴종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400여장의 화보에 일본군들의 끔찍한 침략 행위만 실려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일인 장교의 모습, 고향 생각에 잠긴 병사의 애수, 그리고 공포감에 휩싸인 수색병의 흔들리는 눈빛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평온해 보이는 중일 전쟁에서 실제 희생된 중국인의 숫자가 2,300여만 명, 일본이 아직도 부인하고 있다는 남경 대학살의 희생자 수가 30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오히려 이 전쟁의 평화로운 이면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 장면 마다 덧붙인 주인공의 탄식과 울분은 그 섬뜩함을 배가 시킨다. 잔인한 침략 근성을 애국심과 명예심으로 위장할 수 있기에 전쟁은 더 역겨운 것이다.
무엇보다 착잡한 것은 이 책의 제목이 <내 가족의 역사>로 이어진 내력이다. 우연히 리쿤우는 화보집 한편에 붙어 있는 짧은 신문 기사 <쇼와 13년 9월 28일 곤밍 공습 부대>에 시선을 집중한다. 기사는 일본 전투기들의 곤밍 첫 폭격을 자랑스럽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 폭탄으로 장인은 부모 형제를 잃었고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야 했던 것이다. 늘 있는 일본군의 담담한 승전보였지만 그 밑에 깔려있는 전쟁의 일상은 이렇게 잔인했다.
이 책은 미시적인 역사의 눈을 통해 그 비극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는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 그 희생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저자의 다음 짧은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위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서울 사는 나무』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서른 두 그루의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나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 사는 나무들을 사는 곳으로 나누어 그네들의 삶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욕심 없이 풀어주는 글쓴이는 나무를 진정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눈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찾아내잖아요. 글쓴이는 그렇게 나무들의 빛나는 지점을 찾아내고, 측은한 마음으로 돌보며 우리에게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 없는 나무도 없나봅니다. 복닥복닥한 서울 한 귀퉁이에서 ‘서른두 그루’의 나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듯 나무도 저마다의 삶을 얼마나 치열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는지를 글쓴이는 들려줍니다.
지나가던 행인에게 채이고 전단지에 몸살 앓으면서도 ‘길가’에서 굳건하게 제 자리 잡고 사는 나무들, ‘공원’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사는 나무들, 그리고 ‘궁궐’에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켜보며 살아온 나무들. 저마다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나무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나무의 삶을 짧지만 따스한 마음이 담긴 글들과 엮어낸 것을 읽으며 문득 문득 그 나무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뻔질나게 드나들던 삼청동 길 입구에 그 커다란 ‘비술나무’가 있다는데 저는 왜 그걸 본 기억이 없을까요? 어서 가서 눈 맞춤하고 싶습니다. 선유도 공원에서 미루나무인줄 알고 꽥꽥거리며 ‘미루나무 꼭대기에 하얀 구름이 걸려있네...’하며 동요 불러주던 옛날을 반성하며 ‘양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나무 천연기념물들이 가득 찬 창덕궁에 가서 한 그루 한 그루를 올려다보며 오랜 세월 힘들었다고 위로해 주고, 너른 공간이 있어야 잘 자라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늘을 만들어주는 서울역사박물관 앞 ‘느티나무’에게도 가서 고맙다고 쓰다듬어 주고 싶습니다.
자, 모두들 이번 여름방학, 내친김에 책 사이에 들어있는 ‘삼청공원 나무지도’를 옆구리에 끼고 먼 길 여행 못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나무와의 만남으로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침몰로 인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희망을 드러낸 책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을 기억하며 그들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봄날의 시린 기억이 희미해졌다가 다시금 벚꽃 피는 걸 보면서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서인지 기억은 떠오름과 동시에 이내 휘발되어 버립니다.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말이지요.
세월호의 침몰로 유가족들은 말 그대로 악몽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함께 술 한 잔을 하려던 건우아빠도, 딸내미 하나 이쁘게 키우려고 애쓰던 소연이 아빠도, ‘사랑해요.’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다정다감한 아들에게 위로 받던 호성이 엄마도, 꿈을 이루고 사람과 함께하고자 한 수현이의 버킷리스트를 본 수현 아빠까지. 모두 모두 아이들의 빈자리를 눈물로 채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비윤리적 태도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그 가족들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과 이웃의 몰이해로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귀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 있느냐”, “누구나 사고로 가족을 잃을 수 있는데 웬 난리냐” 등의 차가운 시선은 가족들에게 날카로운 얼음비수가 되어 꽂힙니다. 이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는 내내 부끄러웠습니다.
한 걸음만 뒤에서 생각하면 세월호 유가족이 외치는 진상 규명이나 안전법 서명 등이 유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또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숫자로 계산할 수조차 없는’ 일들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들 가슴에는 돌덩이들이 쌓여가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더 따뜻한 미래를 위해 우리 대신 싸워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미안함을 넘어 부끄러울 수밖에요.
우리는 세월호와 관련된 사회의 문제점들을 또렷하고 날카롭게 비판 하는 책들, 세월호에 대한 느낌을 섬세한 감성으로 시와 글로 담은 책들을 많이 봅니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종류의 책을 하나로 엮어 놓은 듯합니다. 가족들의 육성 기록을 읽으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의문점을 짚어보게 되고 동시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 체념, 그리고 희망과 만날 수 있습니다. 유가족의 힘겨움과 함께하고, 관련된 문제들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4월 16일, 우리 사회 모두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꼭 매듭짓고 가야할 날임을 기억하며 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수정 (경기 양일고등학교 국어교사, sjjina@naver.com)
『10대를 위한 생각하는 헌법』은 일상에서의 문제를 통해 헌법을 쉽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사회 시간에 헌법에 관해서도 배웠다. 그런데 그 배움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그냥 시험 답안을 작성하기 위한 지식 습득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헌법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매사가 헌법에 근거한 범위 내에서 사회생활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와 의무를 확실히 알아 잘 대응할 수 있어야 훨씬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0대뿐 아니라 헌법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민주라는 아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하나씩 제기하면 대학원에서 법을 전공하는 삼촌이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대답해 주는 형식이다.
실제 헌법 조문의 순서에 따라 장을 나누어 기초적인 설명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는 한편 장마다 끝 부분에 우리가 궁금해 할 토론 주제를 하나씩 제시하여 생각할 거리를 마련하고 있어 청소년이 헌법을 이해하고 생각할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국방의 의무와 평화주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라든지 개인의 명예와 존엄성을 위한 잊힐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가 상충되는 경우 등 팽팽한 토론을 이끌어내어 헌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펼쳐 준 좋은 책이다.
- 박윤주 (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byj16203@hanmail.net)
『종자,
세계를 지배하다』는
초국적 기업이 종자를 독점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본의 힘과 우리 농민과의 갈등과 피해, 그리고 GMO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여러분, ‘청양고추’는 우리나라 종자일까요? 아닙니다. 초국적 종자기업 몬산토의 소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하여 재배하던 청양고추 종자를, 우리 농민들은 이제 중국 산둥성에서 채종한 것을 사야합니다. IMF 외환위기에 국내 1~4위의 종자회사가 초국적 종자기업에 매각되면서, 보유한 종자도 함께 넘어갔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종자사냥꾼’이 행한 수집, 채집에 의한 유출은 1985년 미국이 생명체에 대한 특허를 허용하면서, 사적인 소유가 가능해졌어요.
혹시 여러분은 배추씨를 본 적은 있나요? 무씨를 밭에 심은 적은요?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니 관심이 없을 거예요. 최근 음식을 먹는 방송, ‘먹방’이 넘쳐나는 것을 보며, 우리가 먹는 것의 근원인 종자(씨=씨앗)에 대해 늦었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자란 그 생물의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생명체인데요. 농업의 산업화는 생명체인 종자를 ‘자연의 소중한 자원이 아닌 인간이 개발한 상품’으로 여깁니다. 예를 들면 ‘잡종 벼 터미네이터 종자’는 수확을 마치면, 파괴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해마다 종자를 사도록 합니다. ‘특허’로 소유권을 갖거나 GMO 개발을 가속화’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지요.
종자독점과 사유화에 맞서서 세계는 토종종자운동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여 년간 전국을 돌며 토종종자를 수집해온 안완식 박사와 토종 종자 모임 ‘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귀농운동본부, 흙살림 토종연구소 등과 함께 활동을 합니다. 특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농가를 방문하여 토종 씨앗을 조사하고, 기증받은 ‘토종 씨앗 전시 채종포’를 운영하여 수확한 씨앗을 나누고 있어요.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불편한 책입니다. 어른들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내용이지요. 우리의 ‘종자 주권’을 위해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펼쳐 보는 일입니다. 특히 GMO 수입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는 심사제도와 과정 그리고 GMO 표시제의 개선 등, 해야 할 일이 많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친구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면 더욱 좋아요. 참고자료로 필요한 부분만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왜 읽어야 해요?”라고 묻는다면, 첫째는 ‘먹고 사는’일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You are what you eat."이므로.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 가난뱅이가 되는 일곱가지 방법』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유쾌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일곱가지의 방법?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어느 자상한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성공을 기대하며 골라준 경제 실용서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달콤한 성공의 비결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여기서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이란 오히려 이런 식으로 부자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일곱 가지 방법을 보자. 전통적 세습 (BMW의 상속자 주자네 클라텐), 자기 소유의 땅 밑에 석유가 흐르는 기막힌 행운(UAE의 셰이크 알리파 대통령), 지적 정보의 독점(빌 게이츠가 세계 1위의 부호가 된 비결), 경영자에 대한 과잉 보수(불실 기업의 CEO까지 지급된 천문학적 보너스), 그리고 탁월한 재능에 대한 대중의 비합리적 숭배(축구 스타 호날두의 엄청난 연봉) 등이다. 과연 이 어마어마한 부가 창의성과 노력을 발휘한 자에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지불한 정당한 대가라고 볼 수 있을까?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의 자연스런 섭리가 아니라 권력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제도의 산물이 아닐까?
문제는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이 이 일곱 가지 방법을 통해 획득된 부만큼이나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곱 가지의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독일의 대형마트 알디가 값싼 우유로 많은 판매고를 올릴 때 낙농가들이 원가에 밑도는 우유를 생산하다 파산하는 장면을 상기시킨다, 인력 삭감으로 회사 주가를 올려 많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과 이로 인해 직장을 잃고 실업 급여를 받아야 하는 실업자 모델을 대비시킨다. 이 부자 모델과 가난뱅이 모델을 통해 자본주의의 양면성을 부각시킨 이 책이 마지막에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역사 속에서 시도되거나 꿈꾸고 있는 일곱 가지 대안들이다.
이 대안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뜻밖에도 아주 냉정하다. 우선 사회주의 모델에 대해서 저자는 중국과 북한의 예까지 들어가며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고 단정한다. 그 밖에 협동조합 모델이나 사회 복지 모델, 정치의 개입 모델에 대해서도 쉽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머리에 스위치를 켜라” 모델에서 “내가 원하는 사회에서 살려면 경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내가 무력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라고 권한다. 어찌 보면 이 책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 교양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청소년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 그 비판적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책으로 제격이다.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그 누구도 잘 답하지 않는 경제 현상을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소상하게 풀어서 차근차근 얘기해 주는 맛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정한 관점에 서 있는 책이기에 제대로 읽으려면 나름대로의 균형 잡힌 배경 지식도 필요하다. 분배의 불평등이나 독점 현상과 같은 시장 경제의 문제점이 또 한편으로는 경제적 효율성과 폭발적인 생산력을 가져왔다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지만 더 심한 경쟁과 불안을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미래의 주역들에게 성장이냐 분배냐, 개발이냐 환경이냐 같은 의제는 그들의 삶을 가를 절실한 물음이다. 여기에 대해 적어도 이 시대의 경제학은 뭔가 대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치우치기는 했지만 이 책이 지닌 발랄한 생각의 연쇄 과정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응답하고 있다.
- 백택현 (서울 숭문중학교 사회교사, enhae55@hanmail.net)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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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과학 분야는 총 5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과학을 중심으로 사회, 철학, 역사 적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간 책들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이 박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시작하여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읽다보면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동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메르스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두 동물이 있다. 바로 낙타와 박쥐이다. 특히 박쥐는 메르스뿐만 아니라 사스나 에볼라 같은 인수공통 바이러스를 최다로 보유하고 있어, 어떤 기사에서는 박쥐를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여기, 인간이 ‘인류 최고의 적’에게 쓴 편지가 있다. 인간의 피를 탐하더니 이제는 전염병까지 옮기냐며 호통을 치는 편지일까? 아니다. 이 편지는 멸종 위기의 박쥐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이다.
이 편지 속에는 먼저 박쥐의 종류와 생태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들어있다. 그러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박쥐에 대한 편견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준다. 사실 박쥐의 대부분은 흡혈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꿀, 꽃가루를 먹는 초식성이거나 육식성이라도 곤충을 먹는다. 흡혈박쥐는 오직 남미에만 사는 극히 일부의 박쥐일 뿐이며, 그나마 사람이 아닌 가축의 피를 먹는다. 박쥐는 식물의 수정을 도와주고 해충을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 데에도 사연이 있다. 평소 동굴에 숨어 있거나 야밤에 돌아다녀 눈에 잘 띄지 않았던 박쥐가 왜 인간과 접촉하게 되었을까? 바로 서식지 파괴 때문이다. 인간들의 개발에 의해 서식지가 사라지거나, 환경이 바뀌어 이상한 병에 걸리거나 갑자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서식지에서 쫓겨난 박쥐들에게 잘못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동물들이 인간과 같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상상 속에서 멸종위기의 혹은 멸종된 동물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릴레이식으로 쓴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편지를 받은 박쥐는 꿀벌에게, 꿀벌은 호랑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글은 먼저 편지를 읽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즉, 과학(생물학)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그 동물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다. 이때, 문학이나 철학을 등장시켜 과학적 내용을 좀 더 풍성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 그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인간들이 이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 습득과 함께 인문학적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따뜻한 시선까지 들어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에게서 시작된 편지는 다른 동물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인간에게 다시 돌아온다. 편지를 받았으니 다시 다른 동물에게 편지를 띄워 보자. 이번 방학 동안 멸종 위기 동물을 한 가지 정해 한 번 깊게 공부해 보고 그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써 보면 어떨까. 우리 하나하나가 그들에게 안부를 묻기 시작할 때, 자연과 인간은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전염병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전염병 최초의 감염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전염 경로와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염병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메르스(MERS)가 확산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들어온 낯선 전염병으로 우리 사회가 공포에 떨었다. 치료약이나 예방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메르스(MERS)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이 전염병과 싸우는 의료진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메르스(MERS)로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간호사가 그 병에 감염되었다는 기사였다. 메르스(MERS)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 의료진이 10% 이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병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하게 살 수 있다.
탐정이 된 과학자들은 그동안 전염병을 연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은 전염병의 최초 감염자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전염병 지도를 그려서 전염 경로를 파악한다. 심지어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콜레라, 장티푸스 등 여러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전염병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일도 생길 것이다. 마을이나 도시에 모여서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전염병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전염병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탐정이 된 과학자들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이다.
- 조영수(서울 창문여자중학교 국어교사, notshy0120@hanmail.net)
『다윈의
서재』는
찰스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책을 읽었을까를 상상하며 과학책에 대한 서평을 저자와의 인터뷰와 강의 형태로 모아놓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우리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과학 이론은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다윈의 진화론을 꼽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되는 책이 바로 『다윈의 서재』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찰스 로버트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지 상상하여 그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과학책을 소개하고 있다. 도발적인 책, 우아한 책, 경계가 없는 책, 배후의 책, 내밀한 책으로 나누어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저자인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서재에 꽂혀있는 책을 강연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는 밈들의 아우성(혹은 밈들의 전쟁터)이라고 일컫는 자신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 중 36권의 책을 17번의 북토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서평모음집은 독자로 하여금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서평집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와 강연 등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가독성이 높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과 인터뷰 속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고, 읽지 않은 책은 앞으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가이드북을 읽지만,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인색한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 책이 지적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바란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생물학
이야기』는
지구의 탄생부터 진화에 이르기까지의 생물학적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대부분의 책은 주제를 통하여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초점은 책이 아니라 책을 쓰고 있는 ‘나’자신인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신을 낮추고 주제 그 자체를 향한 애정을 담은 책을 만나게 되는데 ‘생물학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육지의 포유류였던 돌고래는 물에서 여전히 치타처럼 몸을 위아래로 굽히며 움직인다. 인간도 다를 바 없다. 불변의 철학 및 가치로 인간의 습관과 생각이 형성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에 드리워진 진화의 그늘과 DNA의 영향이 큰 것이다. 과학의 저러한 설명은 명쾌하면서도 단순하다. 그 확실한 설명이 삶을 시원하게 해석해 준달까. 눈에 보이는 동물과 식물, 동물로서의 인간을 연구함으로 삶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꽤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아의 탄생을 세포막의 출현을 통하여 설명한 부분이 그렇다. 세포막을 경계로 자신(내부)과 환경(외부)을 구분 짓는 과학의 언어는, 끽해야 소설만 읽던 사람에게 참으로 신선하고 숭고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윈이 여성도 교육을 받으면 남성과 동등한 지적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주장한 것은, 이데아를 꿈꾸며 상상해 낸 말이 아니라 과학적인 관찰을 통한 귀납적 주장이었음에 감탄할 것이다. 또한 멘델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멘델이 수도원의 작은 밭에서 7년간 완두콩 교배 실험에 몰두했다는 구절에는 그 인내와 성실에 경이를 느낄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 전반을 짚어 나가기 때문에 나 같은 과학무식자라면 처음에 읽는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관심 없는 분야라도 무척 친절한 사람이 알려준다면 미안해서라도 조금 더 듣지 않는가? 나도 이 책의 친절과 정성에 막 덮기 미안하여 조금 더 읽은 것뿐인데, 희미하나마 생물학이라는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의 과학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동시에 과학과 상관없이 살 것 같은 학생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생물학 교양서로서 더할 나위 없기도 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인생을 해석하게 만든다.
- 허소혜 (경기 성남여자중학교 국어교사, ssoi0605@hanmail.net)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철학과 역사를 통해 과학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EBS특별기획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통해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배웠던 과학이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철학은 어떠할까? 이 또한 그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 그러면 이러한 과학과 철학이 만난다면? ‘어려움×어려움=어려움2 ’이 성립하게 될까? 아니면 전혀 관련 없는 두 학문이 절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저자는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고, 또 과학적 문제들을 과학자들이 스스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른 여러 가지 시각으로 조명해보기도 합니다.”라고 하며 과학과 철학은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과학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과학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과학지식의 한계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저명한 과학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풀어나간 후, 실제 과학사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과학탐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지식의 발견과정의 중요성을 논하며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교육과 획일화된 사회의 과학을 넘어선 다원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 짓는다.
이 책은 EBS특별기획으로 총 12부로 구성된 강의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책을 읽고 그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자가 보내온 철학과 역사를 통해 보는 흥미진진한 과학의 마당으로 가는 초대장은 여러분 손에 쥐어 있다.
- 유연정 (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 yeonjeong0520@daum.net)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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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는 총 3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
『한 폭의 한국사』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집니다.
유독 ‘역사’라는 과목이 어렵고 성적도 안 나오며 흥미롭지도 않다는 학생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역사를 잘 할 수 있을까 상담을 하러 온 중학교 2학년 제자에게 나는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왜 그럴까? 함께 역사 교과서를 펼쳐보았더니 내가 보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시대별 왕조별로 정리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보며 내적인 의미맥락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평소에 역사책을 많이 본 학생이라야 이해하기가 쉽겠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훌쩍 자라 머나먼 타지에서 학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 학생이 다시금 나를 찾아온다면 이 책을 손에 쥐어 주며 고국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 책에는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역사 속의 예술 작품들, 혹은 빼어난 예술성을 지녔지만 타국에 수탈되어 우리로부터 멀어진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그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게 펼쳐진다. 그 예술 작품들 속에는 그것이 창작되었던 시대의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김정희의 ‘세한도’에서는 양반이 중인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등 계급적 질서가 유연해진 사회를 읽을 수 있고, 만 원짜리 지폐의 ‘일월오봉도’에서는 조선이라는 국가의 형태를 완성하고도 비운의 죽음을 맞은 정도전의 삶을 통해 조선 초기의 시대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서구방의 ‘수월관음도’를 보면, 서구의 르네상스 못지않은 예술의 발전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수탈의 역사 속에서 서구방이라는 멋진 예술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예술과 역사가 잘 어우러져 그 둘을 모두 잘 느끼고 깨닫게 해 준다. 쉬운 말로 적혀 있어서 중학생들이 독서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누기 좋다. 가족들끼리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울산이나 세한도를 만날 수 있는 제주도를 찾아보며 이 책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모처럼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 서영미 (서울 당산중학교 국어교사, symheart@hanmail.net)
『미술, 세상을 바꾸다』는 함께 만들고, 함께 느끼는 공공예술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부터 한국 사회에 벽화 열풍이 일고 있다. 낙후된 마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가난한 동네가 그 지역 대표 관광지가 되는가 하면, 각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벽화를 그리는 활동을 통해 학교를 아름답게 꾸미고, 공동 작업을 통한 교육적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렇게 미술은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긍정적인 마음과 마을이나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가난한 마을에 일자리 창출까지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을 미술이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예시로 소개하고 있다. ‘미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뭐 이런 작업 정도로 세상이 바뀐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벽화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보통 우리는 미술이 일상생활과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을 때, 미술관을 찾아야만 접할 수 있는 것이며, 특히 현대미술의 경우 추상화되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 미술이라고 생각해왔다. 필자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대해 예술가들이 책임을 지고 화랑과 미술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함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행에 맞서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계로 변화시키는’ 예술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노력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브라질 달동네에 색을 입힌 ‘파벨라 페인팅 프로젝트’, 노숙자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는 ‘슈팅백 프로젝트’ 등은 미술을 통해 사람들의 인생을 바꿔주었다. 특히 빈곤한 마을의 학교로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 느낌을 책장에 그림으로 그려 공동 작품을 만드는 Tim Rollins 선생님의 이야기는 교사들에게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또한 과연 이 세상은 정의로운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알프레도 자르의 작품 활동과,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예술노동자 연합의 사회적 참여, 여성 등 소수자들이 설 자리를 좀처럼 만들어주지 않는 미술계의 관행을 고발하는 게릴라 걸스의 활동들을 통해 미술이 개인의 인생은 물론 사회의 의식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보통 말하는 ‘순수미술’이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순수미술과 함께 시대를 반영하고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미술도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도 액자 속에 갇힌 그림만이 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그동안의 편견을 깨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미술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위치에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란다.
- 류수경 (서울 성일중학교 수학교사, bbasha2002@nate.com)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전해주는 음악 이야기입니다. 예술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그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현직 피아니스트인 젊은 작가 손열음. 섬세한 감수성과 경험에서 나온 진솔함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음악을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음악의 영원한 주제 사랑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음악가의 인생 속에 어느덧 흠뻑 빠져들어 영혼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음악에 대한 폭넓은 해석도 빠지지 않습니다. 피아노는 태생이 건반의 음악적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의 음악적 식견과 손가락의 면적이나 체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절대 음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악에의 감수성이라는 것도. 최소단위를 쪼개어 가장 잘게 만든 다음 최대치로 채워 긴장감의 연속성을 만들면 비로소 리듬이 된다는 것도. 피아노의 소리를 작게 만들 때 사용하는 우나 코르다와 소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서스테인 페달을 클러치와 브레이크에 비유한 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피아노의 음정에 대한 것도. 작가는 음악을 하면서 자신만의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깨달은 사소한 부분 부분들을 풍부한 감성을 통해 전달해 줍니다. 음악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도 베토벤은 ‘자유에의 쟁취’, 슈베르트는 ‘절망 속의 희망’, 슈만은 ‘사랑’, 쇼팽은 ‘그리움’, 브람스는 ‘결핍’, 차이콥스키는 ‘꿈’, 쇼스타코비치는 ‘고발’, 프로코피예프는 ‘귀소본능’ 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해 줍니다. 또한 실력보다는 타이틀이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와 음악의 본질보다는 형식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음악가를 사랑하며 음악 속에 살아가는 작가의 삶 또한 분명 음악 이야기 속의 한 부분이겠지요. 칼럼 한편 한편을 모아 다시 엮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화려한 필력이나 해박한 지식보다도 작품 하나하나, 음악가의 삶 하나하나를 열정적으로 전해주는 다정한 친구의 편지 같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여러분들의 답장은 무엇인가요?
- 김진아(서울 구룡중학교 국어교사, unnee2@hanmail.net)
교사와 일반인에게 추천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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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에서 교사와 일반인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총 2권 선정되었습니다. |
『꿈꿀 권리』는 도서관을 통한 책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어떻게 나 같은 놈한테 책을 주냐고’는 이 책의 부제이다. 부제란 ‘책이나 논문 등의 표제 옆에 덧붙여, 내용을 한정하여 표시하는 제목’을 말한다. “이게 뭐지?” 궁금하다. 옛 시골 마을 어귀에 있어 커다란 그늘로 마을사람들을 쉬게 해준 느티나무처럼, 박영숙 관장은 “간장님, 간장님”부르며 찾는 아이들을 품어 안는다.
2007년 4월에 용인 수지의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던 느티나무도서관을 ‘책따세’선생님들과 찾아 간 적이 있다. ‘책따세’의 큰 목표가 청소년을 위한 전문도서관인 ‘푸른 도서관’건립으로, 특히 2007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다양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도서관 입구에는 미끄럼틀이, 실내에는 그네가 있어 인상적이었다. 드러눕거나 시끄럽게 놀면서 책을 읽는 도서관이 낯설고, “왜 그렇게 할까? 그렇게 해도 되나?” 라는 의문점을 가졌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답을 찾았다.
지금의 느티나무도서관을 존재하게 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공성’이다.
‘…
공공도서관은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의 정보센터다. 공공도서관의 서비스는 연령, 인종, 성별,
종교, 국적, 언어,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균등한 접근 원칙에 입각하여 제공된다.’ -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하고 ‘간절함 끝에 만난 행운’으로 얻은 ‘공공성’은 느티나무도서관의 운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은 어떨까? 2008년에 발표한 ‘도서관발전종합5개년계획’으로 도서관의 숫자와 장서 수는 늘어났으나, ‘이용자가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각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의 부재는 도서관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특별함은 ‘자발성’이다. ‘가르치려고 드는 대신 책과 사람을 만나 스스로 배우는 힘을 믿고 존중하는 것’임을 알기에, 책을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책하고 놀게 해주었다.
책, 책읽기, 도서관 그리고 도서관사람들 중 어느 하나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 전선미(책따세 학교 밖 운영진, smjwits@naver.com)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슬픔을 어루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985년 8월 12일, JAL의 점보기가 일본 군마현의 산중에 추락하여 52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난다. 정신과 의사로서 내란, 대형사고, 재해 피해자 지원 사업에 관여하고 있던 저자는 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상담을 맡았다. 이 책은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이 어떤 슬픔을 경험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지를 긴밀하게 정리하여 참사 유족의 치유와 회복을 돕고자 1992년에 펴낸 책이다.
교사들이 만나는 많은 아이들 가운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이들도 있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흔들리는 부모 밑에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고 위로받을 출구를 잃어버린 아이에게 상실의 상처는 깊은 흔적을 남긴다. 그 상처는 때로 성격까지 변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에게 부모 다음으로 가까운 어른인 교사가 상실 과정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그들에 관한 깊은 이해와 적절한 공감을 표현할 줄 안다면, 유가족이 된 아이에게는 뜻밖의 따뜻한 회복 공간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차마 감당하기 힘든 깊은 슬픔을 극복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용기를 선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앞에서 어떤 충격과 분노, 자책감과 슬픔을 느끼는지가 깊이 있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곁에 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정신과 의사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담아 지혜롭게 설명하였다. 아울러 현대사회가 사고로 인한 죽음을 너무나 손쉽게 배상 교섭 문제로 바꾸어버림으로써, 유족을 죄책감에 빠트리고 인간의 죽음을 물화(物化)하고 있음도 고발한다. 또한,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오히려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참사와 그 뒤를 떠받치는 사회 시스템을 드러내 우리가 어떤 문명 위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할지까지 사유하게 만들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그 배, 세월호와 304명의 희생자들이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 죽음을 계기로 그래도 뭔가 우리 사회가 바뀌었다는 의미를 찾고자, 오늘도 거리를 헤매는 유가족들의 고통스런 얼굴도 떠오른다. 그들의 고통스런 걸음은 “고인에게로 향했던 생의 에너지를 사회로 돌”리고 남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한 그분들만의 “상(喪)의 작업”이리라. 부디 이 책이 상처 입은 유가족과 우리 사회, 그리고 그들을 도우려는 모든 이에게 작은 영감을 제공했으면 좋겠다.
- 김미경(경기 호평중학교 국어교사, deepsky11@hanmail.net)
추천도서목록과 개별 서평,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들은 책따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좋은 책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나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추천도서목록 작업을 비롯한 책따세의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따세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2015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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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록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출처를 밝힌다면 얼마든지 변형하여 활용해도 좋습니다. 단, 책/따/세의 사전 허락 없이 책/따/세
목록과 기타 자료를 상업적으로 절대 활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때에는 법적인 책임을 반드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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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록을 위해 책/따/세의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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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목록은 전체 스케치를 써 주신 유연정 선생님(경기 고잔초등학교 교사)께서
총괄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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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책/따/세에 관한 문의는 책/따/세 공동 대표인 김미경 선생님(경기 호평중학교 국어교사 / 010-4038-8608)과 조영수 선생님(서울
창문여중학교 국어교사 / 010-2307-9912)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책/따/세에서 발표한 모든 추천도서 목록은 홈페이지(www.readread.or.kr) ‘공식추천도서’ 꼭지에서 모두 전송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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