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의 가치 품은 어린이책
행복한아침독서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의 가치 품은 어린이책
행복한아침독서의 특별기고 - 오늘의 어린이책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의 가치 품은 어린이책'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어린이책』이 기존의 추천도서 목록과 다른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성인지 감수성’이 뛰어난 책만을 추천했다. 단순히 여성의 권리 향상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종류의 ‘편견’을 느끼고 성차별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감수성이다.
두 번째, ‘공정함’이다. 우리는 수많은 추천도서의 홍수 속에 산다. 하지만 다움북클럽은 어떠한 외부의 지원이나 도움 없이 공정하게 성평등 도서를 추천했다. 출판사의 인지도, 작가의 영향력에 상관없이 정해진 기준으로만 책을 골랐다.
세 번째, ‘친절함’이다. 어린이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책의 가치, 나다움, 성인지 감수성의 포인트를 알 수 있게 서평을 썼다. 그중 눈여겨볼 책과 서평 일부를 ‘성평등 책을 말하는 열 가지 목소리’와 함께 소개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티나의 종이집』
김개미 저자 · 민승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아이들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림과 동시로 펼쳐낸 이야기 동시책
바람동시책은 시를 품은 이야기이자 이야기가 있는 동시집으로, 하나의 이야기 안에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동시로 풀어 놓고 있습니다.
지각대장 진규는 오늘도 학교에 늦었습니다. 서둘러 달리다가 그만 마주 오던 아주머니와 부딪칩니다.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봉지를 놓칩니다. 귤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지각할 것 같아서 다급한 마음이지만 진규는 냉큼 귤을 줍습니다. 아주머니께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학교로 달립니다. 그런데 얼마나 뛰었을까요.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진규를 낚아챕니다. 아주머니 옆에 서 있던 여자아이가 활짝 웃으며 진규에게 귤 하나를 내밉니다. 진규는 쭈뼛거리며 귤을 받아든 뒤 다시 뜁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뒤, 진규는 그 여자아이를 또 만납니다. “오늘 우리 반에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왔어요.” 티나, 여자아이의 이름은 티나라고 했습니다. 모습이 조금 남다른 티나는 밝고 기운찹니다. 모두가 지각대장이라고 놀리는 진규에게 다가와 두 손을 맞잡습니다. 또 만났다며 반갑게 아는 체를 합니다. 티나의 해맑은 미소를 보는 진규의 가슴이 콩콩 뛰기 시작했습니다.
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경험하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서, 딱 꼬집어 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티나의 종이집〉에도 그런 아이가 나옵니다. 지각대장 진규는 어느 날 새로 전학 온 티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늘 놀리기만 하는 친구들과 달리, 티나는 반갑게 인사해 주고 웃어 줍니다. 진규는 그런 티나에게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제 감정이 무언지 모른 체 진규는 티나만 졸졸 뒤따르지요.
김개미 작가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아이의 마음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순수하고 순박한 감정을 위트 있게, 공감 가는 동시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몸몸몸: 나의 몸 너의 몸 다른 몸』
서맨사 커시오 저자 · 김보람 번역 | 불의여우 | 2022년
에둘러 말하거나 ‘같음’을 강요하지 않는 우리 몸 이야기
《몸몸몸》은 아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우리 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정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우리 몸의 각 부위를 최대한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몸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들에게 편견 없는 지식을 주고자 합니다. 《몸몸몸》은 특히 성기의 이름에 별칭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성기를 간접적으로, 혹은 귀엽게(?) 지칭하는 별칭을 사용하면 자칫 몸의 민감한 부위에 대해 필요 이상의 부끄러움이나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신의 몸 부위에 대해 언어 사용 측면으로나 해부학적인 측면으로나 가장 정확한 이름을 당당하게 불러줍니다. 이제 막 몸에 대한 여러 측면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를 부끄러워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니까요.
또한 《몸몸몸》은 최신의 의학적 지식을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도 편견 없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매끈하게 면도한 몸’은 더는 여성에 국한되지 않으며, ‘팔다리의 무성한 털’ 역시 남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몇몇 등장인물은 몸에 인슐린 펌프를 달고 있거나 배에 장루 주머니를 달고 있기도 하며, 인공관절이나 팔다리는 전혀 특별한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매우 다양하고 포용적인 시각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면서, 《몸몸몸》은 이 모든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몸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언제나 당당하게, 그리고 소중히 자신의 몸을 다룰 것을 아이들에게 요청합니다. 만3세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 몸에 대한 재미있는 여행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
구돌 저자 | 비룡소 | 2022년
놀이터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도 척척 물리치는
재주 많은 일곱 할머니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곱 할머니와 놀이터』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기획과 글을 맡은 논픽션 그림책 『국경』으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구돌 작가가 글·그림을 동시에 작업하여 세상에 내놓은 본격 그림책 데뷔작이다. 작가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일곱 할머니의 떠들썩한 한낮 대소동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평범한 듯 비범한 일곱 할머니의 신통방통한 이야기를 개성 있는 이미지에 담아낸 그림책이다.
놀이터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정자에서 할머니 일곱 명이 가로세로 널브러져 낮잠을 즐기고 있다.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도 떨고 낮잠도 자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전혀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때, 아기 고양이 그루의 장난으로 낮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의 자기 자랑이 시작된다. 수컷 새들이 모여들 만큼 실감 나게 새 인형을 뜨는 홍장미 할머니, 엄청난 자전거 타기 솜씨로 산머리에 있는 집까지 신문을 휙휙 돌리는 배달자 할머니, 떡 바구니를 수십 개씩 이고 다니며 떡을 팔던 백설기 할머니 등 할머니들의 장기자랑이 이어지는 가운데, 놀이터에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진다. 할머니들의 어마어마한 재주를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던 그루가 동물 학대범에게 잡혀간 것이다. 일곱 할머니들은 각자의 장기를 살려 단숨에 범인을 사로잡고 그루를 구한다.
놀이터 한구석에서 이 모든 소동을 지켜본 할머니 고양이와 그루가 주고받는 대사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봄마다 피어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아지랑이처럼, 할머니들의 ‘지나간 시간’, 그리고 아이들의 앞에 펼쳐질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결말이기도 하다.
『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저자 | 창비 | 2022년
“하고 싶은 말 모두 나에게 들려줘. 내가 들어 줄게.”
혼자인 나를 찾아온 ‘커다란 비밀 친구’
오랫동안 병실에 누워 있는 엄마의 회복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어느 날 공룡 ‘두리’가 찾아온다. “배고프지? 밥 먹자.” “별일 없었어?” 하고 다정한 질문을 건네는 공룡을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와락 안는다. 공룡이 아이를 찾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아이는 혼자 걸어간다. 도서관, 하굣길, 집에서도 아이는 혼자 있다. 출근한 아빠는 아이가 잠든 뒤에야 돌아오고, 아픈 엄마는 병실에 누워 있어 아이 곁에 머물지 못한다. 아이가 안부를 물어도 엄마는 대답이 없다. 어느 날, 엄마를 위해 책을 읽는 아이에게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네가 읽는 책 정말 재미있다. 더 읽어 줄래? 내 이름은 두리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 공룡 ‘두리’를 만난 다음부터 단조롭던 아이의 하루에 따듯한 빛이 번진다. “배고프지? 밥 먹자.” 하고 두리가 아이를 챙길 때, “별일 없었어? 이번 주는 어땠어?” 하고 아이의 안위를 돌볼 때마다. 『커다란 비밀 친구』는 아이와 두리의 우정이 일상적인 질문에서 시작되고 깊어지는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우리의 삶을 반짝이게 하는 힘은 위대한 마법이 아닌 작고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전작 『엘리베이터』 『나는 사자』 등을 펴내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대만 오픈북어워드를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림책작가 경혜원의 신작 『커다란 비밀 친구』가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엄마를 돌보면서 아이가 만난 환상 친구와의 찬란한 우정을 그린다. 공룡 친구 ‘두리’와 함께하는 동안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아이가 자신의 곁에 의지할 가족과 친구가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뭉클하게 전개된다.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어린이 내면의 커다란 힘을 전하면서 세상에는 우정이 존재한다는 진실을, 그 우정을 디딤돌 삼아 우리는 계속 나아갈 수 있음을 다정하게 전한다.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안느-엘렌 뒤브레이 저자 · 라미파 번역 | 한울림어린이 | 2022년
사람이 안 살았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사람이 안 살았던 아주 옛날에는 공룡이 지구의 주인이었어요. 울창한 숲과 잔잔한 물가에는 크기도 모양도 다른 공룡들이 살았고, 익룡이 하늘을 날아다녔죠. 공룡들이 갑자기 지구상에서 사라지자 포유류의 세상이 되었어요. 초식 공룡이 기다란 목을 흔들던 산기슭에서 코뿔소를 닮은 커다란 브론토테늄과 날쌘 큰뿔사슴 메가케로스가 쉬고 있고, 이 거대 동물들 사이로 어린 영장류들이 뛰어다녔죠.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산 주변은 계속해서 모습이 바뀌었어요. 나무가 사라지고, 집이 생겼죠. 사람들은 땅과 바다와 공중으로 점점 영토를 확장하고, 자연은 점점 더 많은 건축물과 기계에 의해 파괴되었어요. 한때 지구를 주름잡던 공룡들은 이제 영화에나 등장하는 상상 속 동물이 되었고, 아주 옛날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은 이제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거대 도시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어요. …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주 옛날에는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는 쥐라기의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기다란 목을 흔드는 디플로도쿠스와 하늘을 나는 익룡 뒤에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산이 우뚝 서 있죠. 쥐라기의 풍경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대 포유류 시대, 고대-중세-근대를 거쳐 현대와 미래로 이어지지만, 화면 가운데 자리잡은 산은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며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는 증인이 되어 줍니다. 수많은 것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동안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 이 책은 장면마다 각각의 시대상을 한눈에 펼쳐놓은 그림을 통해 그 산이 인간에 의해 변해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지구에 닥친 위기를 인식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도록 이끌죠. 작가의 주관적 목소리를 배제하고 관찰자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풀어내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늘의 독립군 권기옥』
정란희 저자 · 김선배 그림 | 하늘자연 | 2019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의 삶을 그려낸 동화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여성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일제의 폭정에 맞서서 무장투쟁을 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조직하여 저항하고, 해외로 나가 일해서 번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해방된 나라에서도 여성의 설자리는 좁았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은 지워지고 잊혀졌습니다. 3·1운동 백주년, 이제는 우리가 그 여성들의 삶을 되살려내고 이름을 불러줘야 할 때입니다.
1901년 이 땅에 아들이 아닌 하찮은 딸로 태어나 ‘어서 가라고’ 이름이 ‘갈네’였던 기옥은 열일곱 살에 아트스미스의 곡예비행을 보고 날개의 꿈을 품습니다. 3?1운동에 참여하여 쫓기는 몸이 된 기옥은 상하이로 망명하여 일왕궁을 폭파하겠다는 신념으로 어렵사리 윈난항공학교에 입학합니다. 기옥은 고된 훈련과정을 이겨내고 비행기 조종사가 되지만, 임시정부가 독립군 항공대를 창설할 여력이 없어진 탓에 중국 공군에 들어가서 항일전쟁에 참여합니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기옥은 임시정부 군무부 아래 <공군설계위원회>를 만들고 ‘조국진공작전’을 기획합니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온 기옥은 공군 창설에 이바지하여 ‘대한민국 공군의 어머니’로 불리게 됩니다.
‘갈네’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비행사 ‘권기옥’이 되기까지, 식민지 백성에서 무장투쟁 독립운동가가 되기까지, 권기옥이 열어간 힘차고 진취적인 삶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권기옥은 자신이 꿈꾸던 독립 조국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강철날개를 펼쳤지만, 여러분은 겨레의 화해와 평화, 인류의 도약을 위한 아름다운 날개를 펼치길 바랍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용기와 희망의 날개가 돋아나기를 기원합니다.
출처 : 행복한아침독서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3/04/01/2023040109004014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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