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5월 추천목록

5월의 읽을 만한 책 9권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5.01 등록일 : 2016.05.0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_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2016년도 5월의 읽을 만한 책>





문학예술



/64쪽/18,000원

그렇잖아도 5월, 어머니의 다정함이 다정하게 물결인 양 바람인 양 가슴으로 스며드는 계절, 무대가 마련되고, 거기에 어머니들이 등장한다.
깃털보다 가벼워진 작가의 어머니 원정숙 여사. 답삭 안아 올리며 우니까 “얘야, 우지 마라, 그 많던 근심 걱정 다 내려놔서 그러니라.” 아이들 여럿 홀로 키워낸 그 어머니는 한 시절 모시적삼 구름처럼 차려입고 운동장을 성큼성큼 압도하던 눈부신 존재였다.
외할머니는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는 요술쟁이이다. 손녀의 스웨터를 짤 때는 바늘보다 더 납작하고, 꿀 달라고 조르면 저 높은 시렁까지 키가 쑥 늘어난다. 사과를 딸 때는 저 하늘까지. 그 품은 호수보다 넓으리.
터미널에서 만난 어느 어머니는 머리 위에 까마득히 짐을 올리고도 눈 가늘게 웃고 있다. 서울 사는 자식들 주려고 농약 한 방울 안 치고 기른 거란다. 길가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어머니는 쪼글쪼글 우중충하지만, 그 앞에 놓인 바구니엔 무지개가 담겨 있고, 주홍빛 감 하나 머리에 앉아 인생을 밝힌다. 국화꽃 한 송이 그러안고 자식 앞세운 슬픔을 삭이는 지인의 어머니는 죽음이야말로 일상이라고 무언으로 가르친다.
결혼의 남루와 번잡에 가슴 베이며, 허공에 매달려 삼천 번도 더 두레박을 던져 보고 백만 번도 더 전쟁을 하며, 마흔 살에 비로소 자기 방을 찾은 윤석남은 어머니의 모습을 담고 싶어 그림을 그리게 되었노라 했다. 그리고 일흔여덟 지금까지 치열하게 여성, 여성을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의 사유가 담긴 32점의 드로잉과 자전적 에세이가 어우러진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60여 쪽의 얇은 책이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이 무대를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회에서 보고 느꼈을 뿐 만져 보지는 못했던 액자 속의 어머니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기대기도 하고 쓸어 보기도 할 수 있으니, 종이책의 효용이 바로 이런 게 아닐는지.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문학예술


280쪽/13,800원


“떠날 때만 해도 나는 여행 중에 객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오히려 여행 중에 인생을 더 제대로 살았다. 여행은 나를 죽이는 대신 나를 살렸다. 더 이상 내려갈 데 없는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나를 인생의 정점으로 끌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 둘, 인생의 바닥과 정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의 한 편 같은 이 문장은 말기 뇌종양과 사투를 벌이면서 생의 끝자락을 놓지 않고 미 대륙을 횡단한 다비드 메나셰(David Menasche) 선생님의 기적 같은 삶의 기록 중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가 펼쳐놓은 감동의 길 그리고 감동의 문장들과 동행하는 신비한 경험에 젖어들 수 있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맞게 해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그가 여행길에 챙겨간 것은 한가운데 사물만 볼 수 있는 시력과 마비된 왼쪽 팔과 다리, 그리고 지팡이와 배낭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의 목표는 15년간 가르쳐온 미국 전역에 사는 수많은 제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죽음의 길 혹은 고행의 길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살 수 있을 때 제대로 사는 길을 택한 거야.”, “내가 정말로 제자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는 했는가.” 하는 다짐과 의문을 품고서 길에서 해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죽음을 앞두고 인간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삶은 최후의 순간까지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라는 것”, “숨이 멎는 그날까지, 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가슴 뭉클한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베풀어주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러한 뜨거운 삶의 기록들을 남기고서 2014년 11월, 41년간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붙들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그가 추구한 생의 가치는 두고두고 커다란 울림으로 살아있을 것이다. 그것을 진지하게 품어보는 시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인문학


292쪽/14,000원

문화의 뿌리는 신화에 닿아있고, 신화의 뿌리는 문화에 박혀있다. 신화에서 파생된 현실의 모습이 곧 문화이고, 그런 문화가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것이 곧 신화이기에, 이런 역설이 가능하다. 그만큼 신화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서로 화학적으로 엉겨 한 몸을 이루고 있기에 인수분해가 불가능하다. 한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을 때 그 사회의 신화를 공부하는 이유나, 어떤 신화를 학습함으로써 그 사회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신화와 문화가 상호간에 갖는 이런 관계성 때문이다.
『신화와 문화의 힘』은 바로 이런 신화와 문화를 프리즘 삼아 인류 문명을 제대로 이해하되,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개방적 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특정 국가의 시각을 지양하고 인류의 문명 전체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수많은 신화를 지역별로 시대별로 고르게 선택하여 같은 비중으로 소개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신화는 물론이고, 수메르와 히브리신화에서부터 한국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10개 이상의 다양한 신화를 문화적 관점에서 깔끔하게 설명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다양한 신화가 누락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류 문명의 다양한 시원(始原)과 그 현재의 모습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문화를 ‘열등’이나 ‘틀림’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려는 심리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보면, 그런 심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작동할 때 인류는 광기어린 분쟁에 휘말리곤 했다. 21세기 현재도 별로 다르지 않다. 분쟁의 시원을 종교에 둔 끔직한 테러리즘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기까지 한다. 이런 현상은 자기만이 항상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그르다는 아집의 폭력적 산물에 다름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각박한 세상을 사는 현대인이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인문학



315쪽/15,000원

철학상담은 과학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심리상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독일에서 생겨난 철학실천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네덜란드, 미국, 이스라엘, 대만 등지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도 학회와 자격증,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철학상담사 크리스티나 뮌크는 철학상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신, 그동안 철학자들이 어떻게 철학상담을 해왔는지를 그들의 원전에 근거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그는 열 명의 철학자들이 각기 다른 삶의 문제와 고통을 해결하고 치유해주는 모습을 설명한다. 안티폰이라는 소피스트는 삶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일종의 철학병원을 개원했던 최초의 철학적 인생상담사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영혼불멸의 논증과 더불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철학적 죽음 맞이의 기술을 전수했다. 보에티우스는 철학의 여신이 약한 약과 강한 약으로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고 치유해주어 운명을 극복하는 방법을 전해주었고, 존 로크는 욕구를 조절하여 나쁜 버릇과 타성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다. 칸트는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세상이 그리 불합리하지 않다는 점을 납득시켰고, 니체는 값싼 동정과 위로 대신 운명과 허무에 용감하게 직면해서 운명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샤르트르는 자유의 저주와 타인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본래성을 회복하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보부아르는 성적 차이가 생물학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소설가이기도 한 페터 비에리는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이해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결정하고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페터 슬로터다이크는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서 스스로를 바꾸는 인간기법이라는 철학적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이 책은 철학적 주제나 철학자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들이 철학상담사로서 어떻게 내담자의 문제들을 풀도록 도와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교양서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지식이 아니라 활동으로서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사회과학



336쪽/17,000원

사회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과학 분야의 저술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주요한 개념의 하나인 사회성을 화두로 삼고 최근 유행하는 뇌 과학의 분야에서 인간의 진화론을 사회성과 연관시켜서 이해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과학 영역을 개척하는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진화를 설명하는 데에 언제나 획기적인 발명과 발견이 그 전환점으로 거론되는 점에 대한 거부로부터 출발한다. 즉 인류는 사회라는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발달시키기 위하여 끊임없는 적응과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두뇌를 개발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하여 발달한 뇌를 사회적 뇌라고 명명하면서 저자들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큰 두뇌를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복잡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라고 제시한다.
즉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사회를 이루고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회성에 응하기 위하여 두뇌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류 진화의 각 단계는 갑자기 결정적인 발명이 일어나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성이 있었으며 그 사회성이 끊임없이 진화함으로써 전체로서 인류의 문명적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장구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인류를 결속하고 관계망을 구축하고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최신 첨단 기술의 화려한 이면에는 오래된 진화의 역사가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류가 아무리 두뇌가 크고 신체적 특징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사회를 이루고 다시 어떤 성격의 사회를 만드는가에 대한 질문이 없으면 인류는 진화하지 못한다. 오래된 사회성의 진화 역사로부터 우리는 미래의 인류의 생존 양식에 대한 하나의 계시를 얻게 될 것이다. 즉 두뇌의 발달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 생존을 위한 적응과 도전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진화의 결과이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사회과학



304쪽/16,000원

책의 원제는 ‘Collective Genius: The Art and Practice of Leading Innovation’이다. 최근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에 세상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영전문가 켄 블랜차드의 이야기대로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우리 모두보다 현명하지 않다.”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그러나 정말 집단이 똑똑한지, 아니면 개인이 똑똑한지는 여러 사항과 조건을 고려해 그간 엎치락뒤치락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집단지성보다 집단의 장점을 더욱 자신 있게 부각시키는 ‘집단천재성’이라는 표현을 달고 있는 제목은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집단천재성에 대한 주장이 너무 피상적이거나 허점투성이는 아닐까, 그저 그런 생소한 개념을 포장해 납득하도록 강요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부담이 그것이다. 하지만 책은 혁신에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다양한 조직의 사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통찰을 통해 집단천재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접근과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학술서와 교양서 둘 다의 정체성을 잘 아우름으로써 이론적으로 수긍이 가면서도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책은 더 이상 리더 자신이 혁신가가 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리더 내지는 리더십론과 달리, 집단 천재성을 위해 리더가 혁신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리더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리더의 정의 속에 내재되어 있는 ‘~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혁신의 설계자로서 리더가 어떻게 하면, ‘(집단천재성을 발휘)하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방안들은 아주 명확하고 실제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단천재성 없이는 혁신도 없다’, ‘혁신의지로 집단천재성을 일깨운다’, ‘혁신역량으로 집단천재성을 발현한다’, ‘집단천재성을 확장한다’의 네 파트 각각에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와 관점이 가득하다.
혁신과 이를 위한 집단천재성은 기존 일반 기업조직 만의 이슈는 아니다. 팀 과제수행을 위한 수업팀부터, 스타트업으로서 집단천재성과 혁신이 필수적인 창업팀에 이르기까지 ‘새로움’과 ‘유용함’을 꿈꾸는 모든 대상과 이를 이끌어야 할 리더에게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자연과학


306쪽/13,500원

마치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세심하게 지켜보듯이, 나무들의 생로병사를 깊이 들여다본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책이다. 처음 각 장의 제목을 보면, 지나친 의인화의 위험성부터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정, 언어, 사회복지, 성격, 거리의 아이들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띈다. 나무에 그런 단어들을 갖다 붙인다는 것은 좀… 아니, 애정이 넘치면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넘기려 하면, 혹시나 객관성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마자 그런 우려는 사라진다.
저자는 오랜 세월 임업 공무원으로 일했고, 원시림 회복 운동에 앞장선 사람이다. 전문가가 쓴 글답게 이 책에는 어설픈 감상이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밝혀낸 과학 지식이 가득하다. 나무들이 서로 경쟁하고, 때로 양분을 주고받으면서 돕고, 태풍과 곤충과 곰팡이에 시달릴 때 일어나는 일들이 정확히 담겨 있다. 이 책의 장점이자 특징은 그런 지식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무들은 사이가 좋고 서로 잘 도와준다, 자식들을 엄하게 교육시키기 때문에 어릴 때 더디게 자라지만 그것이 장수의 조건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균형이 잘 잡힌 나무는 외부의 힘을 고루 분산시켜서 큰 충격도 잘 견뎌낸다, 나무들이 꿈꾸는 지상낙원은 어떤 것일까, 이런 구절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나무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나무의 삶이 우리 인간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런 비유에 힘입어서, 나무가 살아가는 모습이 세밀하면서도 생생하게 와 닿는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숲에 하는 일들이 얼마나 미숙하고, 전체와 미래를 보지 못하는 행동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오래되거나 빽빽한 나무들을 솎아내는 간벌 작업을 인간사에 적용한다면 어찌될까 하는 말까지는 저자가 차마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나무를 함부로 베어 숲의 사회조직을 망치지 말아야 하며, 그들이 알아서 미기후를 조절하도록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 속에 저자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감하게 의인화라는 서술 방식을 택한 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유아아동


44쪽/28,000원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선물도 아니고 아빠의 선물도 아니고 엄마의 선물이라니, 약간 낯설다. 엄마는 언제나 모든 것을 주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별히 선물을 받는다는 게 오히려 엄마에게 거리감을 두는 일인 듯한 것이다. 뭔가 심각한 사연이 있는 걸까? 어쩐지 옷깃이 여며진다.
이 책이 실제로 심각한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페이지를 펼치는 일은 도움이 된다. 일상에서 늘 보는 모습이나 늘 듣는 말이 아니라, 엄마가 특별히 해주고 싶은 인생에 대한 조언이 집약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면 언젠가는 너에게 돌아온단다.’에서 시작하여 이기고 지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 맞을까 두려워 걸음을 멈추지 마라 엄마가 우산이 되어주마, 너에게 날개를 달아주마, 를 거쳐 언제까지나 너의 곁에서 지켜보아 주겠다는 약속까지. 아이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그 아이가 자신이 살아갈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를 바라는 염원도 간곡하게 담겨 있다.
이런 엄마의 애정이나 염원을 손쉬운 경구로 흘려보내지 않도록 만드는 비주얼 아디어가 이 책의 장점이다. 팬시한 일러스트의 컬러풀한 아이와 정교한 데생 풍의 무채색 엄마가 어울리는 듯 어긋나는 듯 교차하면서 엄마의 전언에 강렬한 인상을 보탠다. 이 어울림과 어긋남은 OHP필름이라는 이색적인 재료의 사용으로 한층 더 강화된다. 투명한 필름을 넘길 때 두 개의 그림이 합해지고 헤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상황 변화가 작은 감탄을 터뜨린다.
이 책은 출간되기 전 원고 상태에서 볼로냐 도서전에 출품되어 눈길을 끌었다는 후기가 달려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엄마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해 보이는 시도, 국내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을 함께 두드리는 패기. 작가들의 역량은 커지는 데 반비례해서 시장은 위축되는 이 상황에, 이 그림책은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한 표본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듯하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유아아동


208쪽/10,000원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는 이런저런 아픔을 ‘성장통’이라고들 한다. ‘성장통’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갑자기 성장하면서 무릎이나 발목, 팔 따위에 생기는 통증’, 또는 ‘사물의 규모나 세력 따위가 커지면서 생기는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성장통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싼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들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고 많아지면서 겪는 고통이기에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기도 하지만 아픔이 있어야 성장이 뒤따른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여덟 편의 단편 동화들이 제각기 다른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진정한 우정이란 물질적 가치보다 우선한다(「마이너스 친구」)는 것과 어딘가 어눌한 그 친구가 우리 반을 지켜주는 수호 요정일 수도 있다(「수호 요정」)는 다소 교훈적인 이야기에서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은 사춘기의 심리와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모습(「안 웃기는 농담」, 「낙서와의 전쟁」)이 진지하다. 사춘기 남녀 사이의 미묘한 관심(「바람의 여신」)에서 풋풋한 아이들의 감정을 읽게 되고 잘 안 씻는 아이의 머리에서 황금 비듬이 쏟아지는 이야기(「미다스의 비듬」)에서 큰 웃음을 웃는다. 낮보다 밤을 택한 아이들의 우정을 보여주는 작품(「야행성 아이」)에서는 우리 사회의 이면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표제작인 「언제나 웃게 해 주는 약」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아이들의 심정이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드러난다.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가 작가의 밝고 기발한 상상력과 더해져 치유를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서 아이들은 아파하지만 결국 한 뼘쯤 성장한다.
집에서나 교실에서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단단하게 여물기 위해서는 당장 내 앞에 놓인 아픔에 맞서야 한다. 아이들의 그러한 아픔을 대신해 주려는 부모가 많다. 이른바 ‘잔디깎기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가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이 맞설 위험을 미리 제거하거나 아이들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하는 일이 지나치면 아이들은 그만큼 성장의 기회를 잃게 되는 꼴이다. 어른들은 결코 겪을 수 없는, 아이들만의 아픔이기에 성장통이다. 어린 시절에 얼마나 많이 실패해 보고 얼마나 깊이 아파해 보았는가가 진정한 스펙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성장을 기대한다면 아픔을 허(許)하라!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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