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나의 아름다운 여름
한밭도서관
나의 아름다운 여름
한밭도서관의 2022년 7-8월의 북큐레이션인 '나의 아름다운 여름'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여름을 읽다, 여름을 이기다, 여름을 잊다 3가지로 나뉘어 2권씩 추천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름을 읽다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
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
백수린 소설의 화자는 모름지기 조심스럽다. 이 사려 깊은 인물들이 지나온 “결정적인 한 장면”(「고요한 사건」)을 둘러싼 계절과 세월을 함께 좇아가보는 일이 그의 소설을 읽는 주요한 독법이자 체험일 것이다. ‘결정적인 한 장면’이란 그저 작가가 그려내는 클라이맥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의 최선으로 사려 깊었기에 피치 못한 시차視差와 사각死角을 ‘이제 와’ 되짚고 대면하는 여정에 더욱 가깝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와 「시간의 궤적」은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의 진실이 오랜 시차를 두고 당도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나’와 ‘언니’(시간의 궤적」), ‘주아’와 ‘베레나’ 부부(「여름의 빌라」)가 일식하듯 포개어졌다 다시금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비로소 생생한 과거에 다다르는 과정을 작가는 그려낸다. 선명한 상실의 감정 앞에서 단절이 아닌 마주하는 용기를 택하는 소설 속 화자들에게 상실은 더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모국에서든 이국에서든 유배의 감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들, 이를테면 ‘전학생’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내 안의 소수자성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제 위치를 살피는 백수린의 화자들에겐 딛고 선 모든 땅이 언제나 이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는 쉬이 지워지지 않지만, 내 안의 이인異人을 부단히 인식하는 인물들은 타자의 삶을 예단하는 대신 자신의 삶으로 들여놓으며, 반대로 감히 타인이 되어보기를 경계하기에 고독해지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재개발지역에 불시착한 듯한 한 가족과 그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나의 고독과 한계를 한 폭의 정물화로 그려낸 「고요한 사건」, 어느 밤 힘겨워하는 노인을 돕는 ‘착한 일’이 초래한 비극으로 자꾸만 그날로 되돌아가는 한 남자를 그린「아주 잠깐 동안에」에는 작가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경계의 윤리가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다.
한편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이번 소설집 안에서도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김금희)이다. 모체에 가두어져 있던 욕망이 서서히 발화하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아주 낯선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또한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는 백수린이 그리고자 하는 여성과 여성의 욕망을 이채롭게 변주한 삼부작으로도 읽힌다. 더이상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거울이 필요 없는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서사”(「흑설탕 캔디」)로 다시 쓰는 여성들의 우아한 여정이 이 소설들엔 담겨 있다.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백수린의 한 시절을 닫는 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과거와 현재를 이음매 없이 오가는 한없이 서정적인 문장 속에서 순수와 도발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한 시절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로 채워질 것이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 지음 | 제철소 | 2020년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휴가,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아무튼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으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김신회 작가의 신작으로,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그가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뜨겁게 써내려간 스물두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책 속에는 휴가, 여행,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등 여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로 그득하다. 여름이 왜 좋냐는 물음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기 싫어서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애호하는 마음’이 낸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잊고 지낸 이 계절의 감각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이 책에서 김신회 작가는 환히 빛났던 지난여름의 기억을 불러오는 동시에 그 안에 깃들어 함께 성장해온 ‘나’를 발견하고자 애씁니다. 여름옷을 꺼내 입으며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내 몸에 대해 고민하고, 여름에 만나 사랑한 연인과 이별하면서 그동안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잃어버린 진짜 내 모습과 마주하며, 이 책을 계약한 날 백화점 과일 코너에서 산 샤인머스캣을 먹으며 나한테 잘해주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하죠.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예찬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애호하는 마음’과 그 마음이 가능케 한 작은 변화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또 그러한 변화조차 기어이 여름의 공으로 돌리고야 마는 그의 지극한 여름 사랑에 제 보잘 것 없는 ‘여름부심’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여름입니다. 사상 유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여름과 만나게 될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합니다. 늘 그러했듯 여름은 올해도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러울 것이고, 그런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요. 여름의 문턱에서 이 책을 내게 되어 기쁩니다.
여름을 이기다
『냉면열전』
백헌석, 최혜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진 한국인을 담백한 맛으로 무장한 냉면이 사로잡은 비결은?
한국인의 정서와 우리의 근현대사가 한 그릇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시원하고 슴슴한 냉면 이야기 『냉면열전』. 이 책은 2013년 8월에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냉면》을 토대로 풍성한 고증 자료들을 더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처음 먹었을 때에는 밍숭맹숭한 맛에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어느새 밋밋한 냉면 속에 숨은 섬세한 맛의 미학을 깨달으며 중독성에 빠져버리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냉면을 소개한다.
평양냉면 고수들은 자리를 주방 옆 가장 가까이에 잡는다. 메밀은 찰기가 없어 불과 몇 분 사이에 확 불어버리기 때문에 냉면 사발이 배달되는 짧은 시간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주방 가까이 앉아야 만들자마자 바로 불지 않은 탱탱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주의할 사항이 있다. 출출하고 목도 마르지만 고수들은 절대 물을 마시지 않는다. 타는 목마름을 참고 기다려야 냉면을 사발째 들고 육수를 들이켰을 때 쩡한 짜릿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이때 보통 사람들은 식초병부터 찾지만 고수들은 먼저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냉면 육수 그대로의 맛을 음미한다. 평양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면보다 육수다. 육수 안에 이름난 명가들의 노하우가 대부분 담겨 있기 때문에 식초나 겨자로 맛을 흩트리지 말고 가능한 한 순수한 맛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좋다.
그다음 자신의 입맛에 맞게 식초와 겨자를 첨가하는데 이때도 비법이 있다. 육수를 쓰는 집은 식초를 좀더 많이 넣고, 동치미 국물?
1장에서는 한국인이 메밀국수와 친숙해진 문화적 배경을 소개하고, 냉면 사랑이 유별났던 과거의 문인들을 만나본다. 2장은 냉장고의 발명으로 겨울음식에서 여름음식으로 탈바꿈한 냉면과, 6.25전쟁, 1.4후퇴, 남북회담 등 굵직한 역사적 현장에 빠지지 않았던 냉면 이야기를 다루고, 3장에서는 평양냉면 제대로 먹는 법, 냉면의 고유 용어 및 상식을, 4장에서는 평양냉면과 함께 손꼽히는 함흥냉면, 진주 냉면 등과 냉면 아닌 냉면 같은 밀면, 막국수의 정체를 밝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발품 팔아가며 답사한 전국의 냉면 맛집과 마니아들의 생생한 평가를 들려준다.
『차박 캠퍼의 캠핑요리』
김원정 지음, 류현준 사진 | 하다(HadA) | 2021년
언제 어디로든 미니멀하게 떠날 수 있는 차박 캠핑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캠핑 식단 레시피
언택트 시대에 캠핑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열광하고 있다. 캠핑 텐트에 캠핑용품까지 다 챙기다 보면 어느새 한 짐이 되어버리는 맥시멀 캠핑도 많이 다니지만, 좀 더 간편하고 가볍게, 또 어느 장소든 구애받지 않는 차박 또한 대세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매끼 때마다 찾아오는 공복과 메뉴 고민으로 시간을 낭비한다면 자칫 캠핑을 망칠 수도 있는 일. 그래서 저자는 어렸을 적 가족과 함께, 지금의 가족과 함께 떠난 캠핑에서 즐겨 먹던 레시피를 정리하여 1박 2일, 2박 3일 식단을 제공한다. 매끼 어떤 메뉴를 먹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되고, 빠른 시간안에 풍요로운 식탁을 만들어 삼시세끼 미식의 축제를 즐겨보길 바란다.
저자는 ‘요리는 항상 즐겁고 쉬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음식을 만들 때 음식을 만드는 당사자의 에너지가 음식 맛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 그래서 이 책의 있는 모든 메뉴는 만들기 쉽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으며 복잡하지 않다. 거기에 모든 이의 부엌에 있을 만한 소스들을 사용하여 기본 소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너무 쉬워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맛까지 보장된다. 여유를 찾으러 간 캠핑장에서 이 책의 식단들로 맛있는 미식 여행까지 겸하여 자연으로부터 심적 위로와 휴식을 충분히 만끽하길 바란다.
또한 이 책의 모든 이미지는 직접 캠핑장에서 요리하며 촬영한 이미지들로 캠핑장의 자연이 그대로 사진에도 묻어나 있다. 거기에 요즘 SNS 활동의 대세에 따라 사진을 잘 찍고, 스타일링을 잘하는 포터와 저자의 팁까지 담겨 있다.
캠핑도 이젠 감성 캠핑의 시대, 그리고 SNS 홍보 시대! 『차박 캠퍼의 캠핑 요리』에는 캠퍼들을 위한 레피시와 식단뿐만이 아니라 사진 잘 찍는 법, 스타일링 잘하는 법 등이 자세하고 쉽게 담겨있다. 캠핑을 가서 요리하고 즐기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캠핑 요리와 스타일을 앱 도움 없이 사진작가처럼 잘 찍을 수 있고, 멋진 스타일링을 하여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여름을 잊다
『아이슬란드를 달리다』
양지훈 지음, 자민 그림, 양지훈, 강혜원 사진 | 노란잠수함 | 2018년
좌충우돌 아이슬란드 ‘부부 캠핑 드라이빙 여행기!’
네이버 NAVER 여행+에 1년간 연재되어 80만 독자를 매료시킨
‘부엉이와 강아지의 80일간 북유럽 일주’ 이야기의 첫 번째 나라,
불과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종횡무진 자동차 탐험기!
<아이슬란드를 달리다>는 15년차 부부가 함께 떠난 아이슬란드 자동차 캠핑 여행기다. 캠핑 초짜 부부가 지구 반대편에서 첫 캠핑을 단행하고, 낯선 나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그토록 행복하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경험한 이야기를 편안하고도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여정에서 만난 여행자, 현지인들과의 에피소드들을 소상히 싣고, 실제로 아이슬란드를 달리며 감상한 드라이빙 뮤직을 소개하여, 마치 부부와 함께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또한 여행을 하며 지출한 하루하루의 비용과 경로 정보를 상세히 정리하여 예비 여행자들에게 실용적인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좋아하는 팝송을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에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여행을 떠난 남편. 이번에는 자신만의 레스토랑 운영을 앞둔 아내와 함께 조금은 무모한 ‘부부 캠핑 드라이빙 여행’을 결심했다! 결혼 생활 15년 동안 바쁜 회사 일, 해외 유학 등으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여유 없이 분주하게 살아온 두 사람. 각자의 독립적인 삶을 ‘쿨하게’ 존중하는 이 부부의 ‘80일간의 24시간 밀착 북유럽 여행’은 어떨까?
80일간의 북유럽 여행 그 첫 번째 나라는 바로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를 달리다>에는 낯선 곳으로의 기나긴 여행을 앞둔 여행자의 걱정과 설렘부터, 지구 반대편에서 생전 처음 도전한 캠핑에의 긴장감, 신비하고도 경이로운 풍광 사이를 달리며 느낀 벅차오름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좌충우돌 여행의 진솔한 에세이뿐 아니라 부부의 자동차 캠핑 여행을 더욱 빛낸 드라이빙 뮤직과 캠핑요리 레시피, 독자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행 지출 가계부와 이동 경로 지도, 수많은 컷 중에서 엄선한 출중한 정경 사진과 눈길을 사로잡는 일러스트레이션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와 알찬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에 대하여는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한다.
『푸른 숲, 제주입니다』
북노마드 편집부(엮음), 강병한 외 6명 지음, 김윤선, 이윤희 그림, 김민채, 윤동희 사진 | 북노마드 | 2016년
삼성혈, 비자림, 사려니숲, 절물자연휴양림, 화순곶자왈…
제주의 푸른 숲과 만나다
『푸른 숲, 제주입니다』는 제주 여행 무크지 《섬데이 제주》 2호 ‘제주의 숲’을 단행본으로 다시 만든 책이다. 한시적 기간 동안 독자들을 찾는 무크지를 아쉬워하는 요청이 많아 오랫동안 서점에서 만날 수 있게 재편집하였다. 북노마드 편집부가 직접 찾아 걸었던 숲의 기억이 제주에서의 싱그러운 시간을 기대하는 여행자에게 잘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가다듬었다.
첫번째 여행은 동쪽 해안에서 700번 동일주 노선을 타고 삼성혈로 향했다. 숲을 찾기 전 동문시장에서 내려 시장을 구경하고 찾은 삼성혈은 ‘도시 속 작은 숲’처럼 아담했다. 여행자에게 공항에 가기 전 시간이 남으면 가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삼성혈은 제주가 ‘시작’된 곳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약 4,300여 년 전 삼신인(三神人: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이 이곳에서 용출(湧出: 구멍에서 태어남)했다는 삼성혈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긴다.
비자림은 길이 평탄하게 잘 정돈되어 있어서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가족에게 좋다. 비(非)자 모양에서 그 이름을 따온 창살 같이 길쭉한 모양의 잎을 지닌 비자나무가 2800여 그루 심어져 있는 비자림은 ‘천년의 숲’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단단히 내린 뿌리와 두툼한 나무통, 그 위로 흔들리는 비자잎들. 천 년의 세월을 고이 모아 림(林)을 이룬 숲길을 거니는 동안 여행자는 현재의 시간으로 지나간 시간을 꺼내는 일의 거룩함을 깨닫는다. 겨울에도 잎을 쏟아내지 않는다는 비자나무, 비가 떨어지는 날에도, 햇살이 찌르는 날에도 늘 그 푸름을 지켜내는 비자림에서 우리는 계절을 읽는다. 계절의 바람을 느낀다.
볼거리로 충만한 사려니숲은 3~4시간을 오롯이 바쳐야 한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을 뜻하는 말이나 산에 붙인다고 한다. 그러니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저절로 걸음이 느려지는 곳, 보폭을 주춤거리게 만드는 숲길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곳은 특히 여름에 찾으면 좋다. 바람 소리, 새 소리에도 물이 배어나는 곳, 그러면서도 눅눅하지 않은 물기를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물기가 드리워진 숲의 그늘이 당신의 여름을 달래줄 것이다.
숲에서 바라보는 산방산의 모습이 압권인 화순곶자왈 생태탐방숲길은 두려울 만큼 고요한 숲길이다. 머리카락처럼 엉켜 있는 풀숲, 살아 있는 것들의 생마저 빨아들일 것 같은 숲의 기운이 가득한 ‘진짜’ 숲이다. 별도의 주차장도 입장을 안내하는 관리인도 없는 곳, 숲을 보는 대가로 돈을 내고 허가를 받는 과정 없이 숲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곳. 제주의 다른 숲이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고여 있다면 이곳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대로 숲을 볼 수 있는 야생의 숲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방목해둔 소가 보인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그대로의 숲의 시간을 만끽하게 된다.
출처 : 한밭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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