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북DB추천] 짧은 삶의 끝, 긴 감동으로 남은 '요절 작가'들의 책

짧은 삶, 긴 감동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3.07 등록일 : 2016.03.09

#원문_북DB_글.최규화_http://bookdb.co.kr/bdb/IssueStory.do?_method=detail&sc.webzNo=25270

윤동주와 기형도... 비운의 천재 작가들

짧은 삶의 끝, 긴 감동으로 남은 '요절 작가'들의 책


대한민국에 윤동주 바람이 불고 있다. 출판계와 영화계, 공연계까지 윤동주의 시와 삶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월 30일 ‘1955년 윤동주 10주기 기념 증보판’ 그대로 다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한 달 이상 베스트셀러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동주>가 2월 17일 개봉한 데 이어, 3월에는 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3년 만의 앙코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윤동주의 삶이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스물아홉이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고, ‘시인’ 윤동주는 죽은 뒤에야 시인으로 불릴 수 있었다. 그가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돼 옥중에서 요절한 때는 1945년 2월 16일. 해방을 불과 반년 앞둔 때라 그 죽음의 비극성은 더 크게 느껴진다.

윤동주와 같이, 평생 단 한 권의 시집만을 남기고 요절한 시인이 30여 년 전에도 있었다. 1989년 3월 7일 세상을 떠난 시인 기형도. 서른 살의 나이에 한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의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으로는 1991년 출간된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한 권만을 세상에 남겼다. <입 속의 검은 잎>은 1990년대 한국 시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다. 올해 초,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경기도 광명에 그의 문학관이 건립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3월 7일은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시인 기일

기형도의 죽음으로부터 8년 뒤인 1997년 세상을 떠난 소설가 김소진 역시 서른다섯이라는 아까운 나이였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쥐잡기’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한 그는 6년 남짓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1993년) 등 일곱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으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다. 한겨레 신문 기자였던 그는 1995년 전업작가가 된 뒤 불과 2년 만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014년 그의 대표 중·단편소설들을 모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같은 이름의 책이 출간된 바 있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가다 보면, 우리는 1965년 한 천재 작가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서른두 살의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전혜린. 그녀는 ‘전혜린 신드롬’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당대의 새로운 여성상으로 평가받던 작가이자 번역가였다. <생의 한가운데> <데미안> 등 수많은 독일문학 작품들을 번역한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 두 권의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66년)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1968년)를 남겼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1970년대까지 청년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았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명의 천재 작가 이상. 그의 죽음 이후로 8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요절한 천재 작가’의 대명사처럼 남아 있다. 본명은 김해경. 조선총독부 건축기사였던 그는 1931년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 ‘오감도’, 소설 ‘날개’, 산문 ‘권태’ 등으로 대표되는 여러 작품을 남겼다. 1937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일본 도쿄에서 지병인 폐병으로 숨졌다. 그의 삶은 영화 <금홍아 금홍아>(1995년)와 드라마 <이상 그 이상>(2013년) 등의 바탕이 되며, 지금까지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 자체로 관심 받고 있다.


2016년 봄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윤동주 바람’을 느끼면서,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천재’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짧은 삶 끝에 긴 감동으로 남은 작품들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

최규화(북DB 기자)

인터파크도서 북DB 기자입니다.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과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 당신보다 낮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omecrud@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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