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어른 인문학 모임 '비폭력 대화'
인문학이란 한마디로인간에 대한 공부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공부고 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공부입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진단하고 바꾸어나가려는 노력이 바로 인문학적인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문학과 공부란 같은 것입니다. 또산다는 것 자체가 공부고, 공부가 곧 사는 것이죠.
세 여자가 도서관에서차를 마십니다. 남편에 대한 고민, 아이에 대한 고민,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대화를 나누다 좀 더 발전적인 단계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공부할까?” 이렇게 도서관을 오가는 회원 3인이 주축이 되어 다른 회원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행스럽게답문이 오기 시작합니다. 세분이 더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떨리는 첫 번째 모임.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책에 대한 소감을 나눕니다. 첫 번째읽을 책은 <비폭력 대화>. “매주 금요일에 보고볼 때마다 두 장씩 읽어오면 어떨까요?” 모임의 형식에도 가닥이 잡혀갑니다. 자기소개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아이 둘 있구요, 큰 아이가 언어치료를 받는데 나중에는 제가 상담을 받게 되었어요. 상담가서도 대화법에 대해 공부하는데 이번 기회에 공부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이 둘이구요, 예전에이 책을 봤는데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이 어렵더라구요. 같이 읽으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들어보면 도움도 될 것 같고 다시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전 남편이랑 늘티격태격 싸워요. 부부상담도 받아보고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도무지우리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혹시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각자 이곳에 모이게 된 이유도 다양하고 살아온 내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모두의 공통점이 있었죠. 관계를 잘 만들고 싶다. 남편과, 아이들과, 주변사람들과...
<비폭력 대화>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매주 회를 거듭하면서 서로 돌아가며 한명씩 눈물을 뿌리고 서로 다독여 주고,분노를 내뿜기도 하고 서로의 말에 격하게 동의하기도 하고 말이죠. 한번 모임을 하면 네시간씩은 둘러앉아서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습니다. 이 책은 회를 거듭할수록 모임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서로 비폭력 대화를 끊임없이 연습할 수 있거든요. 대화로 인해 지치지않고 서로 힘을 북돋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오해 하지 않고 관찰하며 내 의견은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보는 훈련. 공감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 이상의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상에서 있었던 자신의 경험들을 비폭력 대화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알던 방법 말고 더 훌륭한 대화방법이 있었구나 감탄하며 이런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어제 비폭력대화를경험했어요. 누가 우리 집 대문 앞에 번호도 안 남기고 이틀연속 주차를 하는 거예요. 여섯 살, 네 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데 날도 춥고 멀리 주차를하자니 열이 받는 거에요. 그래서 매직과 종이를 꺼내 그 차에 붙여놓으려고 쓰기 시작했죠. <연락처도 없이 주차를 하시다니 정말 예의가 없으시군요!> 라구요.. 근데 비폭력 대화를 생각해보니 제 잣대로 판단을 한 것 같아 객관적인 사실만 썼어요 <연락처도 없이 제 집앞에 주차를 하셔서 제 차를 주차할 수가 없습니다.>이렇게 쓰고 그 차 유리에 붙여 놓으니 화가 가라앉았어요. 만약 예의가 없으시군요! 하고 붙였으면 그날 밤 내내 화가 났을거에요.!”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여성들이 모이다 보니 남편, 시댁, 아이에 대한 화제가 가장많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 불평등하고 답답한 제도와 그렇게 해야만 하는 규범에 대한 이야기를나누게 됩니다. “우리 비폭력 대화 끝나면 뭘 할까?” 고민하면서자연스레 여성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책은 <새 여성학 강의- 누가 인어공주를 죽였는가. >로 결정하게 되었고 두 번을 진행했습니다. 살면서 누구나상처와 어려움을 경험하지만 스스로가 풀 수 있는 것이 있고 만약 한계에 부딪힌다면 집단이 함께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도서관은 작지만 어느 누군가 개개인의 인생에서는 중요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책과 도서관의 힘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