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옛날이야기 즐기기
이글은 서울독서교육연구회에서 송영숙 선생님의 글을 발췌하였습니다.
옛날 이야기 즐기기
송영숙 / 서울독서교육연구회장
1. 옛날이야기와 독서의 관계
어려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경험을 가지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우선 이야기의 선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좋은 이야기란 독자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호관계 속에서 좋은 이야기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좋은 이야기란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잘 선택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나타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 삼위일체를 이루는 좋은 이야기가 되기 위해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들려줄까를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1) 유년시절의 독서경험
내가 어렸을 때의 독서경험 두 가지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되어 지금도 어린이들의 독서교육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그 때는 1950년대로 경제적으로도 곤란했던 시기였으므로 독서교육이란 개념도 확립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었을 때였다. 그러나 독서교육이란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 시절 아주 훌륭한 독서교육을 받았다고 믿고 있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중학생이었던 나의 막내 삼촌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였다. 한 여름 밤에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극성스런 모기를 쫓기 위해 부채로 탁탁 다리를 치며 평상에 앉아 듣던 이야기하며, 모기장 속에서 등불을 끈 채로(모기나 벌레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무서운 옛날이야기를 가슴 졸이며 듣던 재미가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한겨울이 오면 화롯불을 끼고 앉아 그것도 모자라서 이불을 어깨까지 두르고 (방안의 외풍이 너무 세어 몹씨 추웠다.) 옛날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외울 정도가 되어도 얼마나 즐거웠는지..... 때로는 꼬마친구들이 몇 명이 모여 앉아 삼촌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졸랐었다. 지금 생각하니 삼촌은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우리들에게는 얼마나 좋은 이야기 선생이었는지 모른다.
또 한 가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들려주시던 동화(이야기)그림극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 어린이들이나 저학년 어린이들의 독서체험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동화(이야기)그림극은 바로 그때 내가 받았던 충격적인 독서체험에서 비롯되었다.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선명한,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가 지금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교육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 때 우리들에게 들려주시던 선생님의 이야기는 ‘개나리 꽃전설’이었다. 4절정도의 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넣고 그림의 뒷면에는 이야기 내용을 써넣어, 틀 속에 그림을 끼워 넣고 한 장씩 뽑아가며 이야기를 읽어 주는 것이었다. 독서자료도 충분치 않고 텔레비젼도 없었던 시절,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서 들려주시던 동화(이야기)그림극은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말하자면 대형그림책을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 반 친구들은 이 개나리꽃전설을 읽고 또 읽었다. 이 소문이 학교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전교생이 차례대로 강당 겸 음악실(두 세 반 정도가 함께 모일 수 있는 크기의 마루바닥 교실)에 모여 동화그림극 이야기회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던 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 옛날이야기
일반적으로 우리는 동화라고 하면 옛날이야기나 전래동화를 연상하기 쉽다. 물론 신화 민화 우화 등의 구전되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도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라는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전래동화라고 일컫는 옛날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인 ‘동화’와 구별된 개념으로 이해하여야 좋을 것 같다.
이야기책이라고 하면 흔히 옛날이야기를 비롯한 우화 신화 민화 전설(설화) 등을 말한다.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처럼 옛날이야기는 줄거리가 단순하고 언제나 아름다운 결말이 설정되어 있다. 주로 동물의 모습을 빌어 인간성을 풍자하거나 교화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우화는 이야기를 통해 교훈하려는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야기를 듣는 상대나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우화의 교훈성을 너무 앞세우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아이들이 순수한 재미를 느끼고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함이 좋겠다. 구체적인 시대나 장소 인물 사건을 중심으로 한 신비한 체험이나, 자연물을 종교적인 신앙으로 설명하고자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설화라고 한다면, 신화는 고대인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에 기초하고 있는 신의 의지활동을 통해서 자연계나 인간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한 전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줄거리, 인물이 적고 이미지가 분명한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에 적합한 소재라고 한다면 민화, 우화, 전설 등의 옛날이야기를 들 수 있다. 곧 옛날이야기의 특성은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이끌기에 충분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옛날이야기는 들려주기에 아주 적합한 이야기로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듣고 들어도 옛날이야기는 왜 재미있는 것일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옛날이야기의 특성을 살펴보자.
3) 옛날이야기의 특성
① 옛날이야기는 시작할 때와 끝날 때가 거의 같은 패턴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로 시작한 옛날이야기는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되었단다”로 끝이 난다. 옛날이야기라면 어떤 이야기든지 이렇게 시작과 끝이 같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속에서 현실과 비교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② 둘째, 반복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옛날이야기는 단순하게 반복되는가 하면, 또 어떤 이야기는 힘이 점점 불어나는 반복으로 이야기의 맛을 더해 주고 있다. 옛날이야기는 반복에 그 중요성이 있으며, 이러한 반복의 효과는 옛날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특성 중 가장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햇님 달님이 된 오누이’의 경우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잔치 집에서 엄마가 떡을 얻어 급히 산을 넘을 때, 어둠 속에서 나타난 호랑이는 두 눈을 번쩍이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또 한 고개 넘은 엄마는 또다시 호랑이를 만난다. 또 한 고개를 넘으면 호랑이를 만나고..... 이렇듯 몇 번이고 반복해서 호랑이가 나타나지만 호랑이가 나타날 때마다 아이들은 무서워한다.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반복의 회수를 조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좁쌀 한 톨로 장가 든 총각”은 무언가 점점 힘이 불어나는 반복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좁쌀 한 톨이 쥐가 되고, 쥐는 고양이로, 고양이는 말로, 말은 소로, 소는 어느 부자 집 딸이 되어 총각의 색시로 변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좁쌀 한 톨을 먹은 쥐를 잡아먹은 고양이를 뒷발로 밟아 죽인 말과 바꾼 소의 고기를 제일 많이 먹은 댁의 따님을 주십시오.” 이 말은 순서를 바꾸어도 안 되고 너무 느리게 천천히 말해도 그 맛을 잃는다. 이같이 옛날이야기의 반복의 효과는 듣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도록 한다. 즉, 다음에 일어나는 사건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자신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능동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또 옛날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앞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어버리더라도 반복되는 단순한 이야기이므로 쉽게 생각해낼 수 있도록 하여 이야기로 다시 되돌아가도록 한다. 그리고 반복에 의해서 듣는 쪽과 무언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여 스피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며, 반복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친밀감을 준다. 옛날이야기가 재미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옛날이야기의 반복 속에 리듬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듬은 스피드를 마음대로 조정하면서 생기는 즐거움과 동시에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③ 셋째, 옛날이야기는 앞으로 되어질 이야기가 보인다.
옛날이야기 속에는 항상 예언, 약속, 금지, 경고, 과제 등을 통해서 앞으로 되어 질 이야기를 예측하여 능동적인 이야기에로의 참가는 물론, 점점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잘못하면 벌을 받고 좋은 일로 칭찬이나 상을 받는 것을 이야기를 듣는 쪽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생각하고 예상한대로 이야기가 진전된다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하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한다는 말이다.
2. 재미솔솔 이야기시간
1) 이야기의 즐거움
도서관 사서, 학교 선생님, 유치원이나 보육원의 보모를 비롯해서 엄마, 아빠들은 배우나 탤런트와는 다른 비전문 이야기꾼이 된다. 그들이 이야기꾼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예술적인 면을 보여준다거나 오락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소박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즐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 보여줄 수 있다는 마음은 어린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든지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렇듯 이야기는 듣는 쪽이나 이야기를 하는 쪽이나 서로가 즐거움을 갖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인상을 쓸까 하는 것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과 어떻게 그 이야기를 함께 즐길 것인가에 목적을 두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이는 또한 좋은 독서경험의 효과를 줄 것이다.
2) 이야기의 선택과 성공
이야기를 한 사람이 얼마나 이야기를 잘 했는가를 평가할 때는 전반적으로 효과가 어떤가를 보게 된다. 이야기의 도입이 좋았는지, 클라이막스의 처리는 잘 되었는지, 끝맺음을 잘 하고 있는지, 발음은 명확하게 처리했는지, 얼굴표정과 쉬어가기가 잘 되었나, 그 외에도 표현력 목소리 템포 등 상세한 체크포인트가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평가하기는 아주 어렵다. 하지만 듣는 쪽에서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는 확실하게 구분된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특성을 자신 있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자기의 개성에 맞는 이야기, 그래서 그 이야기의 특성을 살려 이미지를 잘 그려내야 한다. 이야기하기에 실패한다는 것은 그 이야기의 이미지를 그려내지 못해서 이야기의 즐거움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야기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즐거움이 배제되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에 따라 문체가 다르듯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스타일도 다를 수 있다. 스타일이 좋다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로 자신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잘 그리고 있는가가 중요한 점이다.
3) 이야기시간의 청중
이야기시간을 실시하는 데는 환경과 사람의 수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시간일 경우 이야기실이 따로 있다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어린이 열람실과 같은 열린 공간의 한 코너를 사용해야 한다면 이야기시간이 행하여지고 있는 시간만큼은 다른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이야기시간이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도록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이야기시간에 참여하는 어린이의 수도 30명 내외가 효과적이긴 하나 70-80명이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커져서 몇 백 명에 이른다면 전문적인 이야기꾼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야기시간의 대상은 주로 학령 전 어린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되겠으나 넓게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즐긴다. 즉 이야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이야기의 기술을 가르쳐 청중으로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면 어린이로 하여금 더 많은 이해와 즐거움을 가지고 이 전통적인 예술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4) 이야기의 기술
① 자신의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간단한 줄거리로 된 이야기를 찾아서
② 자신을 가지고 천천히 분명하게 큰소리로
③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린이에게 이야기하듯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첫째, 이야기하는 사람의 기분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을 것
둘째,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일 것
셋째, 이야기가 보이도록 할 것
넷째, 간결하고 성실하게 이야기 할 것
다섯째,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맛을 살릴 것
여섯째, 이야기 자체를 즐길 것 등이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3S(Simply, 간결하게), (Slowly, 천천히), (Sincerely, 성실하게)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다양하므로 다른 사람을 흉내 내기보다는 자신의 새로운 방법과 스타일을 찾아가야 한다. 어떤 한 스타일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지면 그 방법을 고집하여 자신을 속박할 필요는 없다.
3. 이야기의 장점
1) 상상력을 키운다.
옛날이야기를 한 꼭지 들으면 한편의 동화를 읽는 것과 같다. 이야기는TV영상처럼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를 주는 것과는 다르다.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며 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장점이자 독특한 면이다. 예를 들어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할아버지가 살았습니다....” 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면 듣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은 것만 가지고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할아버지를 그렸는지는(수염을 허옇게 드리운 산신령 같은 할아버지인지, 콧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인지, 신사복을 입었는지, 도포에 갓을 쓴 할아버지인지 등) 완전히 듣는 쪽에 맡겨진다. 이렇게 이야기는 듣는 동안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면서 듣기 때문에 집중력이나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상상력을 키워 가기 때문에, 남을 흉내 내지도 않고 남이 흉내 내지도 못하는 자신만의 상상을 형상화시키게 된다.
2) 이야기는 어휘력을 길러준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말을 배운다. 특히 2-4세 때는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말을 흡수하는 시기라고 한다. 말을 배울 때, 뜻을 알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앞뒤 말의 문맥을 통해 그 말을 이해하고, 그 말을 적재적소에 자기도 모르게 사용해 가면서 어휘를 배운다.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은 듣기뿐만 아니라 말하기 훈련도 된다. 어휘력이 늘어나면 실제로 자기의 생각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얻어진 어휘력과 집중력, 상상력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어서 자기만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키고 서로 작용하면서 창의력, 창조력이 생긴다. 그리고 문자를 배운 후에는 책의 세계, 독서의 세계로 들어가는데 가속이 붙게 될 것이다.
3) 이야기는 가장 확실한 독서체험
① 이야기는 교육의 시작: 이가 아픈 것을 잊으려고 입을 벌려 자꾸 말을 하다가 ‘말하는 것’이 이가 아플 때 쓰는 처방이라고 해서 ‘이약’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 ‘이약’이라는 말이 변하여 ‘이야기’가 되었다는 우스개가 있다. 그럴싸한 말이다. 이가 아픈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많이 하다가 생겨진 ‘이약’이란 말이 이야기의 어원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야기란 말을, ‘이야기, 이야기.....’ 하면서 가만히 되 뇌이고 생각해 보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참 예쁘고 좋은 말이다.
② 이야기는 조기독서교육방법: 문자가 없고 독서자료가 없던 옛날로부터 모든 교육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독서자료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요즈음에도 독서교육에 활용되어질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태교에서부터 영유아, 유유아에 이르기까지 문자 없이도 독서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 조기독서교육의 방법이 바로 이야기이다. 또 이야기는 생각을 끌어내고 대화를 유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③ 이야기는 스킨쉽: 스킨쉽은 아기 때의 교육효과를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한 심리학자의 말을 빌리면 이야기는 바로 스킨쉽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다가가 만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육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체험을 쌓아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어 주어야 하겠다. 그것도 아이들과 주파수가 가장 잘 맞는다는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카세트나 비디오테이프 또는 TV처럼 일방통행으로 듣기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눈을 맞추고 표정과 감정을 살펴가며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육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라야 하겠다. 어려서부터 이야기의 즐거움을 맛 본 사람은 분명히 책을 좋아하며 정서적으로 풍부한 어른으로 자라고, 이러한 어른이 많아질 때 우리사회는 더 좋은 사회, 훨씬 성숙한 사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4) 이야기의 문학성과 교육성
① 이야기의 문학성
이야기 자체는 문학이다. 문자가 아닌, 목소리로 전달되는 문학이다.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구전문학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야기꾼이 문학작품을 목소리로 표현하여, 듣는 사람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의 문학적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문학작품이 ‘우리를 감동시켜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 말속에 이야기 자체의 즐거움 뿐 아니라 이야기하는 동안 목소리를 주도구로 하여 표현하는 모습으로부터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는 것도 틀림없이 포함되어 있다.
② 이야기와 문학의 관계
이야기 자체가 문학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의미로 이야기와 문학의 관계를 보여주는 비유가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아동부장이었던, 그리고 훌륭한 이야기꾼이었던 프란시스 C. 세이어즈의 말을 빌려 보자. ‘이야기를 들려주기가 갖는 문학에 대한 역할은 마치 그림에 대한 그림틀과 같다.’ 우리가 감상하는 것은 그림이지 틀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들을 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야기 자체이지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이야기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그림은 아무리 좋은 그림이라도 주위의 관심을 끌지 못하나 적당한 그림틀에 끼워져 벽에 걸려 있을 때 우리의 마음에 즐거움을 주듯이, 활자 그대로 있을 때는 재미가 없던 이야기일지라도 이야기로 들려주었을 때 우리 마음에 생생히 와 닿는 경우가 있다.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그림틀은 그 색갈이나 모양이 그 그림에 어울려야 한다. 잘 선택된 그림틀이 그림을 살리듯이 목소리의 표현을 빌린 이야기가 작품을 생생히 살리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이야기 자체의 문학성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면 들려줄수록 좋은 문학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③ 이야기의 교육성
도서관이나 학교에서의 이야기시간에 들려준 이야기, 그림책 동화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독서활동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일본의 한 도서관에서 이야기시간에 이야기를 들었던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가 재미있게 들었던 이야기는, 1학년생이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두껍고도 활자가 작은 책 속에 수록되어 있었다. 이 남자아이는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야기시간이 끝난 후, 그 두꺼운 책을 빌렸다. 비록 자기는 그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아주 소중하게 책을 쓰다듬으며 친구에게 자랑하는 말을 했다.
“이 책에 ○○○라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다.” 비록 자신은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목소리라는 표현형식이 그 이야기를 더욱 즐거운 감동을 가지고 이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중, 고등학교에서도 조회나 종례시간, 또는 국어시간에 단 10분이라도 할애하여 문학작품을 연속낭독 해 주면 그 책이 많이 대출될 뿐 아니라 많은 아이들의 손에 그 책이 들려져 있었다는 미국의 사례도 있다. 이렇듯 이야기는 듣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서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이야기의 내용이 좋은 독서경험이 될 뿐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중에 이미지를 만들게 되어, 상상력이나 집중력을 기르고 어휘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목소리라는 표현형식을 빌려 우리들에게 들려주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더욱 즐겁게 하고 감동시키는 문학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 이야기는 들은 후에는 독서동기를 유발하여 곧바로 그 이야기가 기록된 책으로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4. 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양초귀신
사위가 사 온 선물
할미꽃 전설
<참고자료>
전래동요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한글풀이
가갸 가다가
거겨 거렁에
고교 고기 잡아
구규 국 꿇여서
나냐 나하고
너녀 너하고
노뇨 노나 먹자 [충북 단양지방]
떡 노래
하얀 인절미가
시집간다고
콩고물에
팥고물에
분을 바르고
빨간 쟁반에
올라앉아서
어여차 어서 가자
목구멍으로 [충북지방]
짝자꿍
쥐암쥐암 짝자꿍
곤지곤지 짝자꿍
우리 아기 잘도 한다
질라라비 훨훨 [서울지방]
달공달공
시이장 시이장
할아범이 마당 쓸다
귀 떨어진 돈 한 푼을 얻어서
장에 가서 밤 한 말을 사다가
치룽에 치뜨렸더니
머리 깜은 생쥐가
들낙날락 다 까먹고
썩은 밤 한 톨 남겼네
가마솥에 삶아서
조리로 건져서
대까칼로 밧겨서
겉껍질은 아범 주고
속껍질은 어멈 주고
정살은 너구 나구
달궁달궁 다 먹세
*치룽: 시렁 대까칼: 대나무로 만든 칼 [경기도 고양지방]
고양이 야웅
마른 눈에 딱지
진 눈에 거머리
대문이 삐드득
나막신 짤깍
신짝이 지르륵
집동이 푸석
고양이 야웅 [충남 공주지방]
* 젖먹이를 누인 채 어르는 노래
거머리: 어린 아기의 눈썹 사이에 파랗게 보이는 심줄
캥캥 노래
업어 줘도 캥캥
안아 줘도 캥캥
젖을 줘도 캥캥
어쩌라고 캥캥 [서울지방]
둥개둥개 둥개야
둥개둥개 둥개야
먹으나 굶으나 둥둥
입으나 벗으나 둥둥
둥개둥개 둥개야 [강원도 강릉지방]
부라딱딱
불무 불무 불무야
이 아기가 누 불무냐
경상도 대불물세
불무나 한 번 불어 볼까
불무 딱딱 고양아
불무 딱딱 고양아 [충남 대전지방]
죽마타기
말 탄 양반 꺼떡
소 탄 양반 꺼떡
가마 탄 놈도 꺼떡
말 고추도 꺼떡
소 고추도 꺼떡
가마꾼 고추도 꺼떡
다리뽑기
이 거리 저 거리 각거리
천세 만세 주머니끈
똘똘 말아 장도칼
제비 딱지 코딱지
소꿉놀이
앞산에는 빨간 꽃요
뒷산에는 노란꽃요
빨간꽃은 치마 짓고
노란꽃은 저고리 지어
풀 꺾어 머리 하고
게딱지 솥을 걸어
흙가루로 밥을 짓고
솔잎을랑 국수 말아
풀각시를 절 시키세
풀각시가 절을 하면
망근을 쓴 신랑일랑
꼭지꼭지 흔들면서
밥주걱에 물 마시네 [경기도 개성지방]
씨름노래
황소 씨름
고등어 씨름
어디서 배웠냐
할아버지한테 배웠다
어떻게 넘기냐
요렇게 넘긴다
꼬리따기 노래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 이 노래에 이어 ‘백두산 뻗어 내려 반도 삼천리’로 시작되는 ‘조선의 노래’를 불렀다.
나물타령
칩다 꺾어 고사리
나립다 꺾어 고사리
어영 꾸부정 활나물
한 푼 두 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돌돌 말어 고비나물
칭칭 감어 감둘레
잡아뜯아 꽃다지
쑥쑥 뽑아 나생이
어영 저영 말냉이
이 개 저 개 지칭개
진미백승(珍味百勝) 잣나물
만병통치(萬病通治) 삽추나물
향기만구(香氣滿口) 시금치
사시장춘(四時長春) 대나무 [서울, 전북 김제지방]
나무타령 1
영감 천지 감나무
십 리 절반 오리나무
방귀 뀌는 뽕나무
꿩의 사촌 닥나무
아흔 지나 백양나무
서울 가는 배나무
스무 해째 스무나무
낮 무섭다 밤나무
앵두러져 앵두나무
거짓말 못해 참나무
한 자 두 자 잣나무
주시 형님 사과나무
기운 없다 피나무
다섯 동강 오동나무
동지 섣달 사시나무 [강원도 춘천지방]
나무 타령 2
나무 나무 무슨 나무
십 리 절반 오리나무
열아홉에 스무나무
아흔아홉 백양나무
가다 보니 가닥나무
오다 보니 오동나무
너구 나구 살구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갓난 애기 자작나무
앵돌아져 앵두나무
동지 섣달 사시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방귀 뀌는 뽕나무
입맞추자 쪽나무
낮에 봐도 밤나무 [충님 예산지방]
방귀타령
방구 방구 나간다
오가리 떼가리 받쳐라
먹을 것은 없어도
냄새나 맡아라
뽕~~~
잠꾸러기를 놀리는 노래
털보 영감이 잠을 자다가
수염에 불이 붙어
깜짝 놀랐네
흉내쟁이를 놀리는 노래
흉내쟁이 막내쟁이
오줌독에 빠질쟁이
대꼭지로 건질쟁이
구정물에 헹굴쟁이
뙤약볕에 말릴쟁이
고자질쟁이를 놀릴 때
일러라 찔러라
너 할아버지 콧구멍
바늘로 콕콕 찔러라
일러라 찔러라
너 할아버지 배꼽을
콕콕 찔러라
일러라 찔러라
담배 밭에 불질러라
너 할아버지 상투 불질러라
일러라 찔러라
너 할아버지 상투 잡고
끄떡끄떡해라
장사꾼 놀리는 노래
엿장수 똥구멍은 찐득찐득
참기름장수 똥구멍은 매끈매끈
두부장수 똥구멍은 뭉실뭉실
소금장수 똥구멍은 짭짤짭잘
옹기장수 똥구멍은 반질반질
이글은 서울독서교육연구회에서 송영숙 선생님의 글을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