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책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방법 -2. 이야기 들려주기
어린이와 책을 이어주는 도서관 프로그램, 담작은도서관 사례
책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방법 - 2. 이야기 들려주기 편
오래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화롯가에 앉아 아이들에게 ‘옛날 옛적에…’ 하 며 이야기를 들려주던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19세기말 미국 도서관에서 처 음으로 스토리텔링이 어린이서비스에 적용되었다 한다. 2008년 도서관 개관 당 시 우리는 스토리텔링을 스토리텔러 1인이 옛이야기 또는 그림책을 외워 책을 보지 않고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만 이해했다. 그러다 판 소리, 마당극, 인형극, 마임, 연극, 그림자극, 노래극 등 다양한 기법으로 책 이 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책은 보통 혼자 읽는다. 어린 친구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영화, 인형극, 연극 등의 매체를 통해 책을 접하기도 한다. 그림책을 연극, 인형극 등 다른 형태의 공연물로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5) 권정생 의 그림책 <강아지똥>은 어린이극(2001년), 클레이메이션 영화(2003년)로 제작 되었고, 백창우에 의해 노래(2009년)로도 만들어진 유일한 작품이다. 그 후 미 약하게나마 2011년에 황선미의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과 권정생의 그림책 <엄마까투리>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우리 도서관은 그림책을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들려주고자 노력하였 다. 처음에는 문화예술단체가 제작과 진행을 담당하였으나 점차 도서관 운영자 (사서와 자원활동가)가 주체가 되어 이 모두를 감당하기도 하였다. 문화예술단체 와 협력하여 작품을 만들 때는 도서관에 맞는 적당한 규모의 공연물을 저렴한 예산으로 기획․제작, 공연할 단체를 찾았다. 그리고 도서관은 이렇게 만든 공연 물을 제작자가 다른 곳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었다. 첫 작품은 2008년 개관 기념극 『효자동이야기』였다. 도서관이 자리한 효자동에 전해 내 려오는 선조시대 효자 반희언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들려주었는데 이를 계기로 사람들에게 마을의 숨은 옛이야기가 회자되었다.
『효자동이야기』는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없었 지만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 작품 제작은 그림책작가와 출판사로부터 사용 허락 - 이와 관련해서는 어린이문화연대 주최로 2012년에 한국문예진흥기금 지원 심포지엄이 『창작 동화 및 그림책과 어린이 공연예술의 연계성 활성화 방안』 주제로 처음 개최되었다.
● 어린이와 책을 이어주는 도서관 프로그램
을 받아야 했다. 그림책 <훨훨간다>처럼 그림책작가와 출판사가 저작권료 없이 2차 공연물인 마당극 제작과 지속적인 공연에 대해 흔쾌히 허락해 준 경우도 있지만, 인형극으로 제작한 작품의 인형 완성도가 그림책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 는다고 2차 공연을 불허한 그림책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 같은 경우 도 있었다. 다소 정적인 분위기의 책을 현대적인 인형극(기존에 보아왔던 헝겊 인형이 아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박스로 인형 제작)으로 제작하고 이야기꾼의 적절한 유머와 댄스를 곁들여 아이들을 자연스레 몰입시키는 것을 보며 스토리텔러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마당극 『훨훨 간다』는 이후 작품 무대와 이야기 등을 보완하여 지금도 여러 공공도서 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림책 <아빠와 아들>은 연극을 위해 약간의 각색이 필요했는데 작가가 허 락하지 않아 아예 『별이 아빠는 스타』란 가족극을 창작한 사례도 있다. 대본 의 창작이나 무대 연출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기획자나 관람자 모 두에게 큰 즐거움을 준 공연이었고, 이후 강원도 내 초등학교에서 순회공연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 이후 도서관은 시 3편을 모티브로 낭독모노드라마 『종이 할머니』를 제작·공연하였는데 문화예술단체와의 작업을 통해 스토리텔 러가 갖춰야 할 소양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애초 기획하 지는 않았지만 마당극 『훨훨 간다』를 할 때는 마술을, 가족극 『별이 아빠는 스타』를 할 때는 음악연주회를, 낭독모노드라마 『종이 할머니』공연 때는 프로작곡가(강산에의 노래 ‘넌 할 수 있어’를 작곡한)가 BGM을 작곡하여 직접 연 주하는 공연을 덤으로 맛볼 수 있었다. 공연 뒤풀이엔 홍대에서 활동하는 재즈 클럽 가수를 초대하여 함께한 어른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단체를 통해 작품을 제작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고액의 제작비6) 에 비해 대부분 일회성 공연에 그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움직이는 입체 동화(오토마타)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상자 뒤에 대본이 있어 낭독하면서 쉽게 인형을 조작할 수 있고, 이용자들과 함께 진행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손잡이 장치를 돌리면 캐릭터의 손, 발, 머리 등의 특정 부위가 움직이는데 가 로30cm 세로25cm 크기의 상자 20개로 구성되어 있어 보관에 어려움이 있다.)
도서관은 문화예술단체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머물지 않고 자체적으 로도 스토리텔링 자료로 종이인형극 『우동 한 그릇』을 만들어 활용하였다. 장 원출판사에서 출간된 만화 그림을 이용해 종이인형으로 등장인물을 만들고 종이접기로 간단하게 이야기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었다. 이 자료를 사용하여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도 지루함이 없어 좋다.
그림자극을 배우며 <엄마까투리>를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너무 세세한 표현 에 제작 과정이 길었으며 보관해야 할 물품들이 많았다. 그 후 그림자극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배경을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회전시키는 아이디어 를 적용하고, 최소한의 캐릭터만 만들고, BGM을 현장에서 기타로 연주하는 등 방법을 보완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도서관에서 다양한 기법으로 스 토리텔링을 하는 것은 보는 사람은 물론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재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제작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무리 재 미있어도 그 이야기를 특별한 이유 없이 계속 들려줄 수는 없으며 장비 보관의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 들려주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가 미시바이를 추천한다. 도서관은 가미시바이의 본거지인 일본에서 가미시바이 틀 을 구입하고 그림판을 직접 만들었다. 가미시바이 틀은 무대막이 있는 것을 골 랐는데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악기를 사용하여 음향 효과 를 내고 노래도 가미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일본의 옛이야기 『씨름하는 쥐』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그림판을 만들고 일본인 자원활동가가 전통 복장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