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문학, 이야기가 놀이가 되다

문학, 이야기가 놀이가 되다

2017년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 <이야기야, 놀자!>


문학, 놀이가 될 수 있을까?

“창작의 즐거움을 신선한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전할 수는 없을까? 간절했던 평소의 바람이 아르떼 동아리 연수로 이루어져서 기쁘다.”
문학, 이야기가 놀이가 되는 것. 동화작가 정수민 모둠원의 이야기처럼 ‘2017 아르떼 학습 동아리’에 모인 우리의 마음은 한 갈래였다. <이야기야, 놀자!>는 문학수업도 누구나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감동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문학수업은 학교와 사교육 시장에서 독서(분석 중심의 책 읽기)와 논술(글쓰기)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수민 모둠원 또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왁자지껄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문학수업은 읽고, 쓰는 범주 안에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그림책을 좋아해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문학 예술강사가 되었지만, 결이 다른 문학수업에 갈증이 났다. 간절한 마음으로 얼굴만 알던 선생님들을 수소문해 <이야기야, 놀자!> 모둠을 구성했고, 거기서 희망의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영하의 추위가 매섭던 1월, 양평 현대연수원에서 이틀간 첫 워크숍이 진행됐다. 전 모둠원이 처음 모인 자리였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해 각자의 생각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습 주제가 결정됐다.
현직 문학교사로 활동하는 이혜영 모둠원은 ‘탐정동화’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제안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에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교육현장에서 아동을 만나고 아동문학을 공부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수업과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먼저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글쓰기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막막해하거나 자신이 쓴 글이 재미없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쓴 글을 보면 구성요소와 육하원칙이 빠져있었다.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채우는 창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야기 만들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되 문학 작품의 구성 요소 또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길 바랐다.
스토리텔링을 몸소 체험하는 법
이혜영 모둠원은 주제 선정과 더불어 예술강사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교과 과정에도 문학, 미술, 음악이 편성되어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예술강사의 몫이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놀이처럼 재미있는 문학활동으로 아이들의 예술 감각을 깨우고 싶다고 했다.
유일한 타 예술장르 강사인 김보람 모둠원은 예술융합을 매체결합과 새로운 언어표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몇 년간 인문학을 융합예술활동으로 풀어내는 도서관 프로그램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했다.

“이야기는 자기표현이다. 다른 장르와 만나 마음과 몸의 감각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창의적 예술 행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예술 행위의 기반에 순간의 기록과 감정과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있다.” 먹고, 일하고, 사랑하는 행위가 문학이라면 아이들에게 맞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회의는 진도가 빨랐다. 초등학생 대상 수업 경험이 많은 모둠원은 구체적인 방안과 주의할 점을 공유했다.

동화작가인 김보람 모둠원은 아이들 눈높이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미술,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접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주제를 정하며 마음을 모아 뜻을 이룬다는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첫 워크숍,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달리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 맸다.


<이야기야, 놀자!>의 주제와 목표를 정하자 그림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중간점검 워크숍을 앞두고 추리 기법을 활용한 이야기 놀이 프로그램이 구체화되었다. 시청역 근처 카페에서 다섯 번의 미팅을 진행했고,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수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조금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욕심으로 다들 쉽게 만족하지 않는 눈치였다.

우선 육하원칙과 이야기의 구성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에 집중했다. 스토리텔링을 직접 체험하는 것을 기본 틀로 잡고 차시별로 주제와 결과물을 만들어 보았다. 인물, 배경, 사건, 플롯, 소품들의 결과물이 나중에 하나로 어우러져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결과 1차시가 120분인, 총 6회차인 프로그램이 완성되었다. 각자의 경험과 소원이 한데 뭉쳐 만들어낸 결과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중간점검이라는 시험대가 남아 있었다.
아이들의 예술성을 끌어내는 탐정 동화
중간점검 워크숍은 한 달 뒤인 2월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되었다. 김주연, 박연규, 최연주 전문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우리 모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함을 기대한 건 아니었고 그 기간동안 우리는 전문가들과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아내고 보완할 기회를 가졌다. 이틀간 장시간의 회의가 이어졌고 수업안을 수정하며 우리는 점점 단단한 학습공동체가 되어갔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중심에 두면서 문학에 갇히지 않으려는 치열한 노력을 해왔다. 혼자만의 생각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과 만나면서 외롭지 않았다. <이야기 탐정>은 수업 현장에서 상상의 도구로 쓰이겠지만, 나에게는 우리의 끊임없는 노력, 열정 가득한 추억의 이름이 되었다.” 이날 정수민 모둠원의 말은 우리 모두의 생각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각자 유지해 온 방식이 있었다. 그 편차를 줄이고 하나의 수업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모두 마음을 열어 기꺼이 자신의 틀을 깼다. 본인의 방식이 아닌 더 나은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문학, 우리에겐 그것만이 중요했다.

중간점검 워크숍 이후 어린이청소년 문학 평론가인 김지은, 어린이철학마당 프로그램의 한기호 교수와 함께 하는 두 차례의 외부 전문가 자문을 더 진행했다. 이때 문학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 놀이라는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기호 교수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좀 더 세밀하고 창의적으로 끌고 나간다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며, 학습 목표에 대한 방향성만 분명하게 유지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다

드디어 3월 25일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 지식공유 모임에서 프로그램 시연이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시연을 진행한 김하영 모둠원은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학습동아리 연수를 받는 동안 만든 수업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좋은 수업안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이제 이 프로그램으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며 시연을 시작했다. 그간의 준비과정과 수업안을 공개할 때에는, 첫 워크숍을 진행할 때처럼 설레었다.
<이야기 탐정>은 아이들이 스토리텔링의 구성요소를 놀이 활동으로 경험한 뒤 친구 혹은 혼자서 고민하고 표현해낼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가장 큰 장점은 프로그램의 활용도에 따라 차시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명탐정 학교의 이상한 입학식’이라는 주제로 육하원칙 게임이나 추리게임을 보드판으로 만드는 체험 수업도 더해 진행할 수 있다. 또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연극, 웹툰 등의 매체 변화 및 다른 예술 장르와 융복합 수업도 가능하다. 수업 대상에 따라 변화를 주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놀이체험으로도 충분히 활용 될 수 있는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총 6차시 기본 수업안
주제수업 목표
(1) 인물 ‐ 누가 범인일까?생명력 있는 캐릭터 만들기(인물 관찰)
(2) 배경 ‐ f(x) = Time +Space감각을 활용한 시공간 묘사하기
(3) 사건 ‐ 사건명 코드 Zero개연성 있는 사건 만들기
(4) 플롯 ‐ 탐정의 사건수첩인과 관계를 이용한 사건 재구성하기
(5) 소품 ‐ 범인의 발자국사건을 타당하게 만들어줄 소품(증거물) 찾기
(6) 창작 ‐ 명탐정 학교 졸업작품하나의 이야기(시놉시스) 완성하기
시연을 참관한 김주연 교수는 중간점검 워크숍에서 본 수업안 보다 훨씬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며, 저작권 등록부터 하라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에게 필요한 창작 요소를 놀이와 접목시켜 1, 2차시 구성이 잘 된 것 같다는 말은 큰 힘이 되었다. 박연규 교수는 매체를 통해 진행되는 타 예술장르와 달리 문학은 매체가 없다며 문학을 매체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애정 어린 조언을 동력 삼아 수업안을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시간이었다.

“개인 참가자로 학습동아리 연수에 지원한 목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더욱 다양한 예술체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었다. 여러 분야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문학 선생님들과 문학 수업안을 만들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과 ‘문학적으로’ 사유하고 ‘문학’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글쓴이 ; 아르떼 : 연진영
문학강사. 아이들과 문학으로 노는 사람.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왁자지껄도서관 문학놀이를 품다’와 ‘똑똑 내 말 좀 들어보세요’를 통해 전국의 아이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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