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독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마법의 북큐레이션
북디스플레이 유형 중 여기 소개하는 여섯 가지 북큐레이션을 사서선생님들이 유용하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까지는 사서선생님 혼자서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전시를 했다면 여기에서는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북큐레이션’에 대한 것들을 다룰 것이다. 여섯 가지 유형에 대한 내용과 제목은 필자가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지은 것임을 밝힌다.
임서경 동화작가, 북큐레이터
살아가다 보면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 따라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상대가 힘들어할 때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용기가 필요할 때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책을 콕, 마음을 콕’ 짚어 추천하는 북큐레이션이다.
영월교육도서관(최용선 사서선생님)에서 ‘마더스 북큐레이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때 한 팀이 ‘나의 해방 1지(誌)’라는 주제의 북큐레이션 전시를 했다. 북큐레이션 전시를 할 때 꼭 필요한 ‘책 소개 카드’를 편지 형식으로 자녀에게 혹은 내 자신에게 써서 소개를 했는데 꽤 신선했다. 학생들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책 선정과 함께 편지 형식으로 북큐레이션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한다.
전시한 책은 다음과 같다.
『아무도 사랑 안 해』(김유강 글·그림 / 오올), 『노스애르사애』(이범재 글·그림 / 계수나무), 『이까짓 거!』(박현주 글·그림 / 이야기꽃), 『노를 든 신부』(오소리 글·그림 / 이야기꽃), 『삶』(신시아 라일런트 글 / 브렌던 웬젤 그림 / 북극곰),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코린 로브라 비탈리 글 / 마리옹 뒤발 그림 / 그림책공작소)
둘. 셀프 북큐레이션-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소개
북큐레이션의 목적은 다들 알고 있듯이 목적(도서관에서는 대여율, 서점에서는 판매율 높임)을 가진 프로젝트다. 기본 목적은 그러하지만 이 지면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접근성 방법으로 이 방법만한 게 없다.
(1) 학생들에게 공지한다.
<예> 9월, 셀프 북큐레이션(나만의 북컬렉션)에 도전하세요!
“이번 달에는 학생 여러분들의 셀프 북큐레이션 전시를 할 예정입니다. ‘셀프 북큐레이션’이란 학생 여러분들이 그동안 읽었었던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이나 가장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입니다. 흔히 ‘인생 책’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인생 책’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감명받은 책이나 내 인생을 바꿀 만큼 영향을 준 책을 말합니다. 혹시 우리 친구들에게도 ‘인생 책’이 있을까요? 학생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주제와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책은 3~5권 정도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친구들에게 감명받았던 부분이나 이 책을 고른 이유 등을 소개해주세요.”
(2) 학생들에게 공지를 하고 사서선생님들이 재량껏 인원수와 기간 등을 정한다.
(3) 참여 학생들과 함께 전시할 공간을 정한다.
(4) 기간을 정해서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과 충분히 공유한다. ‘셀프 북큐레이션’은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크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동안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내가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 ‘내가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이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친구들에게 잘 소개할 수 있을까?’ ‘이왕이면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골라보자.’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다림’과 ‘접근 방법’에 대한 것이다. 충분히 기다려주고 쉽고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학생들은 스스로 자율 독서를 하게 된다.
셋. 스토리 북큐레이션-내가 바라는 것을 책으로 전시
여행, 수영, 화해, 사랑, 친구 등 주어진 카테고리를 잘 배열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엮듯 책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내가 바라는 것(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을 책으로 전시한다. 한국북큐레이터협회에서는 처음(발단) - 중간(전개-절정) - 끝(결말)의 순서를 제안한다.
<예> 여행 북큐레이션 전시 사례 - 정명현 어린이 북큐레이터의 ‘여행을 바라다’ 스토리 북큐레이션
‘나는야, 어린이 북큐레이터’라는 강의 중에 만난 정명현 어린이에게 아빠를 위해 북큐레이션 전시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명현이는 가족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아빠를 위한 전시를 해보겠다고 했다. 전시 사진을 받아본 나는 깜짝 놀랐다.
명현이의 책 선정은 다음과 같다. 책 제목만으로도 명현이의 마음이 읽힌다. 명현이는 책 세 권으로 아빠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웃는 가족』(김용택 글 / 이순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여왕 기젤라』(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 풀빛) - 『나오니까 좋다』 (김중석 글·그림 / 사계절)
아래 스토리는 필자가 명현이 입장이 되어 써보았다.
•처음 :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면 『웃는 가족』의 제목과 그림처럼 나도 웃게 된다. 사랑이 넘치는 우리 가족이다.
•중간 : 아빠는 일이 많아 항상 밤늦게 귀가한다. 가족을 위해 수고하시는 아빠를 보면 감사하고 고맙다. 하지만 늘 바쁜 아빠 때문에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못 간다.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으면 참 좋겠다. 『여왕 기젤라』라는 책은 아빠와 딸 단 둘이 여행을 떠난 여행지에서 아빠가 딸에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는 것인데 아빠는 매일 밤 결정적인 장면에서 이야기를 멈춘다. 나도 여행지에서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언제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끝 : 내 마음이 통한 걸까? 내가 간절히 기도를 해서일까? 아빠가 휴가를 냈다고 한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드디어 출발이다. 우린 차에 온갖 여행 장비와 먹을 음식을 실었다. 『나오니까 좋다』라는 책 제목이 우리 가족 마음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다. 학생들에게 또는 사서선생님들이 ‘스토리 북큐레이션’을 적극 활용해보길 추천한다.
넷. 북콘서트형 북큐레이션-책과 이미지, 음악이 만났을 때
전시할 주제의 책을 선별한 후 영화, 음악, 뮤직비디오, 소설 등의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 유형 역시 책과 소품을 활용하지만 다른 디스플레이 유형보다 소품이 더 드러날 수 있다. 거기에 주제에 맞는 음악까지 곁들이면 마치 북콘서트 현장에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제목을 정하듯 주제문을 작성한다. 목차를 나누듯 소주제를 생각하고 내용에 알맞은 사진이나 그림을 첨부하듯 소품을 생각하여 디스플레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다섯. 배낭형 북큐레이션
여행갈 때 배낭을 꾸리듯 그에 맞는 책을 선별하는 방법으로, 하나의 주제를 정했다면 여행 가방 안에 필요한 용품들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북큐레이션 기획 시 특히 계절에 기준을 둘 경우 활용하기 좋다.
<예> 잠을 자요 북큐레이션
『잠을 자요』(셰르스티 안네스다테르 스콤스볼 글 /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 책빛), 『밤의 이야기』(키티 크라우더 글·그림 / 책빛). ‘잠을 자요 북큐레이션’이라면 잠을 잘 때 필요한 용품들을 배낭에 꾸리듯 그에 관한 책을 함께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
『같이 씻자!』(이혜인 글·그림 / 국민서관), 『공룡 목욕탕』(우성희 글 / 김이조 그림 / 리틀씨앤톡) 등 잠자기 전 씻는 이야기가 들어간 책과 이불, 꿈, 음악 등도 이에 해당된다.
여섯. 릴레이형 북큐레이션
사서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하나의 주제를 정한다(2주 1회나 월 1회 전시도 좋다).
주제에 맞는 책을 딱 1권만 전시한다.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 중 사서선생님이 제시한 주제에 관심 있는 학생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릴레이 소설 쓰기’에서 착안한 북큐레이션 방법이다. 사서선생님이 정해준 책을 보고 학생이 주제와 관련된 책을 찾아 전시하도록 한다.
•학생 : 학년, 반, 이름, 이 책을 고른 이유와 간단한 책 소개 카드, 느낀 점을 쓴다.
① 사서선생님이 정한 주제에 맞는 책 한 권 전시와 참여 방법을 안내한다. 몇 권을 전시할지는 사서선생님이 결정한다(총 5권~10권이 좋다).
② 관심 있는 학생들이 순서대로 책을 골라 전시한다. 전시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동기부여가 되어 다음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적극 조성한다.
③ 릴레이 전시 준비가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마법의 북큐레이션!
지난 3년 동안 ‘어린이 북큐레이션’ 강의를 통해 수천 명의 어린이들을 만났다. 나만의 특별하고 개성 있는 책꽂이 편집, 독서 습관 프로젝트, 셀프 북큐레이션을 통해 많은 어린이들이 즐거워했다. 책이 싫다는 어린이들도 스스로 북큐레이션 전시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기뻐했다.
“선생님, 저 책 진짜 싫어하거든요. 근데 정말 신기해요. 북큐레이션 전시를 하면서 책이 좋아졌어요.”
어린이들과 학부형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학생들이 직접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그 맛을 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은 혼자서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기쁨을 맛보길 바란다. 또한 단순히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닌 책꽂이 편집 디자이너가 되길 바란다.
사서선생님들이 지금까지는 학교나 도서관 현장에서 외롭게 혼자 북큐레이션 전시를 했다면 앞으로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북큐레이션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북큐레이터로 참여하여 함께 전시를 하게 된다면 도서관은 살아서 움직이는 곳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