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학교도서관저널] 초보 탈출! 표현하고 싶다면 액자책

학교도서관저널

초보 탈출! 표현하고 싶다면 액자책


팝업북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만들 것을 주문해요. 제가 팝업북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어디 마음이 그런가요? 마음만큼은 예쁘고 멋지게 만들고 싶지요. 가끔은 마음껏 욕심을 담아 표현해 보는 팝업북을 함께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하곤 합니다. 그럴 때 만드는 팝업이 바로 액자책입니다.

안선화 정크 아티스트


두 개의 주름종이로 만드는 세계

여러 회차로 이뤄진 수업을 진행할 때 마지막 수업으로 액자책 만들 안내하곤 합니다. 팝업북 만들기의 기초를 탄탄히 닦은 다음 '나에게 주는 선물'로 제격인 팝업북이 액자책이거든요. 액자책은 책 속에 입체 액자를 만들어서 장면을 구성해 보는 팝업북입니다. 액자책을 만들 때에는 판형이 정사각형이거나 작은 크기의 책들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런 모양과 크기를 갖춘 책을 고른 다음에는 액자의 요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종이접기로 부채를 만들 때 지그재그로 종이의 여덟 면을 접듯이, 종이 두 장을 지그재그로 접어 액자의 틀을 만듭니다. 완성한 두 개의 주름종이를 책에 붙여 액자를 완성한 다음에는 터널 모양을 연출하여 주름종이 가장 깊숙한 면부터 사전에 오린 그림들을 입체적으로 덧붙입니다. 차근차근 욕심껏 그리고 자유로이 오브제들을 붙이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액자책이 완성됩니다.

이 만들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이 쉬워 보인다는 것인데요. 액자책을 만들 때에는 공간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주름종이로 액자의 틀을 만들어 그 안에 큰 그림 조각과 작은 그림 조각들을 알맞게 배치해야 조화로운 액자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액자책 만들기는 결코 쉬운 팝업북이 아니고, 가장 마지막 수업에 액자책을 만드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다 만들고 난 뒤에는 주름종이를 앞으로 쭉 당겨 펼쳐 책을 세워 보는 것을 권합니다. 주름종이 사이사이 붙여서 연출한 그림들이 신비롭게 나타나면서 나만의 비밀스럽고도 멋진 작품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주름종이 접기를 알려 줄 때 이야기를 만드는 배경으로 그림을 두 장 고르도록 합니다. 이 그림을 고를 때 이미 어떤 팝업 액자를 만들지 결정되기도 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주름종이에 그려진 그림을 잊곤 합니다. 주름종이가 펼쳐지며 나타나는 그림이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간과한 것입니다. 대개 만들기를 할 때 눈앞에 보이는 그림에만 집중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요. 내 것이니까, 내가 만드는 나의 팝업북은 온전히 마음대로 꾸며 내고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는 과정이니까요. 그럼에도 액자책을 완성하여 책 한 권을 펼쳤을 때, 앞표지의 면지부터 주름종이에 그려진 그림이 살짝살짝 보이는 면지까지 조화롭게 어울려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전달하고자 합니다.

왼쪽부터 어린이, 학부모가 만든 액자책


만드는 사람을 응원하고 이야기를 듣는 시간

액자책을 만들 때에는 맘껏 담아내고 싶은 조각들을 오려 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어른이든 어린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책을 오리다 보면 누구나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그림책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액자책 만들기는 2, 3회 팝업북 만들기를 진행한 후 하는 작업이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림책과 가위를 받는 순간 이미 각자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지 부푼 마음을 안고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액자책 만들기를 할 때에는 한껏 멋부려도 괜찮다고 안내하기에, 저에게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누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힘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힐링하며 나를 위한 선물을 만드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의 표정, 손놀림, 몸짓 하나하나를 고요하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질문들이 찾아옵니다. '저 분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서 자신을 위로하는 걸까?', '이 어린이는 그림 조각을 오리며 누구를 떠올리는 걸까?', '오늘 이 만들기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웃을 수 있을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저절로 응원하게 됩니다. 자기 시간에 몰입하여 뿜어내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오래도록 저를 작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 듯합니다. 이따금 깜짝 놀랄 만한 팝업북이 완성되기도 하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만들어 내는 팝업과 이야기가 다양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따금 말을 걸어 보기도 합니다. "오려 낸 조각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놀이 삼매경에 빠진 어린이

그렇게 완성한 작품들 속 유독 어린이들이 담아낸 작품에는 놀이가 많이 등장해요. 재미있는 장면들을 찾아 담아내고는 저에게 신나게 설명하곤 합니다. 그림책 속 장면을 따라 몸짓하기도 하는 등 어린이들은 잘 웃고 씩씩하게 큰 소리로 자신의 작품에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이들에게 참 마음에 든다고 말해 줍니다.


실뜨기 추억을 풀어낸 어른

우리는 손으로 하는 작업을 참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어릴 적 실 한 가닥만 있어도 놀이에 곧잘 빠졌던 기억이 있나요? 한 성인 참여자는 액자책을 만들면서 그림책을 바탕으로 실을 찾아 실뜨기 놀이를 했습니다. 팝업북을 만들고, 옆 짝꿍과 실뜨기를 한뒤에는 집으로 돌아가선 아이와 마주 앉아 자신의 어릴 적 놀이를 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그림책은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합니다.


나를 위한 시간에 초대받은 청년

만들기엔 자신이 없다며 서툴게 그리고 조심스레 가위질을 시작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무언가 열심히 찾아내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초대합니다'라는 빨간 봉투그림을 오려 내며 활짝 웃는 모습이 참 밝았습니다. 완성한 팝업북을 높이 들어 바라보는 모습이 좋아서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내 작품이 제일 예쁘다!' 작품을 든 손에서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초대장을 넣어 완성한 청년의 액자책



/학교도서관저널 2022년 9월호(통권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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