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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야기] 책을 읽는 방법, 비주얼 싱킹
도서관이야기
책을 읽는 방법, 비주얼 싱킹
‘비주얼 싱킹’은 글과 그림으로 생각과 정보를 정리 하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생각 정리법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기법, 이미지 학습법 등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비주얼 싱킹에서는 그림을 활용하지만 그림 자체보다는 사고의 과정을 중요시한다. 생각과 정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사고는 바로 시각적 사고다. 시각적 사고는 이미지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적 과정으로, 추상적 정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능동적 문제 해결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글. 호민애(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교사, 비주얼리터러시연구소 대표)
‘읽는 것은 보는 것’(Jeffey D. Wilhem, 2004)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독서와 시각적 사고 는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독자가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은 글자를 읽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발휘되는 과정이다.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 책을 읽으면 서 “까만 것은 글씨고 하얀 것은 종이예요”, “책을 읽으면 잠이 와요”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러한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능숙한 독자는 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감각을 사용해 이미지를 창조하고 마음속으로 그려보지만 읽기 능 력이 부족한 독자는 이런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시각적 사고를 활용하는 비주얼 싱킹은 학생들에게 독서 전략을 알려줄 수 있는 중요 한 도구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글의 내용을 시각화하면서 추상적이고 복잡한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글의 구조를 파악해 나갈 수 있다. 또 소설의 상황을 표현하면서 소설의 인물이 처 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비주얼 싱킹 활동은 책을 이해하는 전략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그림책을 활용해 시각언어 연습하기
독서 활동에 비주얼 싱킹을 적용하려면 시각적 사고의 훈련과 시각언어 연습의 과정이 필요 하다. 이때 시각언어 연습을 따라 그리기 방식으로만 적용하면 학생들은 비주얼 싱킹을 그 림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림을 따라 그리게 하는 방식보다는 시각적 사고의 훈련 과 정을 거쳐 나만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그리도록 해야 한다. 이때 활용하면 좋은 것이 그림책 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문제가 생겼어요!』, 『발가락』, 『학교 가는 길』을 보면 주변의 사물 을 다른 사물로 연상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 그림책들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 길 때마다 동일한 사물이 다른 사물로 변형되면서 이야기가 구성된다. 이렇게 작가의 상상 력이 담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중간부터는 어떤 사물로 변형했을지, 어떤 이야기로 연 결될지 학생들의 예측을 유도한다. 이렇게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그림책 작가처럼 주변의 사물 하나를 선정하고, 선정한 사물을 다른 사물로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상상한 것을 비주 얼 싱킹으로 표현하고, 표현한 비주얼 싱킹을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보게 한다.
비주얼 싱킹으로 사물을 표현할 때는 사물 전체를 재현하는 대신 표현하려는 사물의 핵심만 뽑아 표현하도록 안내한다. 그림 그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려면, 비주얼 싱 킹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다양한 색칠 도구를 준비하지 말고 검은색 네임펜 하나만 준비한 다. 검은 선 하나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게 하고 표현한 의미에 초점을 맞춰 발표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견해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시각적 사고를 활용해 책 읽기
책을 읽기 싫어하거나 제대로 읽지 않은 학생들은 독서를 글자를 읽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 다. 또 글을 읽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도 어떤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읽고 있는 부분을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보세요”라고 안내한 후 책을 읽고 각자 머릿 속에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간단한 활동만으로도 글자만 읽는 학생들에게 시각적 사고를 활용한 의미를 구성하는 방법을 안내해 줄 수 있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상황을 설정해도 좋다. 내가 드라마 PD나 유튜버가 된다면 지금 읽고 있 는 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지를 생각해 보면서 읽으라고 하면 조금 더 흥미진진한 독서 시간이 된다.
비주얼 싱킹을 활용한 독서 경험 나누기
이렇게 시각적 사고를 활용해 책을 읽은 다음 자신이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중요하다고 생각 되는 장면을 비주얼 싱킹으로 표현하게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책에 있는 삽화를 따라 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장면을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면에 대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러분의 생각을 표현해 주세요!”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푸른 사자 와니니』를 읽고 주인공 ‘와니니’를 소개하는 비주얼 싱킹
위 사진은 이오덕의 『꿩』을 읽고 가장 중요한 장면을 비주얼 싱킹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소설에서 ‘꿩’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했다. 이렇게 장면에 대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학생들끼리 소통하면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의미를 다른 독자를 통해 발견하고 사고가 확장된다. 이 외에 비주얼 싱킹을 활용한 다양한 독서 활동을 구성할 수 있다. 장면에 따라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보게 하거나, 등장인물을 비주얼 싱킹으로 표현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활 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조금 어려운 책을 읽는 것에 도전할 때는 내용 중심으로 비주얼 싱킹을 표 현하는 활동을 하면 좋다. 모둠을 구성해 모둠원과 상의하면서 책의 핵심 내용을 함께 선정하고, 비 주얼 싱킹으로 표현해 가면서 의미 이해를 정교하게 해나갈 수 있다. 독서 토론을 할 때, 토론 전에 이렇게 책 내용을 비주얼 싱킹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진행한다면 토론이 깊어지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비주얼 싱킹은 글보다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직관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다른 학생이나 모둠 의 비주얼 싱킹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읽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를 모둠원이 함께 읽으면서 표현한 비주얼 싱킹
이렇듯 비주얼 싱킹을 활용한 독서 활동은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다른 독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게 돕고 싶다면 비주얼 싱킹 활동을 강력히 추천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도서관이야기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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