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그림책읽어주는역사샘]독립운동가 팝업 그림책 수업
[그림책읽어주는역사샘]
독립운동가 팝업 그림책 수업
“윤봉길이 상해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도시락 폭탄으로 죽였지!” 독립운동가에 대한 수업 중 아이들에게 하는 우스갯소리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독립을 위해 청춘을 바친 사람들만 대략 이십만여 명이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독립운동가는 손에 꼽습니다. 그나마 어떤 사람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던 그들이 어떻게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었는지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삶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성남의 독립운동가 팝업 그림책 만들기
처음에는 잊힌 독립운동가 발굴에 초점을 맞추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성남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성남시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의 자문단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우리 주변 곳곳에 성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수업의 방향을 변경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성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의 삶이 아이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성남의 독립운동가 팝업 그림책 만들기’ 수업의 기본 플랫폼은 구글입니다. 구글 클래스룸을 기반으로 구글 미트를 활용한 쌍방향 수업과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피드백을 위해 패들렛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하였습니다. 수업은 총 3차시로 모두 개별학습으로 이루어집니다. 1차시 온라인 수업은 일제강점기 성남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를 조사하여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독립운동가가 될 수 있었는지 구글 설문지에 가상 인터뷰를 작성합니다. 2차시 오프라인 수업은 성남 지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팝업 그림책을 제작합니다. 3차시 온라인 수업은 패들렛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하여 그림책을 발표한 후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 자기평가하고 이를 교과 세부 능력 특기 사항으로 활용합니다.
<아이들이 작성한 성남 지역 독립운동가 가상 인터뷰>
오늘 우리가 역사 속으로 들어가 만날 독립운동가는 한백봉 선생님입니다.
기자 : 일제의 감시 속에서 활동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활동하셨나요?
한백봉 : 저는 미래 자손들에게 우리나라가 없는 식민지 상황에서 살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한 나라에서 가족처럼 돈독하게 지낸 사람들이 권력 아래에서 짓밟히고 있을 때 그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편으로 저도 사람이라 겁도 나고 두려웠지만 너무 안타까운 현실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기자 : 오늘 인터뷰 너무 감사합니다. 지금은 이름마저 잊혀버린 수많은 독립운동가,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린 지금의 삶을 살고 있었을까?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 후 아이들 반응>
성남에서 만세 시위를 주도하고 신간회 지회 활동을 전개하는 등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한백봉 선생님에 대해 조사했다. 일제의 고문으로 감옥 생활이 힘들었을 텐데 굴하지 않고 출옥한 후에도 신간회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저절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성남에서 활동하셨는데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더욱 죄송했다. 한백봉 선생님 외에도 만세 시위에 참여했던 이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
역사 수업 시간에 만드는 팝업 그림책은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손으로 오리고 붙이고 꾸밈으로써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팝업 기법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간단하게 팝업 그림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키트를 주문 제작하였습니다. 앞뒤 표지를 제외하고 총 면지는 4장이며, 직각의 종잇조각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세우고 싶은 그림을 색칠하고 오려 붙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책을 닫으면 그림이 접히고 열면 다시 세워집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구성했습니다. 자신이 조사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문제를 만들어서 독립운동가 퀴즈 북을 만든 아이, 인터넷에서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오려 붙여 사실감을 더한 아이, 여러 명의 독립운동가를 조사해서 성남 지역 독립운동가 홍보 북을 만든 아이 등등 아이들의 다채로운 상상이 가득가득한 팝업북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자신의 그림책의 제목과 각 장의 사진을 패들렛에 찍어 올리는 온라인 작품 전시회를 진행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에 ‘좋아요’를 표시하게 했는데 대부분 자기 작품에 ‘좋아요’를 표시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성남 독립운동가의 삶에 심취해 밤새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그만큼 독립운동가 팝업 그림책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 생각하고 웃음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권은재_성남 풍생고 교사,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2』 공저자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1/09/01/2021090109250014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