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행복한아침독서]책과 교육연극과의 만남

[행복한아침독서]

책과 교육연극과의 만남

예술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극과 무용이 움직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무용과 음악은 박자와 리듬을 함께 사용합니다. 그런데 예술 장르 전체를 연결해주는 공통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입니다.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미술 등의 예술 장르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모든 종류의 예술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미술 작품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책과 함께하는 수업은 예술 수업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독서·토론), 그림을 그리고(독후화 그리기), 놀이를 했습니다(책놀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좀더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때 교육연극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교육연극은 연극과 무엇이 다를까?
교육연극이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소개해봅니다. 교육연극은 교사가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연극적 기법을 활용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수업을 의미합니다. 예술 장르에서의 연극은 대본을 가지고 무대에 극을 올리기 위한 결과 중심의 활동입니다. 그에 비해 교육연극은 아이들이 극의 중심에 참여해 즉흥적으로 사건을 경험하고 이야기를 변주하며 주제를 탐색하는 과정 중심의 활동입니다.
초점 맞추기

진형민|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03.15

일등만 사람이냐, 꼴찌도 사람이다!
세대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창작동화를 꾸준히 담아오면서 우리 아동문학의 중심을 잡아온 「창비아동문고」 제271권 『기호 3번 안석뽕』. 잘난 것 없지만 얼떨결에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작가 진형민의 첫 번째 장편동화입니다. 2012년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작가 한지선의 유쾌한 그림을 함께 담았내 이야기가 지닌 재미를 폭발적으로 확산시킵니다. 재래시장 떡집 아들 안석뽕이가 얼떨결에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어요. 선거 운동원은 달랑 두 명이에요. 순댓국집 손자 조조와 건어물집 아들 기무라예요. 솔직히 안석뽕이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것은 기무라 탓이 커요. 기무라가 반장 패거리에 장난삼아 던진 말 때문이거든요. 아무튼 안석뽕은 조조와 기무라의 도움을 받아 평범한 아이들을 대변하며 민요 메들리를 틀어놓은 후 한복을 입고 앉아 붓끌씨를 쓰는 등 기상천외한 선거 운동에 열을 올리는데…….

4학년 아이들과 진형민 작가의 『기호 3번 안석뽕』을 가지고 천천히 깊게 읽기 수업을 나누었습니다. 이 책에는 크게 두 가지 주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안석뽕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 재래시장인 문덕시장과 대형마트인 피마트의 갈등 사건,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처음에는 모두 깊게 나누려고 했습니다. 4학년 학생들이 전교 학생 임원 선거에 직접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갖기 전에 선거의 의미에 대해서 나누고 싶었고 사회과 경제 단원과 연계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수업 장면들을 구체화해 계획을 세우는 동안 욕심을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왜 읽는가?’ ‘아이들과 책을 통해 나누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내려야 했고 모든 활동을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계획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기호 3번 안석뽕』을 통해 나눌 주제는 ‘세상을 향해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배짱 기르기’가 되었습니다.


페르소나 - 모둠 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페르소나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이르는 말로 원래는 그리스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습니다. 흔히 전교 학생 임원 선거는 일부 학생들만 입후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전체 학생 중에서 선거에 입후보하여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호 3번 안석뽕』에서 조조와 기무라는 안석뽕을 회장 후보로 추대하여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안석뽕을 선택한 것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처럼 학급 아이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피선거의 경험을 갖고 사회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상의 전교 회장 선거를 연극적 상황으로 설정하고 각 모둠마다 선거에 출마할 페르소나(후보)를 만들 수 있게 안내했습니다. 진짜 가면을 제작해 그 가면을 쓰면 누구나 가상의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여섯 모둠에서 모두 여섯 명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후보는 여섯 명이지만 누구나 가면을 쓰면 후보가 될 수 있기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공약 걸면 나 뽑아줄래?
작품 속에서 안석뽕과 그의 친구들은 공약을 만들어 오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에 문덕시장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거봉선생을 찾아갑니다. 멋진 공약을 만들어줄 거라 기대했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거봉선생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공약을 철학원에 와서 물어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뽑아줄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겁니다. 학교로 돌아간 아이들은 “무슨 공약 걸면 나 뽑아줄래?”라는 말과 함께 친구들이 원하는 것을 묻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학급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고 투표권을 가진 3~4학년 아이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3학년 아이들에게서 현실적인 요구들이 쏟아졌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직접 필요한 것을 물으니 추상적인 다짐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공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약이 만들어지자 학급의 단일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경선을 진행했습니다. 모둠별로 선거운동과 공약 발표를 마치고 가면을 벗었습니다. 가면을 벗으니 모두 후보 역할에서 벗어나 유권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각 모둠에서 만든 후보들의 공약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 것입니다. 페르소나라는 장치를 통해 아이들은 책의 주인공이 선거운동을 하는 속도에 맞추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연극처럼 계속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텍스트와 메시지 사이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봅시다.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두 가지 주제 중에 저는 첫 번째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은 사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당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어!”
“그런 배짱을 가지고 세상을 살면 좋겠어! 당당하게 살자!”

텍스트를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로 페르소나라는 장치를 활용해 책을 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교육연극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하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있는 깊은 곳으로 아이들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행복한아침독서

유새영_나주중앙초 교사, 책과 교육연극을 고민하는 교사모임 운영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9/10/01/2019100109430014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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