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미디어리터러시]일상 성찰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미디어리터러시]

일상 성찰하는 ‘유튜브 리터러시’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을 가르치기가 점점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독서 시간이든 작문 시간이든 아이들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낯설어하거든요. 사실 당연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종이에 인쇄된 문자를 보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신 디지털 화면 위에서 영상을 보는 시간은 또 얼마나 긴가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국어 수업이나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미디어 비평’을 함께 공부합니다. 뉴미디어 세대의 문화를 인정하고, 문자 텍스트 대신 미디어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읽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저 눈으로 읽는 문자 텍스트 대신 소리와 이미지, 시간과 움직임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텍스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무엇보다 미디어에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정보를 받아들이는 리터러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자 대신 영상이 익숙한 유튜브 세대

광고, 허위 정보, SNS 등 미디어의 많은 영역 중에 오늘 제가 이야기할 주제는 ‘유튜브’입니다. 실제로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유튜브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되었습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의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2019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중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98.1퍼센트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금이라도 짬이 생기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때도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 접속한다고 합니다.


이렇듯 유튜브와 밀접한 자신의 일상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유튜브 리터러시’를 통해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활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중 아이들이 스스로 유튜브와 관련된 일상을 성찰하고 가이드를 작성해보는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공유합니다.


내 삶 속의 유튜브 객관화하기


유튜브 리터러시를 위해 먼저 유튜브를 이용하는 빈도, 콘텐츠, 구독 채널, 이용 이유 등을 묻는 간단한 설문을 진행합니다. 자신의 일상 속에 유튜브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는 활동으로 시작하는 셈입니다. 제 수업을 함께한 ‘2020년 서울의 일반고를 다니는 평범한 3학년 아이들’은 하루 두 시간 정도는 유튜브에 기꺼이 할애하고 있었으며, 보통 30개 정도의 구독 채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보는 중고등학생이 55퍼센트를 넘고, 구독 채널을 11개~20개 정도 가진 고등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검색을 해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영상을 보는 중고등학생이 90퍼센트에 육박했습니다. 이들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서(90퍼센트)’ ‘시간을 때우기 위해(58퍼센트)’ 유튜브를 이용했으며, 주로 게임(72퍼센트), 토크/캠방(53퍼센트)을 즐겨 보았습니다. 반면 뉴스나 시사 정보를 위해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중고등학생은 6퍼센트 정도에 그쳤습니다(한국언론진흥재단,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2019).

이러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은 ‘내가 어떻게 유튜브를 소비하는지’ 객관화하고 이를 친구들과 함께 분석합니다. 통계와 비슷하게(혹은 훨씬 높은 비율로) 학생들은 유튜브가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음을 인지합니다. 또한 자신을 포함한 또래들이 게임이나 일상 브이로그, 가벼운 토크 방송, 방송 하이라이트, ASMR 등을 즐겨 보며 이는 기존의 미디어로 치면 모두 ‘예능 분야’에 치중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즉 원하는 방송을 골라 볼 수 있는 ‘취향 존중’ 유튜브에서 자신의 미디어 편식이 심각하다는 결론에 스스로 도달합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생각보다 유튜브를 너무 자주, 오래, 편향된 자세로 소비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토대로 유튜브 방송(온라인 개인 방송)의 특징을 모둠별로 정리하게 합니다. 방송 시간, 내용, 공간의 제약이 없고 시청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약한 점 등은 물론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편향된 시청을 유도한다는 점도 잘 찾아냅니다. 이런 특징을 잘 파악한 상태에서 기존의 미디어와 다른 유튜브 중심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만드는 활동을 합니다. 저와 아이들은 유튜브를 소비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볼 열 가지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미 세계의 여러 언론사에서 배포한 미디어 리터러시 계명 등이 있지만 직접 고민해서 만들어낸 것들이라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추천 동영상을 무조건 수용하지 않기, 구독 해지도 본인의 권리임을 알기, 영상을 공유하는 것에 책임지기 등 진지한 논의가 오가는 것을 보면 이러한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활동 내용을 교내에 게시하여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러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유튜브 리터러시 작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책임 의식을 가지게 되는 듯합니다.

아주 작은 활동처럼 보이지만, 모둠 협력 수업을 통해 2차시 정도면 시도해볼 수 있어 유용하고 의미도 큽니다. 저는 이를 발전시켜 6차시 분량의 수행 평가로 ‘유튜브 분석과 비평’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일상을 지배하는 유튜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일은 나아가 올바른 시민 정신을 기르는 것과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 장애경 서울 한성과학고 교사, 매체연구회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21/04/01/2021040110420014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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