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도서관이야기]‘인형들의 하룻밤’과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

일본의 독특한 도서관 프로그램

‘인형들의 하룻밤’과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

한국과 비슷한 나라인 일본!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독특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조사해 보았다. 이 중에서 인형들을 도서관에서 재우는 ‘인형들의 하룻밤’ 행사와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를 살펴보고 왜 이런 행사와 대회를 개최했으며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알아보자.

도서관에서의 인형들의 하룻밤

인형을 도서관에서 재우는 행사는 미국의 도서관에서 시작 되었지만 2010년 초부터 일본의 많은 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데리고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먼저 사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를 듣는다. 그 후 인형을 재우고 돌아간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도서관으로 인형을 데리러 온다. 이때 아이들은 자신이 데려온 인형이 도서관에서 어떤 모험을 했는지를 찍은 사진첩과 인형이 도서관에서 밤사이 읽었던 책을 선물로 받는다.

아이들의 상상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인형과 인형이 놀고 있을 도서관을 상상한다. 아이들은 인형이 외롭지는 않을까? 밤에 일어나서 울지는 않을까?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낼까? 또는 도서관에서 뭘 하고 있을까? 등으로 도서관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인형들의 활동을 상상한다. 어떤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인형들이 즐기는 모험을 소셜 미디어로 실시간 전송(중계) 하기도 한다. 그러면 가족들은 인형들의 모험을 주제로 대화를 한다. 그들은 “재밌겠다.”, “친구를 사귀었네.”라고 말하며 인형의 활약을 지켜본다. 다음날 인형 마중 아이들은 인형을 재운 다음날 아침 도서관으로 인형을 데리러 온다. 아이들은 사서 선생님이 보여준 사진첩을 보고 깜짝 놀란다. “너 다른 인형들이랑 사이좋게 놀았구나.”, “이 그림책을 읽었구나.”, “네가 다른 인형들에게 책을 대출해 줬어?”, “도서관에서 춤추고 노래도 불렀구나.” 아이들은 인형과 보 호자에게 이런저런 말을 끊임없이 해댄다. 아이들 모두 인형이 도서관에서 밤 동안 즐거운 모험을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인형이 밤 동안 있었던 장소를 찾아보 기도 한다.


행사 준비

사서 선생님은 행사 신청을 받고 그림책과 담요,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는 물론 사진첩도 미리 준비한다. 참가자는 보통 만 1세~11세까지로 한 번 행사에 60명 정원을 훌쩍 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곰, 강아지, 토끼 인형 등 다양한 동물에서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까지 아이들이 데려온 인형의 종류와 크기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사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어떤 인형을 데리고 왔는지 알아야하기 때문에 접수 시 어린이와 인형을 함께 찍은 사진을 접수 표에 붙여 놓는다. 또 인형에 이용 카드와 같은 것을 털실로 연결하기도 한다.


행사 진행

사서 선생님은 곰 인형 등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어준 후 어린이들이 각 방에 마련된 담요에 인형을 재우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이윽고 도서관 각 실의 불을 모두 끄고 도서관의 문을 닫는다. 이때부터 사서 선생님은 인형을 그룹으로 나누고 업무를 분담해서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한다. 사서 선생님은 도서관의 모든 장소를 활용해 미리 준비해둔 다양한 자세와 촬영 구도 및 패턴으로 사진을 찍는다. 인형이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이나 서가에 오르거나 대출반납대에서 대출을 해주는 모습의 사진을 찍는다. 또한, 도서관의 서가 등을 미끄럼틀 삼아 놀거나 관장실 책상에서 관장인 척하는 모습의 사진도 찍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에 문구를 넣고 편집해 사진첩을 만든다. 한편, 다른 한쪽에서 는 인형이 밤 동안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책을 준비한다. 그 책은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인형을 데리러 올 때 선물로 주거나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한다. 물론 인형이 그림책을 추천하는 장면도 촬영되어 있다. 다음날 인형을 마중하러 온 아이들에게 인형이 밤 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담긴 사진첩과 추천 책을 전달하는 사서 선생님. 이때 아이들에게 “우리 인형이 착하게 잘 있었어.”, “용감하게 모험을 즐기는 것 같았어!” 등의 말도 함께 전한다. 아이들은 사진 속 인형이 있던 장소에 가보기도 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인형이 추천한 책의 효과
자신의 인형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나 자신의 인형이 추천하는 책을 거절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는 무척 신이 나 당장이라도 그 책을 읽고 싶어 한다. 인형이 추천한 책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큰 만큼 사서 선생님은 아이들의 연령과 성별, 아이들이 데려온 인형 등 아이들의 성향을 분석한다. 분석한 것을 토대로 아이들의 인형이 등장하는 책이나 도서관에서 새로 만난 인형이 등장하는 책, 또는 어젯밤 도서관에서 인형이 했던 활동 내용이 담긴 책을 선정한다. 어떤 도서관은 ‘인형이 주인을 위해 선택한 책’이라는 이름으로 동화책을 추가 대출해 주기도 했다. 이 행사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한 결과 하루에만 7만 건의 조회 수가 기록되고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귀여운 사진이 공유되었다. 또 지역 사회에서 신선한 화젯거리가 되었으며 지역 신문에 게재되기도 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운영 이유

사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돌아간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사진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사진첩을 만들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바쁜 밤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행사에 많은 사서 선생님이 참여한 이유에 대해 그들은 “아이들은 인형이 도서관에서 무슨 모험을 할지 상상하고 인형이 추천하는 책을 즐겁게 읽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인형이 이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어.”, “이 책을 너와 같이 읽고 싶다고 했어.”라고 말하면 평상시 별로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아이들도 흔쾌히 그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험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고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어려웠던 점

사서 선생님은 1회 차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차츰 경험과 요령이 쌓이면서 점점 즐기며 촬영을 했다고 한다. 참고로 손발이 긴 인형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할 수 있었지만 얼굴이 크고 손발이 짧은 인형은 변화를 주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아동 서비스 사서에게 가장 인상이 남는 것은 인형을 두고 간 어린이의 표정이었다고 한다. “어떤 어린이들은 누워있는 인형의 옆에 눕기도 하고 헤어지는 것을 서운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어린이들의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면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 감성 자극 프로그램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밤 동안 도서관에 놔둔다고 하면 어린이들은 잠을 자기 전까지 인형과 도서관에 대해 무궁무진한 생각 또는 상상을 할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인형을 도서관에 하룻밤 재우면서 느꼈던 긴장감과 다음날 접하게 되는 즐거운 사진, 소중한 추억을 청소년이 되거나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할 것이다. 이것이 아동 서비스 사서가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
일본의 공익 재단법인 도서관진흥재단은 도서관 이용을 촉진하고 학교 학습 및 평생 학습의 방법을 장려하기 위해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를 지역 공공 도서관이나 교육위원회와 함께 개최하고 있다.
대회 개최 목적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방법’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과 독해력, 사고력 및 언어 능력을 키우는 학습 활동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 활용 능력(information literacy)과 도서관을 활용하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이유로 도서관진흥재단은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도서관이 가지는 힘을 활용해 체험하고 창작하는 등의 실천적인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지역 및 지역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시상
지역 대회에 응모한 전원에게는 참가상을 수여한다. 전국 대회에서는 2개 부처의 장관상 등을 표창한다. 또 지역 콩쿠르의 ‘실시 보고서’를 기초로 지역 활성화에 기여한 지역 대회 주최 단체 중 한 단체를 총무대신이 ‘도서관을 이용한 학습 활동상’이라는 명칭으로 표창한다.

지역 공공 도서관의 대회 준비
대회를 개최하는 공공 도서관은 제출 작품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1. 조사하는 학습을 어떻게 수업에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2. 조사하는 학습에서 도서관 미디어(자료)의 활용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3. 조사하는 학습을 학습 방법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
4. 10년 이상 축적한 ‘조사하는 학습’ 출품 작품을 어떻게 학습 방법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지?

이와 같은 내용을 사서 및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 지역 주민의 정보 및 미디어 활용 역량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출품 작품
많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이 도서관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궁금했던 문제나 내용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중에서 어린이, 청소년이 제출한 4개의 작품을 선정해 보았다.

•원서 제목 : プラスチックザメはぼくがつる!!
•제목 : 플라스틱 상어는 내가 잡는다!!
•제출자 : 초등학교 1학년(저학년 부문) ○○ ○○○
•제출년도 : 2018년(제22회)
•작품 해설 : 낚시하기 좋아하는 ○○ 학생은 바다에 갈 때마다 버려진 쓰레기가 신경 쓰였다. 그/그녀는 ‘깨끗한 바다에 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을 담아 바닷가를 거닐며 쓰레기를 모았다. 그리고 모은 쓰레기의 종류와 출처, 쓰레기가 해양생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또 바다 쓰레기의 위협적인 동물인 상상 속 ‘플라스틱 상어’를 만들고 이 무서운 상어에 빗대어 이야기를 만들며 환경 문제를 제기했다.


•원서 제목 : 戦争の記おくをつなげよう私たちの未来へ
•제목 : 전쟁의 기억을 이어가자, 우리의 미래로
•제출자 : 초등학교 4학년(중학년 부문) ○○○○ ○○○
•제출년도 : 2018년(제22회)
•작품 설명 : 전쟁에 대해 알고 싶어서 상세한 연표로 일본의 전쟁 역사를 정리하던 중 ‘일본은 왜 전쟁을 했는가?’, ‘미국은 왜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는가?’라는 의문이 솟아났다.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조사를 했다. 전쟁을 경험하신 분들을 취재했고 관련 자료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 자료관에도 방문해서 전쟁의 비참함을 배웠으며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기록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일본의 MIL 교육
UNESCO는 21세기에 가장 필수적인 역량 중 하나로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otin Literacy)를 선정했다. 일본 도서관이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여 조사하는 학습 대회’는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디어를 이용해 그 속의 정보와 메시지, 콘텐츠를 찾고 분석·정리하여 보고서로 만든 후 공유하는 지역민의 MIL 향상 전략이자 방법이다. 2019년 이 대회에는 총 10만 7,708점의 작품이 국내외에서 출품되었으며 이로 인해 127명의 심사위원이 수차례에 거쳐 심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출품된 작품을 공공 도서관은 지역민과 공유하고 있다.


•원서 제목 : ぼくの足はどうしてこんなにくさいのか?
•제목 : 내 발은 왜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걸까?
•제출자 : 초등학교 4학년(중학년 부문) ○○○ ○○
•제출년도 : 2019년(제23회)
•작품 해설 : 발냄새에 대해 고민하고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한 ○○○ 학생. 대학교에 가서 전자 현미경으로 발냄새의 정체를 찾아보기도 하고 집에서 냄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면서 냄새를 깊이 탐구한다. 그리고 일본인은 냄새에 너무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살균도 아주 많이 하게 돼서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결국 조사를 통해 사람과 균이 공존하는 것의 중요함도 배운다.

원서 제목 : MYツバメNOTE
•제목 : MY 제비 NOTE
•제출자 : 중학교 2학년 ○○○○ ○○
•제출년도 : 2018년(제22회)
•작품 설명 : 나는 봄에 날아오는 제비들의 울음소리만을 듣고 제비들을 찾아 헤맸다. 나는 얼마나 많은 제비가 둥지를 틀고 얼마나 오랫동안 둥지를 떠나가야 하는지 기록했다. 나는 둥지 짓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사하면서 둥지가 사람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실감 했다. 또한, 혼자서 도전한 ‘집짓기’를 통해 일본 가옥에 사용되는 기술을 제비들도 가지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출처 : 도서관이야기 제14권 4호 통권136호

박주현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강사, 박주아 베스트 하우스(日本 ベストハウス)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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