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프로그램
[안성시립도서관]도서관과 함께 1000책 읽기
안성시립도서관
도서관과 함께 1000책 읽기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풍부한 자료를 시민이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좋은 책을 선별해서 추천하고 이용자에게 소개하는 것은 사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어린이의 경우 스스로 책을 선택해 읽는 시기는 초등학생이 되어야 가능하고 유아기에는 부모나 다른 성인이 책을 골라주고 읽어주어야 하는 시기이다. 유아는 부모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으면 혼자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는 연령대이다. 게다가 도서관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부모는 어린이자료실에 있는 많은 자료 중, 자녀에게 적당한 책을 골라는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이자료실의 대부분의 요구도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주세요"이다. 부모들은 사서라면 자료를 잘 알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안성시 공공도서관에서는 2018년 신규 특색사업으로 책 읽고싶어지는 도서관 '북큐레이션' 사업을 진행했는데 어린이자료 분과 사서들이 자녀를 위한 책을 고르기 어려워하는 부모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한 것이다. 어린이의 독서 생활화를 위해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좋은 책을 선별해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힘을 모았다.
'안성시립도서관과 함께 1000책 읽기'의 진행 과정
선별된 자료를 책 꾸러미로 제공할 아이디어는 미국의 '100 Books Before Kindergarten Program'에서 찾았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가기 전 하루에 한 권씩, 3년간 1000책을 읽어주는 유아 책 읽기 프로젝트로 유아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하자는 취지이다. 영·유아의 경우 어른이 책을 선택하여 읽어주어야 하는 세대로 듣는 독서의 시기이다. 가정에서의 책 읽어주기는 자녀에게 평생의 소중한 유산인 독서 습관 형성에 필수적이다. 책 읽어주기를 통해 유아는 책과 친숙해지고 모든 학습의 기초인 듣기와 읽기 능력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도서관과 함께 1000책 읽기'는 국내에 다른 사례가 없어 어린이자료 분과 사서들과 논의하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만들어갔다. 대상은 학교 가기 전 5세에서 7세로 정하고 그에 맞는 책을 선별하기로 했다. 사업을 위해 가장 고심한 부분은 좋은 책을 어떻게 1000책이나 선정할 것인가였다. 1000책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은 첫째, 유아에게 읽어주기 재미있고 좋은 그림책이다. 유아는 가정에서 부모가 책을 읽어주어야 하므로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재미있는 책을 우선으로 했다. 둘째,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전 주제분야를 대상으로 했다. 절판된 도서를 제외하고 출판연도에 상관없이 2018년 3월까지 출판된 픽션(fiction)과 논픽션(non-fiction) 그림책을 포함하여 선별했다. 선정 과정에서 전집에 포함된 도서, 글 없는 그림책, 손상되기 쉬운 팝업북이나 퍼즐책 등은 제외했다. 안성시립도서관의 개인 대출 권수는 10권이다. 이용자가 10권을 한번에 꾸러미로 쉽게 빌려갈 수 있도록 1개 가방에 10권을 넣기로 하고 최종 선정된 1000 책을 100개의 꾸러미로 만들었다. 가방에 들어갈 책을 서명 순으로 묶을 것인지, 그림책 크기에 따라 묶을 것인지 등 여러 의견이 있었다.
최종 꾸러미 가방에는 재미있는 책 3권, 옛이야기책 1권, 정보책 1권, 국내작가 책 1권, 일본작가 책 1권, 영미작가 책, 쉬운 책 1권 등 1개의 꾸러미 안에 골고루 분배하여 100개의 꾸러미를 구성했다. 특히 유아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 수 있도록 재미있는 책은 3권 이상 들어갈 수 있게 구성했다. 한 꾸러미에 같은 작가의 책이 포함되지 않도록 했으며, 5세 연령을 고려해 쉬운 책 1권을 넣었다. 1000책 읽기는 2018년 7월부터 평소 이용률이 높은 중앙, 공도, 진사도서관에서 먼저 시작했고 2019년 3월부터 보개, 일죽도서관을 추가해 안성시의 5개 공공도서관 모두 운영 중이다. 참가 어린이는 신청서를 접수하고 스티커북을 수령한 뒤, 책 꾸러미를 빌리고 반납 할 때마다 스티커북에 100개의 스티커를 채워가면 된다. 1000책 읽기를 달성한 어린이에게는 인증서와 메달, 기념사진 촬영, 자료실 및 홈페이지에 사진을 게시하는 등 혜택을 제공한다.
1000 책 읽기 사업 이후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과
2019년 말까지 1000책 읽기의 참여자 수는 986명이다. 사업 시작 후 1년이 되었을 때쯤 반응을 측정하고자 한 달 동안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 도서관 방문 및 자료 이용률이 87% 증가했다고 응답 했으며 책 꾸러미 도서 수준은 85%가 만족하며, 응답자의 89%가 가정에서 책을 더 읽어주게 되었다고 했다. 하루에 한 권 책을 읽어주는 1000책 읽기는 3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어린이의 독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
일회성이나 단기성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독서의 효과가 점점 드러났다. 참여한 어린이의 변화로는 정서, 언어 능력, 어휘력 향상, 책이나 독서에 대한 인식 향상, 자발적인 독서 습관 형성, 독서 시간 및 독서량 증가, 독서의 생활화, 다양한 장르의 독서, 어린이가 도서관에 오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가정에서는 책 읽어주는 시간과 아빠나 형제·자매의 책 읽어주기 증가, 책으로 인해 부모와의 대화와 가족 간의 유대감이 강화되고 도서관방문 횟수가 증가했다는 반응이 나타났다.
사서들은 1000책 읽기가 시민들에게 자료에 대한 전문가로서 사서 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고, 어린이에게 맞는 추천 도서 요구에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1000책 읽기에 참가한 부모들의 입소문으로 신규 도서관 방문자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꾸러미 외에 다른 자료도 대출하는 등 도서관 자료의 이용을 확장시켰다. 도서관에서는 전년 대비 유아의 신규 회원가입자 수가 2배 증가했고, 어린이자료실의 관외 대출량은 30% 증가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이 되지 않았으나 현재 1000책 읽기를 달성한 어린이는 24명이다. 기대 이상으로 1000책 읽기가 잘 진행된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령에 맞게 잘 선정된 도서이다. 꾸러미마다 다양한 주제와 다른 나라의 도서가 구성되어 있고, 5~7세에 맞는 재미있고 좋은 책들은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좋고 어린이에게는 독서의 즐거움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둘째, 부모들이 도서를 쉽게 빌릴 수 있는 편의성이다.
부모들이 자녀의 책을 빌리기 위해서 책을 골라야 하는 어려움 없이 가방 꾸러미로 10권을 빌리고 쉽게 반납할 수 있어 아빠와 조부모의 도서관 이용도 증가했다. 셋째, 유아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동기를 부여한 점이다. 꾸러미 책을 읽으면 스티커북에 100개의 스티커를 채워가는 재미와 최종 달성자에게 주는 메달이나 인증서로 1000책을 끝까지 읽겠다는 동기를 준다.
다시, 도서관 기본을 생각한다
도서관 서비스의 기초는 풍부한 자료다. 도서관 자료를 어떻게 선별해 제공할 것인가는 도서관 이용률 증가와 독서인구 저변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도서관의 1000책 읽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00책 읽기의 사례를 찾아 안성시립도서관에 맞게 적용했지만, 한편으로 전국의 다른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제공한 사례가 없어이 사업이 잘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사서들이 선정한 1000책이 어린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도 염려스러웠다. 책 꾸러미 구성이 어린이에게 흥미롭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생각됐으나 다행히 그림책 구성이 좋다는 칭찬이 많았다. 누가 이 책을 골랐는지에 대한 학부모의 질문에 우리 도서관 사서들이 선정했다고 당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은 다양한 주제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가정에서 자녀와의 대화가 증가하고 독서하는 분위기를 바뀌었다는 데 보람을 느꼈다. 자료 전문가로서 도서관 사서들이 가정에서의 활발한 독서 활동을 촉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동안 1000책 읽기를 추진하면서 도서관 서비스의 핵심은 자료에서 나오며, 정보 제공자로서 사서의 전문적 역할도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실감하는 사업이었다. 2018년 7월부터 1000책 읽기를 시작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어린이와 학부모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일부 도서관에서는 책 꾸러미가 부족해 기다리거나 빌리지 못해서 그냥 돌아가는 등 인기가 폭발적이다. 가정에서 하루에 한 권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도서관과 함께 1000책 읽기'는 장기간이 소요된다. 어린이의 독서 습관 형성에 충분한 기간으로 유아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어린이의 독서 습관 형성에 충분한 기간으로 유아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독서하는 어린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좋은 책을 즐겁게 읽는 어린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
/출처 : 오늘의 도서관 제30권 제2호 통권280호
글 공정자 안성시립도서관 도서관운영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