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행복한아침독서]낭독극으로 누리는 읽는 즐거움

낭독극으로 누리는 읽는 즐거움

유새영 선생님의 천천히 깊이 한 권 읽기5


이영서 작가의 『책과 노니는 집』(문학동네)에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등장합니다. 조선 후기에 소설이 수적으로 증가하면서 향유층이 확대되어 소설은 점차 대중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소설을 읽어주고 일정한 보수를 받던 직업적인 낭독가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전기수입니다.


책과 노니는집

이영서(동화작가) 글 | 김동성(작가)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 2017.03.22

책방 심부름꾼 장이, 세상 밖에 발을 내딛다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책과 노니는 집』은 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입니다. 주인공 '문장'이라는 한 아이의 눈으로 혼란에 휩싸인 시대상을 담담하고 정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화사한 색감에 한국적 정서가 진하게 묻어나는 잔잔한 그림이 어우러져 글의 깊은 맛을 더해줍니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책을 베껴쓰는 필사쟁이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라는 오명을 쓰고 관아에 끌려가 매를 맞고 죽고 맙니다. 아버지를 잃은 장이는 책방 주인 최서쾌 집에서 지내면서 책방 심부름꾼 생활을 시작합니다. 장이는 책을 배달하면서 지체 높은 관리인 홍 교리부터 기생집의 기생까지 책을 읽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사건을 겪게 되는데….


이처럼 낭독은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를 곁에 두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주시던 옛이야기부터 무성영화를 넘어 TV 내레이션까지 낭독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목소리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그 울림의 힘은 ‘함께 나눈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왜 낭독극인가요?
낭독극은 ‘스테이지 리딩’ 즉 제작 발표회에서 배우들이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낭독극은 혼자 읽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두고 함께 읽기 때문에 작품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연극 공연에 비해 아이들의 연기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며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맡아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그동안 책을 읽으며 나누었던 시, 감상, 활동들을 정리해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습니다.


책을 대본으로 만들고 합평하기
책 한 권을 대본으로 옮길 때 모든 장면을 넣기보다는 초점을 두고 중요한 장면을 골라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임지형 작가의 『방과 후 초능력 클럽』에서는 엉뚱한 친구 동엽이와 클럽 친구들 덕분에 주인공 민성이가 용기를 얻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글을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일곱 개의 주제로 나누고 대본을 만들었습니다. 작가팀 아이들은 하나의 주제가 완성될 때마다 함께 읽으며 합평하고 아이들의 눈으로 수정했습니다.


방과 후 초능력 클럽

임지형|그림 조승연|미래엔아이세움 |2017.07.20
《방과 후 초능력 클럽》은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민성이’가 활발하고 타고난 리더 ‘동엽이’와 함께 초능력 클럽의 부대장으로 활약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 동화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초능력 클럽 활동을 통해, 민성이가 자신의 장점을 새로이 발견하면서 독자들에게 자발적인 참여와 행동이 자기 자신을 얼마나 성장시키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아이들은 초고를 함께 읽으며 필요 없는 부분, 고쳐야 할 부분, 추가할 내용들을 고민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낭독극 분량은 줄어들어 36쪽의 초고가 16쪽이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낭독극 대본의 길이는 소리 내어 읽었을 때 15~25분 정도의 분량이 좋습니다. 준비하는 아이들과 공연에 참석하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를 통해 낭독극을 삶과 연결하기
학급 전체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하며 시를 썼습니다. 주인공의 입장을 나타낼 만한 시를 시집에서 찾기도 하고, 직접 주인공의 입장에서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은 시는 주인공의 경험과 비슷한 아이들의 삶을 시로 풀어낸 것이었습니다.
시가 더해지니 낭독극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책 내용을 대본으로 옮겨 읽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낭독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역할 나누고 관객 초대하기
대본이 완성되고, 학급 아이들에게 모두가 작은 역할이라도 나누어서 함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팀 외에도 역할 낭독자, 해설 낭독자, 무대행동가, 기술팀(프리젠테이션 및 조명 담당), 미술팀, 음악팀으로 나누어 회의를 통해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교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낭독극도 공연이어서 관객이 있어야 하니 관객도 초대합니다. 책을 함께 읽은 옆 반 친구들, 다른 학년 친구들, 부모님까지 다양하게 초대할 수 있습니다. 수익금으로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낭독 파일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무대에 극을 올리려면 조명, 음향, 동선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낭독극은 이러한 요소들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는 것, 그 자체가 좋다
무대에 극을 올리던 날, 아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소리 내어 작품을 읽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다”라는 말이 제 안에서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 활동을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함께 읽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겁니다.
무대가 아닌 교실에서도 낭독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해설자와 역할을 나누고 이야기를 함께 읽다 보면 어느새 서로 깔깔거리며 함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책을 함께 읽는 모든 순간이 낭독극이 되는 겁니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닌 함께 읽는 것 그리고 함께 삶을 나누는 것, 그 기쁨을 앞으로도 계속 누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출처 행복한 아침독서

유새영 선생님의 천천히 깊이 한 권 읽기5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9/12/01/2019120109420014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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