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아리의 빨간 보자기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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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콤마
페이지: 280쪽
출판일: 2015-04-30
가격: 13,000원
추천자: 서지문(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추운 겨울 날 보육원 문 밖에 버려져 자지러질 듯 울어대던 어린 아기는 한 자원봉사자의 품에 안기자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 눈을 떠서 그 봉사자와 눈을 맞춘다. 양영숙 씨의 길고 긴 고행은 그 순간에 시작되었다. 두 다리와 오른손이 없이 태어난 그 아이 세진이를 입양해서 걷게 해 줄 의사를 찾아 7만 킬로미터를 헤매었으며, 걷게 하기 위해 무수히 넘어뜨려서 일어서는 연습을 시키고, 의족을 끼우기 어렵게 생긴 다리를 여섯 번의 대수술로 깎고 다듬어서 의족을 끼워주고선 매섭게 닥달해서 평지를 걷게 하고 계단을 오르게 하고 산을 오르게 하고 마침내 5킬로미터 마라톤까지 완주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독한 년’이라는 욕을 먹고 아동학대의 누명을 써도 아이를 자립하게 해 주어야한다는 의지와 목표를 굽힐 수 없었다. 장애아를 전염병자 취급하는 풍토에서 학교도 다닐 수 없어서 결국 세진이는 독학으로 중,고교 과정을 학습하고 검정고시를 보아 16살에 대학에 입학한다.
골격 교정과 근육 발달을 위해 수영을 시키려고 세진이를 받아줄 수영장을 찾아 여러 도시를 헤매고 엄마가 수영장 청소부 노릇을 하며 겨우 하루 30분 사용허가를 받는다. 익사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세진이는 천재 수영선수로 성장한다. 선진 영법을 배우기 위해 국제대회 출전하기로 하고, 외국어도 모르는 세진이 모자는 수많은 대회를 단신으로 밀고 들어가 150개의 메달을 따낸다. 세진이의 수술비, 양육비, 출전비 등을 벌기 위해 양경숙 씨는 안 해 본 일이 없고, 세진이가 어릴 때는 물론 큰 다음에도 급하면 업고 뛰느라 허리는 망가졌고, 갑상선 암까지 앓고서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그러나 그 독한 의지와 노고보다 더 놀라운 것이 양경숙 씨의 지혜이다. 모자가 자주 가야 하는 기관의 수위가 하도 괄시를 하고 눈치를 주니까 기관장에게 그의 친절을 칭송하는 편지를 쓰고 그가 그 기관에서 표창을 받는 자리에 꽃다발을 들고 가서 치하한다. 이런 식으로 주위의 마음을 녹이며 인간승리를 거둬 이제는 다른 장애아들을 도우며 산다.
떼쟁이 울보였던 한 장애 어린이를 자신 있고 속 깊고 투지에 찬 청년으로 만들어 낸 양경숙 씨의 초인적인 노력이 너무도 숭고하다.
출판사: DnA
페이지: 248쪽
출판일: 2015-04-30
가격: 16,900원
추천자: 김영숙(미술 에세이스트)
“그림은 어떻게 보는 것인가?”라는 그림 감상 입문자들의 질문에 대한 가장 빈번한, 그러나 가장 맥 빠지는 대답으로 “그저 눈으로 보고 즐겨라!”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림 감상의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어떠한가? 그저 보면 보이는 대로의 선 그 자체, 색 그 자체, 혹은 형태의 완성미와 색의 조화, 나아가 형과 색의 어우러짐만 감각적으로 관조하는 감상에는 지루함이라는 복병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림 앞에 서면 미술에 대해 담을 쌓고 살던 이들 뿐 아니라 심지어 전문가들조차도 “대체 이건 어떻게, 무엇으로, 왜 그렸지”라는 식의 의문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질문들을 억지로 잠재우며, 그저 바라보고, 온 몸에 미적 쾌감이 저절로 전달되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감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책은 우선 그림의 구성, 형태 재료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 “어떻게 무엇으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후반부에서는 명화들을 초상화, 풍경화, 서사 그림, 정물화, 추상화 등의 장르로 구분한 뒤 화가들이 자신의 시대에 말하고자 했던 바들을 디테일, 즉 세부 도판을 통해 하나 하나 짚어낸다. 자화상을 화가의 무의식, 야심, 욕망이 압축된 것으로, 또 정물화를 ‘메멘토 모리(죽음을 생각하라)’의 교훈으로, 추상화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로 읽는 것 등은 도대체 이걸“왜 그렸지?”에 대한 대답인 셈이다.
저자는 “미술 작품을 보고 즐기는 것은 취향의 문제이지만, 먼저 판단의 기준을 익혀야 취향도 생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즉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은 있어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이다. 책은 바로 그 기본 지식들을 알차게 모아두었다.
출판사: 루이앤휴잇
페이지: 344쪽
출판일: 2015-04-24
가격: 15,800원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일생에서 가장 큰 슬픔은 어느 때일까? 특히 나라가 망했을 때 느끼는 ‘이성적’인 절통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복받치는 ‘감성적’인 애통함이 폐부를 찌르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일까? 이 책은 먼저 이승을 떠난 피붙이나 지인을 그리는 슬픔의 절규를 피눈물로 먹을 갈아 글로 남긴 조선시대 선비들의 절절한 마음을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공을 초월해 생생하게 전해준다.
유배지에서 막내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눈물 흘리며 떨리는 손으로 붓을 잡은 정약용(丁若鏞)의 추도문에서부터 아내를 잃고 생전의 모습을 회상하며 애절하게 읊은 심노숭(沈魯崇)의 제문에 이르기까지, 자식이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슬픔에 겨워 적어 내려간 22편의 글은 읽는 이의 가슴에 가감 없이 전해온다. 또한 오라버니의 부고에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범벅으로 지은 임윤지당(任允摯堂)의 제문에서부터 벗을 잃은 애통함에 눈물로 적은 홍대용(洪大容)의 애사(哀辭)에 이르기까지, 형제나 벗을 잃은 슬픔에 겨워 써 내려간 22편의 글은 독자들의 마음에 또 다른 층위의 슬픔을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평생토록 학업과 수신에 매달린 조선의 유교 선비들은 사사로운 감정의 표출을 억제하는 데 익숙한 지식인이자 일종의 수도자였다. 그렇지만 피붙이 자식과 아내, 형제와 누이, 그리고 벗과 스승을 잃은 처절한 심정만큼은 그들도 쉽게 억제할 수 없었다. 특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을 갑자기 잃은 심정은 극도로 슬프고 슬프다는 참척(慘慽)이라는 말로도 제대로 형언하기 힘든 참혹한 슬픔이었다. 여느 장삼이사라면 그런 슬픔의 감정을 그저 한탄의 눈물로 흘려보냈겠지만, 조선의 일부 선비와 여성은 그것을 단장(斷腸)의 글로 응축하여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후세에 남겼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글들을 선별하여 현대어로 수준 높게 번역해 제공함으로써,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옛 사람들과 시공을 초월해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출판사: 비아북
페이지: 264쪽
출판일: 2015-04-17
가격: 14,000원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인문학자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일을 통해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호기심에 대한 답을 준다. 목수가 된 인문학자의 통찰력이 어디까지인지 볼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신화를 전공한 인문학 박사다. 그러나 강의 대신 망치와 대패를 잡았다. 이상하다고 말할 사람들에게 대답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뭐 그리 이상하냐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물건들만 소비하는 현대인의 “당연한” 삶의 방식을 선택과 지불을 위한 클릭만 할 수 있는 무기력이라 표현한다. 이 책은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목공을 즐기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인문학적 깨달음으로 공유하는 글이다. 저자는 춘재(春材)와 추재(秋材)의 차이와 조화에서 조급했던 어린 시절을 반성하고, 각도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각도를 제시하지는 않는 분도기에서 기술적(descriptive)인 것과 규정적(prescriptive)인 것의 차이를 새삼 깨닫는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각도를 제멋대로 규정하고 자신의 그릇된 각도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 우리들의 어리석음과 아집을 꼬집는다. 맹자의 ‘자신을 미루어 타인을 헤아린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에는 내 스스로의 기준이 바로 서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각자를 통해 깨닫는다. 흐르는 물이 구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듯이 샌딩 작업과 같은 고달픈 과정도 피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받아들인다. 저자는 자신의 기준으로 나무를 이해하여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공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혼자 있을 때 삼가지 않는 것을 경계하는 율곡의 자경문(自警文)과 같이 목공의 일에서 신독(愼獨)을 추구하는 과정을 조곤조곤 즐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일에서 이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고 있을까? 미래에 저당 잡힌 현재를 찾지 못하고 목적을 위해 과정을 만들어내는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인문학 목수의 실천하는 진리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사회과학] 루테치아: 정치, 예술 그리고 민중의 삶에 대한 보고서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페이지: 532쪽
출판일: 2015-03-31
가격: 16,000원
추천자: 서병훈(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는 독일의 하인리히 하이네를 서정시인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억압을 비판하고 자유와 해방을 노래했다. 마르크스와 교유하며 그의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그 하이네가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1840년부터 1848년까지 독일신문 「아우크스부르크 알게마이네 차이퉁」 독자들을 위해 파리의 중요한 정치․사회적 사건과 문화 예술계 동향, 민중의 삶을 기사화해서 보냈다. 이 책은 그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이 책이 ‘파리’라는 도시 속의 다양한 삶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네는 파리의 옛 라틴어 이름인 ‘루테치아’를 책 제목으로 삼았다.
이 책은 ‘파리’라는 하나의 거대한 종합적 현상의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묘사한다. 당시 유력 정치인인 티에르와 기조에 대한 인물평을 실감나게 들려주고 있고, 부르주아지 지배층의 추악한 실상을 가감 없이 고발한다. 생시몽주의자와 푸리에주의자들은 말만 무성해 조만간 공산주의자들에 흡수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자본주의가 똬리를 틀기 시작하는 19세기 중엽의 파리 사회에 대한 생생한 현장 기록이자 총체적 보고서이다.
하이네는 “그때는 아주 위험한 시기였고, 그래서 침묵은 절반의 배신”이라는 말로 시대상황을 요약한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대두하고, 특히 황금만능 사유방식이 만연하던 19세기 파리에 대한 풍자와 탄식,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민중의 고통과 분노,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가 이 책을 관통하는 큰 문제의식이다. 그래서 미래의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에 대한 하이네의 예언서로 불러도 무방하다. 하이네는 사회 정의의 이름으로 혁명의 필연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그는 이 혁명의 과격함과 폭력성까지 인정할 수는 없었다. ‘절대적 평등’의 기치 아래 획일성과 집단성을 강요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시기심을 평등의식으로 포장한 채 뛰어난 개인들의 정신적인 힘을 무시하고 배척하면 급진주의자들이 꿈꾸는 그런 공화국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하이네의 경고는 깊이 새겨들을 만하다. 인명과 지명만 바꾸면 우리 시대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부분도 있어 하이네의 고민이 더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이리라.
출판사: 더난콘텐츠그룹
페이지: 360쪽
출판일: 2015-04-25
가격: 15,000원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 Real Solution for a Troubled Economic System by Philip Kotler’이다. 저자인 필립 코틀러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책 제목에 붙이는 것조차 자연스러운 세계적인 비즈니스의 구루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가 우리에게 자신을 익숙하게 만든 기업경영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그 근간인 자본주의를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책을 읽다보면, 대가의 훈수와도 같은 여유로움보다는 최근 자본주의의 이슈가 그만큼 심각하고, 절박하다는 그의 위기감과 함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프롤로그의 ‘더 나은 자본주의’와 에필로그의 ‘우리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표현은 이 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새로운 마케팅 시대에 대한 그의 저작 『마케팅 3.0』에서처럼, 책은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대가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책은 모두가 인식하고,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14가지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속적인 빈곤, 소득과 부의 불평등, 노동자 생활임금 이슈,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 기업의 사회에 대한 비용 전가, 환경과 성장의 지속가능성, 개인 부채와 금융 중심 경제구조, 잘못된 정치의 부작용, 단기적 이익을 좇는 기업 등 한 가지 한 가지에 깊은 공감이 간다. 책은 이러한 문제와 원인에 대해 평이한 듯하지만 날카롭고, 단순한 듯하지만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안은 현실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보다는 발전적 방향을 알려주는데 집중한다. 물론 그 중에는 실질적인 것과 함께 실현이 어려운 것이 공존한다. 그러나 책의 문제 제기와 원인 진단에 수긍한다면, 곱씹어 볼만큼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자본주의와 최근 이슈에 대해 스스로 이해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가에 관한 쉬운 설명과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가 하는 길을 알려 준다.
출판사: 부키
페이지: 304쪽
출판일: 2015-04-17
가격: 14,800원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유기농 식품 등의 광고에 쓰이는 ‘자연’이라는 단어는 진짜 자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 광고에는 방해했다고 붕붕거리며 달려드는 커다란 말벌도, 죽은 동물의 썩어가는 몸에 시꺼멓게 달라붙은 파리도, 숲에 들어가면 성가시게 달라붙는 모기도 없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우리는 광고에 묘사된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에 더욱 더 끌린다. 멋진 상상은 늘 달콤한 법이니까. 하지만 저자는 진짜 자연은 기회만 생기면 우리를 죽이려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을 제대로 보라고 일깨운다. 왜곡된 시각에서 자연을 보면, 세균, 촌충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 진짜 자연은 침입자처럼 보인다. 그랬을 때 진짜 자연이 다가오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저자는 수많은 바닷새가 번식하는 섬에서 인간이 옮긴 쥐들이 닥치는 대로 어린 새들을 잡아먹는 광경을 묘사한다. 또 번식을 하기 위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거미, 말라리아 원충처럼 남에게 빌붙어 사는 게으른 생활방식을 택한 동물, 뜯기지 않기 위해 독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식물, 남보다 보상을 적게 받았다고 질투하는 원숭이도 언급한다. 탐욕, 식욕, 색욕 등 인간이 스스로 악하다고 여기는 모습들을 자연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왜 굳이 혐오스러운 자연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그냥 환상 속에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저자는 자연의 실상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자연의 모습대로 살아야 할까? 자연에 이기적이지 않은 동물은 없을까?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 아닐까? 그러다가 저자는 전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아버지의 사랑이 자연에서 진화했다고 해서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이 온갖 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인간은 그보다 더한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바로 오만이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과 다르다는 오만을 떨쳐내고서 자연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출판사: 비즈니스북스
페이지: 304쪽
출판일: 2015-03-31
가격: 14,000원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다. 절반만 옳다. 생사여탈권은 전적으로 호랑이 몫, 생존 확률은 절반뿐이다. 정신을 차려도 호랑이가 먹겠다면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어쨌든 낫다는 의미다. 협상력의 발휘가 필요하다. 확률은 낮을지언정 절대불리의 협상 환경을 단번에 뒤엎을 묘책이 없으란 법도 없잖은가. 관건은 정신력이다. 상대를 달래고 어를, 속칭 ‘멘탈갑(甲)’의 위치 선점이다. 사람은 홀로 못 산다. 관계적 동물이다. 집단생활이 생존력·만족감을 높인다는 걸 오랫동안 경험·학습해왔다. 말 만들면 ‘호모 릴레이션(Homo-Relation)’이라 부를 듯하다. 그렇다고 관계가 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 관계는 상호적이다. 본인처럼 복잡한 생각과 다양한 환경의 타인이 존재해서다. 기(氣)와 신경(神經)을 주고받는 건 당연지사다. 결과는 엇갈린다. 응원과 상처다. 기가 통하면 상호협력이, 기가 막히면 상대충격이 불가피하다.
책은 부정적인 후폭풍인 상처에 주목한다. 시대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상처를 남기는 인간관계가 많아진 것에 주목했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인생고비가 발생할 때 버텨내는 방법을 13가지로 구분해 소개한다. 행간에 흐르는 공통해법은 ‘마인드컨트롤’이다. 방어기제의 숙련을 통해 관계하되 지배받지 말라 권한다. 일례로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말며, 모두를 만족시키려 애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를 던져주는 이가 있다면 뒷담화의 에너지보다 관심자체를 줄이라는 메시지다. 제목처럼 상처받지 말기로 결심하고 이를 행동에 옮기라는 게 요지다. 꽤 실용적 아이템이다. 계급적 관계설정이 심화되는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현실적 대안화두다. 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말이 쉽지 맘을 바꾸는 게 가장 힘들지 않은가. 저자는 이 질문도 염두에 둔 듯하다. 책은 건강을 위해 근육을 기르듯 꾸준한 멘탈관리로 그 방점을 찍는다.
출판사: 비룡소
페이지: 136쪽
출판일: 2015-04-17
가격: 9,500원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 수석교사)
원래 찰떡처럼 붙어 다니는, 같은 박 씨의 세 친구 박기웅, 박동훈, 박민수는 마음도 서로 잘 통해서 ‘세 박자’로 불린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서로 얼굴도 안 쳐다보는 사이가 되고 어느 날 거짓말처럼 세 아이의 손이 교실 칠판에 딱 붙어버린다. 친구들은 간지럼을 태워보기도 하고 세제를 손에 묻혀보기도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놀라서 달려온 교장 선생님은 “애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제멋대로 칠판에 붙느냐”고 하고, 아이의 어머니는 “문제집은 다 풀고 칠판에 붙은 거냐”고 묻는다. 구급대 아저씨도, 칠판을 만든 아저씨도, 건물회사를 대변하는 변호사 아저씨도 모두 자기들 탓이 아니라고 할 뿐 아이들을 칠판에서 떼어 놓지 못한다. 결국 밤이 깊어지고 달빛 비치는 교실에서 세 아이는 각자의 고민과 진심을 털어놓게 되고 기적처럼 칠판에서 손이 떨어진다. 그런데 며칠 뒤, 다른 사람들이 여기 저기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평소 다투기를 잘 하는 기웅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이 거실 벽에 붙는 사건이 발생한다.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손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기웅이는 부모님께 편히 앉을 의자를 가져다 드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해죽 웃는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지하철 안의 진풍경, 함께 있는 식당에서 앞에 앉은 가족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소셜 네트워크 속의 더 멀리 있는 사람과 접속하는 세태 속에서 진정한 소통의 부재를 목격한다. 저 사람들이 각자 접속해 있는 세상의 끝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눈빛과 몸짓과 따뜻한 온기가 부재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와 자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신의 귀는 틀어막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우리의 모습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는 외톨이들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진정한 소통은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마주보는 눈빛, 공감하는 몸짓, 따뜻한 목소리의 나눔이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마주앉아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소통해 보자. 손이 어딘가에 딱 붙기 전에.
출판사: 사계절출판사
페이지: 28쪽
출판일: 2015-03-30
가격: 12,000원
추천자: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예술의 기원 및 근본은 자연이다. 안타깝게도 이즈음 출간되는 그림책은 자연을 담거나 노래하는 데 인색하다. 이것이 전 세계 그림책 출판계의 현상이라니 더욱 안타깝다. 우리 모두가 자연에서 너무 멀어진 채 타자화하는 탓이겠지만, 작가도 독자도 그림책을 교육과 교훈을 촉구하는 어린이용 상품으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요정 같기도 하고 어린 여신 같기도 한 초록머리 아이 아리가 빨간 보자기에 든 선물을 숲속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꽃선물로 보답하는 친구들과 함께 꽃마중 노래를 부르며 꽃춤을 추는 그림책 『아리의 빨간 보자기』는 드물게 만나는 예술 작품이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주인공과 등장 동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내어주며 깊이 사랑하고 즐거이 오래 작업한 작가의 흥취가 도도하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기가 그린 것을 자랑스레 내보이는 아이처럼, 빨간 보자기의 묶음 매듭이 그려진 표지 그림은 어서 보자기를 풀어보라고 그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 어서 들여다보라고,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 빨간 보자기 보따리를 안고 숲 친구들을 찾아 나선 아리를 따라 땅속 구멍으로도 들어가고 큰 나무 밑동 안으로도 들어가 두더지며 토끼를 만난 독자는 곧바로 아리가 되어 높은 나무 꼭대기에 사는 다람쥐한테 선물을 내어준다. 그리고 머리 깃이 멋진 후투티하고도 마음을 주고받으며 새로이 친구가 된다. 아리가 후투티를 타고 하늘을 날고 곤히 잠들고 숲속 친구들이 찾아와 건네는 꽃왕관과 꽃다발을 받을 때, 독자들 또한 숲 하늘의 청량한 바람을 느끼고 꽃꿈에 싱긋 웃는 얼굴이 되며 향기롭고도 풍성한 우정에 취한다. 무엇보다 아리와 친구들이 부르는 꽃노래에 넝쿨장미며 애기풀꽃이 깨어나고 앵두나무며 딸기덩굴이 앵두와 딸기를 내어주는 결말에서 더없이 완벽한 자연의 잔치를 누리게 된다. 그에 더해 어른 독자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양귀비 언덕)과 천경자의 그림(꽃과 여인)과 셀마 라게를뢰프의 동화(닐스의 모험)와 하인리히 하이네의 꽃에 대한 시, 그밖에도 수많은 예술작품을 떠올리며 작가가 즐겨 먹고 살아온 예술에 의한 예술을 만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