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고양시가 뽑은 올해의 책 6
고양시 도서관 선정
고양시가 뽑은 올해의 책 6
아주 특별한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출판된 지역 상주 작가 및 출판사의 책 중 저술의 공공적 의미를 고려해 선정한 분야별 올해의 책 6권을 발표했습니다. 우수 도서로 가득한 '고양이 뽑은 올해의 책'과 함께 올 한해 알찬 서가 꾸려보시기 바랍니다.
인문사회분야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질문하는 습관이 만드는 생각의 힘
주어진 정답에 질문을 던질 때, 정답보다 훨씬 중요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정답에 길들여졌지만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정답을 찾지 못해 고민하거나 전에 없던 발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답은 하나다. 하지만 답은 하나가 아니다. 설령 하나의 답이라 해도 질문은 끝이 없고, 모든 질문에는 합당한 답이 있는데 그것을 추적하는 것이 바로 앎의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몰랐거나, 상상도 하지 않았던 다른 길들을 발견하게 된다.
수십 년간 대중과 소통해온 인문학자 김경집은 이 책에서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정답에 도전하고, 그것을 비틀어 보자고 제안한다. 보편성과 합리성이라는 견고한 옹성을 깨뜨리고 도발하며 다른 길도 찾아보자고 이야기하면서 질문하는 태도를 통해 진짜 인문학을 소개하고, 인문학적 태도와 방식,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는 습관이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과학분야
이명현의 과학책방 별처럼 시처럼, 과학을 읽다
막연하던 과학을 막역한 친구로 만들어주는 과학 에세이
이 책은 막연하던 과학을 막역한 친구로 만들어주는 과학 에세이집이다. 전작 『이명현의 별 헤는 밤』에서 저자 이명현은 별과 시와 소설을 사랑하는, 인문학 감수성이 충만한 천문학자의 모습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과학의 숲을 헤쳐갈 수 있도록 지름길을 알려주는 길잡이를 자처한다. 그러나 결코 딱딱하고 지루한 ‘모범’ 가이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과학책 읽기 ‘희로애락’을 과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 담백한 ‘자전적 과학 에세이’다.
이명현은 과학책의 콘텐츠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자연스레 엮어내면서 달력, 날씨, 진화, 외계인 같은 친숙한 과학적 주제들에서 블랙홀, 양자역학, 빅뱅, 힉스 입자 같은 어려운 과학 개념들에 이르는 다채로운 과학 이야기를 펼친다. 그는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그의 손을 거치면 과학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아직 읽지 못한 과학책도 마치 친구의 친구처럼 한 번쯤 만나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과학에 생소한 이들에게 입문서로 제격이다.
문학분야(시)
소피아 로렌의 시간
권태의 고고학으로 희망을 말하다
깊이가 증발한 이 세계의 증인, 시인 기혁의 두 번째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시적 무대를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연출하며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시집 『소피아 로렌의 시간』에서 기혁은 메마른 풍경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진실을 ‘기억’을 통해 선연히 드러낸다. 황량한 세상에 켜켜이 누적된 희미한 삶과 슬픔의 내력은, 65편의 시들에 화석처럼 단단히 남아 있다. 시인은 이 ‘상처의 일기’로, 돌아가야 할 풍요로운 말과 진정한 삶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역설적으로 희망의 증거를 내비치고 있다.
이 시집에서 세계는 똬리를 틀고 있다. 현재는 까마득한 태고와 연결되고, 일상의 집은 황량한 인도 어느 사막으로 이어지며, 사물 세계는 유물들의 전시관이 된다. 전 지구적으로 뻗은 문명론적 촉수는 또 다른 장소와 시간과 사물을 지시하며 연관을 맺고 있다. 타버린 도시의 폐허에 남은 그을음처럼, 세계는 지금 여기가 유일한 시간이 아님을 다만 암시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여기는 지나간 시간의 잔해다. 우리 시대의 진실은 이 지극히 말라붙은 풍경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 심연이 증발한 세계에서 기혁은 그 증발의 풍경을 궁핍한 언어로 드러내면서, 희망을 희망하지 않는 방식으로 희망의 근거를 내보인다. 사막의 어둠 한복판에서 그는 ‘기억’을 통해 새로운 탄생을 감지하고 있다.
문학분야(산문)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의 언어로 세우는 세상 이야기
말을 깁고, 짜고, 엮는 번역가들의 치열한 시간을 탐험하다
텍스트 뒤에 우뚝 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을 다룬 이 책은『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처럼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온갖 주제를 다룬다. 번역과 번역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던 독자는 물론 책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그림책 분야
빛을 비추면
이 책은 한국 그림책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김윤정, 최덕규 작가의 작품으로 ‘빛’을 키워드로 삼아 빛이 지닌 다양한 성질과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과 함께 이 책은 종이가 지닌 물성을 최대한 끌어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그림책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분야
청소년 농부학교 나를 찾아 떠나는 텃밭 여행
청소년 농부 학교에서 함께하는 절기별 생태 성장 이야기
청소년 농부 학교는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학교 밖 학교’이다. 2015년 ‘나를 찾아 떠나는 텃밭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청소년 농부 학교는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는 것뿐만 아니라 주제별 인문학 강좌, 장항 습지 탐방, 탐조 활동 등의 생태 학습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해 경기도농림진흥재단이 주최한 경기도 도시텃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그다음 해인 2016년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꿈의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청소년 농부 학교》는 김한수, 김경윤, 정화진 세 명의 저자가 지난 몇 년간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텃밭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평소 소설가로, 인문학자로, 번역가로 아이들과 만나온 저자들은 아이들이 텃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텃밭 이상의 훌륭한 교실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가끔은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농사를 배우는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이것이 청소년 농부 학교가 시작된 이유다.
청소년 농부 학교의 아이들은 절기별 텃밭 농사법에 관해 배우고, 직접 수확한 농작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경험을 한다. 더불어 선생님이 들려주는 농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인문 교양과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간다. 이 책은 단순히 유기농법을 소개하는 텃밭 매뉴얼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관한 하나의 대안에 더 가깝다. 청소년 농부 학교의 커리큘럼 안에서 아이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땀을 흘리며 생산과 노동의 가치를 배운다. 수확한 농작물을 친구들과 나누는 경험을 통해 함께 사는 삶의 행복도 공유한다. 똥오줌과 지렁이, 심지어는 이름도 모르는 잡초에게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그러한 경험들 덕분에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