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7월의 읽을만한 책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추천하는
7월의 읽을만한 책
조선의 왕 숙종은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다. 죽어가던 길고양이를 거두어 금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그 새끼는 금손이라 불렀다. 금덕이가 죽자 숙종은 제문까지 지어 깊이 애도하고, 금손이를 더욱 아꼈다. 금손이는 늘 숙종을 따라다녔고, 수라상 옆에서 임금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살았다.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는 먹이를 거부하고 슬피 울다가 얼마 후 죽었다. 왕비는 금손이를 잘 염하여 숙종의 능 옆에 묻어 주었다. 흠~ 이 정도면 애묘인의 사표(師表)라 할 만한데, 이 책의 저자는 애묘인의 대표라 불러야 하나?
이 책은 사람과 고양이가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등장인물(?)은 인간, 노란 고양이, 하얀 고양이 세 식구다. 인간은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노랑색 집고양이 장군이는 선물보다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서 큰 물건을 들고 옮길 때는 멀찌감치 돌아가고, 안아 올리기 전에 미리 신호를 해서 놀라지 않게 한다. 주전자의 김이 장군이 얼굴로 가지 않게 살짝 방향을 돌려놓는다. 마당에 사는 길고양이 흰둥이는 장군이에 비해 눈치를 많이 보고, 싸움을 잘 하면서도 외로움을 타며, 서운한 걸 마음에 두었다가 나중에 드러내는 성격이라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받아 준다.
이 책을 낸 더불어책공장은 동물에 관한 책을 꾸준히 내는 작은 출판사다. 책을 통해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동물 한 마리의 삶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판매부수에 연연하지 않고 책을 내겠다는 대표의 철학이 펴내는 책마다에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은 출간을 기념해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사료 300그램을 적립해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료 300그램은 고양이의 사흘 치 식량이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소설은 설득당하고 싶을 때, 시는 현혹되고 싶을 때 읽는 것 아닐까? 시시하기만 한 일상을 기막히게 매혹적으로 불러들이는 사람이라면 단연 시인을 꼽을 수 있다. 한인준은 낯선 시인이다. 『아름다운 그런데』가 첫 번째 시집으로 2013년에 데뷔한 신인이다. 작가들은 첫 작품집에서 방향과 지향점을 들키게 되는데 『아름다운 그런데』는 갸웃하게 만든다. 아름다운데, 음미하고 싶은데, 그런데 뭐지? 줄긋고 싶은 구절이 그득하면서도 약간은 생경한 느낌을 주는 시집이다.
입안에서 자꾸 궁글리고 싶은 운율과 매혹적인 시어, 불규칙한 배열로 세상을 아름답게 지적한다. ‘어쩌면 우리는 구름을 구름 ‘같다’고 부르던 사람들/ 이 곳에 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친다.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너를 기다린다/ 지금도 비가 내리는 것 같아’(「확신」부분). 비가 그쳤는데도 우산을 든 사람들에게 시인은 ‘그들에게 아직도 비가 내린다’고 단정한다. ‘같다’가 뒤덮은 확신 없는 세태의 풍경화다.
문법 파괴로 낯설게 만드는 시들도 있다. ‘방파제로 운다/ 주문진과 바다 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몰래는 왜 자꾸와 함께 닫혀야 했나/ 당신의 열린 핸드백처럼/ 그것은 립스틱과 핸드백에 담긴 한꺼번이었을까’(「종언:없」부분)라는 시를 읽으면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시인이 파괴한 언어를 어떻게 조립해야 하나, 고민되기도 한다.
시집마다 평론가의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이 어떤 의도로 썼든, 평론가가 무어라 해설하든, 시는 읽는 사람의 것이다. 『아름다운 그런데』는 다양한 느낌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시인은 분명 결구로 택했지만 어쩐지 말을 보태야 할 것 같은 여백을 선물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우리는 다시 음악에 앉아’‘내가 웃어도 너는 나의 눈동자처럼 가만히’‘다만 다만을 우리는’이라는 결구는 독자에게 들어와 함께 이어가자고 말하는 듯하다. 독특한 화법과 아름다운 시어들이 가득 찬 젊은 시인의 시집은 낯설지만 다가가보면 익숙하고 아름답다. -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한국사회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 정도의 큰 사건은 거의 다 엘리트 계층의 사회적 책임감 결여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공공정보를 개인의 사익을 위해 빼돌린다든지, 건설비 일부를 사적으로 전용하기 위해 부실공사를 눈감는다거나, 세월호 침몰과 같은 큰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윗선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사례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최근에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문제도 결국은 청와대와 검찰 등 최고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일종의 ‘엘리트’들이 공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비선실세를 끼고 저지른 심각한 불법적 일탈의 한 형태이다.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아직 멀리 있는데도 국왕으로서 전쟁을 지휘할 생각은 없이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 도주할 생각에만 골몰한 선조 임금의 소인배 행동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억한다. 국민에게는 서울을 사수하겠다고 큰 소리 쳐놓고 정작 자신은 인민군이 아직 서울에 근접하지도 않았는데 대전까지 ‘너무도 빨리’ 도주한 이승만 대통령도 우리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적폐를 청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엘리트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솔선수범 없이는 어떤 개혁도 지난한 여정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엘리트의 도덕적 의무감과 책임감을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다. 이 책은 그리스와 로마부터 시작하여 20세기의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서양에서 피어난 다양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개인도 있고 집단도 있는데, 모두 상위계층으로서 사회 전체를 위해 자발적 희생을 불사하여 솔선수범을 보인 경우이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한 번쯤은 꼭 읽어볼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이 책은 여덟 권의 소설을 철학적으로 다시 읽기 위한 철학적 시도이다. 그런 책의 성격과 관련 저자는“소설에서 부각된 삶의 핵심적인 단면을 추상화하면 철학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렇게 소설과 철학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로서의 소설은 뼈대를 얻고, 설명으로서의 철학은 살과 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소설과 철학이 기본적으로 인간(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한 소설의 주제는 철학의 용어로 개념화될 수 있고, 철학의 개념은 다시 소설의 서사구조, 즉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철학자인 저자는 소설 속에서 철학하기를 그리고 철학 속에서 소설읽기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설 속 주인공들인 <이방인>의 뫼르소, <파리대왕>의 랠프,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의 로빈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토마시, <연금술사>의 산티아고, <데미안>의 싱클레어,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빌헬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루이스는 예외 없이‘자신(나)의 문제’를 화두로 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끝없이 고심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독자인 나의 삶이 서로 만나는 접점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인 ‘나’와 소설을 읽는 독자인 ‘나’가 삶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부피와 질량을 매개삼아 어느 순간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셈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각자 직면한 ‘나의 문제’는 부조리에 맞서는 나; 내안에 사는 괴물과 싸우는 나; 자연의 질서에 나를 맡기는 나; 타인의 품속에서 죽는 나; 낯선 길을 떠나지만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나; 내안의 타자와 화해하는 나; 현실에서 나의 길을 찾는 나; 비인간성의 덫에서 나를 구하는 나로서 어느 하나 독자인 ‘나’가 한번쯤 처해봤음직한 ‘나(들)’이 아닐 수 없다. 편안하고 가볍게 읽을 철학서로 조금도 손색이 없어 감히 일독을 권하고 싶다.
- 추천자 : 허남결(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오성홍색 깃발과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화인민공화국의 광활한 영토는 사실 만주족의 청나라 때 비로소 그 기틀이 이루어졌다. 그 이전 수천년의 역사는 지금의 황하강 하류와 양자강 이북의 지역인 중원에 자리잡은 한족과, 신강과 티벳, 몽고, 요녕성과 흑룡강성을 너머선 동북지방, 시베리아, 남부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인도 파키스탄의 북부지역 등에 걸쳐 명멸했던 수많은 민족들이 벌인 각축과 교류와 혼합의 역사였다. 그래서 중국의 역사는 이들 민족들과의 관계사 속에서 비로소 완전하게 된다. 이 책을 ‘절반의 중국사’라고 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저자는 흉노, 오환, 선비, 유연, 백흉노, 돌궐, 회골, 거란, 말갈, 강, 토번, 저, 월지, 몽골, 오손, 월, 서남이, 복, 누란에 관한 자료를 섭렵하여 기원전 2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시간 속에 그들의 지역적 분포, 문화, 한족과의 역동적인 관계사를 18장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왕소군, 헝가리, 모용씨, 동진과 북위, 수와 당, 터키, 와신상담 등이 모두 이러한 민족들의 역동적인 역사이다.
저자는 중국의 고대사를 이루는 민족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오늘날의 중국 민족과 영토와 문화를 이들과의 넓고 복합적인 역사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중국에 대한 독자들의 역사인식의 시야를 넓혀주고 그 심층구조를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은 그러나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한편으로는 잊혀진 민족들의 역사를 불러내는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한족의 중국사를 채우는 보완자료로 취급된다. 독자는 중국의 지식인들이 한족 중심의 천하관과 소위 중화를 어떻게 발명하고 있는가를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국을 더 심층적으로 알고, 필경에는 중국에 대한 우리 자신의 접근시각을 재발견하기 위하여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역자의 말대로 역사가 문자를 소유한 강자들의 기록이라면 역사인식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이해는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라는 하나의 단면에만 주목하는 평면적 관점 또는 개인 차원에서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이 다니는 직장의 개념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곳이라는 교환적 관점에 머문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미치는 실제적 영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으나 기업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저평가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데 대한 여러 논의가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추구는 여전히 경제적 가치라는 궁극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적 또는 도구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반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기업을 인류의 진보와 발전의 역사 속에서 본질적으로 재조명한다. 기업은 인류사에서 그 나름의, 기업이 감당해야만 하는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탄생했으며, 발전해 왔고,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협력하는 종으로서의 인류가 협력을 위해 고안하고 활용해온 세 가지 조정 메커니즘인 상호 호혜적 협력, 명령과 통제, 시장 거래를 통해 인류의 협력적 진화가 이루어졌음을 제시하면서, 기업 역시 그 자체로서 협력체제이면서 이러한 인류의 협력적 진화를 견인하고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여해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협력의 역사를 지속하면서도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혁신의 상황과 이슈를 맞이한 인류가 이러한 이질적인 두 가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이라는 해결책을 탄생시키고, 기업을 통한 해결을 경험해왔다는 논의는 기업에 대한 평면적이고, 교환적인 관점에서의 이해를 다면적이고, 변혁적인 관점으로 확장시켜준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을 통해 과거와 현재 만이 아니라 미래를 이해하고, 창조하는 데 있어 기업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과학자들에 대한 최대의 오해는 그들이 성공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하지만 반대다. 과학은 실패를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가설을 세우는 데 실패하고, 관찰·관측·실험에 실패하고 심지어 자신의 실험 결과를 분석하는 데도 실패한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 성공할 뿐이다. 과학은 실패를 쌓아 올린 금자탑인 셈이다.
『김명호의 과학 뉴스』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래픽 노블이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딴지일보》에 연재한 만화 열네 편을 실었다. 주제가 신선하다. 모두 최근 5년 이내에 발표된 연구 가운데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저자가 엄선했다. (이 점이 정말 놀랍다. 교과서보다 빠른 만화라니!)
그래픽 노블인데 과학적 사실만 전달했을 리는 없다. 연구 현장에서 벌어진 시행착오와 논쟁 그리고 성취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로 구성했다. 단순히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래서 노블 맞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우리가 일상으로 넘겨 온 것들이 사실은 복잡한 과학 원리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손가락 주름, 찻주전자의 휘파람 소리 등을 다룬다. 2부는 과학자들의 엉뚱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연구를 보여준다. 넘칠 듯 안 넘치는 커피잔에 대한 호기심이 항공기 연료 탱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멧돼지는 똥을 어떻게 누는지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3부는 일반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과학적 가치가 있는 연구들을 소개하고, 4부는 21세기 우주 과학 연구 동향을 전해준다.
저자는 과학을 지식으로만 전하지 않는다. 알아가는 것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 알아가는 즐거움이야 말로 대중과 과학을 연결하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전작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역시 놓쳐서는 안 되는 책이다.
- 추천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내달려도 길을 잘못 들면 무용지물이다. 현대인은 바쁘다. 언제부턴가 바쁨을 입에 달고 산다. 호구지책 탓이리라. 세월은 이럴 때 냉정하다. 뒤돌아본들 후회막급이다. 삶이 고민스러운 건 한번뿐이기 때문이다. 유한하기에 삶은 공평하고 진중한 법이다. 그렇다면 삶의 목적은? 당연히 행복이다. 입신양명이든 자산축적이든 성공이란 이름의 최종종착지는 행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왕왕 길을 잃는다. 과정과 결과를 헷갈려하며 풍요로움 속의 불행과 맞닥뜨린다. 성공과 행복은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극도의 빈곤을 빼면 물질적인 부유함과 정신적인 행복감의 비례관계는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이 적용된다. 역설이다. 많은 학자가 성공했는데도 행복하지 않다는 이들의 호소에 주목, 연구한 결과다.
책의 문제제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성공의 지름길로 통하는 하버드의 불행 원인에 주목한다. 목적 없이 물질적 부(성공)를 좇으니 행복에서 멀어졌다는 이들의 경험치가 토대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이상과 관념이 아닌 현실과 행동에서 행복은 구체화된다. 즉 눈앞의 즐거움을 희생시킨 앞날의 행복은 없다. 책은 ‘성공≠행복’을 반복하진 않는다. 대신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상황논리를 통해 행복기술을 전파한다. 소비현장, 경력관리, 목표수립 등, 매 상황별로 행복을 현실화시키는 전략을 보여준다. 가령 행복을 위한 6가지 습관은 △감사일기 △친절한 행동 △경청 △좋은 일 3가지 △마음 챙김 호흡법 △최고의 모습 상상하기 등이다.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일하도록 마음가짐부터 바꾸라는 조언이다. 현실을 희생하고 더 벌어본들 행복과 무관하니 결과보단 원인에 집중하라고 거든다. 사소한 즐거움에 주목하자는 얘기다. 책은 학문적 행복연구와 무관하다. 내용 태반은 행복기술을 체득하는 행동강령에 할애했다. 따라서 거창한(?) 제목에 현혹될 일은 없다. 그럼에도 방향을 잃기 십상인 우리들에게 행복을 고민하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 그 의미는 적잖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어린이이야기나 그림책에서는 온갖 것들이 의인화된다. 토끼들이 옷을 입고 두 발로 걷고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건 기본이다. 민들레 같은 식물,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스스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독자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일, 그것이 어린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상추씨』는 그런 힘 있는 생명창조의 선상에 있는 책이다. 우리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인 상추. 키우기 쉽고, 값싸고, 요리랄 것도 없이 대충 먹어도 되는 상추. 그런 상추를 이 작가는 어떻게 살려내고 있을까. 표지를 보면 상추 두 장 위에 삼겹살 한 점, 생선회 한 점이 놓여 있다. 상추는 바야흐로 그 고기들과 함께 사람 입 속으로 사라질 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장면일 수도 있다. 이 사이에서 으깨짐으로 생이 마감되는 운명 아닌가. 하지만 상추들은 다소곳이 눈을 감은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팔이나 손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고깃점들을 감싸 안고 있는 것 같다. 빨간 머리 아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생선회를 안은 상추의 뺨에는 하트 모양의 홍조까지 그려져 있다. 이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상추로서의 운명을 전면적으로 수락하며 할 일을 다 하는 데서 오는 성취감을 보여주는 걸까? 각종 천을 정성껏 가위질하고 꼼꼼하게 바느질해 상추를 살려낸 작가는 그런 몸 바침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했던 걸까? 돌담 안에 뿌려진 상추씨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는 과정은 천을 이용한 의인화 일러스트 안에서 사랑스럽게 펼쳐지지만, 그 생생한 얼굴의 상추들이 결국 뜯겨나가 밥상 위의 먹을거리로 놓이는 장면은 엄정한 자연의 섭리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살아가는 일 자체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일이란다. 이런 말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비극이 아니다. 꽃 피운 상추에서 받은 상추씨가 그 삶을 되돌려준다. 그렇게 생명은 이어져가고 그 가운데 한 몫을 담당하는 일은 충분히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상추들이 말해준다.
- 추천자: 김서정(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꿈은 이루어진다.’ 너무 흔히 들어서 이제는 닳아진 기억이 되었다. 기적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기적이라는 말 자체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기이한 일을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작가는 꿈을 가지라고, 살아있는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의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복자 씨는 가난을 불평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서울로 이사 와 공단 근처의 달동네에 정착하여 봉제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면서도 타이피스트의 꿈을 간직하고 열심히 일한다. 우연한 기회에 식잣집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게 되고 컴퓨터를 배워 출판사 편집부 일을 하게 된다. 인쇄소 직원인 착한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던 복자 씨는 도서관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도록 하는 타이핑 봉사를 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남편을 잃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절망의 늪에서 복자 씨를 건져 내는 것은 시각 장애를 가진 열다섯 살 찬민이라는 아이이다. 결국 복자 씨는 찬민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하는 동화 작가가 된다.
작가는 복자 씨의 삶을 통해 이러한 모든 일이 기적이라고, 살아 있는 것이 참으로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마음 깊은 곳에 간절한 꿈을 간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부끄러움 없는 당당하고 성실한 삶을 살아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조용히 이야기를 건넨다. 또한 기적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려 느리게 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주기에 매일 매일이 기적이라고, 그러기 위해 수줍음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타이피스트가 ‘글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동화 작가는 아이들에게 꿈과 기적을 심어주는 식자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 원문내용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도서 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