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었습니다. 원래는 아프리카단결기구(OAU)가 1975년부터 아프리카 난민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던 날인데, 난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주었던 아프리카와의 연대와 함께 많은 나라와 세계 시민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UN이 2001년부터 ‘세계 난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난민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제 경우엔 몇 년 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세살배기 어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난민 정책 역시 제 수준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찾아보니 1994년부터 지금까지 난민신청자는 2만명을 넘어섰고 이 중 1만여명이 국내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들 중에서 약 3%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 국제구호단체 등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GDP 수준 대비 세계 난민에 대해 0%의 몫을 감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난민과 관련해서 국제사회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한국에도 난민이 있어요? – 경향신문, 2017/06/20)
하지만,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섣불리 주장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게 사실입니다. 과거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생각한다면 우리 역시 주저말고 베풀어야겠지만 난민 수용은 자선이나 봉사와는 또 다른 문제들이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마음의 벽을 허물고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필요성을 느낀 건 저뿐만은 아닌 듯 합니다. 최근 난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이 종종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난민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이 겪는 아픔을 담은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꼬마 난민, 아자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난민 문제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자신의 개성과 꿈을 짓밟힌 채 불안정한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난민의 길을 선택한 꼬마 아자다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난민이 왜 생겨나는지 이해하고,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꼬마 난민, 아자다”는 해피 엔딩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지켜본 우리 모두는 희망을 기대합니다. 고통과 억압의 현실 속에서 희망을 꿈꾸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고난의 여정을 선택한 아자다에게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입니다.난민도 우리와 똑같이 소중한 존재이며 그들이 자신의 꿈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림책, 이 세상 모든 어린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그림책 “꼬마 난민, 아자다”입니다.
“긴 여행”은 전쟁 중에 아빠를 잃은 한 가족의 끝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여행을 적나라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겁에 질린 엄마와 두 아이는 아주 작게, 그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들은 비정상적으로 아주 크게 그림으로써 난민 가족의 고통과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들도 먼 곳으로 가고 있었어.
우리처럼 매우 긴 여행일 거야.
하지만 국경을 넘을 필요는 없지.
언젠가 우리도 새들처럼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새로운 삶을 안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엄마의 손에 이끌려 걷고 또 걷는 어린 소녀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희망을 꿈꿉니다. 편안한 집과 안전한 삶, 새로운 희망과 꿈을 향해 걷고 또 걷습니다. 어린 소녀의 희망의 속삭임을 통해 전쟁과 평화, 인권, 난민 등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 “긴 여행”입니다.
“긴 여행”은 난민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탈리아 난민 수용소에서 두 소녀를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강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 후 다른 나라에서 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우린 매일 신문과 방송에서 난민에 대한 소식을 들어요. 하지만 난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들을 수 없지요. “긴 여행”으로 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평화로운 삶에 대한 강한 바람을 느끼길 바랍니다. – 작가의 말
※ 국제앰네스티 홈페이지에서 이 그림책을 활용한 인권 교육 자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 amnesty.or.kr/involved/education/
그림책 “집을 잃어버린 아이”는 난민 문제를 다루고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눔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편견에 대해 일깨워주는 그림책이기도 하구요. 고향을 잃은 카를린은 수많은 마을,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합니다. 세상의 편견에 가로막힌 채 그 어느 곳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카를린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난민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그림책, 나눔과 공존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해주는 그림책 “집을 잃어버린 아이”입니다.
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불가사리는 어디로 갔을까?” 등의 그림책 등에서 간결한 그림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우리 아이들이 재미있게 환경 문제에 다가설 수 있게 해주었던 작가 바루.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 “언제나 환영해!”에서는 환경 문제와 함께 난민 문제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아냈습니다. 빙하에서 떨어져 나간 작은 얼음 조각을 타고 표류하는 북극곰 세 마리. 얼핏 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환경 이야기로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거센 파도와 굶주림 속에서 새로이 살아갈 곳들을 찾아 떠도는 북극곰과 번번이 그들을 거절하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난민들이 겪는 아픔과 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대해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돌아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오랜 역경 끝에 마침내 북극곰들은 정착하고 살아갈 곳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원숭이들이 그들을 찾아와 “함께 살아가도 될까요?” 하고 묻습니다. 그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북극곰들은 입을 모아 외칩니다.
“언제나 환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