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년 4월 이 달의 읽을만한 책 소개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7.04.21 등록일 : 20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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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이 달의 읽을만한 책 소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페미니즘 책이 꾸준히 독자의 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책은 문학 에세이이지만, 단언컨대 그 어느 페미니즘 책보다 강한 여성주의 메시지가 들어 있는 책이다. 책머리에 실린 강렬하고 압축적인 저자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그 글을 인용해, 혹은 표절해 이 책을 소개한다.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벽 앞에서 두려운가? 안일한 타협 대신 지금 여기에서 혁명을 외친 로자 룩셈부르크를 만나자. 바깥일과 가사에 휘둘려 나를 잃어 가고 있다고 느끼는가? ‘집안의 천사부터 죽이라던 버지니아 울프의 외침과 독재적인 가부장제에 틈을 낸 시몬 드 보부아르의 결단이 있다.

남들의 시선에 상처를 받는가? 서둘러 사랑하고 어제보다 오늘을 더 사랑하는 데 정열을 기울인 조르주 상드가 내 자신일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마음이 시린가? 잉크병 하나 감싸 쥐고 여성 작가를 용인하지 않는 세상의 오만과 편견에 맞섰던 제인 오스틴의 열정이 우리 가슴을 데운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가? 네 뼈는 부러지지 않았으니 일어나 걸으라고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격려한다. 내면에 갇혀 답답한가? 매혹하는 모든 것을 향해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전력 질주한 프랑스와즈 사강은 두려움이 없었을까? 지독한 좌절과 고독 속에서도 유리 천장을 뚫고 날아오르길 열망한 실비아 플라스의 인생도 있다.

타인의 고통을 감싸 안는 수전 손택의 속삭임 논 피앙게레(울지 마)!’는 명령형이 아니라 청유형이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 그녀는세계는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전진한다는 괴테의 말을 실천하며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저자의 인생에 추동력이 되어 주었다는 이 열 명의 작가, 타인과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그녀들의 삶은 이 시대에도 끊임없이 영향력을 끼치는 펄펄한 에너지이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2010년 문단에 나온 윤해서 작가의 첫 작품집. 8편을 담았는데 앞뒤로 실려 있는 <테 포케레케레>가 먼저 낯설음을 안긴다. ‘테 포케레케레는 아프리카 원시부족 말로 미지의 어둠이라는 뜻. <[읻다]> <커서 블링크> 같은 제목까지 접하면 머리가 복잡해질 지도 모른다.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갈등이 더해질 수도 있다. 덮을까, 계속 넘길까. 권하건대 맨 뒤에 실린 <테 포케레케레>를 읽고 맨 앞의 <테 포케레케레>로 이동하시라. 마음에 생소한 무늬가 생기면서 상상력이 폭발할 것이다. <[읻다]>까지 접하고 나면 보보투보쿡, 숭고룽고를 읊조리며 리듬을 타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제목 코러스크로노스시간합창이라는 뜻. 그래서 테 포케레케레를 앞뒤에 배치했을 것이다. 소나타 형식이 중간의 발전부를 감싸는 제시부와 재현부로 이뤄진 것처럼. <테 포케레케레>는 문단의 순서만 바꾸어 두 개로 만든 소설이다. ‘왜상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가운데 피로감과 상상을 동시에 몰고 오는 윤해서 만의 독특한 세계가 펼쳐진다. 연결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모호한 시간 속에서 들려오는 합창을 세심하게 들어보라. 생경과 혼돈 속에서 각자의 길을 찾은 독자들에게 작가는 맨 마지막장 작가의 말에서 친절한 얼굴로 다가온다. “시와 소설에 경계가 있다면, 그 사이 어디쯤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먹먹한 순간들이 한순간이라도 멈추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시와 소설의 경계라는 작가의 바람은 실현된 듯하다. 이 책은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언어의 유희와 상상의 진폭이 탕탕 마음을 저격한다. 20억 년 전 진핵세포를 호모사피엔스로 연결한 뒤 인류 역사는 등장의 역사다라는 말로 방점을 찍는가 하면 결국은 과잉의 문제다. 표현의 과잉, 시간의 과잉, 외로움도 과장된다는 말로 허를 찌른다. 영상과 현란함으로 오히려 사람을 단순화 시키는 세상이다. 활자만으로 상상력을 무한대로 뻗어가게 하는 오묘한 소설로 마음을 확장하길 권한다.

- 추천자: 이근미(소설가)

한국 고대사 연구 분야에는 비전문가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이 야기하는 문제는 다양하고도 심각하다. 전문가가 아니라 해서 역사 연구를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학문 분과로서 역사학의 기초조차 무시한, 다른 말로 학문하는 방법과 태도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고민해보지 않은 비전문가들이 다들 자기주장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이다. 더 나아가 자기주장과 다른 내용을 가르치는 학계를 싸잡아 식민사관에 매몰되었다고 매도하기까지 한다. 종교적 수준의 울트라민족주의에 편승한 이런 목소리는 최근에 더욱 심해졌고, 여기에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하나의 권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학문 연구는 간 데 없고,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서라도 자기주장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태도는 폭력일 뿐이다. "학교 강단에 몸담지 않고 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을 예전에는 모두 재야 사학자로 부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학자다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사이비로 부른다. 이는 그들의 연구 방법과 태도가 학문과는 완전히 다른, 일종의 종교적 맹신과도 같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형서점 한국사 코너에 가면 소설 수준의 허황된 책들이 역사학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학계에서는 이런 사이비역사학을 무시해 왔으나, 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역사학 자체가 오염될지도 모르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책을 펴냈다. 전문가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는 서가에 즐비한 책들의 옥석을 구분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한국 고대사를 전공하는 소장학자들이 함께 집필한 이 책은 그 내용이나 수준에서 매우 뛰어난 옥()이다. 한국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다른 동물과 달리 호모사피엔스 종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스스로 되물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인간 외의 생명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유적 본질의 소유자들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지난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인간 본성 담론이 생산된 것은 이러한 인간의 종적 특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행위의 원리와 규범을 다루는 도덕철학 혹은 윤리학의 접근방식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동, 서양의 윤리학설사는 곧 인간 본성관념을 둘러싼 설명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이 말에 조금이라도 동의한다면 새로 나온 책 인간 본성의 역사를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유한다. 흔히 자기변명삼아 하는 말 중에 보다 이란 말이 있지만 1182쪽에 달하는 이 책은 만큼 이라는 평가를 받아 마땅한 역작이다. 인간 본성 개념을 다루고 있는 동, 서양의 뛰어난 사상가, 근대 초기와 계몽기의 독창적인 철학자, ·현대사회과학의 대표적 선구자, 그리고 현대의 진화생물학 및 신경인지과학자들의 견해를 통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책에는 저자의 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남다른 사회참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뚜렷한 주제의식과 함께 강단학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의 가면 속에 숨은 지적 비겁함(?)과는 거리가 먼 뚜렷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어 독자들은 말 그대로 시원한 글맛을 만끽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책의 가치는 조금도 손상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추천자: 허남결(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대통력 탄핵을 둘러싸고 헌법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헌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정의의 개념으로 보장하는 법 체계이다. 독일에서는 국회나 정부는 물론 대법원까지도 그러한 헌법을 위배한 사실이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구가 헌법재판소이다.

이 책은 헌법의 고장인 독일에서 일어난 19개의 헌법논쟁의 사례를 가지고 개인과 국가가 어떻게 법을 의심하고 실천하고 또한 바꾸어 나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법과 정의와 개인과 자유의 네 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연 법에서 말하는 정의와 개인의 자유가 어떻게 어긋나는지 어긋날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를 아주 쉽게 명쾌하게 서술하며 동시에 독자를 새롭고 진지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게 이끈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도 되는가? 무엇이 폭력인가? 실정법과 자연법 중 어떤 것을 따라야 하는가? 사람을 성으로 나누는 것이 과연 필요한가? 공권력의 개인정보 수집의 정당성 문제, 타인의 정보를 유포하는 것과 잊힐 권리, 여성 할당제를 둘러싼 평등의 문제, 인간이 동물과 자연보다 우월한가? 종교의 자유는 불가침인가?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인가? 예술의 자유는 절대적인가? 직장을 위해 개인의 양심은 버려야 하는가? 가족은 무엇인가? 국가는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가? 내 아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권리가 행사될 수 있는가?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도 인간의 존엄성이 부여되어야 하는가? 종신형을 둘러싼 무엇이 정당한 형벌인가? 국가는 테러로부터 개인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 개인의 생명 즉 죽음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등 현실적인 물음에 대한 헌법논쟁을 그 진행의 서술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법을 의심하고 인권에 관심있는 일반 시민 뿐 만 아니라 법조계 사람들과 정치가들에게도 생산적인 지식과 생각의 샘물이 될 것이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인류의 진보, 문명의 발전과 같은 거대한 담론 앞에서 재미와 놀이는 과연 초라한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을까? 재미와 놀이가 진지한 현실과 괴리된 비생산적인 어떤 것으로 치부되는 것은 정말 맞는 것일까? 이 책은 재미와 놀이에 대한 그간의 편견에 반론을 제기한다. ‘Wonderland: How Play Made the Modern World’라는 책의 원제는 재미와 놀이가 오늘날의 세상을 만들었다 혹은 만들지 않았다 여부가 아닌, 만들었는데 어떻게를 이야기한다. 아니 어떻게만들었는지에 대한 책의 전개와 다양한 연구와 사례 등을 앨리스가 경험했던 원더랜드처럼 따라가다 보면, 재미와 놀이가 오늘날의 세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은 정확히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새로운 놀이를 고안하고, 새로운 재미를 좇는 인간의 본질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는 새로운 주장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 즐거운 것을 즐기고 싶은 마음을 인간 존재와 삶의 중심부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재미와 놀이가 여유가 있을 때나 하고, 아니면 마는 정도의 별 볼일 없는 취급을 당하는 현실을 유쾌하게 비판하면서, 패션과 쇼핑, 음악, 음식, 게임 등에서 오늘날의 인류 문명에 담겨진 재미와 놀이의 증거와 이를 통한 진보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재미와 놀이가 오늘날의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오늘 목도하고, 추구하고, 체험하는 재미와 놀이가 인류 문명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알려준다. 놀이동산에 새로운 놀이기구가 들어와서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과 경험을 선물하는 것처럼, 앞으로의 원더랜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짐작할 수 있는 창조적 관점을 선사한다. 익숙했던 재미와 놀이에 대한 낯설게 하기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삶이 가져오는 가치와 의미가 개인의 만족 이상이라고 알려준다는 점에서 반갑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과학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 때는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를 해명할 때다. 하지만 오늘의 과학을 다룬 책은 거의 없다. 신문 기사로 소개되는 내용은 너무 표피적이라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크고 교과서에 실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 직접 접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때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지금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소화하여 다양한 수준의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거간꾼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은 우리나라 대표 과학매체의 편집장들과 과학전문기자, 과학칼럼니스트, 교수와 연구자들이 모여서 지난해의 과학 이슈를 선정하고 직접 집필한 책이다. 벌써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렀으니 이제 이들의 공로를 드러낼 때가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최신 뉴스는 조류 독감, 한반도 대지진, 핵탄두, 미세먼지, 여론조사, 가습기 살균제, 알파고, 선천성 면역, 2016년 노벨상, 중력파,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다. 이보다 더 적절한 이슈 선정은 없다.

물리학자 출신으로 어린이 과학동아초대 편집장을 지낸 과학칼럼니스트 이억주 선생은 중력파라는 이유를 풀어냈다. 중력파가 무엇이기에 과학계가 그토록 떠들썩 했던가? 아인슈타인은 중력파의 존재를 왜 예언했으며, 중력파는 어떻게 검출되었는가? 중력파가 검출되면 앞으로 우리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는 이런 문제를 담담하면서도 명쾌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무조건 쉽게 서술하지 않았다. 독자가 무엇을 더 알아야 할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장점이 있다.

- 추천자: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우리의 스트레스, 그 절대다수는 사람문제다. ·일 등 직접적인 단어·문법은 달라도 행간엔 늘 주변사람과의 갈등관계가 밤잠을 설치도록 강제한다. 그렇다고 관계를 안 맺을 수도 없으니 마뜩찮고 갑갑하다. 세상이란 게 속모를 이들이 모인 거대한 의문부호라면 세상공부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가까우니 휩쓸리고, 멀어지니 쓸쓸하다. 적당한 거리란 그만큼 어렵다.

책은 이 때문에 써졌다. 왜 힘든지, 상대 때문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궁금해 기획했다는 게 여느 실용서적과는 결이 다른, 독특한 글쓰기가 매력인 공학도 출신 현직 교수인 저자의 말이다. 출발은 우리란 말로 내 곁에 깊이 들어온 사람에서 비롯한다. 악마와 천사의 관계변신은 우리로 불리는 멤버일수록 더 잦아진다고 봐서다. 그러니 무엇보다 나를 아는 게 먼저라고 강조한다. 나와 세상, 그 사이를 정확히 볼 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 설정이 가능해서다. 거리 두기다.

책은 위로나 공감보다는 해결책에 방점을 둔다. 사건과 상황의 정확한 구조나 이해관계·역학관계를 파악해 전체를 시스템이란 관점으로 본다. 그 시스템의 빈틈과 균열을 거리조절의 실패로 규정한다. 무엇보다 공학자답잖게 시시콜콜 문학·철학·역사를 뛰어넘는 지적인 비유와 사례로 설득한다. 그 해법으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논리적으로 제안한다. 모두 8가지 거리조절 실패 상황을 던지고 각각의 생존비결을 시스템적으로 내놓는다. 해법은 본인의 자세에서 찾는 게 설득적이다. 가령 휘둘리지 않으려면 상대로부터의 의존성을 낮추라 권한다. 그 상대가 아니라도 충격을 줄이도록 대안인물을 찾는 일종의 분산투자를 제시한다. 버림받지 않자면 상대가 나를 못 버리게 전환비용을 올려버리라고 한다. 또 손해 보지 않으려면 눈높이를 낮춘 원칙으로 상대와 원만한 거리를 가질 것을 권유한다. 핵심은 사이존재, 즉 관계역학(매개)의 이해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삶의 환경이 달라지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아차 하는 사이에 익숙했던 조건들은 뒤로 물러가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새롭고 편리한 것 사이에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옛것을 불러와서 거기서 추억과 위안을 찾으려 한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아마 연탄일 것이다. 연탄 때는 게 어찌 불편하지 않았으랴. 연탄 캐는 일이 어찌 위험하고 힘겹지 않았으랴. 그러나 그 불편함과 위험과 힘겨움 속에 서민적인 것, 따뜻한 것, 협동과 나눔 같은 덕목이 오롯이 들어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연탄의 힘을 어른 세대가 들고 나왔다. 제목도 정겨운 <연탄집>이다. 오래 전 역사도 아니고 작가가 어린 시절을 살았던 가까운 과거의 일화를 끌어오는 일은 자칫하면 옛날이 좋았다, 힘들었지만 인간적이었다는 타령 같은 회고록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그 함정을 가뿐히 피해간다. 엄마 아빠의 합동결혼식, 탄광사고, 연탄배달 봉사 같은 굵직하고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들이 감상에 빠지지 않도록 글은 간결하고 탄력 있다. 연탄에 대한 작가의 복합적인 감상은 나는 연탄도 동생처럼 돌보아야 했다.”라는 짧은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다.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 골목의 정겨운 모습을 그린 <>이라는 책으로 볼로냐라가치 상을 받은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는, 글 작가가 말하지 않은 감상을 은근히 드러내준다. 지금 아이들과는 아무 상관없는 어른들의 옛이야기에 그치지 않도록 인물들을 모두 아이처럼 표현해낸 것이다. 특히 그 조그만 발! 딸을 안고 가는 광부아버지의 장화 신은 발이 아이의 주먹 정도로 조그맣게 그려진 대목은 어른들에게 어쩐지 짠한 감동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친근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책들 덕분에 연탄은 아마도 어떤 시대의 환경, 어떤 세대의 정서를 대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편적인 삶의 조건과 감성을 투영하는 오브제로 끊임없이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추천자: 김서정(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시간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순간은 어디일까?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미래의 어느 날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든지, 복권 번호를 알아온다든지 하는 소원을 말한다. 반면에 나처럼 연식이 좀 된 사람들이라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결정적인 과오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것 같다. 아마도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과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은 미래가 궁금하고 살아온 날이 많은 사람은 후회가 많은 법이니까.

이 책의 주인공 앨 초드리는 열세 살 생일 선물로 5년 전 돌아가신 아빠의 비밀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서 아빠는 시간 여행이 가능한 타임머신을 개발했고 그 기계를 타고 1984, 즉 아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빠의 죽음을 가져오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면 아빠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앨은 여러 번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어린 시절의 아빠를 만난다. 앨의 시간 여행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과학적 지식이 없더라도 문학적 상상력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책이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이지만 분량이 400쪽을 훨씬 넘는다. 우리의 고학년 동화들이 100쪽 내외가 대부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과 서사에 빠져드는 독서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서도 풍성한 장편 동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타임머신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 속에서 늘 살아있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원문 참고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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