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10월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

'시'그널 보내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23.10.25 등록일 : 2023.10.25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시'그널 보내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에서는 매달 작은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읽는지 소개하는 '#작은도서관 #무슨책읽어?'를 진행합니다. 이번 달 주제는 '시'그널 보내로 시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은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도서들을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세요.




글자동물원

이안 저자 · 최미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동시를 먹고, 동시를 걷고, 동시로 사는 ‘이안’의 새 책

시인 이안의 일상은 동시 그 자체이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을 꾸려 두 달에 한 번씩 동무들과 발송하고, 국내 최초 동시 전문 팟캐스트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도 진행한다. ‘권태응어린이시인학교’의 교장으로 해마다 시를 닮은 아이들을 만나고, 평론을 쓰고, 전국의 학교나 창작교실 등에서 동시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느라 봄에 문 앞에 심은 믿음직스러운 아주까리 형님에게 날마다 인사한다. “저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글자동물원』에는 그렇게 부지런히 동시를 살아 낸 시인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차곡차곡 쌓여 딱 알맞게 발효한 동시들은 감동적인 풍미를 선사한다. 화가 최미란의 그림은 시인의 표현대로 “시에 까륵까륵 사랑스런 간지럼을” 태우는 듯 조잘조잘 즐겁다.

절대 이 책을 거꾸로 꽂지 마시오

절대 이 책'릉' 거꾸로 꽂지 마시오

문이 곰릉 열고 탈출할 수도 있음

_ 「른자동롬원」

이 시의 마지막 행을 읽고 곰이 문을 열어야지 문이 곰을 열다니, 이거 인쇄가 잘못된 거 아냐? 하고 생각한 당신은 멀쩡한 어른이다. 이성과 교양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춘 훌륭한 사회 구성원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반면 잠시 고개를 갸우뚱한 후에 책이나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 보고 아하, 하고 웃은 당신은 조금 이상한 어른이다. 아니면 어린이다.

‘문’이나 ‘곰’ 같은 명사보다는 ‘릉’이나 ‘?’처럼 중요하지 않은 글자를 먼저 읽는 당신에게 세상은 다소 냉담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을 풍요롭고 살 만하게 하는 것은 그 모든 작고 사소하고 이상하고 엉뚱한 일들이며, 그것들은 멀쩡한 글자를 ‘괜히’ 뒤집어 보는, ‘시인’의 눈에 의해서만 발견된다는 것을.



내 심장은 작은 북


송현섭 저자 · 정인하 그림 | 창비 | 2019년

전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상상력!

어린이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동시집

송현섭 동시집 [내 심장은 작은 북].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3회 동시 부문 대상작인 이 책은 기발함을 넘어 깊은 시적 울림을 준다.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다. 타인의 비극은 곧 독자 자신의 비극이 되어 절절히 다가온다. 송현섭 시인의 시는 ‘동시’ 하면 익숙한 다정하고 순진한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기호 3번 안석뽕』 등 주옥같은 창작동화와 숱한 화제작 들을 발굴해 온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3회 동시 부문 대상작 『내 심장은 작은 북』이 출간되었다. 공모를 시작한 지 23년 만에 탄생한 첫 동시 수상작이다. 송현섭 시인의 날카로운 호기심과 기발한 상상력은 독자를 순식간에 낯설지만 친근하고 기묘하면서도 특별한 동시 세계로 끌어들인다. 유머와 그로테스크가 넘실대는 동시는 어른이 만든 고정관념을 부수고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내 심장은 작은 북』에는 죽음을 다룬 시도 여러 편 실려 있다. 화자인 바위가 검은 구름에서 아빠의 그림자를 보고 목 놓아 울고(「울보 바위」), 길고양이는 담담한 모습으로 죽은 새끼를 묻는다(「죽은 발」). 시인은 죽은 자들을 애도하며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시인은 묘비도 없이 사라져 간 보통의 존재들을 노래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송현섭 시인의 시는 ‘동시’ 하면 익숙한 다정하고 순진한 세계와는 거리가 멀다. 시인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구속받지 않는 상상력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숨통이 트이는 듯한 해방감을 준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그림자를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로 나와 타인의 삶을 사유하게 한다. ‘어마어마한 거인’인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려 온 새로운 동시다.




꼬리를 내게 줘

김미혜 저자 · 안난초 그림 | 창비 | 2021년

“다음에 태어날 땐 꼬리를 내게 줘”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를 기꺼이 보듬는 김미혜 시인의 동시집

섬세한 눈길로 어린이의 마음과 자연의 모습을 그려 온 김미혜 시인이 『안 괜찮아, 야옹』 이후로 6년 만에 네 번째 동시집으로 돌아왔다. 민들레꽃, 나팔꽃, 아기 고양이 같은 작은 생명체부터 돌고래, 멧돼지, 코끼리 등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고통받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온 생명을 향한 사랑이 독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며 시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숨김없이 자기 마음을 드러내는 강아지처럼 진솔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사랑을 표현하고, 때로는 씩씩한 태도로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고 맞서기도 하는 매력적인 동시집이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로 그리는 김미혜 시인이 네 번째 동시집으로 돌아왔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첫 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2005),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은 아이가 슬픔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이 담긴 『아빠를 딱 하루만』(2008), 자연의 생명체들과 깊이 교감하며 쓴 『안 괜찮아, 야옹』(2015, 이상 창비)에 이어 6년 만에 내놓는 동시집이다. 20년 넘도록 동시를 써 온 시인은 오랜 기간 전국의 초등학교와 도서관으로 동시 강연을 다니고, 동시 놀이책 『신나는 동시 따 먹기』, 동시 그림책 『꽃마중』 등을 내며 동시를 중심으로 작품 영역을 넓혀 왔다. 이번 동시집에 담긴 56편의 작품에는 동시와 함께 걸어 온 시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안 시인은 해설을 통해 “시인의 목소리가 어린이에서 엄마-어른 보호자로 이동”했다고 하면서 “인생과 세계에 드리운 그늘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동시집에는 김미혜 시인의 순수한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을 써 본 날

김봄희 저자 · 권소리 그림 | 상상 | 2023년

평범한 우리가 펼치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우산

이 동시집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거나, 컵라면을 나눠 먹는 등 우리가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을 동시의 배경으로 삼는다. 특별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풍경을 동시의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 쉽게 동시의 장면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다.

김봄희 시인은 섬세하게 말을 고르고 다듬어 독자들에게 내놓는다. 마침표, 쉼표, 큰따옴표 같은 문장 부호들이 독특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동시들을 보면, 시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하며 동시를 썼는지 알 수 있다. 동시의 구조를 짜는 데도 많은 신경을 기울인다. 동시의 배경이 되는 장소와 시간, 화자를 비롯한 인물, 벌어지는 사건을 적절히 구조화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동시를 하나의 장면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고, 구체적 장면은 독자들이 동시를 직접 느껴 볼 수 있게 만든다. 이 동시집이 보여 주는 장면들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우리가 생활하며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 독자들은 동시의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생생한 동시들은 그 자체로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동시의 등장인물들이 보여 주는 행동도 의미 깊게 다가온다. 텅 빈 국숫집에도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평범한 가족이 손님이 되어 줄을 서 주거나(「줄」), 집이 없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종이로 집을 만드는 아이들의 모습은(「간판 하나」)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배려와 사랑의 가치를 알게 해 준다.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

임수현 저자 · 윤정미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철컥철컥, 눈먼 할머니가 수놓은 환상 세계

실뭉치를 돌돌 풀면 시작되는 이야기

『외톨이 왕』으로 제7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허공으로 붕 떠오르지 않고 현실과 강하게 결속돼 있는 환상성”(이안)으로 날마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아이들을 응원해 온 임수현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을 들고 찾아왔다.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 명랑한 아이의 음성으로 들려오는 제목을 지나면, 저 먼 보름달 뒤에서 눈먼 할머니가 철컥철컥 베를 짜다 멈추고 손을 흔든다. 시인의 작품 곳곳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눈먼 할머니’가 비로소 이야기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고유하고 신비로운 나라로 아이들을 이끈다. 생명을 관장하는 삼신할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전래동화 모티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서사와 유머를 장착하고서.

세 살 때 눈이 멀게 된 할머니의 사연으로 문을 여는 이 동시집은, 덕분에 얻은 비범한 능력과 다양한 표정으로 한 아이의 몸과 마음을 훌쩍 키워 낸 할머니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세상 모든 할머니들이 그러하겠지만 이 할머니 역시 조금 특별하다. 거칠거칠한 손바닥으로 배를 문지르며 노래를 불러 아픔을 낫게 하는가 하면(「뱃노래」), 앉았던 자리마다 콩 싹이 트고 호박 넝쿨이 굴러 나오게 만든다(「쑥쑥 길어지는 이야기」). 할머니의 비범함은 독 속 뱀의 목소리로, 마당 안 닭의 목소리로, 긴 나뭇가지 팔을 한 눈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져 어딘가 더 신비롭다. 아이의 탄생부터 오늘까지, 모든 순간을 아이와 함께했던 눈먼 할머니의 이야기 타래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후반부에는 해설 대신 시인의 이야기 「눈 밝은 할머니가 있는 집」을 수록해 시를 쓰게 하는 관계의 힘, 추억의 힘을 시인의 목소리로 찬찬히 들려주며 환상과 일상이 조물조물 뭉쳐진 시 세계와 그 기원을 풀어 나간다. 그리운 존재를 그리워하는 법, 사랑하는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말하며 이 여리고 단단한 마음들이 하얀 눈처럼 소복이 쌓여 한 작품이 만들어졌음을 이야기한다. “어린이의 겉이 아닌 내면에 더 가까이 다가간 동시”(이안)로 시인이 앞으로 펼쳐 나갈 작품 세계의 단단한 초석으로 굳게 자리할 시집이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자 ·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2015년

둥근 대추 한 알, 그 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대추 한 알』은 장석주 시인의 시 《대추 한 알》의 행간에 담긴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 시는 2009년 가을 광화문 ‘광화문 글판’으로 걸리면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는데요. ‘대추 한 알’이라는 다소 작게 느껴질 수 있는 존재에 태풍과 천둥과 그리고 벼락까지 담아낸 시입니다. 대추가 가을이면 영글어 붉고 둥글어진다는 당연함에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있을까?’,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있을까?’하고 질문을 던진 순간, 그 대추는 태풍과 천둥벼락, 무서리 땡볕을 견뎌낸 놀라운 존재가 됩니다. 비와 바람과 햇빛 달빛, 그리고 세월의 축복을 받은 귀한 존재가 됩니다. 나아가 그 모든 것과 인연을 맺은 관계 속의 존재가 됩니다. 그 시련과 축복과 그것을 주고받고 견디고 품는 인연과 관계가 곧 우주의 내용이니, 얼핏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대추 한 알 속에 온 우주가 있는 것이지요.

어떤 이는 값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건강을 생각하며, 대부분은 그냥 입에 침이 고일 대추 앞에서, 시인은 태풍과 천둥과 벼락의 개수를 세고, 무서리 내리고 땡볕 쏟아지며 초승달 뜨고 진 나날들을 헤아립니다. 어쩌면 ‘그냥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의 ‘삶’ 역시 모든 것을 견디고, 세월의 축복을 받은 귀한 존재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림책의 글은, 2009년 가을 광화문 교보빌딩에 ‘광화문 글판’으로 걸렸던 시 [대추 한 알]의 전문입니다. 1998년 고은의 시 [낯선 곳]을 필두로 1년에 네 번 철이 바뀔 때마다 문학작품의 감동적인 글귀들을 선정, 게시해 오고 있는 ‘광화문 글판’은, 도심 한 가운데서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합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또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위로를 받기도, 자긍심을 되찾기도 했다 하지요. 이 소개 글을 쓰고 있는 편집자도 그때 받은 감동을 책으로 만들어 표현하고 싶은 소망을 품어 오다가, 6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실현했습니다.




출처 :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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