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詩에 취한 밤
가락몰도서관
詩에 취한 밤
가락몰도서관의 2월 북큐레이션 '詩에 취한 밤'을 소개합니다. 시와 관련된 추천도서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낯익은 시 낯설게 읽기』
오성호 저자 | 이학사 | 2014년
시를 푸는 단 하나의 열쇠를 거부하는 ‘즐거운 반란’이 시작된다!
오랫동안 시들에 대한 특정 해석들은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낯익은 시 낯설게 읽기』의 저자는 그동안 강단에 서오면서 가져온 우리의 시 교육에 대한 불만을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한 해석에 독점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수많은 독자의 체험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방식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는 우리 문학사의 정전들에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근대 초기 청년들의 고뇌를 보여주는 주요한의 《불노리》, 기억의 마술과 고향의 심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정지용의 《향수》,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등 정전으로 간주되는 우리 문학사의 대표적인 시들을 불러낸다. 각 시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과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우리 문학사를 종횡으로 누비며 책에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들은 오랜 해석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오랫동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쳐왔을 뿐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구절쯤 줄줄 욀 수 있는 국민적 교양에 해당하는 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들에 대한 특정 해석들은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왔고, 「진달래꽃」은 이별의 정한을 「풀」은 민중의 생명력을 노래했다는 식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 이미 정답처럼 박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특정한 해석에 독점적인 권위를 부여하고 수많은 독자의 체험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는 방식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시인이자 20년 가까이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강의해온 국어교육 전문가이다. 지은이는 그동안 강단에 서오면서 가져온 우리의 시 교육에 대한 불만을 이 책에서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시를 정답 맞추기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시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미 정형화된 해석의 틀에 갇혀 있는 우리 문학사의 정전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구체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각 시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과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고 우리 문학사를 종횡으로 누비는 지은이의 필력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위를 누리고 있는 해석에 반대하고 대안적인 해석을 내놓는 이 책의 시도는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독자들의 주체성과 창의성을 질식시키는 해석의 권위에 반대하는 이 무모한 시도가 비로소 시를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느끼게 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관성화된 시 읽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동시에, 오랫동안 사려 깊게 시를 읽어온 한 독자가 보여주는 즐거운 시 읽기의 가능성이다.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묻는다. ‘마음챙김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마음놓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삶에 대한 성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손 대신 시를 건네는 것은 어떤가. 멕시코의 복화술사, 영국 선원의 선원장,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신세대 시인들, 그리고 라다크 사원 벽에 시를 적은 무명씨. 고대와 중세와 현대의 시인들이 나와 타인에 대한 운율 깃든 성찰로 독자를 초대한다.
아름다운 시들을 모았다고 해서 좋은 시집이 되지는 않는다. 진실한 깨달음이 시의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 백만 독자의 찬사와 인기를 얻은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15년 만에 류시화 시인이 소개하는 마음챙김의 시들. 삶의 무늬를 담은 한 편 한 편의 시가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머리가 뜨거워지면 시가 찾아온 것임을 나는 안다.’고 에밀리 디킨슨은 썼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말을 거는 시가 있고 문학적 실험을 추구하는 시가 있다. 물론 그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시도 있지만, 심장을 건드리는 시는 확실히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이다. 삶에 대해 말할 때 우리가 읽는 시가 그런 시들이다.
우리가 숨을 고르고 미지의 책을 읽는 이유는 삶과 세상을 보는 저자의 시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 시각은 다름 아니라 ‘충분히 존재하기’, 그리고 ‘우리는 조금 돌기는 하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시와 산문을 쓰고, 명상서적을 번역하고,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 류시화는 다음 작품을 믿고 기다리게 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마음챙김의 시〉는 그 기대에 대한 성실한 응답이다. 우연히 날아온 어떤 시는 감각만으로도 놀라우며, 어떤 시는 그 자체로 우리 자신이 되고, 어떤 시는 뜻밖의 위안을 주면서 감동의 두께는 책의 두께와는 관계없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다. 눈으로만 읽어도 좋고, 소리 내어 읽어도 좋고, 누군가에게 읽어 줘도 좋다. 좋은 시집은 다른 차원의 의미와 생의 감각을 선물하며, 마지막 시를 덮은 후에도 오랜 여운이 남는다.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저자 | 느린걸음 | 2022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가슴에 벼락 같이 꽂히는 한 줄의 시詩를 만난 적이 있는가. 내 안의 나를 흔들어 깨우는 목소리, 어둑한 앞길을 비춰주는 빛과 같은 문장을. 때로 그 한 줄에 기대어 힘겨운 날들을 버텨내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그런 시를. 상처 난 우리 가슴은 간절히 시를 부르고 있다. 세상의 분노와 혐오에 휩쓸릴 때, 하루하루 내 영혼을 잃어갈 때, 이 세계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무력하기만 할 때. 바로 그때, 박노해의 시를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시집”이 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이후 12년 만에 박노해 시인의 신작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가 출간된다. 3천여 편의 육필 원고 가운데 301편을 묶어 펴낸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입에서 입으로 낭송되고 사랑받은 시들, 그러나 책으로는 처음 출간되는 「너의 하늘을 보아」, 「별은 너에게로」, 「살아서 돌아온 자」, 「경계」, 「이별은 차마 못했네」, 「동그란 길로 가다」 등의 시도 함께 담겨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밤하늘의 북두칠성처럼 언제나 나의 길을 밝혀줄 301편의 시를 건네며 박노해 시인은 말한다. 자신의 삶이 빚어낸 이 시들은 이제 그대의 시이자 우리의 시라고. “나의 시는 어둠과 눈물 속에서 암시暗示받은 암시暗詩일 뿐, 이 시는 그대의 것이다. 그대가 말하라. 자신의 것으로, 자신의 삶으로, 자신이 싸워낸 진실로.”
박노해 시인의 시는 쉽다. 난해한 의미를 해석하느라 복잡하게 머리를 맴돌지 않고 바로 가슴으로 꽂히는 시이다. 기교와 장식 없이 시퍼렇게 벼린 시어들은 단순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리듬감에 흡입력이 있어, 마침표 한 번 찍지 않고 끝까지 휘몰아치며 빠져들게 한다. 내면의 심연에서 우주의 대서사시까지, 그 시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단숨에 이끌며 시를 읽는 순간 그것을 ‘체험’시켜 버린다. 박노해의 시는 생생히 살아있다. 눈물이 터지는 시, 웃음이 나오는 시, 가슴에 불을 붙이는 시, 고요히 잠겨드는 시,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 제대로 웃고 제대로 울면서 ‘내 안에 이렇게 많은 내가 살아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저자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영혼의 부서짐을 예민하게 감지한, 소설가 한강의 첫 번째 시집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첫 번째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능력과 욕망에 대해, 그리고 말과 더불어 시인이 경험하는 환희와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가 한강의 시집이다. 마치 소설 속 고통받는 인물들의 독백인 듯한 비명소리를 드러내어, 영혼의 부서짐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이 책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뜨겁고도 차가운 한강의 첫 시집은 오로지 인간만이 지닌 ‘언어-영혼’의 소생 가능성을 점검해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이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 2013)를 출간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올해로 등단 20년차인 한강은 그간 여덟 권의 소설 단행본을 출간하는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한강의 시집은,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말과 동거”하는 숙명을 안은 채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문학평론가 조연정)을 발견해가는 시적 화자의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 빛-무늬처럼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염된다.
『i에게』
김소연 저자 | 아침달 | 2018년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만난
우리의 바깥을 이야기하다
서늘하고도 애틋한 언어로 사물의 실존과 사유의 심부를 밝혀온 김소연이 다섯 번째 시집 『i에게』를 출간했다. 2013년 『수학자의 아침』(문학과지성사)으로부터 5년 만이다. 1993년 등단 이후 여러 권의 시집을 내고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의 입지와 영향력을 확고히 한 김소연이 신생 출판사 아침달에서 신간을 펴내는 일은, 늘 씩씩하게 낯선 곳으로 향해 움직이는 그의 시적 행보와도 닮아 있다.
38편의 시와 시인 유희경의 발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우리’라는 주어의 배면을 살핀다. 유희경이 “순한 말을 참 날카롭게도 벼려 놓았”다고 표현한, 가깝고도 먼 간격을 가진 단어들이 “한 번도 원한 적 없는 이 세계에서” 시작된 우리의 처음과 끝 사이에 놓인다. 표정은 숨기면서도 곁에는 있고 싶어 서로의 뒤쪽에 있으려 하는 우리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온갖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 혼자가 되는 두려움, 성장에 대한 두려움, 차별에 대한 두려움, 진실을 마주하는 두려움, 생존 위협에 따른 두려움…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일이 두려움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소연의 이번 시집에는 두려움, 공포와 죽음을 환기하는 말과 이미지들이 자주 등장한다. “들끓는 것들을 제거해야 소원을 이루는/무더운 여름의 무서움”에 대해, “버려지면 좋았을 내가 남몰래 조금씩 미쳐”가는 일에 대해, “사나운 꿈”이 “이마를 열어젖히는” 일에 대해, “해일처럼 거대하고 끔찍한 내가” 나를 덮쳐오길 기다리는 일에 대해 김소연은 쓰고 있다. 그러한 끔찍함에 대한 인식들은 김소연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서늘한 목소리와 맞물려 한층 더 무서운 것들로 변모한다.
하지만 한편 김소연은 그러한 두려움들을 피하거나 진정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소연은 “귀여운 병아리들이 무서운 닭이 되어 제멋대로 마당을 뛰어다니다 도살”되는 풍경을 “좋았다”의 직유로 사용하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김소연은 말한다. “공포를 아는 얼굴”이 “가장 원하던 얼굴”이라고. 그러한 의미에서 김소연은 무서운 것들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귀한 미감을 가진 시인이다. 마침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아름다움을 다하여 나는 시를 쓰는 중이다./죽이는 소리에 죽는 소리를 입혀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저자 | 휴머니스트 | 2020년
시를 잊고 사는 이 세상 모든 이에게.
교사는 마치 제사장처럼 경전을 대하듯이 주석을 덧붙이며 시를 읽고, 학생들은 그 주석을 열심히 받아 적고 암송하며 시의 낭만과 아름다음과 진실들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저자 정재찬 교수는 이러한 문학 교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양 강좌 ‘문화혼융의 시 읽기’를 개설했다.
정재찬 교수가 개설한 강좌에는 공대, 의대, 법대 등, 시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온 학생들이 대부분이다.『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다. 저자는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이 책을 통해 시를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돌려주고자 했다.
친숙한 46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여 문학으로부터 독자를 소외시키고 마는 현 문학교육의 엄숙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문학작품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진실로 좋아하는 시 한 작품이 있어야 스스로 작품을 찾아 읽고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몇 차례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자신의 일상을 시와 함께 읽고 쓰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수법을 실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업과 취업 사이에서 지쳐있는 학생들은 시가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비추는 듯 공감했고, 직접 글을 쓰며 스스로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는 비단 공대생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시를 잊은 모든 이들에게 책은 다시 시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줄 것이다.
출처 : 가락몰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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