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ㅊㅊㅊ 청소년 그래픽 노블 추천도서

겨울에 어울리는 그래픽 노블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23.01.20 등록일 : 2023.01.20

ㅊㅊㅊ

겨울에 어울리는 그래픽 노블


ㅊㅊㅊ(청소년 책 추천)의 청소년 그래픽 노블 추천도서 '겨울에 어울리는 그래픽 노블'을 소개합니다. 

<겨울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한 살 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에 서글픈 생각도 들지만, 새해에 일어날 새로운 일을 떠올리며 설레기도 한다. 겨울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이럴 때 몰입하여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깊게 생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픽 노블을 몇 권 권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눈, 물


안녕달 저자 | 창비 | 2022년

모두가 사랑하는 작가 안녕달

새롭게 선보이는 묵직한 장편 서사

사랑스러운 판타지 세계를 만들어 온 안녕달 작가가 신작 『눈, 물』로 성인 독자를 위한 이야기를 새롭게 선보인다. 녹아서 사라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투하는 여자의 시공간을 그린 이번 작품은 어둡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면서 경계 밖에 있는 소외된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지, 그들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지켜 낼 수 있는지 묻는다.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작가의 색다른 감수성을 엿보는 동시에 장편 서사를 만들어 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눈부신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세상에 지워져도 괜찮은 존재는 없음을,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권리가 있음을 말하는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눈, 물』은 공들여 직조한 스토리와 섬세한 시공간 묘사, 다양한 화면 연출로 긴 호흡의 이야기를 시작부터 끝까지 단숨에 펼쳐 내는 기술이 압권이다. 특히 여자의 집과 도시, 두 공간을 철저히 대비시킴으로써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작고 초라한 여자의 집은 안팎이 모두 텅 비어 진공 상태와 같다. 이런 여자의 공간은 환상의 공간인 것 같지만, 도시의 거대한 빌딩 숲을 경계로 하여 밖으로 밀려나 버린 모습을 묘사한 장면을 보면 어느새 현실의 특정 장소를 떠올리게 된다. ‘경계 밖의 존재’인 여자가 겪는 도시는 북적이지만 아무도 진짜 소리를 내지 않는 음소거된 공간이며, 오직 시계 소리만이 법처럼 크게 울려 퍼지는 곳이다. 여자의 집에서 희미하지만 따스한 웃음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려왔던 것과는 대비되며, 소중한 것이 있는 곳은 쉽게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여자가 도시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비행기, 에어컨 등 비인간 형상의 탈을 써야만 하는데, 이런 설정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도시 공간의 일면을 쓸쓸하게 짚기도 한다.

책장 넘기는 속도를 조정하여 이야기 흐름에 완급을 준 연출도 노련하다. 작은 그림 컷들을 찬찬히 읽어 가게 하는 와중에 여자가 도망치듯 뛰는 모습은 책장을 연달아 넘어가게 하여 가쁜 호흡으로 보여 주고, 여자가 팔던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함으로써 여자가 가진 어떤 것으로도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망적으로 깨닫게 한다.




옥춘당


고정순 저자 | 길벗어린이 | 2022년

“슬픈 세상에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

작가 고정순이 그려 낸 노을처럼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어린 손녀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할아버지 고자동 씨와 할머니 김순임 씨는 기차역이 있는 작은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두 손을 꼭 잡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던 늘 다정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정 많고 따뜻한 할아버지는 낯을 많이 가리던 할머니에게 남편이자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폐암 말기 선고를 받게 되고, 짧은 시간을 뒤로 할머니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에 조금씩 말과 기억을 잃어 가고, 오직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동그라미만 그리면서 또 다른 시간에 갇히고 마는데….

고정순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화책 《옥춘당》은 제사상에서 가장 예쁜 사탕 옥춘당을 통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애틋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리며 만든 이야기입니다. 알록달록 동그란 옥춘당처럼 달달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한 그리움으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스러지기에 아름답고 가슴 저릿한 노을빛 사랑을 만나 보세요.

할아버지는 제사상에서 가장 예쁜 사탕을 할머니의 입 안에 쏙 넣어 주며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사랑의 향기에 할머니의 얼굴은 소녀처럼 붉고, 환하게 물들었죠.

요양원에서 종일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리던 할머니. 옥춘당이 주는 달콤함과 동그란 모양은 어쩐지 둥글둥글 사람 좋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꼭 닮아 있습니다.

‘사탕의 맛’ 시리즈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사탕만큼 여러 가지 모습을 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옥춘당》(고정순 글·그림), 첫사랑을 소재로 한 《연두맛 사탕》(이네 글·그림), 자매간의 사랑에 관한 《오늘 넘긴 페이지》(메 글·그림),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에 관한 (가제)《민트맛 사탕》(김소희 글·그림), 친구간의 사랑에 관한 《별사탕》(이와 글·그림)까지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된 ‘사탕의 맛’ 시리즈는 동그란 사탕처럼 돌돌 굴러가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다채로운 스타일과 구성의 만화로 꾸몄습니다. 우리 곁에 자리한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사탕의 맛’ 시리즈와 함께, 사랑 가득한 세상을 맛보세요!




주름: 지워진 기억


파코 로카 저자, 성초림 번역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삶의 끝자락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며 싸워야 하는 ‘노화’와의 전쟁을 그린 수작!

스페인의 그래픽 노블 작가 파코 로카가 쓰고 그린 <주름_지워진 기억>은 한 요양원을 배경으로 한다. 살아온 삶도, 이곳까지 오게 된 사연도 각자 다르지만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함께하는 이들의 요양원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전직 은행장 출신 에밀리오가 아들 내외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입원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에밀리오는 자신의 병세를 전혀 모른 채, 바쁜 자식들이 자신을 귀찮게 여겨 요양원에 오게 된 줄로만 알고서 다른 노인들에게도 시큰둥할 뿐이다. 이러한 그를 스스럼없이 챙겨 주는 이는 룸메이트 미겔. 미겔은 요양원 노인 가운데 가장 의욕적이고 건강한 듯하지만 외로움으로 인한 도벽을 철저히 숨긴 채 생활하는 뻔뻔한 사기꾼이기도 하다.

미겔의 도움으로 에밀리오는 요양원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해 나가지만, 안온한 생활도 잠시뿐. 간호사의 실수로 자신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은행원이라는 직업적 특성에 비추어 에밀리오를 살펴보면 이성적이고 꼼꼼하며 매사에 철저했던 그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사실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매일 같은 시각에 일어나 단정한 차림으로 출근하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에밀리오.

그가 과거에 연연하며 매일매일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현재의 모습은 유능하고 젊은 은행장 에밀리오와 완전한 대비를 이루며 알츠하이머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처럼 <주름_지워진 기억>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마저 지워 버리는 알츠하이머의 실상을 한 편의 드라마로 촘촘하게 엮은 작품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떠올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작가는 매우 면밀하고 생생하게 그린다. 누군가는 출세 가도를 달리던 날의 기억이, 또 누군가는 육상 트랙을 누비며 메달을 목에 걸던 날의 기억만이 남은 생을 끝까지 살게 하는 힘이라는 점이 절절히 와닿는다.

그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찬찬히 책장을 넘겨 보지만 잔혹한 노화와 세월은 추억도, 사랑도 송두리째 지워 버리고. 백지가 된 기억의 페이지를 이들은 어떻게 마무리할까.




제철동 사람들


이종철 저자 | 보리출판사 | 2022년

쇳가루 냄새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공단 마을 제철동

보리 만화밥 12번째 책 《제철동 사람들: 공단 마을 이야기》가 출간됐다. 《까대기》로 ‘2019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이종철 작가의 신작으로 3년 만에 선보이는 그래픽노블이다. 포스코로 잘 알려진 경북 포항의 공단 마을 제철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일곱 살 강이는 제철동 상가 거리에서 식당을 하는 부모님과 함께 식당에서 만난 이모들, 제철소 노동자, 한동네에서 자란 친구들과 친척들까지 여러 사람과 관계 맺으며 성장한다. 《까대기》 이후 한층 더 성숙한 이종철 작가의 만화는 강이의 성장기와 함께 포항의 특수한 지역 정서와 사회상을 따뜻하게 담았다. 2021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경상북도 포항 남구에는 제철동이 있다. 형산강과 냉천 사이의 외곽지대였던 이곳은 1970년대 세계적 규모의 포항제철(포스코)이 세워지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제철동’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은어잡이로 유명했던 농촌 마을 제철동에는 포항제철 직원들을 위한 주택 단지와 제철소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상가 거리가 생겨난다. 그렇게 제철동은 공단과 주택 단지, 상가, 농촌, 달동네가 어우러진 공단 마을이 된다.

주인공 일곱 살 강이는 제철동에서 ‘상주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식당에 딸린 단칸방에서 생활한다. 상인, 농부, 하청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들이 사는 상가 마을과 포항제철 정직원이 사는 주택 단지의 풍경이 비교돼 가끔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강이는 쇳가루 냄새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자신의 동네가 좋다.

제철동에서 강이는 ‘식당 아들내미’로 불리며 여러 사람과 관계 맺으며 성장한다. 그중 날마다 노동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에게 시선이 닿게 된다.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들, 손님으로 만나 삼촌이라 불렀던 타지에서 온 제철소 노동자, 시장 상인, 농부, 다방 누나, 건설 인부, 인력소장, 외국인 노동자…. 무엇보다 그 시절 강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건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강이는 포항 시내에서 전학 온 친구 동민이를 따라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만화를 그리며 자신이 만난 마을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꿈을 키운다.




인공지능 유리


피브르티그르, 아르놀드 제피르 저자,  김희진 번역, 엘로이즈 쇼수아 그림 | 탐 | 2022년

‘인공지능 유리’의 개발자가 직접 들려주는

인공지능의 현재와 미래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얼굴을 인식하여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해 주고, 인공지능이 쓴 스포츠 경기 기사를 읽고, 인공지능이 예측한 날씨 예보에 따라 우산을 챙기며 집을 나서고, 인공지능 채팅봇과 채팅을 하고,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으로 이동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미래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인간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막연하게 인공지능이 적인지 친구인지 헤아려 보며 두려움과 환상을 오간다면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 유리_그래픽노블로 만나는 AI와 미래》에는 인공지능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이 충실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공지능 유리의 개발자인 저자는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는 방법,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 그리고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 책은 오디션 프로그램 현장에서 시작합니다. 블라인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합격한 뮤지션 유리. 심사 위원들은 그가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에 당황합니다. 논란 속에서 유리는 점차 유명해지고, 사람들은 유리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합니다. 유리는 트위터 챗봇이 되어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 유리에게서 인격을 느끼고, 위로를 원합니다. 인공지능 유리를 보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찾아와 아들의 데이터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달라고 사정하기도 하지요. 급기야 대중들은 유리에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유리의 개발자들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유리를 TV 토론회에 출연시키기로 합니다. 인공지능 유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정치적 요구에 대해 뭐라고 답을 할까요? 정말 인공지능이 정치를 대신할 수도 있을까요?

적어도 많은 직업을 대신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이 벌이는 시위에서 인공지능 유리의 개발자는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역, 변호, 마케팅, 시장 분석, 물류 관리는 물론 경영을 맡은 사장님도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하지요. 지난 세기 산업 로봇이 단순 노동을 대체한 것처럼 이제 인공지능은 지적 노동을 대체할 거라고요.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그리고 개발자는 덧붙여 설명합니다. 이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거라고요. 좋은 데이터베이스를 선별하는 데이터 과학자, 인공지능 교육자, 인공지능 심리학자도 필요하게 될 거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과 우리의 관계가 바뀔 거라고요.

《인공지능 유리_그래픽노블로 만나는 AI와 미래》는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는 데 도움을 주는 첫 번째 책이 되어 줄 것입니다.




표범이 말했다


제레미 모로 저자, 이나무 번역 | 웅진주니어 | 2022년

‘소피아, 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위대한 숲의 현자, 표범의 연설이 시작된다

『표범이 말했다』는 특별한 죽음을 맞은 물소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타조, 새로운 세상을 보려 필사의 도전을 한 찌르레기, 세계의 시작을 찾기 위해 자신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코끼리, 으리으리한 궁전 같은 집을 찾았지만 외로움에 시달리는 소라게, 엄마의 죽음을 기리는 원숭이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표범의 연설로 막을 내린다. 이 여섯 가지 이야기는 죽음, 아름다움, 외로움, 자유 의지, 역사의 상대성, 사랑 등 다소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우화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그렸다.

〈개구리와 전갈〉이라는 우화가 떠오르기도 하는 물소 이야기는 본능과 이성, 인간을 동물과 다른 존재이게 하는 인간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며, 누군가는 불가능할 거라 비웃는 일에 묵묵히 도전하는 강한 의지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 것 같은 이 세상에 우리는 그 틈새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스스로를 ‘소라 집과 과거의 삶을 짊어지고 헤매는 저주받은 방랑자’라고 말하는 소라게의 독백은 가슴을 묵직하게 두드린다. “누구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순 없어.” 세상의 기억을 책임져야만 했던 코끼리는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무거운 의무에서 벗어난다. 그 흔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는 코끼리의 뒷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야생에서 죽음의 무게는 모두 같다는 명제도 개인의 슬픔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엄마의 죽음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찬란하게 죽음을 기리는 동물을 원숭이(유인원)로 그리고 ‘호모’라 이름 붙인 것은 단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 질문과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독자를 짧지만 아름다운 사유의 여행으로 초대한다.

『표범이 말했다』는 죽음, 외로움, 역사의 종말 등의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림만큼은 부드럽고 화사하다. 선은 단순하며 이미지는 순수하고 색채는 밝은 것이 특징이다. 큰 판형에 잘린 조각과 프레임을 사용한 현대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환하고 독특한 컬러를 사용하여 활기차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출처 : ㅊㅊㅊ

https://bookteen.net/winter_graphicnovel/

https://bookteen.net/atumnal_graphic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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