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4월 추천목록

4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4.01 등록일 : 2016.04.0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_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2016년도 4월의 읽을 만한 책>



문학예술

/288/14,500

서재하면 곧 남자의 공간이 연상되는 환경에서, 여성 작가들은 어디에서 글을 썼을까? 박완서 선생은 아이들이 어릴 땐 식탁 주변을 맴돌며, 때론 방바닥에 엎드려 글을 썼노라 했다. 방송작가인 친구는 베란다 구석자리가 명당이었다 하면서, 마감에 쫓겨 안방 병풍 뒤에 모신 아버지의 주검 옆에서도 글을 쓴 적이 있다는 살벌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버지니아 울프처럼 일찍이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성 작가는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110년이 넘는 노벨문학상 역사상 여성 작가가 14명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글쓰기는 누가 뭐래도 고독하며, 고도의 몰입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 책은 서양의 여성 작가 35인의 그 치열한 작업 공간을 들여다보는 카메라이다. 저자 타니아 슐리는 편집자 출신의 작가답게 광범위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작가들의 개성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만 보아도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영감을 받을 것이다. 당당하다. 눈빛이 강하다. 그녀들이 앉아있는 그 공간의 무게와 밀도가 우리를 잡아당긴다.

가사(家事)를 거부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는 주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났다. 열아홉 살에 슬픔이여 안녕으로 일약 스타가 된 프랑수아즈 사강은 담뱃불로 탁자를 지져대며 타자기를 두드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작업실은 가족들이 깨어나기 전의 식탁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고, 여건을 핑계대지 말라고 준엄하게 말한다. 거트루드 스타인은 피카소, 마티스 등 당대 화가들의 걸작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아틀리에가 작업실이었다. 화가들의 실험정신을 세례 받은 스타인은 화단의 큐비즘을 언어의 무대로 가져왔다.

이제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누구의 글이든 실리는 시대, 당신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 가운데 어느 유형인가? 카페? 술집? 피시방? 도서관? 식탁? 나만의 아지트? 근사한 서재? 어디서든 명작은 태어나리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360/15,000

사람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가. 우리들의 삶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가. 고통과 상처를 딛고 피어나는 꽃의 향기를 맡고 싶을 때가 있는가. 바로 그 때 우리를 품어주는 것은 시다. 망설임 없이 시를 읽으며 치유의 길을 살필 수 있으니 시는 인류를 위해 태어난 참 고마운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외롭게, 때로는 아프게, 우리는 이 바쁜 현대를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우리들에게 마음을 다잡게 하고, 스스로의 삶에 길을 묻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중국 역사를 빛낸 시인들인 이백, 도연명, 두보, 굴원, 신기질, 소식 이렇게 여섯 명의 대가들이 어떻게 뜨거운 삶을 살았으며, 또한 그 삶을 어떻게 시로 빚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문장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고 있다. 유구한 중국 역사에서 삶에 일깨움을 주는 명시와 탁월한 시인들을 엄선해내는 방대한 작업을 수행해온 저자 모리펑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작품 자체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 선별하고 소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썼다.”고 밝히고 있어, 이 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견고하다.

소인배가 되지 않으려면 자존심부터 길러라’(이백), ‘도덕 상실의 시대, ‘평범함이 덕이다’(도연명),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천하를 품다’(두보), ‘평탄하지 않아도 고결할 수 있다’(굴원), ‘현실 너머가 보이면 두려움이 사라진다’(신기질), ‘낙천적 천재가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소식) 와 같은 소제목 몇 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마음은 평온해지고 시적 여운이 번져온다. 삶의 지혜가 찾아오는 듯하다. 이들 시인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평가한 책 말미의 에필로그도 재미있게 읽힌다.

나를 지켜낸다는 것이 소중한 가치로 다가오는 요즘, 이들 명시에 담긴 참된 가치를 읽기 위해 이 책을 곁에 두고 두고두고 곱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절로 범속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는 자신이 보일지도 모른다. 삶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인문학

/274/18,000

극젱이, 끙게, 번지, 주루막, 부뚜, 어리, 부리망. 이 단어들은 무슨 뜻일까? 아니, 어느 나라 말들일까? 21세기한국의 도시인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이들 용어의 뜻을 알고 있을까? , 개상, 길마, 맞두레, 자새, 통가리, 워낭. 이들 단어는 또 어떤가? 이쯤 되면, 그 의미는 잘 모르더라도 이들이 한국어 낱말임을 알아채기는 어렵지 않다. 혹시 농촌생활에 필요한 어떤 도구 이름 같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이런 짐작도 어쩌면 워낭소리라는 영화 덕분인지 모르겠다. 앞에 열거한 단어들은 모두 농촌의 삶 내가 밴 추억의 낱말, 곧 갖가지 도구 이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시대 같은 먼 옛날의 도구만은 아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일상처럼 다루던 것들이다. 어쩌면 지금도 동네에 따라서는 집집마다 몇 개씩은 갖고 있는 현재형도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을 살피는 일은 단순히 농촌의 풍경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넘어,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대한민국이 밟아온 삶의 여정을 역사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흙과 함께 삶을 영위해 온 한국인의 경험을 농기구라는 미시사적 접근을 통해 모아 정리한 글이 바로 이 책이다. 기계화로 인해 지금은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서 우리와 일상을 함께 하던 것들에 대한 은은한 역사서이다. 사진도 많이 수록해 각종 도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 아니라 읽는 이의 흥미도 돋운다. 30년 넘게 농부로 사는 동안 온몸에 각인된 삶의 흔적들을 저자가 직접 감칠맛 나게 글로 엮은 수작이다. 병원에서 태어나 아파트에 살면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21세기 한국인들이지만,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에 대한 향수와 회귀본능이 꿈틀거린다. 시간이 없어 죽겠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며 회색빛 도시에서 쳇바퀴를 도는 우리네 현대인이 잠시 마음속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다 읽고 책을 덮을 때는 마음에 전해오는 여운이 깊고도 길게 남을 그런 책이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468/18,000

우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안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에 따라 계획성 있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시간은 그저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것을 과학적인기준으로 측정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느끼는 바대로 질적인 차이를 가진 경험일까?

이 책에서 저자들은 사람에게는 모두 나름대로 시간을 인식하고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간관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자신의 시간관이 모든 사람들에게도 다 맞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산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시간관을 과거 부정적, 과거 긍정적, 현재 숙명론적, 현재 쾌락적, 미래 지향적, 초월적인 미래 지향적 시간관으로 나눈다. 각 시간관들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지만 한 가지 시간관에만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과거, 현재, 미래를 혼동하는 것은 정신분열증이고 미래에 편향되어 있는 것은 편집증, 현재에의 편향은 인격 장애, 과거에의 편향은 불안 장애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긍정적 시간관은 행복한 추억을 끌어올려 현재에 만족하게 만들지만 지나친 후회나 자책, 원망은 전진하는 발목을 잡는다. 현재 쾌락적 시간관은 오늘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지만 지금 주어진 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은 절망과 포기의 길로 빠지게 한다. 미래 지향적 시간관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으며 노력하게 해주어 성공으로 이끌지만 지나치면 현재를 미래에 저당 잡히고 자신을 소진시키는 피로사회의 자발적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따라서 어느 하나에 편중된 시간관보다는 여러 시간관을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사용하는 유연하고 균형 잡힌 시간관을 가져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 단어 순위에서 1위가 시간, 3위가 해, 5위가 날이라는 점과 돈이나 섹스보다도 시간이라는 말이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시간의 프레임 속에서 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사회과학

/336/17,000

우리는 상대방을 인자함, 위엄 있음, 거드럭거림, 선량함, 흉맹함, 합리적 혹은 타협적임, 고지식함, 경건함, 방탕 혹은 반항적임 등등의 말로써 인식하고 평가한다. 이를 흔히 개인의 타고난 성품이거나 혹은 사회적 조건과 환경에 적응하는 하나의 전략적 행동이라고 한다. 후자의 이론에 의하면 같은 사회적 구조와 환경에서는 사람들은 동일한 행위를 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개인은 얼굴 표정, 걸음걸이, 화장과 옷차림, 말씨와 말투와 단어, 자세와 동작, 찡그림과 미소와 호탕한 웃음, 조심하기, 용감성과 결단력 등을 구사함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인식을 받으려는 소위 자아연출을 시도한다.

저자 고프만은 극장과 연극의 개념을 원용하여 개인들이 사회의 구조기능주의적인 행동 법칙을 벗어나서 각자가 자신의 무대를 설정하고 그 구조에 대응하여 자아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을 연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일상의 다양한 사회적 공간을 하나의 무대로 보고 그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상대방 혹은 자신을 대하는 관객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것에 따라 특별한 행동과 분위기를 생산해 내는가를 관찰한다. 곧 한 개인이 무대의 앞과 뒤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갖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자아연출과 상대방 읽기는 숨겨진 사회적 상황과 개인의 욕망 사이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관계의 실천이라 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 등 행동과학에 신선한 지평을 열었다. 그의 이론적 시각을 통하여 자신과 타인의 관계와 행위를 재점검하는 융합적 시각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또한 인간에 대한 관찰의 깊이와 넓이를 명쾌한 방식으로 개척해 나가는 노력이기도 하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264/13,800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궁금한 내용에 관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이지만, 묘하게도 이 책이 제시하는 단어들은 그간 우리의 궁금한 내용에 들지 못했을 만큼 익숙한 것들이다. 특히 책에서 여러 유명 브랜드 내지는 상품명을 접할 때면, ‘내가 왜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해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조차 들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여러 외국 단어들의 유래를 출발점으로,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로벌한 세상에서 문화 내지는 다양성이라는 이슈는 중요하지만 어쩐지 일반인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학술적 주제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친숙한 단어와 연결하여, 그렇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대충만 아는 가벼움은 훌쩍 넘어서는, 문화와 다양성에 관한 딱 좋은정도의 지식과 정보를 담아내고 있다. 책 제목의 산책이라는 표현이 와 닿는 정도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이끈다.

우리가 갖는 여러 가지 욕심 중에 지적 허영심은 지나치게 과시하지만 않는다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건전한 욕심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적 허영심을 채워줌과 동시에,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풍부하고 흥미로운 대화의 소재를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많은 수가 앞부분만으로는 낡은 책, 뒷부분으로 갈수록 새 책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독서 생활에 있어 중요한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Aussie 오지; 황무지에 숨겨진 호주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 ‘loo ; 영국인, 그들만의 화장실’, ‘pomodoro 포모도로;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등 여러 단어들과 그 숨겨진 이야기들이 사진 또는 그림과 함께 편안하게 담겨 있다. 테마가 있는 세계 여행을 꿈꾼다면, 이 책을 통해 단어와 어원에 따른 세계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자연과학

/477/22,000

현대인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많은 질병은 사실 유전자 결함이나 신체적 결점 때문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인류와 오랜 시간 공생해온 존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나타난 질환이다. 바로 우리의 미생물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말에 고스란히 요약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제 우리 몸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안다. 내 몸에서 인간의 세포는 10%에 불과하고, 유전자로 따지면 겨우 0.5%를 차지할 뿐이다. 나머지는 공생하거나 기생하는 미생물의 것이다. 그러니 내 몸은 사실 미생물 생태계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항생제 치료 뒤에 온갖 병치레를 하다가, 몸의 미생물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깨달았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천식, 알레르기, 자폐증은 드문 질병이었다. 반면에 지금 사람들은 예전에 드물었던 그런 21세기형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비만, 장염, 충수염, 그 외의 자가면역 질환도 흔하다. 또 한 가지 현상은 그런 질병에 주로 걸리는 이들이 노인이 아니라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을 항생제 등의 남용으로 우리 몸 속 생태계가 균형을 잃은 데에서 찾는다. 예방 접종과 항생제는 천연두를 없애고 각종 감염병을 억제함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는 21세기형 질병들에 시달리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역사적인 흐름을 개괄한 뒤, 이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들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생쥐를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이 비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실험도 있고, 제왕절개술과 아기의 감염, 알레르기 장애, 자폐증 사이의 관계를 다룬 연구도 있다. 게다가 대변을 받아 그 안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환자에게 먹임으로써 대사증후군을 치료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런 연구들은 아직 유아기에 있으며, 반박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이 중요하다는 증거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 책은 그 흐름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실용일반

/192/13,500

공부는 평생화두다. 학령기가 끝났다고 손 놓으면 더 나은 삶은 사라진다. 향상(向上)심은 인류 발전의 원천욕구 아니던가. 하물며 생존환경이 빡빡해진 현대사회에서 공부는 불편·불안·불만을 통제하는 중대한 추동엔진이다. 공부라는 게 바늘구멍이라는 표현처럼 노력 대비 효과의 논공행상은 차치하고 불행 행복의 연결지점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잘 살아냈다는 사람치고 평생 배우지 않은 이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평생학습이다. 실제 학습능력은 중요한 생존무기다. 일이 되게 하자면 판단력과 사고력이 필수다. 효율적 학습능력의 부재는 장수사회 생존을 위한 최적화의 포기로 해석된다. 문제는 공부법이다. 가뜩이나 피로하고 시간조차 별로 없는 현대인에게 무작정 공부는 의욕만 저하시킨다. 학습 클리닉까진 아니라도 본인에게 맞는 공부법의 수요는 그래서 많다.

책의 의도는 여기에 있다. 현대인의 공부 필요에 주목, 인문과학자 7인의 공부법을 배워 본인에게 체화해보자 권유한다. 정신건강 전문의답게 저자는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동서고금 7인의 학습법을 인지과학·두뇌유형에 적용해 해설한다. 이중 본인유형을 찾아 벤치마킹하자는 게 핵심이다. 재미난 건 정약용의 공부법(메타인지)이다. 익숙한 말로는 격물치지(格物致知) 학습법이다. 방대한 학문 분야를 어마어마한 연구실적으로 승화시킨 다산의 공부법은 한 우물 파기다. 깊이 연구하면(格物) 지식기반은 저절로 넓어진다(致知)는 주의다. 하나씩 완벽하게 깨쳐가는 것이 모든 걸 아는 열쇠인 셈이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 근본 뿌리를 파헤침으로써 온전히 자기 것을 만들면 수백 권을 읽는 효과가 기대된다. 가령 수학개념의 이해 없이 문제풀이만 반복한들 무의미한 것과 같다. 다산의 공부법 중 현대인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 메모정리다. 모르는 게 나올 때 메모를 해두고 반복해 이해함으로써 기록의 힘을 믿어보라는 메시지다. 또 원리를 다루는 고문(古文)을 먼저 하되, 그 근본은 책읽기에 있다고 가르친다. 수학실력의 절반은 국어실력이란 말처럼 개념을 알아야 응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유아아동

/48/13,000

무시무시할 정도의 디테일,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엄중한 주제. 그림책 작가 이기훈의 작품 세계이다. 그는 첫 작품 양철 곰부터 볼로냐 라가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BIB(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어린이 심사위원 상 수상 등 예사롭지 않은 주목을 받아왔다. 인류가 탕진한 지구를 양철 곰이 자신의 몸이 녹슬어 스러지도록 바쳐가며 회생시킨다는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책 빅 피쉬는 노아의 방주를 뒤집는 패러디였다. 물을 뿜어낸다는 전설의 빅 피쉬를 잡아온 인간이 그 물을 독점하려다 홍수에 휩쓸린다는 스토리. 방주에 올라탄 것들은 인간을 뺀 모든 동물이었고, 동물들이 허우적거리는 인간들을 내려다본다는 결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인간들은 구석기인이었으니, 인간의 재앙스러운 탐욕은 고대부터 SF적 미래까지의 인류 역사를 통과하는 이 작가의 가장 첨예한 문제의식이었다.

세 번째 책 은 약간 다른 주제를 보여주는 듯하다. 엄마가 냉장고에 넣어둔 달걀을 몽땅 꺼내 이불 속에 묻고 품는 아이. 그 달걀에서는 사슴에서 기린까지, 온갖 동물들이 깨어나고, 아이는 그 동물들을 엄마 몰래 먹여 키우느라 여념이 없다. 천진한 아이의 유희 정신, 동물과 인간의 어울림이 펼쳐지는 흐뭇한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디테일과 밝지만은 않은 색감, 강에서 오리 배를 타던 아이와 동물들이 폭포에 떨어져 바다로 쓸려가고, 거대한 고래에게 삼켜져 그 뱃속을 헤매는 장면들은 이 이야기를 그저 귀여운 아이의 상상으로만 밀어놓을 수는 없게 만든다. 더구나, 역시 충격적인 결말이라니. 아이가 없어진 후 사진을 들여다보며 슬퍼하던 엄마 앞에 오리 한 마리가 날아와 놓고 간 것은, 하얀 알 하나다. 엄마가 품어주면 거기서 아이가 짠, 하고 깨어 나올까? 하지만 의혹에 잠긴 엄마의 표정, 알을 덮치는 듯한 엄마의 손이 유난히 강조되는 구도는 그런 낙관을 주저하게 만든다.

작가는 전작 두 편과 달리 결말을 열어 놓는다. 어떤 독자는 이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책이라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려울 것 같다양철 곰어린이 심사위원들에게서 상을 받은 만큼, 아이들의 상상은 더 다채롭고 광활하게 펼쳐질 것 같다. 이렇게 어렵고 무거워 보이는 책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내는 작가, 알아봐주는 독자가 있어서 그림책 세계는 더 풍성해진다.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184/11,000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차이 / 단지 한 개의 차이 / 우는 사람 옆에 사람() 하나 있어주면 된다네.”

몇 년 전 국어시간에 형민이라는 아이가 쓴 시의 한 부분이다. 시옷()을 사람인()으로 보고, 우는 사람 옆에 사람 하나 있어주면 웃는 사람 된다는 참신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최우수상을 줬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힘이 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이라도 옆에 있어 준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12살배기 소년 잭은 자꾸만 엉뚱한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 이유는 늦둥이 동생 애니의 돌연사로 인해 일상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있는 엄마가 어서 빨리 웃음을 되찾기를 바라서이다. 잭이 무엇인가 엉뚱한 도전을 하면 크게 웃어주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흔들의자에 오래 앉아있기, 날계란 많이 먹기, 소시지 빨리 먹기 등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새로 이사 온 여자 친구 케이트의 명랑함과 다정함에 이끌려 터놓고 고민을 나누는 사이가 되고 엄마의 회복을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잭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케이트는 물론 케이트의 엄마인 리바인 아줌마, 사촌 앨런의 도움을 받아 잭은 특별한 도전을 하고 그 덕분에 잭의 엄마는 기운을 차린다. ‘사랑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때도 있단다. 상대방이 그 사랑을 느끼고 안심하도록 해 주는 거지.’라는 리바인 아줌마의 말처럼 엄마를 향한 잭의 사랑이 엄마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 것이다.

잭이 엄마를 위한 특별한 도전에 성공하는 장면에서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감동을 받는 이유는, 우리 인간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려는 신의 섭리인지도 모른다. 잭의 말처럼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것이 나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마음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스스로 슬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옆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 사랑의 온기를 담은 눈길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의 차이는 단지 사람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이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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