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경기도메모리 2022 경기도메모리 책드림 꿈드림 추천도서

시를 읽는 마음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22.08.10 등록일 : 2022.08.10

경기도메모리

시를 읽는 마음


경기도메모리 '책드림 꿈드림 ; 2022 경기도 책나눔 독서교육 워크숍'의 '시를 읽는 마음' 추천도서를 소개합니다. 동시, 시를 노래하는 그림책, 청소년, 성인 시집 4개 소제목 별로 2권씩 총 8권을 추천하였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동시

웨하스를 먹는 시간


조정인 지음, 전미화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웨하스 포장을 뜯을 때는 마음부터 바스락거린다

포장지 붉은 줄을 떼어 내는 손끝에서 자그만 행복이 실눈을 뜬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은 조정인 시인의 『웨하스를 먹는 시간』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동시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2010년대를 통과해 2020년대를 시작하는 지금, 동시를 읽고 동시를 쓰는 사람들 앞에 도착한 이 작품을 열어 보는 일은 붉은 줄을 당겨 포장을 뜯는 일처럼 설렐 수밖에 없다. 20여 년의 시력詩歷을 지닌 조정인 시인만의 언어가 서른여섯 편의 작품 안에서 바스락거린다. 심사위원 유강희, 송찬호, 김개미 시인은 『웨하스를 먹는 시간』에 담긴 “감각의 세밀화를 완성시키는 겹눈의 시선” “새로운 층위의 동심을 일깨우는 자기만의 어법” “행간에 빽빽이 담긴 빛과 공기의 질감”을 발견하였다.

동시집을 펼치면서 가장 먼저 독자의 감각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것은 마치 그린 듯한 시각적 이미지들이다. 빽빽한 잎 사이 작은 검정이 나하고만 눈을 마주치는 또렷한 기쁨의 순간부터 사나운 바람이 여름 잎사귀를 붓 삼아 창유리를 때리며 그리는 격렬한 감정까지, 순식간에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을 새겨넣는 작품이 여럿이다.

시인의 대상을 향한 지극한 관찰과, 철저한 탐색 끝에 선택된 언어들은 시라는 형식 안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뛰쳐오르고 솟구친다.

“시인의 뛰어난 회화적 묘사는 마치 대상을 시각 이미지로 탁본한 듯 한 컷 한 컷 생생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우리 ‘심장’에 물빛 무지개를 아로새기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 힘에 의해 우리는 세계의 심연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갈 수 있다.” 해설을 쓴 유강희 시인의 말처럼 이 독보적인 능력에는 로켓의 발사체처럼 우리를 한달음에 차원 너머로 보내는 힘이 있다.

억수로 달고 단단한 시편들이 새로이 독자들에게 찾아갈 준비를 마치고 도도록하게 담겼다. 『달려라 오토바이』 『너였구나』 『그러던 어느 날』 등의 그림책을 통해 박력 있는 서사를 지어 왔던 화가 전미화는 『웨하스를 먹는 시간』의 세계를 신나게 걸어 탐험했다. 물기 많은 색조와 유쾌한 묘사들을 섞어 감정의 셈여림을 리듬감 있게 표현한 전미화의 그림이 시와의 만남을 한층 즐겁게 할 것이다.




문혜진 시인의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


문혜진 (동시)지음, 정진희 그림 | 비룡소 | 2016년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인의 엄마표 말놀이 동시집

『문혜진 시인의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엄마의 말을 이제 막 알아듣기 시작하고, 말문도 갓 트인 생후 12개월경부터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할 놀이, 장난감 놀이 시간, 밥 잘 먹기, 옷 입기, 잘 자기, 대소변 가리기 같은 생활 습관을 까르르 웃음 터지는 재미난 의성어로 쓴 말놀이 동시 2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동시 한 편 한 편에는 방긋방긋 웃고, 후루룩후루룩 먹고, 씽씽 다다닥 움직이고, 다르랑다르랑 잠드는 표정과 손짓과 모습들이 보드라운 색감과 익살스러운 연출로 그려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에 담긴 흥겨운 리듬과 재미난 소리를 살린 의성어들을 만나 보세요. 노래처럼 리듬감이 가득한 동시에는 의태어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정서도 담겨 있습니다.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시로 부모와의 유대감을 키우고, 정서적 안정감도 채워주세요!

문혜진 시인은 국내 최대 시 문학상인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아름다운 우리말에 담긴 흥겨운 리듬과 재미난 소리를 살린 의성어 동시집을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으로 집필하였다. 신나는 의성어를 반복하여 노래처럼 리듬감이 가득한 동시와 엄마 아빠의 따듯한 사랑과 다정한 정서가 담뿍 담긴 동시를 만날 수 있다. 엄마 아빠가 의성어 동시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깊어지고, 부모와 유대감도 끈끈해진다.

동시 한 편 한 편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방긋방긋 웃고, 후루룩후루룩 먹고, 씽씽 다다닥 움직이고, 다르랑다르랑 잠드는 표정과 손짓과 모습들이 보드라운 색감과 익살스러운 연출로 그려져 있어 아이들이 책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아이들이 동시를 들으면서 눈으로 그림을 보게 되어, 언어를 이미지화하여 낱말의 의미를 유추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언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22~48개월 때까지『문혜진 시인의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을 읽어 주면, 아이의 언어 감각을 자극하여 정서가 풍부하고 언어 표현력이 뛰어난 아이로 자라날 것이다.

만 1~4세 아이들은 곁에서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모가 하는 반복적인 말과 행동을 보면서 언어와 생활 습관을 하나씩 배워 나간다. 반복은 발달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학습 형태로, 아이가 태어나서 반복적으로 많이 듣는 말 ‘엄마’를 아이가 가장 처음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리듬과 운율이 반복적인 소리를 좋아해 낱말과 문장이 반복되는 의성어 동시를 들려주고, 함께 말놀이를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의 언어 발달과 표현력이 길러진다.『문혜진 시인의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으로 아이와 함께 즐겁게 말놀이하는 방법을 전한다.




시를 노래하는 그림책

석수장이 아들


신동준 지음 | 딸기책방 | 2021년

손짓으로 겨루는 입씨름 한 판

〈지하철은 달려온다〉를 통해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신동준 작가가 2년 만에 색다른 그림책으로 어린이 독자를 찾아왔다. 매번 신선한 시도로 그림책의 가능성을 넓혀왔던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요, 〈석수장이 아들〉에 생소한 이미지를 연결해 색다른 방식의 그림책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 벌어지는 친구들 사이의 입씨름은 말 그대로 ‘칼로 물 베기’다. 자존심을 건 말싸움이기도 하지만 유쾌한 말놀이기도 한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논리 비약이 오가는 중에도 아이들은 나름 논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자기들 나름의 승패를 가른다.

〈석수장이 아들〉은 아이들의 입씨름을 생생하게 옮겨 놓은 것 같은 전래동요다. 석수장이 아들의 친구가 석수장이 아들에게 묻는다.

“너두 이담에 석수장이 되겠네.” 석수장이를 깔보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석수장이 아들은 발끈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입씨름은 시작하기도 전에 친구 녀석의 승리로 끝날 터, 석수장이 아들은 짐짓 허세를 부린다.

“그까짓 석수장이. 나는 이담에 사냥이나 다니려구.”

본격적인 입씨름이 시작되었다. 석수장이 아들이 사냥을 다니면 자기는 해가 되어 땀이 줄줄 나게 하겠다는 친구, 친구가 해가 되면 구름이 되어 해를 가리겠다는 석수장이 아들, 바람이 되어 구름을 날려 버리겠다는 친구… 두 아이는 더 강한 것, 상성이 우세한 것이 되겠다며 말싸움을 이어간다. 이어가던 말싸움 끝에 석수장이 아들은 석수장이가 가장 강한 대목에서 논쟁을 마친다.

“아까 내가 말을 잘못했네. 나는 나는 이담에 석수장이가 된다네.”

‘잘못했네’라고 하지만 말싸움에서 승리한 건 석수장이 아들 같다. 친구가 깔보려 했던 석수장이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여실히 보여주었으므로.

레고도 핸드폰도 없던 시절,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친구가 필요했다. 마을 동무들의 놀이는 편을 나누는 가위바위보로 시작되었다. 운동장을 뛰어놀다 지친 아이들은 동그랗게 모여앉아 묵찌빠놀이를 했고 혹시라도 전기가 끊어진 방에서는 촛불을 켜놓고 손가락으로 그림자놀이를 했다. 손짓은 즐거운 놀이 방법이었고, 중요한 표현 수단이었다.

전래동요 〈석수장이 아들〉이라는 글을 읽다가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 작가는 즐거웠던 손짓의 추억을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영상이 쏟아져 나오는 한편, 중요한 만남조차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다. 아이들은 사각의 모니터를 통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만나며, 선생님과 급우 또한 같은 방식으로 만난다. 한 공간에서 사람 각자가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느끼며 깊이 공감하는 기회가 줄다보니 만남의 깊이는 한 없이 빈약해졌다. 어린 독자들이 이 그림책을 보며 명료한 언어 외에 다양한 손짓과 몸짓을 통해 서로 더 깊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집 하늘


전병호 지음, 김주경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한 아이의 하늘에 대한 마음을 담은 동시에

정갈하고 상상력 넘치는 그림을 더해 시각적으로 그려낸 시그림책

집들이 닥닥 붙어 있는 작은 산동네에 사는 아이. 아이가 집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옆집 담과 벽으로 둘러싸인 마치 네모난 구멍을 통해 보는 것같이 작고 네모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보는 하늘은 작고 네모난 하늘이 아닙니다. 아이가 바라본 하늘은 어느새 넓디넓은 바다가 되고, 밤을 밝게 비추는 보름달과 저 멀리 떨어진 별까지 펼쳐지는 끝없는 아이(나)만의 하늘이 됩니다.

시그림책 《우리 집 하늘》은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하고, 한국동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전병호 시인이 힘든 어린 시절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보며 마음에 위로를 받았던 감정과 추억을 담아 쓴 동시 〈우리 집 하늘〉에 잔잔하고 따뜻한 정감 있는 그림으로 아이의 하늘에 대한 마음과 끝없이 펼쳐지는 하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저마다 하늘을 보고 느끼는 느낌이나 감정과 그 속에서 펼치는 상상의 나래는 다릅니다. 《우리 집 하늘》 그림책 속 하늘은 집에서 바라본 네모나고 작지만, 어느새 구름이 네모 속 하늘로 들어와 비를 내리고, 비가 내려 생긴 작은 웅덩이에 비친 하늘은 넓디넓은 푸른 바다가 됩니다. 아이는 이 바다 속을 물고기와 돌고래와 함께 신나게 헤엄을 칩니다. 아이는 바다 속에서 다시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로 한 걸음에 올라갑니다. 보름달 위에서 바라보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진 밤하늘은 이제 아이만의 하늘이 됩니다.

그림 작가는 책에 그림을 그릴 때, 어린 시절 장독에서 상상하며 바라보던 하늘을 생각하며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아이의 감정과 하늘을 닥닥 붙은 집과 네모난 하늘, 웅덩이, 바다, 밤하늘의 별과 보름달로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힘들고 외롭지만 하늘을 보며 위로를 받는 아이의 마음을 따뜻한 파스텔 느낌의 정갈한 그림으로 시각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와 어른 독자들은 파란 바다가 되었다가 끝없이 펼쳐지며 변하는 하늘 그림을 보면, 시인과 그림작가와 같은 상상을 하거나 예전에 마음속에 그렸던 자신만의 하늘을 다시 마음에 띄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림을 통해 위로와 쉼, 힐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집 하늘》은 하늘에 대한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동시와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저마다 자신이 마음에 다른 상상을 하며 담을 수 있는 또 한 편의 시가 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청소년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

고통에 민감한 소년의 눈으로 바로보는, 이토록 씩씩한 서정의 세계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생명력 넘치는 활달한 언어와 삶의 풍경을 투시하는 세밀한 묘사가 어우러진 단정한 시 세계를 펼쳐 온 이병일 시인의 청소년시집 '처음 가는 마음'이 ‘창비청소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하면서, 틀에 박힌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시간과 과거의 시간을 복원해 내면서 우리를 뒤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시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편들은 따뜻한 공감을 자아내면서 “그동안 잃어버린 행복과 서정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들어간다”(주민현, 발문). 정서적으로 불안한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이 시집은 이병일 시인의 첫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36번째 권이다.

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자기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렇다 보니 “이따위도 저따위도 아닌 감정들”('담아본다, 나를')이 들끓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방황을 하기 마련이며, 때로는 “아빠 가슴에 대못을 박”('꼴에 쥐띠라고')는 일탈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자유 없이 산다는 건 끔찍한 일”('속초 바다에서')이라며 “빨리 어른이 되어서 독립”하여 “제멋대로 하고 싶”('내가 가장 예뻤을 때')은 마음만 간절하다. 그렇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무사태평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비록 “그저 그런 학생”('하여간')으로 살아가지만 “진척 없는 나의 미래”('금방 갈게')를 곰곰 고민해 보기도 하고, “세상의 소리”('나는 복도체')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내가 가장 예뻤을 때') 조금씩 알아 간다.

시인은 첫 청소년시집을 펴내면서 "나의 과거를 톺아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면 좋겠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에게는 어떠한 고통과 절망에도 짓눌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서 “깨끗하고 밝은 곳”('나의 첫 관심'),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야 한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다. 질풍노도의 울퉁불퉁한 이 시간을 “처음 가는 마음”('내가 가장 예뻤을 때')으로 밝고 씩씩하게 견디어 나간다면 “이제는 어떤 일도 두렵지 않을 것 같”('대학 입학 원서')은 자신감이 솟아날 것이다. 이 시집이 그러한 희망을 안겨 주리라 믿는다.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신지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다르지만 같은 동글게 동글게 뭉치는 마음”

집과 집 사이를 연결하는 동네라는 시

시, 소설, 평론,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멀티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지영 시인의 청소년시집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가난, 재개발, 따돌림,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결손 가정과 다문화 가정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루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차분히 들여다보았다. 시집을 읽다 보면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쓸쓸한 풍경이 마음속에 들어앉아 뭉클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은 따뜻한 감성과 섬세한 묘사로 소외된 존재들의 여린 마음을 살피는 시인의 진솔한 목소리에 동감하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는 「넌 아직도 몰라도 돼」(북멘토, 2012)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신지영 시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이자 ‘창비청소년시선’의 서른여덟 번째 권이다.

시집의 주요 무대는 서울 변두리 동네다. 서울의 맨 가장자리, 금천구의 낡고 오래된 동네의 허름한 골목길을 거닐면서 시인은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를 자분자분 들려준다. “집을 잇는 골목, 빈 놀이터, 허름한 시장, 이름 없는 풀까지도” 품어 안는 이 동네 안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들은 삶의 깊이를 더해”(시인의 말) 간다. 하지만 삶은 고단하기 이를 데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폐지 가득한 밤”을 줍고, “아저씨 아줌마 들은/시퍼런 새벽 돈 벌러” 나간다. 그럼에도 “우리 동네는 사람을 먹여 살리지 못하”지만 “배춧잎처럼 푸르게 웃는” 넉넉한 마음과 “우리가 우리에게 선물”(「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의 불빛이 되어 준다. “인사 한번 안 한 사이”이지만 “괜히 친해지는 기분”(「같은 길」)이 들고, “핏줄처럼 얽힌 골목길 따라 흐르던 이야기”(「첫 번째입니다 2」)를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시집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불우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아빠한테 더 맞을 수 없어”(「깜장 비닐 봉다리」) 가출도 하고, 학교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사람으로 태어났는데/돌멩이가 되어 간다”(「돌멩이」)며 쓸쓸하게 자기를 비웃기도 한다. 재혼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새엄마가 데려온 동생의 젖을 뺏어 먹은/언니쯤 되는 기분”(「젖소에게 미안해」)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녹슨 웃음이 삐걱대는 놀이터”(「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에서 함께 뛰놀며 서로를 위하는 “서로 맞물린 마음”(「밥과 똥」)이 있다. “서툴고 모자라지만 아직 자라고 있는”(「닮다」) 마음을 우정의 손길로 만져 주면서, “지지 말고 이겨 내라”며 “깜깜한 내 마음에 빛을 보내/길을 찾아 주”(「등대」)는 친구가 있기에 세상이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다. 시인은 오늘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아가는지 숨김없이 보여 주면서 세상 밖으로 밀려난 아이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보듬어 안는다.





성인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섬세한 언어 감각과 서정성 -

삶 속에서 심호흡이 필요할 때 가슴으로 암송하는 시들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으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한편, 엮은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마음챙김의 시』로 시 읽는 기쁨을 전파한 류시화 시인이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 시집이다.

「초대」 「살아남기」 「너는 피었다」에 위로받고 「그런 사람」 「저녁기도」 「얼마나 많이 일으켜 세웠을까」로 삶의 본질을, 「숨바꼭질」 「슬픈 것은 우리가 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헤어진 방식 때문」에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한다. 삶 속에서 심호흡이 필요할 때 가슴으로 암송하는 시, 세계를 내면에서 보고 마음속 불을 기억하게 해 주는 시 70편이 실렸다. 섬세한 언어 감각, 자유로운 시적 상상력이 빛난다.

우리가 귀를 막으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자신이 하는 말은 들린다. 불완전한 단어들이 모여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가슴 안에 시가 있기 때문이다. 시인에게는 그에게만 보이는 세상이 있다. 그가 그것을 시에 담으면 그 세상은 모두의 세상이 된다. 여기에 실린 시들이 그것과 같다. 시는 고독한 영혼의 소유자에게 또 다른 고독한 영혼이 보내는 메시지이다. 읽을수록 감성을 건드리는 문장과 좋아하는 시가 많아지는 시집, 또 한 권의 마음에 품는 시집이 될 것이다.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이전 시집 해설에서 이홍섭 시인은 류시화의 시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할 것이라 믿는다.”라고 썼다. 오랫동안 숙고한 언어, 명상으로부터 길어 올린 지혜, 그리고 진솔한 자기 고백이 그 길을 열어 주기 때문이다.

시인의 진정한 사명은 ‘삶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경험할 만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데 있다. 류시화의 시는 중요한 실존적 주제를 다룬다. 삶, 사랑, 고독, 상실, 병, 절망, 기쁨,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사색이 시마다 담겨 있다. 또한 눈 속에서 피는 야생 크로커스 꽃처럼 밝음, 긍정적인 의지, 희망을 준다. 전염병과 전쟁으로 인한 시대 상황이기 때문에 성찰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 편 한 편의 시가 더 가슴에 다가온다.

만약 우리가 천사라면 시를 쓰지 않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슬픈 시, 기쁜 시, 모두가 공감하는 시가 필요하다. 우리 삶의 부서지기 쉬움을, 그래서 그것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인의 내공이 느껴지는 시들이. 시집 해설에서 폴란드 크라쿠프의 야기엘론스키대학 아시아학과 교수 레나타 체칼스카는 “류시화의 시를 소리 내어 읽을 때마다 나는 몸이 떨린다. 모든 시는 자전적이지만 그의 시 속 화자는 내게 삼인칭이 될 수 없다. 그 화자는 마법처럼 나 자신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시가 가진 힘이다.”라고 썼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1973-2021

정호승의 50년 시업, 275편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은 시선집!

1973년 등단해 50년 가까이 사랑받아온 정호승 시인의 대표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비채에서 새로이 출간되었다. 데뷔작인 〈첨성대〉를 비롯해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널리 사랑받은 〈수선화에게〉, 〈산산조각〉, 오늘의 정호승을 보여주는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당신을 찾아서〉 등 시인의 대표작 275을 자선(自選)해 엮은, 정갈한 선집이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첨성(瞻星)을 아호로 쓰며 별을 바라보는 시인 정호승. 그러나 그의 사랑은 늘 인간을, 그것도 가장 낮은 곳의 약자들을 향해 있다. 그늘과 햇빛, 눈물과 기쁨을 중첩해 ‘사랑하지 않는다’를 마침내 ‘사랑한다’로 바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읽다 보면 그가 이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한 권의 시집을 펼치고 발표 순서대로 배열된 275편의 시를 찬찬히 읽는 것만으로도 정호승 시인의 시 세계가 한눈에 펼쳐지는 듯하다. 권말에 실린 김승희 시인과 이숭원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정호승의 시업(詩業) 50년을 통찰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 시인의 서정은 어떻게 싹터서 꽃피고 무르익는가. 정호승 시인의 경우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출간된 동명의 시집의 개정증보판으로, 130편 이상의 시가 교체되거나 새로 실렸다. 곧 등단 50년을 맞는 시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그 안에 자리한 서정성은 깊고 단단하다.

시인 김승희는 권말에 실린 해설에서 정호승의 시를 “자본주의적 사창가를 처단하는 참혹한 맑음”이라 정의하며 “50년 동안 한결같은 시를 써왔고 한결같이 슬픈 것에 슬퍼하고 고결하고 맑은 것을 꿈꾸는 시인의 곧은 자세를 한결같이 지켜왔다”고 썼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정호승은 50년 동안 줄기차게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시를 써왔다”며 “현실의 부정에서 사랑의 화합으로”라는 제목을 붙였다. 총 7부로 나뉜 이 시집을 읽으며, 정호승 시인의 한결같음과 한결같음 속에서 이루어진 내적 성숙을 좇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정호승 시인은 ‘시인의 말’에 이렇게 썼다. “나를 떠나버린 시들을 불러 모아 몇 날 며칠 어루만져보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떠나보낸다. (중략) 잘 가라./ 고통이 인간적인 것이라면 시도 인간적인 것이겠지.”




출처 : 경기도메모리, 책드림 꿈드림 ; 2022 경기도 책나눔 독서교육 워크숍

https://memory.library.kr/items/show/210055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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