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메신저, SNS, 온라인게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린 수많은 관계망에 접속해 있다. 내 일상을 사진으로 찍거나 짤막한 글을 올리면 떨어지는 ‘좋아요’와 ‘댓글’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느낌으로 잠시나마 안도하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허탈한 공허감에 빠진다. 관계가 불어날수록 ‘군중 속 고독’은 더 크게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가 확장할 것은 관계망이 아닌 고독을 잘 견디는 힘이며, 나아가 자신을 잘 들여다 보는 시간이다. 어쨌거나 인생은 혼자 헤쳐나가야 할 여정이기 때문이다. ‘고독’의 고수들이 말하는 잘 홀로서는 법, 책 속에서 배워보자.
★ 외로움은 자기 성찰의 기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들 삽니다. 그렇게 사는 게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착각입니다.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집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늘상 바쁜데, 나 혼자 친구도 없고 한가해 보인다고 기죽지 말자.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오십 무렵 일본으로 건너가 4년간 생활하며 한껏 외로워 하며 외로움의 본질을 깨달았다. 우리 인간은 필수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며, 홀로 있는 시간이 성찰을 가능하게 하다는 역설을 전해온다.
★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 외로움
<너, 외롭구나>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떨쳐버려야만 하는 감정의 찌꺼기가 아닙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껍데기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며,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바로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데 필요한 필수 자양분입니다. 외로움이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라는 것과 나를 키워주는 자양분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재테크가 필요합니다. 외로울 때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까맣게 타들어갈 때 나는 진정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2000년대 중반 황신혜 밴드의 리더이자 무규칙이종예술가를 자처하는 저자의 한마디 “너 외롭구나”가 그 시절의 젊음을 울렸다. 그의 말들은 ‘홀로 있음’의 상태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의 말마따나 혼자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를 활용해 봄은 어떨까?
★ "누가 뭐래도 나는 내편"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나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잘못되지 않았다’고 등을 토닥이며 함께 싸워줄 든든한 동료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세상에 자기편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에도 ’나만은 내편’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홀로서기 위해 가장 최초의 자기편은 자신이 되어야만 한다. 어쩌면 맞는 얘기다. 남의 응원과 지지가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편이 우선이다.
★ 외로움을 이기는 한줌의 유머감각
<마션>
“나는 하나의 행성에 온전히 혼자 남은 최초의 인간이다. 아니야. 질질 짜는 건 그만하자. 어쨌든 나는 지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 이 기록을 읽는 사람과 말이다. 좀 일방적인 대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죽는다고 해도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군가는 알게 될 것인지 알게 될 테니까. 젠장.”
뜻밖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 위트니. 그야말로 불모의 황무지 화성 땅에 고립된 그의 분투기에서 홀로서기의 아이디어를 얻는 건 어떤가? 화성에서 농사를 짓는 발상의 전환, 적막감을 이기기 위한 음악 감상, 절망을 이기는 유머감각, 가상의 독자를 향한 글쓰기. 고독의 한가운데 우뚝 서는 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싱글=비정상’ 선입견을 깨자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혼자라는 것은 그 자체로 이해되지 않는다. 혼자라는 것은 짝이 있다는 것의 거울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부정태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계속 주저했다가는 저런 꼴이 되고 만다며 슬며시 내미는 경고의 거울이고, 이혼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결국 마음을 접도록 만드는 반사판이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사회학자의 식견을 빌려보는 건 어떨까? 그는 혼자라는 것이 상대적인 개념임을 지적한다. 싱글이란 상상 속의 개념은 ‘짝 있음=정상’, ‘혼자=비정상’의 구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결혼vs. 싱글의 구도 하에서 설명하고 있으나 조금 더 일반적인 의미에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 혼자 노는 법을 개발해볼까?
<스노우캣의 혼자 놀기>
‘오늘자 신문을 편다’-‘신문으로 모자를 만든다. 단, TV 프로 안내표가 바깥으로 나오도록 접는다’-‘모자를 쓴다.(계속 쓰고 있는다)’, ‘그러면 언제든지 TV프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스노우캣으로부터 혼자 노는 법을 배워보자. 귀여운 만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혼자 놀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팁들이 소개 되어 있다. 물론 현실 활용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혼자 놀기’의 영감을 얻기엔 가장 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혼자 노는 자신을 긍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