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도서

2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

지은이 : - 출판사 : - 발행일 : 2016.02.01 등록일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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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 2월의 읽을 만한 책>


l 문학예술 분야

 


  에세이는 무거운 수필, 미셀러니는 가벼운 수필이라고 가른다면 이 책에 실린 글은 에세이의 범주에 속한다. 에세이도 미셀러니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쓰는 산문이라는 점은 같지만 에세이는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수필이고, 미셀러니는 일상생활의 느낌이나 체험을 담는 주관적인 수필이다. 만필(漫筆), 만문(漫文), 상화(想華)라는 단어는 수필과 동의어인데, 글자의 뜻으로 나눠 보면 상화가 중수필에 가깝고, 만필과 만문이 경수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정진홍의 글은 붓이 가는 대로 쓰는 수필(隨筆)보다는 생각의 정점에 이르는 상화(想華)라는 단어가 더 근사하다. 상화로 가기 위해 그는 ‘끝없이 묻고 깊이 살펴 알고자 하는’ 학자의 운명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글은 맛을 느끼기까지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주제도 간단치 않다. 죽음에 대해 말한다.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죽음에 대해 사색하라, 제대로 살아야 보람 있는 죽음과 만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사회에 대해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이냐’ 보다는 ‘왜 사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은이들을 철저하게 타락시켜야 한다’는 꼭지가 범상치 않다. 학문에 대해 말한다, 책을 다 믿지 마라, 비학문적인 학문을 동경하라고 조언한다. 종교에 대해 말한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위한 종교로 세상을 철저히 외면하고, 한편으로는 물신주의의 세속으로 빠져드는 종교에 대해 깊이 성찰하자고 한다. 부동산 거간꾼이 아니라 집이라는 매개를 통해 복과 덕을 권유하는 복덕방 영감님 같은 성직자 상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촌철살인이다.
  ‘짧은 느낌, 긴 사색’을 위한 책 제목을 설명하는 프롤로그가 이 책의 백미(白眉)이다. “삶에서 생각을 비롯하게 하는 것이 바로 느낌입니다. 느낌이 사물을 지각하면서 그 지각에서부터 사색이 지각을 잇습니다. 느낌이 아무리 쉽고 편해도 이를 넘어서야 하고, 아무리 사색이 지루하고 힘들어도 이를 견디지 않으면 안 됩니다.”  느낌과 사색, 곧 감각과 이성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 추천위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l 문학예술 분야


  
  『바느질 하는 여자』는 무려 원고지 2,200장에 달하는 장편소설이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긴 메아리를 찾으러 가는 여정을 느끼게 한다. 3센티미터의 누비바늘로 0.3밀리미터의 바늘땀을 손가락이 뒤틀리고 몸이 삭도록 끊임없이 놓는 어머니와 그녀의 딸들이‘우물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한 땀 한 땀 우리네 가슴으로 옮겨진다. 물론 그 한 땀 한 땀의 열정은 이 소설을 쓴 작가 김숨의 영혼처럼 살아 움직인다. 어쩌면 바로 이 열정이 이 소설의 매력이고, 다른 소설과의 차별성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이 소설을 끝까지 붙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바느질 같은 여성 특유의 문장들이 촘촘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호흡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록 장편이지만 여기에는 섬세한 시적 표현도 한 땀 한 땀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어, 그 섬세함과 예술성이 돋보인다.
  작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 바늘 하나가 주인공을 통해서 인간의 탄생과 일상 그리고 죽음을 머금고 있는 옷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느껴보라. 물론 궁극적으로 이 작품을 통해 옷이 완성되기까지의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거기에 녹아 있는 삶의 깊이를 살피는 데 주력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네 여인들이 누비고 견뎌낸 아득한 시간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중반부를 넘기면서 이 작품을 더 애틋하게 붙잡은 전환점이 된 것 같은 다음의 문장을 곱씹어본다.

“오전 내내 누비대 앞에 꿈쩍 않고 앉아 바늘땀을 뜨고 난 어머니의 눈은 멀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바늘땀을 뜨고 나면 어머니의 눈은 어둠과 빛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멀어 있었다. 멀어버린 눈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다시 바늘땀을 떴다. 금택은 문득 어머니의 멀어버린 눈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숨의 문학적 열정과 고뇌가 오롯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 우리들에게 그리운 향기를 전해주고 있는『바느질 하는 여자』. 이제는 우리가 이 소설을 바느질 할 시간이다.
- 추천위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l 인문학 분야

 


   조선 후기(17-19세기)는 그저 낙후되었다가 끝내 무기력하게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을까? 아니면 상공업과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화폐경제를 일으키는 등 스스로 근대를 향해 나아가던 시기였을까? 이렇게 극명하게 상반되는 조선 후기의 이미지는 지금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전자가 조선시대의 고루함을 드러냄으로써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부각하려는 이들의 생각이라면, 후자는 식민사관을 극복하고 한국 문명의 내재적 발전을 강조하려는 자들의 입장이다. 조선왕조의 실상은 하나인데, 그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적대적인 두 개의 틀로 나뉜 꼴이다.
  이 책은 특정 시각이나 이념을 앞세워 조선시대의 역사를 임의로 재단한 기존의 접근을 지양하고, 조선 후기 당시의 현실에서 조선 후기를 조망한다. 그 소재는 당시 사람들이 경험하고 사용한 서양의 몇몇 기물인데, 이는 조선의 사고체계와는 크게  다른 서양 문명이 만들어낸 기물을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인식했는지를 살피는 방식을 통해 조선 후기 지성사와 생활사의 추이를 거시적으로 살피고 해석하는 좋은 접근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문 자료의 치밀한 해석을 통해 조선 후기의 모습을 천착하여 꾸준히 소개해온 전문학자로, 특히 이 책은 미시적 접근을 통해 거시적 해석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저자가 소개한 다섯 가지 서양 기물은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洋琴) 등인데, 모두 보고 듣는 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가 이런 점을 특별히 의식하고 선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보고 듣는 것은 어떤 사람이 외부의 상황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다면 조선 후기 지식인들은 이 보고 듣는 기물들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그런 기물들의 배후에 깔려있는 철학과 과학기술에까지 관심을 보였을까? 아니면 그 희한함과 편리함에만 매료되었을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심도 있는 답을 제공함으로써, 근대라는 폭풍을 앞둔 조선 후기가 한국 문명의 전체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평가한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해 이어지는 이 글로벌시대 한국인으로서 읽을 가치가 충분한 우량도서이다.
- 추천위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

l 인문학 분야
 

 

  이 책의 저자는 행복을 일종의 신화로 만들고 매일 남들 앞에서 행복한 척해야만 하는 우리시대의 세태를 해피니즘이라고 이름 붙이고 영화와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비판한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쾌락을 위한 쾌락도 행복을 위한 쾌락도 아닌 행복을 위한 행복에 불과하며, 행복해야 할 의무를 강요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해피니스트들의 엄혹한 독재 체제 하에서 행복을 갈망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런 행복은 건강과 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고백하지 않는 사람은 마치 신경쇠약자, 반사회적 인간, 위험한 테러리스트와 같이 여겨진다. 타인과의 비교에 기반한 이런 상대적 행복은 결국 타인의 불행이 없이는 불가능한 소비로서의 행복에 불과하다. 그래서 욕망을 거세하기 위해 기성품 같은 욕망인 사치를 추구하고, 꿈을 잊기 위해 위조된 환상 속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우리는 불행하지 않은 것에 행복해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평범성 때문에 늘 불행하다. 자의적으로 정한 정상이라는 범위에 들어야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착각 자체가 일종의 질병이다. 과시적인 소비는 과시적인 행복으로 귀결되고 결국 끝없는 좌절감으로 몰고 간다. 진정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척하는 행복노출증 환자는 강압에 의한 거짓 미소를 연기하지만 자신이 행복한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버릇 때문에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모두가 행복한 척 하는 곳에서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 행복경화증에 걸린 조울증은 타협과 합의, 무미건조함이라는 평범성의 결과이다. 그리고 살육적 광기를 합리화하는 알리바이와도 같은 ‘보편적 행복’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무늬만 낙원인 무색·무취의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우리를 충만하게 채우는 수많은 감정과 사건의 칵테일을 흡수하고 소화시키는 일종의 꿈이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고 평범한 정상적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이고 계획을 벗어나는 충동이다. 행복은 취하지 않고도 삼페인을 마신 듯한 기분, 즉 스스로 톡톡 튀어 오르며 매혹적으로 변하여 주변에 매력 파동을 발산하며 주변인들을 생기로 톡톡 튀어 오르게 하는 것이다.
- 추천위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l 사회과학 분야

 

    
  한자는 형상과 생각과 감정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 각각의 글자에는 많은 이야기와 뜻이 담겨있으며 다른 하나의 글자와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와 상징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글자 하나하나의 근원과 조직 원리를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살피며 그로부터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도덕적 가치와 윤리와 지혜를 풀어낸다.
  예컨대 ‘군(君)’이란 방향을 가리키고 지휘를 하여 보살피는 의미의 지팡이(尹)에 입(口)이 합친 것으로 본다. 그러면 군자 즉 리더란 결단력과 지혜로운 판단력과 책임감을 지녀야 하고 더 나아가서 그의 입은 신뢰와 진정성을 갖추어야 함을 보여준다. ‘사(思)’는 흔히 밭(田)과 마음(心)의 합자로서 농사를 마음속에 그리고 예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수리(囟)와 마음(心)의 합자이니 생각에는 머리와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는 뜻이 들어있음을 갈파한다. 동양적 사고에서 생각이란 냉철한 이성의 단독작용이기보다 감성과 이성의 융합적 단어라는 지적이다. ‘습(習)’은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가 날개를 수없이 파득거리며 시도와 연습을 되풀이 하여 마침내 나는 법을 깨우치는 과정을 묘사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저자는 하수가 고수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 익힐 습자를 설명하면서 우리들 주위에서 도전과 꾸준함과 겸손으로써 성공을 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려준다.
  말과 단어와 글이 원래의 의미와 왜곡되고 사용의 품격이 상실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형성하는 한자의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깊은 통찰력을 갖추는 노력이 절실하다. 저자는 이 책을 리더를 위한 성공문답이라고 부제를 붙였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온전한 삶을 시도하는 지혜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즉 이 책은 세속적인 성공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행위양식과 실천 가치를 스스로 익히도록 한자 속에서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도록 우리를 자극하고 이끌 것이다.
- 추천위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l 사회과학 분야
  

  원제는 ‘The Ignorant Maestro’이다. 무지(ignorant)는 저자인 이타이 탈감이 제시한 핵심어이다. 어찌보면, 빈틈없고 스마트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성공적인 영 리더의 전형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저자는 번스타인의 제자로서 지휘자이자, 지휘자를 리더로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많은 리더 내지는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제시하고 있다. 책은 뛰어난 지휘자로부터 찾아낸 리더십에 관한 직관적 시선을 담고 있다.
  음악이라는 맥락에서, 경영 등에서나 관심을 가질 법한 리더십을 다룬다는 점이 책의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목적만 차이가 있을 뿐 경영, 음악, 체육, 행정 등 집단과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영역에서 리더십은 중요하다. 경영이 집단과 조직의 목표달성과 성과향상을 목적으로 리더십을 다룬다면, 음악은 훌륭한 음악적 성취와 감동제공의 목적으로 리더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점은 결국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책이 흥미로운 점은 오케스트라의 구성(다양성)과 과업수행(협력, 조화, 균형)이 오늘날 많은 집단과 조직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과 최근 많은 집단과 조직의 현실에서 과거처럼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것이 아닌 창조적인 결과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과 경영의 유사한 현실이 책의 의미를 남다르게 이끈다. 리더의 완벽함에 따라, 완벽히 짜인 계획이나 운영보다,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책이 제시하는 리더십의 핵심 속성 등은 매우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책은 우리가 접하는 집단과 조직의 일상적 소리가 음악이며, 이를 잘 리드하고 조직화해가는 과정을 리더십이라 한다. 1장(책에서는 악장)‘자신만의 리더십 모음곡 만들기’는 이러한 상상력 어린 도입부이다. 2장 ‘경영의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한 핵심 3요소’는 리더십의 핵심 속성으로 무지, 간격, 으뜸음 듣기를 제시한다. 3장 ‘위대한 마에스트로는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는가’는 무티, 토스카니니, 슈트라우스, 카라얀, 클라이버, 번스타인 같은 훌륭한 지휘자 각각의 색깔을 통해 리더십 스타일이 굳이 정형화될 필요는 없음을 설명한다. 피날레까지 기존 리더십 책과 다른 정형화되지 않은 리더십 교향곡을 보여준다.
 - 추천위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l 자연과학 분야
 


  과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과학 지식은 원한다면 누구나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전문화해 있기에 알고 싶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새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학 뉴스만 하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소화하기 쉽게 요리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이들이다.
  오랜 세월 과학 저술가로 활약한 저자는 이 책에서 생명과 인류에서부터 물질의 근원과 우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과학의 모든 영역을 요리의 재료로 삼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엿보인다. 그렇게 많은 요리를 하다보면 어느 한 부분에서 좀 설익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주 쉽게 설명을 이어간다. 저자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똑같은 과학 지식을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를 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질량이 에너지라는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 심오하다거나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다면 재고해보라고 하면서 더 사례를 든다.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왜곡을 말할 때는 자동차가 급회전을 하는 상황에 비유하면서,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이 힘을 원심력이라고 부른다고 짐짓 잘난 척을 한다. 현재의 환경 파괴 양상을 고려할 때 인류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다가, 자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지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고도 말한다.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주제를 깊이 소화한 끝에 나온 이런 여유로움 덕분에, 책장도 한결 여유롭게 넘길 수 있다. 시간의 화살, 평행 우주, 블랙홀 같은 어려운 첨단 주제까지 다루고 있음에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다.
  저자는 독자가 어떤 대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쉬운 비유와 발상의 전환,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헌을 고루 이용하면서 술술 풀어나간다. 행여나 ‘만물 과학’이라는 역서 제목을 보고서 박물학(博物學)이라는 고풍스러운 학문을 떠올리지는 마시기를. 경이감보다는 이해 쪽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까.
- 추천위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l 실용일반 분야

 


  참 열심히들 산다.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일과 집의 24시간을 열정적이고 반복적으로 살아낸다. 더 열심히 달려야 더 좋은 걸 더 많이 가져서다. 마치 이게 존재의 이유인양 남녀노소 불문 성공의 판타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이 삶의 진실일까 고민하는 이들이 적잖다. 더 좋은 걸 더 많이 가져본들 정작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사람들이다. 좋고 많은 물건에 예속돼 삶의 가치를 잃는다며 조심스런 반항과 거부를 제안한다. 포인트는 단순한 삶이다. 최소의 물건으로 최대의 행복을 얻자며, 도전적이되 수긍적인 화두를 던진다. 삶을 되돌아보고 앞을 준비하는 신년벽두에 어울리는 주제다.
  책은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의 작은 삶, 버리는 삶을 실용적으로 엮어냈다. 물건소유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보편적(?)인 삶에 회의를 느낀 저자의 실제경험을 녹여냈다. 필수품도 아닌 걸 갖고자 필사적으로 일했던 삶을 버리니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고 회고한다. 집착과 불안은 사라지고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일상이 펼쳐졌다. 경험자로서 저자는 비움의 기술 55가지를 소개한다. 하나씩 버렸다는 저자고백처럼 아마추어라면 이중 일부만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1년간 사용하지 않은 걸 버리는 정도는 누구든 가능하지 싶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줄이는 것도 비교적 충격이 적을 듯하다.
  책의 설명대로라면 정리결과는 놀랍다. 시간이 남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집중력이 좋아지고 인간관계마저 달라진다고 한다. 무려 12가지나 꼽는다. 행복의 모범답안을 버리라는 조언은 책의 절정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고난을 강조하는 성공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서다. 부모 말처럼 해본들 성공은 힘들고, 성공해본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는 시대인 까닭이다. 행복은 목적이 아닌 과정에서 느끼는 게 실체적이다. 때문에 “행복해지는 일은 없다. 행복은 그때마다 느끼는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서는 허무주의보다 실용주의에 가깝다. 남이 부러워하는 행복은 없다. 행복은 본인의 마음과 해석에 있다. 저자는 “물건을 버리고 사람을 얻었다”고 글을 맺는다.
- 추천위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l 유아/아동 분야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뉴스가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터지는 이즈음, 마음을 짓누르던 바윗덩이를 번쩍 들어 올려 치워주는 듯한 그림책을 만났다. 『아빠, 미안해하지 마세요!』
  뉴스 속의 아빠들과 달리 이 아빠가 미안해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걷지 못했던 게 아빠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아빠는 딸에게 미안하다. 같이 자전거를 못 타서. 함께 스케이트를 못 타서. 아쉬운 일도 너무 많다. 같이 신나게 헤엄치고 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축구를 하면 정말 즐거울 텐데.
  아빠의 이런 미안한 마음에 읽는 이의 마음이 다 촉촉해지는데, 딸은 오죽했겠는가. 이 착하고 속 깊은 딸의 대답은 그 촉촉한 물기가 키워낸 꽃송이 같다.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공원에서 예쁜 꽃을 보는 게 좋아요.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얼음낚시 하는 게 더 재밌어요. 괜찮아요, 아빠. 나는 아빠랑 우쿨렐레 치며 노래 부르는 시간이 참 즐거워요. 비 오는 날에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코코아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고 싶어요.
  깔끔하면서도 탄탄한 구조에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문장이 돋보이는 글에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연필 그림이 더없이 따뜻하고 사려 깊다. 아빠가 휠체어 탄 모습을 시작과 끝, 딱 두 장면에서만 보여준 시선도 성숙해 보인다. 이 그림책에서 우려할 만 한 점은 딱 한 가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라는 테마 안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장애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아빠와 딸의 가족애를 넘어서, 이 책은 인간의 품격이라는 차원을 펼쳐 보이는 듯하기 때문이다. 불편하고 부당하고 불만스러운 삶의 조건을 온화한 미소 밑으로 가라앉힌 아빠, 그 아빠를 진정 어린 위로와 대안으로 감싸 안는 딸. 그 둘의 대화가 담아내는 보기 드문 격조가 다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된다.
- 추천위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


l 유아/아동 분야
 

 

  세상엔 좋은 책이 많다.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은 법이다. 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엷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책, 누군가에게 조용히 이야기해주고 싶어 조바심 나게 하는 책, 책장에 고이 꽂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책, 소중한 사람에게 글 몇 자 사연을 적어 예쁜 포장지에 싸서 선물하고 싶은 책, 우연히 책 어딘가를 펼쳐도 글이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거는 책, 언젠가 한번 작가를 만나 허름한 찻집에서 차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책… . 이런 책을 나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여긴다. 이 책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단추 하나하나마다 개성적인 이름이 있고 사연이 있다. 그 이름과 사연들이 서로 얽히어 미소 짓게 하는 이야기를 만든다. 열두 살 쌍둥이 남매의 셔츠에 있는 일곱 개의 단추들. 맨 위부터 순서대로 숭아단추, 가을비단추, 망치단추, 배꼽단추, 부끄단추, 그리고 옆구리에 달려있는 여벌의 단추인 꾸리단추, 가슴 호주머니 위에 달린 꼭지단추.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단추들의 이름도 재미있고 그럴 듯 하거니와 각각의 단추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사람살이의 뭉클함과 따뜻함이 그득하다. 뿐만 아니라 단추들의 사연과 경험 속에는 사춘기 아이들의 알싸한 사랑의 느낌과 상대를 향한 솔직한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쓰고, 읽고 고치는 내내 무척 행복했다.”고 말하는 작가의 고백은 작가의 순박하고도 따뜻한 ‘시 정신과 유희 정신’의 다른 표현일 것이지만, 이 책 속 단추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간직한 생각의 깊이와 그것이 우리 마음에 전해주는 울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손꽃단추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것이리라.
  최근의 어린이를 위한 글들은 왜 그리 근엄하고 처절한가? 왜 그리 교훈을 말하려 하고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가? 문학이 현실의 반영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힘은 지식과 교훈이 아니라 따뜻한 상상력이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일이다. 배우는 것은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좋은 책이 해야 할 일이다.
- 추천위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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