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1월의 읽을 만한 책 10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_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2016년도 1월의 읽을 만한 책
[문학예술]
부엌에서 어머니 수돗물이 되어 흐른다/ 설거지를 하는지 거품 처럼 톡톡 켜졌다가 터지는 울음소리를 튼다/ 한평생 궂은 일로 맥 빠진 눈두덩에 몇 방울의 미지근한 물밑 온도를 맞춘다/ 어머니의 손은 늘 젖어 있었다/ 며느리라도 얻을까 하여 늙은 아들 잔주름에 기름진 밭 갈던 눈동자 속/ 오늘따라 수돗물 소리 괄괄 흐르고 / 아들은 아들대로 골방에 들어앉아 고장 난 보일러 소리를 낸다
- 이동호의 <어머니와 아들> 중에서
이 책을 잡는 순간 딱 이 시가 떠올랐다. 이동호의 시를 최정원이 산문으로 각색한 느낌이랄까. 70대 어머니와 40대 아들이 사는 집의 풍경이다. 서울의 네 집 가운데 하나가 1인 가구라는데, 그래도 2인 가구이니 사람 사는 소리가 조금은 북적이려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3년, 모자는 이제 부부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살뜰히 서로를 챙긴다. ‘담배 피우지 마라’하면 ‘짠 젓갈 더 이상 먹지 마’하고, ‘술 좀 작작’하면 ‘콜라 좀 제발’로 대거리한다. 출근하는 아들을 배웅하고, 어머니를 위해 꽃을 산다. 이처럼 이 책은 어머니를 보듬는 아들과 그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동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가슴에 이슬이 내린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재미도 있지만 그 재미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아내도, 아이도, 싸가지도, 그 흔한 머리카락도 갖지 못한’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풍성한 밥상과 술상을 차린다. 툭하면 고장 난 보일러처럼 퉁퉁거리는 아들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견디어 내고, 사십대는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커튼 가게를 운영했던 어머니 말순 씨는 똑똑하다. ‘왈순 아지매’처럼 억척스럽다. 춥고 비좁은 빌라를 팔고, 그 길로 아파트를 샀다며 아들 앞에 등기권리증을 흔드는 말순 씨, 이유는 ‘좀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란다. 몇 번의 사표를 쓰고 프리랜서 글 노동자가 된 아들은 비로소 책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서재다운 서재를 갖추고, 가장이 된 어머니는 규모에 맞추어 식단을 짜고 공과금 날짜를 맞춘다.
어떤가, 이 그림의 구도는? 이 땅의 말순 씨들이 아들들의 등대가 되어 주고 있지만, 그 말순 씨들이 언제까지? 아들들이 좀 더 든든한 동력을 갖춘 배에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출판부장)
[문학예술]
『소금 성자』는 30년 전, 정일근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를 다시 띄워주는 한 통의 편지 같다. 그 편지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언어들이 가득하다. 더불어 삶과 죽음을 껴안는 따뜻한 서정도 흐르고 있다. 희망도 명료하다. 시집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누구나 그의 시가 여전히 따뜻함을 잃지 않고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시단의 서정과 그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정일근 시인의 성숙된 시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이 시집이 우리에게 주는 독서의 기쁨은 남다르다.
“비단벌레차가 천년 전에 출발했든 천년 후에 도착하든 조급하지 마라 신라가 나에게 오는데 천년이 걸렸다(「비단벌레차를 기다리며-경주 남산」에서)”라고 노래하는 시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제법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삼동 얼음 낀 생선들 서로 포개져 언 몸뚱이 녹이고 있”는(「따뜻한 사진」에서) 풍경과, “바람길 따라 에두른 돌담 위로 노란 등불 맑게 켜지는 밤”(「수세미꽃이 있는 풍경」에서)을 통해서는, 추위 속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는 삶의 의미뿐만 아니라, 시인과 함께 추억을 걷는 동행자로서의 감흥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또한“소금이 무한량으로 넘치는 세상/ 소금을 선물로 받아/ 소금을 순금보다 소중하게 모시며/ 자신의 당나귀와 평등하게 나눠먹는 사람이 있다”(「소금 성자」에서)라는 작품과, “최상의 맛은 한 점이면 족하다// 행여 욕심에 한 점 더 청하지 마라/ 그 때부터 맛은 식탐일 뿐이니”(「맛」에서) 라는 시에서는, 일상의 경험을 주옥같은 가르침으로 빚어낸 솜씨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응달에 쑥 수북하다, 산수유꽃 터진다// 은현리의 가르침, 부지런히 별 찾아/ 청솔당 문 앞 시멘트 바닥 갈라진 틈새마다//봄까치꽃, 별꽃 스스로 지천이다.”(「우수서 경칩까지」에서)라는 시편도 정밀히 들여다본다면, 행간에 살아 있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하찮은 사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시인이 제 피 찍어 시 한 편 쓰지만/ 마침표는 죄의식처럼 찍어야 한다(「마침표」에서)”는 정일근의 독백처럼,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수행성 혹은 존재 이유를 ‘삶의 미궁에서 궁극의 시’를 찾는 시인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믿는다.
- 추천자: 오석륜(시인, 인덕대 일본어과 교수)
[인문학]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담 스미스가 21세기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보면 뭐라고 말할까? 새해 아침의 덕담이 ‘부자되세요!’가 되고, 인생 목적이 정규직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흔히 자본주의는 개인의 이기심을 바탕으로 동기부여가 되고 발전한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애담 스미스는 이기심만 강조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상하고 명예로운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타인을 위해 행동하게 만들고 타인과 교류하며 살게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하며 실제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내 안에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공평한 관찰자’가 자기기만의 늪에서 우리를 구해 냉엄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한다.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갖은 구실로 합리화하고 자신을 마치 천사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은 선하지 않고도 선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위선자이다.
이렇게 거짓으로 남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욕망은 헛될 뿐 아니라 위험하다. 돈으로 남의 인정을 사는 사람은 남들이 인정하는 것이 내가 잠시 소유하는 돈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반면 지혜와 덕으로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인데, 이 사람들은 마땅한 때에 마땅한 곳에서 마땅한 대상에게 마땅한 방법으로 마땅한 만큼 행동하는 사람이다. 즉 중용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애덤 스미스는 계몽주의의 관점을 놓지 않으면서도 고대부터 내려온 윤리적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분노를 다스리는 최고의 방법은 미루는 것이고, 인간에게는 기쁨은 작을수록, 슬픔은 클수록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실천적 지혜, 정의, 선행을 제시한다. 그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진정으로 남의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일상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이점에서 애덤 스미스가 가장 먼저 쓴 『도덕감정론』을 죽을 때까지 계속 고치며 애지중지 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추천자: 이진남(강원대 철학과 교수)
[사회과학]
최근 우리는 눈앞의 관심거리에 몰두하고 당장 궁금한 물음에 간단히 제공되는 지식에 안주하는 풍조에 젖어있다. 누군가 던져주는 지식의 조각들을 패션처럼 즐기기만 하는 동안 우리는 점차 스스로 삶을 생산하고 생각을 전개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라는 세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성찰하는 데 아주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400년에 초점을 맞추어 인류가 겪어온 문명사적 경험들을 두루 살피고 체계적으로 따져보고 마침내 통합적인 시각과 사고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지적인 힘을 갖게 만드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문명을 만드는 사람, 곧 후마니타스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명명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교재로 개발하여 수정 보완을 거듭한 이 책은 핵심적인 짧은 설명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각자료들을 함께 배열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에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생각과 토론의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 책은 과학혁명으로 근대세계가 탄생한 이래 사상혁명과 민주주의와 인권과 헌법의 발명을 낳은 정치혁명, 그리고 교환과 생산의 경제혁명이 이어지는 문명사적 과정을 조망하게 한다. 그리고 개인이라는 개념의 새로운 인간이 등장하는 배경과 근대 도시의 발전으로 인한 공간의 재편 과정을 통하여 현대세계의 등장과 그 의미와 문제들을 살핀다. 또한 서구문명과 동양의 전통이 어떻게 만났는가를 살피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와 경험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이 책은 그러나 단순히 재미있는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의 복합적인 문명사 속에서 우리 자신을 위치시키고 현대 문명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시각을 제공한다는 데에 그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곧 우리자신을 종합적인 지식체계 속에서 고찰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적 삶과 문명이 무엇인가를 재고하게 만든다. 연령과 지식 수준의 고하와 관계없이 누구나 진지하게 전체 세상 속에서 자신을 생각하고 재발견하도록 간결한 문장과 의미심장한 질문과 해답을 제공하며 인상적이며 흥미 있는 사진과 그림들이 있어서 지적 탐구의 재미를 갖게 한다.
- 추천자: 김광억(서울대 명예교수)
[사회과학]
소셜미디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의 일상에서 그 영향에 대한 평가는 이미 가치판단의 범주를 넘어선 일이 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기술적 발전과 확산이 사회가치의 발전과 확산을 앞선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빠른 격차로 앞지른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당연시되어버린 소셜미디어의 세상에서 하나의 노드(node)로만 취급될 수 있는 개개인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원제는 ‘Facehooked: How Facebook Affects Our Emotions, Relationships, and Lives’이다. 제목 그대로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삶, 관계 그리고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다루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잘 아는 전문가나 시대 트렌드를 잘 읽는 평론가가 아닌, 임상심리학자가 바라본 디지털 시대, 소셜미디어에 대한 시선이 진지하고 흥미롭다. 아울러 책의 내용은 여러 연구와 데이터를 통한 이론적 접근이 아닌, 저자가 3년간 수행한 실제 인터뷰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가슴에 와 닿는 면적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만큼 소셜미디어가 낳는 개인적 문제에 관한 다양한 이슈와 다양한 현상을 폭넓고도 깊이 있게 다뤄내고 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여러 대안은 신선하고 실천해봄 직하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책을 보면, 책은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받는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개인은 저자의 내담자에 머무르지 않는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활히 소통한다고 하지만, 진정한 서로 간의 소통이 아닌 자신만의 소통을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보여주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관계가 아닌 우리 자신의 결여됨에 대한 충족이라는 내면적 이슈가 아닐까 하는 것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기술도 우리의 내면적 문제를 해결해주기 어려운 것처럼, 소셜미디어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책은 그것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이용당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잘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좋아요”로 추천하고 싶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자연과학]
인류의 기원은 온갖 상상과 흥미를 자극하는 영원한 수수께끼다. 게다가 새로운 인류 화석이 발견될 때마다 새로운 이론이 제기되고 논쟁이 불붙는 변화무쌍한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워들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좀 식상하다는 느낌도 들지 모르겠는데,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면에서 이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해준다. 우선 저자들은 인류의 식인 풍습, 농경의 시작, 우유를 소화시키는 능력의 획득 등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해준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단순한 사실을 기술하는 대신에, 당시의 환경과 주변 상황 등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면서, 왜 어떻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추론한다. 게다가 그 설명이 너무나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하다. 저자들은 마치 옆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이 차근차근 우리가 궁금해 하던 점들을 말해준다. 저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단순하게 사실이라고 여겼던 것들 중에서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또는 다른 식으로 해석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게 된다. 농경을 통해 인류가 풍요로워진 것이 아니지만 젖을 대신할 미음과 죽을 확보함으로써 형제자매간 터울이 줄어들어서 인구가 증가했다거나, 인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육식을 시작한 덕분에 뇌가 커졌다거나, 빙하기에 눈 덮인 산골짜기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늙고 병들었음에도 사회의 지원 덕분에 오래 살아갈 수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우리가 최근에 주로 접한 냉정하기 그지없는 유전자 쪽의 해석이 아니라, 읽으면서 따스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는 인류학적 해석을 맛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접할 또 한 가지 새로운 시각은 바로 비주류 학설이다. 미국에서 인류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지금은 주류 학계가 인정하지 않는 인류의 다지역 기원론을 옹호하는 쪽에 서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전 세계로 퍼진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출현했다는 학설이다. 저자는 이 비주류 학설을 펼치면서, 다윈의 진화론에 패한 라마르크의 획득형질 유전설이 최근의 후성유전학을 통해 부활의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을 통해 자신의 이론도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은근슬쩍 끼워넣는다.
- 추천자: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실용일반]
고도성장은 끝났다. 두 자릿수는커녕 3~4%도 힘든 압축성장의 끝자락이다. 맞설 일은 아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듯 성장 지체는 자연스럽다. 앞섰던 선진국 모두 그랬다. 자본주의의 숙명이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사라질 리는 없다. 판이 바뀌었을 뿐 기본논리는 그대로다. 달라진 무대에 맞게 새로운 생존전략(New Normal)이 요구될 따름이다. 문제는 새로운 막(幕)이 전대미문의 공간이란 점이다. 예전처럼 내리 달린들 성공 명찰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시대변화를 망각·무시하고 관성처럼 치닫는 대한민국의 2015년 세밑이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과거 패러다임은 건재하다. 그러니 우왕좌왕 갈팡질팡 헛발질이 난무한다. 앞으로의 삶은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성공하는 법, 행복해지는 길을 경제학원론은 가르쳐줄 수 없다.
책은 부부인 공저자가 1년의 안식년에서 몸으로 깨달은, 가칭 저성장시대의 행복한 삶의 실천방법을 녹여냈다. 책의 결론은 요컨대 저성장시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심플라이프다. 더 만들어 더 갖기보다 있는 것이라도 잘 활용하자는 사회적 공유경제로 귀결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적극적 슬로우 라이프인 일본식 산촌자본주의로 연결된다. 저자들은 사회적 자본의 활용을 통한 공동체 부활 등 자본주의 대안체제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현실적응력이 좋다. 불완전한 인간답게 물욕 자체를 내려놓고 살기란 힘들다. 자본주의 안에 머물되 맹목적인 무한경쟁·승자독식에 동참하며 상처를 받기보단 적게 가져도 속 편한 삶의 방식을 강조한다. 즉 자본주의적 탐욕·경쟁·소비는 거부한다. 단, 타율적 패배가 아닌 자발적 거부다. 성공과 행복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하자는 얘기다. 가난과 불편도 자발적이면 과시·충동소비 정도는 가뿐히 이겨낸다. 억지면 노동이고 즐기면 취미이듯 불평하지 않는 불편으로 걱정을 덜어내자는 얘기다. 과도한 소유가 삶을 핍박했듯 고원가의 쓸데없는 복잡한 삶 대신 저원가의 소소한 삶이 지향 목표다. 이밖에 책은 마을, 정리, 단식, 경험, 교육, 친환경, 딴짓 등의 키워드에 주목한다.
- 추천자: 전영수(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유아아동]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을 복원력과 적응력이 강한 존재라고 여긴다. 야단맞아도 금세 잊고, 싸워도 곧 화해하고, 낯선 곳에서도 바로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 양해도 없이, 설명도 없이 이사를 가거나 심지어 이민까지 가는 만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 이상으로 깊이 상처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무의식에 각인되어 평생을 영문 모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갈 수 있다. 아이들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마음을 어른들은 알아주고 그 작동에 대해 이해하며 보호해줄 줄 알아야 한다. 어린이 책은 그 일을 도와줄 줄 알아야 한다.
작가 김영진은 최근 한결같이 아이들의 깊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꿈, 상상, 무의식의 세계 속에 아이들 내면의 문제를 풀어놓고, 그걸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좀 더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뭔지 복잡한 서사, 그로테스크해 보일 수도 있는 초현실적 그림과 컴퓨터에 의한 매끄러운 색채감이 기존의 그림책과 많이 달라 낯설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심리를 이토록 거대한 탐구의 장으로 내놓는 것만으로도 이 노력은 소중해 보인다.
이 이야기는 갓난아기 적 할머니가 만들어준 인형 말랑이를 잃어버린 인해가 그것을 찾아다니는 여정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인해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상실을 함께 겪으며 이해하게 된다. ‘내 것’에서 시작해서 ‘남의 것’을 거쳐 다시 ‘내 것’을 찾는 아이는, 상실감을 털어내고 안온한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다. 상투적일 수도 있는 동화다운 결말인데, 이 결말을 새콤달콤하고 쫄깃한 미각과 연결시키는 표4의 감각적 마무리 덕분에 책을 읽은 뒷맛이 상큼해진다. 이런 감각의 활용도 이 작가의 작품이 소리 없이 꾸준히 사랑받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 추천자: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강의전담교수)
[유아아동]
몇 년 전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꼬집는 유행어가 있었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된 말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사회적 반성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의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1등주의의 망령을 본다. 학교는 아직도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멈추지 않고 사회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남을 밀쳐내고 1등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결과만 중시하다보니 과정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 작품은 다소 웃기는 제목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무게가 있다. 때는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시기, 초등학교 4학년인 윌리엄 안톤은 가난과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잃고 일자리조차 없는 아빠와 함께 아일랜드를 떠나 캐나다의 해밀턴 시로 이민을 간다.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에 도착하지만 먼저 도착해서 일자리를 구해주기로 한 찰리 삼촌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정직한 아빠는 마구간에서 힘들게 일한다. 하숙집 근처의 센트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윌리엄은 장티푸스와 폐결핵 등의 병을 퍼뜨리는 파리를 잡아 청결과 건강을 찾기 위해 해밀턴 시의 보건과에서 개최한 파리 잡기 대회에 엄마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참가한다. 윌리엄은 1등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같은 반 친구 프레드와 맞서 성숙한 여자 친구 레베카, 가난한 지니와 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파리 잡기에 최선을 다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프레드보다 나을 게 없어”라는 레베카의 말을 떠올리며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꾸어 행동함으로써 2등에 머물지만 아빠와 삼촌, 친구들로부터 진정한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상금 25달러를 진정으로 의미 있는 곳에 쓰기로 하고 자신에게 수많은 길이 열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파리를 잡아 다른 아이에게 주는 지니에게 “너 자신을 먼저 존중해, 다른 사람에게 그걸 기대하기 전에 말야.”라고 말하는 윌리엄의 말은 1등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모두를 향한 말이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고 결과보다는 과정이, 비겁한 1등보다 정직한 2등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것을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이 가르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건강한 사회이다.
-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