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SF소설도 어렵지 않아요
등빛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8월의 도서
SF소설도 어렵지 않아요
SF(Science Fiction)는 미래의 배경, 미래의 과학과 기술, 우주여행, 시간여행, 초광속여행, 평행우주, 외계생명채 등을 소재로 하는 장르를 말합니다. 요즘 SF를 주제로 한 소설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 삶과는 먼 얘기 같지만 어떻게 보면 또 가까운 SF 관련 소설을 소개합니다.
『프랑켄슈타인』
신의 뜻을 거스른 인간과 인간이 되고 싶었던 인조인간의 대립
과학 기술의 실패로 인해 초래되는 재앙에 대해 경고하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3대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부인이자 천재적인 여류 작가 메리 셸리의 걸작 《프랑켄슈타인》은 《걸리버 여행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유토피아》 등과 함께 SF?공포 소설의 고전이라 불린다. 흔히 ‘프랑켄슈타인’ 하면 거대한 몸집에 흉터가 있는 얼굴, 관자놀이에 박혀 있는 나사, 섬뜩한 눈빛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작중에서 괴물을 만든 과학자다. 이 과학자는 오랜 연구 끝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의 시체를 가지고 시험 삼아 괴물을 만든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괴물을 보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리고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괴물은 흉측한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꾀한다.
1818년 메리 셸리가 맨 처음 이 작품을 익명으로 발표했을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스물한 살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에 미국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영화로 제작돼 더욱 유명해졌다. 오늘날 전 세계인이 떠올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는 바로 이 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았던 보리스 칼로프의 인상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공포영화 장르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과학 기술 발달의 재앙과 박애, 신의 뜻을 거스른 것에 대한 비극이라는 원작의 주제에서는 크게 벗어나 원작과는 얼마간의 차이가 있다. 메리 셸리의 장편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제시하는데, 특히 작품 후반부에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이 만났을 때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말하는 대사는 우리에게 과학 기술이 가져온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줄거리]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젊은 과학자가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고 시체 조각을 모아 생명을 불어넣어 괴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과학자는 자신이 만든 괴물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쳐 버린다. 괴물은 자신의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을 복수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소설가) 글 시몽 모로 그림 최정수 역 아르볼 2017.01.20
선과 악이 뒤섞인 지킬, 악의 본능만 남은 하이드의 치열한 싸움
19세기 런던의 어느 날 밤, 하이드라는 한 남자가 소녀를 무참히 폭행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이드는 지킬 박사의 이름으로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수표장을 작성했지요. 부와 명예를 가진 지킬 박사가 범죄를 저지른 하이드를 돕다니,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사 어터슨 씨는 하이드라는 자와 지킬 박사가 어떤 관계인지 추적해 나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터슨 씨의 오랜 친구이자 고객인 지킬 박사가 자신이 죽으면 하이드에게 유산을 남기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놓아, 어터슨 씨는 매우 의아해하던 참이었습니다. 대체 왜 지킬 박사는 하이드에게 전 재산을 다 주려고 하는 걸까요? 어터슨 씨는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하이드의 충격적인 정체가 서서히 밝혀집니다.
인간 내면의 빛과 어둠을 파헤친 명작『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펴냈습니다. 산업 혁명 초기의 불안함과 공험함이 가득했던 당대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로 작품 속에 녹아 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특색 있는 그림은 읽은 재미를 더해줍니다. 권말에는 저자의 삶과 작품들을 그리고 이 소설이 쓰인 시대적 배경 등을 정리한 '지킬 박사와 하이드 깊게 읽기' 코너를 제공하여 감상의 맥을 짚었습니다.
『타임머신』
허버트 조지 웰스(소설가) 저 강수정 역 지학사아르볼 2020.05.20
시간 여행자는 자신이 발명한 타임머신을 타고 802701년의 미래 세계에 도착한다.
하지만 미래의 모습은 기대와 달리 암울하다. 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
웰스는 인류의 미래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 냈다.
◎ 시리즈 소개
아르볼 N클래식은 미래를 이끌 명작과 새롭게 태어난 고전 문학을 모았습니다. 환상적인 일러스트와 충실한 내용으로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감동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아르볼 N클래식에서 평생 동안 가슴에 남을 명작과 만나세요.
[줄거리]
이야기는 어느 저녁 모임, 시간 여행자의 집에서 시작된다. 시간 여행자는 시간과 차원에 대한 생각을 말한 다음,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면서 그 타임머신을 축소한 모형 장치를 보여 준다. 손님 중 한 명이 그것을 작동시키자, 모형 장치는 테이블 위에서 사라져 되돌아오지 않는다.
일주일 뒤, 손님들이 두 번째로 모였을 때 시간 여행자는 먼지투성이에 몹시 지친 모습으로 발에서 피를 흘리며 나타난다. 그리고 802701년의 미래로 시간 여행을 다녀왔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손님들에게 들려준다.
시간 여행자는 미래의 인류를 만났는데, 80만 년 후의 인류는 두 가지 종족으로 진화해 있다. 시간 여행자가 처음 만났던 종족은 ‘엘로이’다. 그들은 120㎝ 정도의 키에 가냘프고 순한 채식주의자로, 노동을 하지 않고도 아무런 걱정 없이 지상에서 살고 있다. 시간 여행자는 엘로이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놀고먹으며 지내는데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잃어버린 타임머신을 찾는 과정에서 지하에 숨어 살고 있는 ‘몰록’을 만나고서야 그 의문을 해결한다. 회색빛이 도는 붉고 큰 눈을 한 몰록은 인류의 또 다른 종족임을 인정하기 힘들 정도로 추악한 겉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육식을 한다. 시간 여행자는 두 종족 사이의 놀라운 관계를 알아채고는 너무나도 놀란다. 그리고 몰록이 감춰 놓은 타임머신을 찾아서 그곳을 탈출해 더 먼 미래로 간다.
시간 여행자가 미래 세계에서 만난 엘로이와 몰록은 어떤 관계였을까? 또한 80만 년보다 더 먼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소설가) 저 안정효 역 소담출판사 2015.06.12
암울한 미래를 그린 현대 고전!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 지배하고 인간의 추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금세기에 미래를 가장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번역의 대가인 안정효의 최신 완역판으로, 오역을 최소화하고 원서의 표현에 충실히 따랐으며, 더욱 세세한 설명과 뛰어난 문학적 표현으로 고전 작품을 읽는 참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족이라는 유대가 사라진 세계, 죽음까지도 익숙해지도록 길들이기 훈련을 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최소한의 존엄성과 인간적 가치,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자유마저 박탈당한다. 이곳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인류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한다. 하나의 난자에서 수십 명의 일란성 쌍둥이들이 태어나고, 이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세뇌를 통해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정해진 운명에 순응한다.
노화도 겪지 않고, 책임도 도덕도 없이 문란한 성관계를 맺고, 정신적인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쾌락과 만족감뿐이다. 정해진 노동 시간 이외에는 단순한 자극으로만 이루어진 오락들로 꽉 짜여 있으며, 혹 나쁜 기분이 들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 항상 소마(SOMA)라는 가상의 약을 통해 즉각적인 쾌감을 경험한다. 마약과도 같은 소마는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고, 사고할 능력을 빼앗는다. 때문에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다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세계와 격리된 원시 지역(RESERVATION)에서 살고 있던 ‘야만인’ 존이 우연히 이곳에 초대받는다. 그는 처음 보는 고도의 과학 문명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설계된 세계에 감탄하지만, 소수의 지배자들에게 통제받으며 조작된 행복에 길들여진 ‘백치’와도 같은 사람들의 모습에 점차 환멸을 느낀다. 결국 그는 문명에 절망하고 좌절한 채 다시 원시 지역으로 떠나간다.
『1984』
조지 오웰(소설가) 저 이정서 역 새움 2020.11.02
조지 오웰 타계 70주년, 추모 특별판
마침내 원형을 회복한 완전한 『1984』를 만나다!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BBC 선정 반드시 읽어야 할 책, 하버드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책, 서울대 신입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 모두 『1984』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인 『1984』는 전세계 65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부가 팔렸고, 국내에도 여러 판본이 출간되어 있다. 그럼에도 실제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독자들은 얼마나 될까? 『1984』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84년보다 35년 전인 1949년 출간되었다. 소련 공산주의를 빗댄, ‘전쟁은 평화다, 자유는 예속이다, 무지는 힘이다’를 3대 강령으로 내세운 당이 지배하는 세계를 그렸다. ‘빅 브라더’라는 가공인물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감시당하고 통제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소설의 도입부에 작가가 달아 놓은 주(注)를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작가가 본문에 단 유일한 각주로 ‘신어(Newspeak)’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어는 오세아니아의 공식 언어였다. 그 구조와 어원학에 관한 설명은 보유(補遺, APPENDIX)를 보라.”는 내용이다. 아마 누군가는 이 ‘보유’를 관심 갖고 볼 테고, 누군가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신어의 원리’라는 제목이 붙은 이 ‘보유’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실은 작품을 제대로 읽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자 이정서는 ‘친절한 번역’이라는 말 아래 일어나는 기존 번역들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의역에 대한 문제의식을 주창해 왔다. 그의 새로운 번역서인 이번 『1984』 역시 작가의 문체를 고스란히 담아낸 ‘직역’을 통해 본래 『1984』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번역 위에서 마침내 『1984』는 ‘빅 브라더의 세계 지배를 암울한 결말로 그린 작품’을 넘어, ‘빅 브라더의 세계를 이겨 낸 이후의 이야기’임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기억 전달자』
저는 사랑이라는 느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미국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라 불리는 로이스 로리 장편소설. 모두가 잃어버린 여러 감정들을 찾아나서는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994년 뉴베리 상과 1993년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 상 수상작이다.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을 가지고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곳. 이곳에서는 열두 살이 되면 위원회가 직위를 정해 준다. 열두 살 기념식을 앞둔 조너스에게 내려진 직위는 '기억 보유자'. 과거의 기억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선임 기억 보유자는 이제 기억 전달자가 되어 조너스를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조너스는 효율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희생된 진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지구에서 한아뿐』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 『지구에서 한아뿐』.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작가 정세랑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10년 전 쓴 작품을 다시 꺼내어 과거의 자신에게 동의하기도 하고 동의하지 않기도 하며 다시 한 번 고쳐 펴낸 다디단 작품이다.
칫솔에 근사할 정도로 적당량의 치약을 묻혀 건네는 모습에 감동하는 한아는 저탄소생활을 몸소 실천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누군가의 이야기와 시간이 담긴 옷에 작은 새로움을 더해주곤 하는 한아에게는 스무 살 때부터 좋아한,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무르려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경민은 이번 여름에도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 경민이 늘 서운했지만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던 때,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지고,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졌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는가 하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가지무침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조금 더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달라진 경민의 모습과 수상한 행동이 의심스러운 한아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간다고 혼란에 빠지는데…….
『스노볼 드라이브』
세상이 망하기만을 바라던 어느 여름날
녹지 않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의 스노볼 디스토피아
“또다시 그 위에 눈이 쌓이더라도, 오직 내달리는 사람의 열기만이 이 세계를 조금씩 녹인다는 것을 이제는 어쩐지 알 것 같다.”
-김초엽(소설가)┃추천의 말에서
조예은 신작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피부에 닿자마자 발진을 일으키고 태우지 않으면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재난의 시기를 배경으로, 10대의 절반이 눈 아래 묻힌 채 성인이 되어 버린 두 인물의 시간들을 애틋하고도 경쾌하게 그려 낸 조예은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가 조예은은 전작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를 통해 일상에 침투한 작은 종말의 조짐들을 꾸준히 그려 왔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 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해 재앙 후의 일상이라는 길고도 막막한 삶의 아이러니를 한층 치열하게 보여 준다. 다 망해 버리기를 습관처럼 중얼거리던 일상과, 바람대로 세상이 무너져 버린 뒤에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아이러니. 전 인류적 재앙이 낯설지 않은 지금이 모루와 이월의 여정을 바로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일 것이다.
『천 개의 파랑』
‘한국과학문학상’의 또 다른 성취로 기억될 이름!
우리 SF가 품게 된 가장 따뜻한 물결, 천선란!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로 SF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20년 7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통해 우리 SF의 대세로 굳건히 자리 잡은 천선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천 개의 파랑』은 이를 방증하듯 출간 전부터 많은 SF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천 개의 파랑』은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김보영에게 “천 개의 파랑이 가득한 듯한 환상적이고 우아한 소설”,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는 김창규 작가가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에서 언급한 말과 맥을 같이 한다. “더 이상 좋은 한국 SF의 가능성’이란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그만큼 SF를 충분히 소화하고 빚은 작품들이, 가능성을 넘어 다양한 길을 정하고 완성되고 있었다.” 천선란은 더 이상 SF의 가능성이 아니다. 그는 이미 완숙하게 무르익은 상태로 우리에게 도달한 ‘준비된 작가’다.
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들, 엉망진창인 자본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들을 천선란은 다정함과 우아함으로 엮은 문장의 그물로 가볍게 건져 올린다. 그의 소설은 희미해진 이들에게 선명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가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한 줄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도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흐릿한 풀잎을 바라보는’ 천선란의 시선은 올곧으며, 개미 한 마리조차 밟지 않기 위해 느린 걸음을 연습하는 작가의 태도는 믿음직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천선란의 시선과 발걸음에 맞추어 『천 개의 파랑』을 읽는 동안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들의 끈질긴 연대 너머로만 엿볼 수 있는 촘촘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관내분실』
김초엽(소설가), 김혜진 외 3명 저 허블 2018.03.07
과학문학의 신예작가를 발굴하는 ‘한국과학문학상’이 2회째를 맞이했다. 중단편 부문에서 「관내분실」로 대상을 받은 김초엽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에도 당선되어 동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POSTECH)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이기도 하다. 유전자탐침을 이용해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연구로 2018년인 올해 초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공 공부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아뒀다가 서로 연결해 발전시킨다”는 작가는 과학도답게 실험실이 소설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작가의 장점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는데, 과학적 상상력을 ‘상상’에 그치지 않고, 설득 가능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또한, 작가는 두 작품 모두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고민의 깊이를 농밀하게 담아냈으며, 특유의 따뜻한 감성을 작가만의 호흡과 속도로 전개했다. 이 모든 것을 한 편의 근사한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준다. 김초엽 작가는 “쨍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배명훈_소설가), “문장과 구성, 아이디어, 장르적 이해, 과학적 정밀함 모두 탁월하다”(김보영_소설가)는 평을 받으며,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했다.
극작가 출신으로 희곡적 호흡을 독특한 리듬으로 담아낸 김혜진의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안락사 호텔을 배경으로 ‘존엄한 죽음’을 집요하게 질문하는 오정연의 「마지막 로그」, 종말 이후의 세계, 노인과 안드로이드의 우정을 그린 김선호의 「라디오 장례식」, 기계와 인간 신체의 결합이 가능해진 시대에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적·법적 문제를 충격적으로 다룬 이루카의 「독립의 오단계」 네 편의 수상작도 함께 수록되었다.
출처 : 등빛도서관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