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동화 작가 채인선의 추천

가을에 읽어야 할 우리 아이 동화책 10선

지은이 : 채인선 출판사 : 채인선 발행일 : 2015.08.24 등록일 : 2015.08.31

동화작가 채인선이 추천하는

‘가을에 읽어야 할 우리 아이 동화책 10선’




'경청'과 '공감'

줄지어 늘어선 책장에서 가을에 읽을 책들을 고르며 왜 우리에게 책이 필요할까, 특히 아이들에게 책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해 보다가 문득 경청과 공감이란 두 낱말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새로 펴낸 <아름다운 가치 사전 2>에 있는 낱말인데요, 책읽기를 설명할 때 유용한 낱말이라 생각합니다. ‘경청’이 주의 깊게 듣고 가슴에 새기는 것이라면 책을 읽을 때만큼 경청이 필요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듣기보다는 말하기, 떠들기를 잘하잖아요. 책읽기는 자기가 자기자신에게 책을 읽어 주는 셈이므로 읽기보다는 듣기와 같은데,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경청을 일깨울 수 있다면 이것도 책읽기의 이점이 아닐까 합니다.

경청 다음에는 공감이 일어납니다. 책을 읽는 것(혹은 듣는 것)은 주인공의 마음을 따라가는 마음속 여행과 같습니다. 여행 도중에 우리는 주인공의 걱정과 고민, 기쁨과 행복을 함께 느낍니다. 그것이 바로 공감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공감 감수성은 늘게 되지요. 공감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기계도 아니고 돌도 아니고 시멘트벽도 아닌 사람.

책읽기는 아이들을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깨웁니다. 경청과 공감을 통해서! 두 낱말을 곱씹으며 아래의 책들을 골라 보았습니다. 어떤 책은 배시시 웃음을 자아내고 어떤 책들은 까슬까슬한 벽에 살짝 살갗이 쓸린 것 같은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만 아이들에게는 그 모두가 소중한 마음의 경험일 것입니다.


1. <나는 어린이입니다> 콜라스 귀트망 글, 델핀 페레 그림, 강인경 옮김, 베틀북
우리는 내가 아닌 어떤 것과 마주쳤을 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자신이 어린이인 줄도 모르고 불만에 가득 차 숲을 쏘다니다가 만난 양 한 마리(<어린왕자>에서 나온 그 양?)가 너는 누구고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묻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질문’을 갖게 되고 점점 똑똑해집니다! 마침내 “난 어린이입니다.”라고 밝히기까지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지요. 여름 내내 햇빛에 생각이 다 타 버려 내가 누구인지 잠시 헷갈린다면 이 책을 펼쳐들기 바랍니다.

2. <동물 회의> 에리히 캐스트너 글, 발터 트리어 그림, 김서정 옮김, 시공주니어
동물들은 어린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 후 굶주리고 헐벗은 가엾은 어린이를 위해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와 행동에 나섰습니다. 세상이 편안해야 아이들도 맘 놓고 책을 읽을 테니까요. 동물들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야 책을 펼치면 알게 되지요. 어쨌든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양복(대통령)과 제복(장군)들이 꼼짝 못하고 항복합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지만 에리히 케스트너는 이 작품을 통해 경쾌하고 감칠맛 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3.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이경혜 옮김, 한울림어린이
엄마의 죽음으로 혼자된 아이가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아픔은 더 커져갑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아이는 절망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무릎에 난 상처에 무릎딱지가 돋는 것을 보고 아이는 슬픈 마음을 추스리며 자신의 아픔을 보듬어 안습니다. 애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내용이지요? 가을에는 나도 모르게 혼자 흑흑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때 이 책을 펼쳐들어요.

4.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소코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아이들은 수수께끼도 좋아하고 가위바위보도 좋아하지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둘 중 하나를 하거나 둘 다 합니다. 위의 책은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의 후편인데 전작에 비해 읽을거리도 풍부하고 웃음 짓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수수께끼 놀이를 하거나 가위바위보를 할 사람이 곁에 없을 때 이 책을 읽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심심함이란 삶의 무가치함과 같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5. <혼자 되었을 때 보이는 것> 남찬숙 글, 정지혜 그림, 미세기
단짝 친구들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다들 멀어지고 혼자 점심을 먹게 된 주인공. 하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에야 보이는 것들에 새로이 눈을 뜹니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 섬세한 감정이 감추어져 있어 가을에 읽으면 좋겠습니다.

6. <고슴도치 아이>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보림
아픔이 너무 크면 고슴도치가 자신을 경계할 때 내보이는 가시처럼 온몸에 가시가 돋기도 합니다. 아이가 안쓰러운 부모는 가시에 찔리면서도 아이를 안아주고 사랑해 줍니다. 사랑의 온기가 퍼지면서 가시는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고, 이제 아이와 부모는 맘껏 껴안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아이는 입양아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와 주위 사람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사랑은 상대방의 가시에 내가 찔리는 것이 아닐까… 이 가을에 생각해 봅니다.

7. <고마워요, 행복한 왕자> 시미즈 치에 글, 야마모토 유지 그림, 한영 옮김, 책읽는곰
여기 사랑을 받고 싶은 아이가 또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우선 자기 자신에게서 받아야 하지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유이치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말도 더듬댑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고 감동을 받은 유이치는 이 작품을 연극으로 올릴 때 꼭 제비 역을 맡겠다고 나섭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유이치가 왜 그렇게 제비 역을 맡고 싶은지를 알게 된 친구들이 유이치를 돕겠다고 나서면서 유이치는 자신과 급우들, 그리고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습니다. 무언가 쓸쓸해지는 때,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자기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을 때, 이 책이 여러분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8. <아름다운 가치 사전 2>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한울림어린이
경청에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나는 24가지 가치를 담았습니다. 앞서 나온 <아름다운 가치 사전>에서 담지 못한 모두를 위한 가치들, 예를 들어 공감, 생명존중, 자연사랑, 함께하기, 평화와 자유 등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서술되어 있습니다.

9.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 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울리치 뢰싱 그림, 보림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것밖에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면 마치 그 시대를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먼 과거, 바이킹 시대에서 펼쳐집니다. 그렇다고 배타고 해적질을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해적질로 붙잡혀 노예로 살고 있는 한 아이와 그 주인의 아들이 겪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 둘밖에 없을 때 그 둘은 여전히 노예와 주인일까요? 두 소년 사이에 진정한 우정이 싹 트는 것을 보며 우리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10. <아벨의 섬>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송영인 옮김, 다산기획
여기 아무도 없는(노예도 없는) 무인도에 갇힌 사람이 또 있습니다. 참, 사람이 아니라 아벨이라는 이름의 생쥐입니다. 아벨은 영화 ‘케스트 어웨이’에서처럼 온갖 위험과 외로움, 굶주림 속에 놓입니다. 혼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 배를 타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으세요. 그러면 ‘살아남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는다면 이미 무인도에 혼자 있는 기분이 들 걸요? 얼른 돌아서서 배 삯을 환불받고 집으로 뚜벅뚜벅! 이 책을 쓴 윌리엄 스타이그는 그림쟁이인데 글을 더 잘 쓰는지 그림을 더 잘 그리는지 늘 생각하게 합니다. 묘사가 정말 회화적이에요. 누군가(윌리엄 스타이그겠죠.) 그림을 막 그려나가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_ 글 / 채인선

원문출처_북DB_http://bookdb.co.kr/bdb/IssueStory.do?_method=detail&sc.page=1&sc.row=10&sc.webzNo=23929&sc.order=&sc.orderTp=1&sc.like=&listPage=1&listRow=10&type=IssueStory&sc.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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