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8월의 읽을 만한 책 + 8월의 청소년 권장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추천도서
+ 8월의 읽을 만한 책 + 8월의 청소년 권장도서
8월의 읽을 만한 책
*좋은책선정위원회 위원*
서지문 위원장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이상희 (그림책 작가, 시인) 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이 준호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영숙 (미술 에세이스트) 이 진남 (강원대 철학과 교수) 김영찬 (서울 광성중 수석교사) 이한음 (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
《나다, 유치곤: 전설이 된 빨간 마후라》 추천자|서지문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나다, 유치곤》은 일반 국민에게 인식이 매우 미미했던 대한민국 공군의 존재를 강렬하게 각인시켜 준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인공 유치곤 장군의 생애를 그린 책이다. 유치곤의 어머니는 게으른 남편만 바라보다가는 자식들 입에 풀칠도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운다. 소년 유치곤은 가난의 압박과 피지배민족으로서의 차별과 멸시를 벗어보려고 열여섯의 나이에 소년병 모집에 응해서 공군조종사 훈련을 받고 특공대원이 된다. 말레이시아에 배치되어 출격의 날을 기다리는 도중 일본의 항복으로 연합군의 포로가 된다. 자신이 바로 그 악명 높은 카미카제 특공대의 일원이었음을 알기도 전에 전쟁포로 석방으로 한국으로 송환된 유치곤은 해방조국의 치안을 돕다가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되자 항공병으로 입대한다. 6·25 동란이 발발하자 유치곤은 자기 차례는 물론 다른 조종사가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하면 주저 없이 대신 정찰을 나가서 때로는 하루에 3회 조종간을 잡기도 한다. 한국 공군이 드디어 전투기를 갖추게 된 후 유치곤은 UN공군이 500여 차례 출격해서도 성공하지 못한 승호리 철교를 폭파해 적의 보급로를 끊는 등, 혁혁한 무공을 세운다. 1952년 4월에는 한국 공군에서 6번째로 100회 출격기록을, 1년 후에는 대한민국 공군 최초로 200회 출격기록을 수립하면서 송림제철소 폭격을 비롯한 빛나는 무훈을 세워 국군과 연합군으로부터 수많은 훈장을 받는다. 유치곤은 한 번도 주저 없이, 한 마디 불평도 없이, 그 연속되는 초긴장의 생활을 견뎌냈다. 그러나 훈련생을 지도하는 도중 생도의 실수로 사고가 나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 조종사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장성급 승진인사에서도 배제되는 불운을 겪으면서 과로로 쓰러져 순직하게 된다. 이 책은 주인공을 미화하기 위한 허구적 요소나 문학적 수식이 거의 없어서 담담한 기록물에 가깝다. 그러나 묵묵히,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던 한 소박하고 강건한 사나이를 만나게 해 준다. 그리고 식민통치하의 우리 민족의 질곡과 신생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태롭게 명맥을 유지했는지, 나라를 지킨 선배들의 결의와 헌신을 느낄 수 있다.
차인숙 지음/ 시간여행/ 296쪽 / 14,000원
《무엇이 예술인가》 추천자 | 김영숙 (미술 에세이스트)
뒤샹이 공공화장실에서 늘 보는 남성용 소변기를 그 어떤 가감도 없이 그대로 전시장에 내놓으며, 그것을 예술이라고 명한 사건 이후 예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어떤 정의에서 무서운 속도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은 브릴로라는 상표의 비누세제를 포장하는 박스를 똑같이 베껴 내놓았는데, 겉으로 보면 거의 차이가 없다. 이 둘을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으로 나누는 기준은 과연 무엇이며, 그런 기준이 있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2013년 생을 마감한 저자 아서 단토의 유작,《무엇이 예술인가》는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시각적 자극, 즉 감각적 경험에만 의존하는 한 워홀의 <브릴로 상자>가 예술인 이유를 알 수 없다. 눈으로는 원래의 상품포장 박스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서 단토는“눈에 보이는 차이가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찾아라”라고 요구한다. 바로 그 차이가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예술은‘아름답다’라고 표현하는 미적 특질을 떠나 망막으로 감지될 수 없는‘의미’가 작가의 손에 의해‘구현’된 것을 말한다. 단토는 자신이 생각한 이 예술의 본질이 어느 공간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단일한 것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미켈란젤로,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푸생, 마네, 뒤샹, 워홀 등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예로 들면서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헤겔, 하이데거의 예술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를 소개한다. 일상의 사물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 것들을‘예술’이라 명명하는 것에 대해서, 기존의 감상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 낯선 경험에 휘말렸던 이들, 그리하여 대체‘이것도 예술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미학전공자의 세심한 각주와, 원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주요 도판들이 함께 수록되어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서 단토 지음/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 248쪽/ 16,000원
《해결중심치료로 상처 치유하기》 추천자|이진남 (강원대 철학과 교수)
많은 심리상담사들은 내담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고 과거의 어떤 충격이 현재의 트라우마를 만들었는지 규명하는 일에 주력한다. 마치 원인이 밝혀지면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되어버린다고 믿고 있는 사람처럼 문제가 만들어진 이력에만 집착한다. 반면 긍정심리치료에서는 문제는 덮어둔 채 긍정적 감정만 느끼면 행복해지고 그렇게 되면 다른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해결중심치료에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자체를 푸는 데 집중한다. 복잡한 심리적 이론 따위는 덮어두고 무조건 문제를 푸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한 후 바로 온갖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어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문제를 앞에 모시고 조심스럽게 고사지내는 것도, 문제 자체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실용주의의 후예답게 유익한 결과를 내는 것이면 무엇이든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과거의 많은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절충주의적 태도를 부인하지 않는다.‘무조건’‘ 항상’‘ 누구도’와 같은 절대적 언어를 쓰지 말라는 점에서는 합리정서행동치료와 닮았고, 대화상대방과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표현하라는 점에서는 비폭력대화(NVC)와 유사하다. 저자는 문제를 일으킨 자신의 반복적 행동을 찾아 바꾸라고 말한다. 문제 자체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문제에만 얽매이지 말고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라고 충고한다. 스스로 겁쟁이라고 생각해왔다면 겁쟁이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든지 없다면 만들어보라고 말한다. 나는 수줍은 사람이 아니라 수줍어하는 법을 배웠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수줍어하지 않는 법도 배울 수 있다. 해결중심치료는 본질주의적인 접근을 거부한다. 이렇게 이 책은 자신의 성격, 나쁜 버릇에서 시작해서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간의 인간관계 문제, 심지어 부부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푸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소울메이트/ 340쪽/ 15,000원
《담론의 탄생》 추천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뿌리는 뭐니 뭐니 해도 장삼이사들이 말을 자유롭게 하도록 보장하고, 지식인들이 그런 말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데 있다. 여기서‘말’이란 일반 대중의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불평에서부터 학자들의 고담준론까지 모두 아우르는, 말 그대로‘언설’을 의미한다. 이런‘말’이 최근에는 주로‘담론’이라 불리다 보니, 오히려 일반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마치 학자들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오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담론은 학력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개입해 논할 수 있는‘수준 있는 이야기’를 뜻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발전은 이런 무수한 담론과 그 궤를 함께 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담론의 역사를 근대 초입의 유럽 역사를 통해 매우 감칠맛 나게 풀어낸 수준 높은 교양서이다. 동서고금 인류 문명사에서 한 시대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의미 있는 담론이 만개한 때는 바로 17-19세기 유럽이었다. 서재와 살롱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된 담론 문화야말로 유럽뿐만 아니라 현대 지구촌사회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은 진원지이자 출발점이었다.“신께서 말씀하셨다”라는 말로 특징지을 수 있는 중세를 벗어나,“과연 왜 그런가?”라는 합리적 의문을 중시하면서 시작된 담론 문화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과학적 발명보다도 더 강한 영향을 끼친 인문학적 발명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백 사람의 아이디어를 당할 수는 없다. 특정 지배계층에서만 가능하던 담론이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18-19세기 유럽의 담론 문화가 절대적 효시를 제공했으며, 그 영향력은 21세기 지금도 고스란히 현실에서 작동한다. 삽화를 곁들인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말다운 말, 곧 담론이 활발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광주 지음/ 한길사/ 336쪽/ 17,000원
《주식회사 고구려》 추천자 |이준호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이 책은 그 옛날 장수(長壽) 조직 고구려의 국가경영 노하우를 통해, 오늘날의 기업조직 경영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접근을 담고 있다‘. 역사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속에 살아 있는 과거다’라는 말처럼, 책 속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국가와 기업이라는 서로 다른 맥락을 초월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흔히 기업조직의 경영에 대해 외부환경과 내부 역량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오늘날의 외부환경과 흡사한, 치열한 경쟁환경(예를 들어, 한, 수, 당나라로 이어지는 경쟁구도) 등의 맥락 속에서, 고구려라는 조직이 어떠한 핵심역량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발휘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는 오늘날 경쟁력 있는 기업조직의 경영과 흡사하다. 제1부‘강한 나라’에서는 비전 경영(다물多勿의 건국이념), 독특한 조직 문화(상무 정신), 스토리텔링(자부심과 선민의식 고취), 기술과 기초과학의 경쟁우위, 열린 인재 등용 및 육성, 여성 인재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제2부‘장수한 나라’에서는 성공과 실패의 리더십, 다양성(이민족과 다문화) 경영, 리스크 관리, 스트레스 관리, 스피드 경영, 실패를 통한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고구려의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 기업조직이 지향하는 지속성(장수) 그리고 경쟁우위(강함)라는 두 가지 관심사에 대한 실천적 통찰을 제시한다. 물론 이 책이 제시하는 경영의 키워드는 사람에 따라서는 사실 그렇게 새롭지 않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리적 경계를 넘어, 경제적 영토 전쟁이 한창인 오늘날의 상황에서 우리의 고구려에 관한 관심이 단순히 우리 민족의 빛났던 과거에 대한 향수에 그치지 않고, 빛나는 미래를 위한 실제적인 것이 되도록 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기업으로서의 고구려, 그 특별한 경영을 만나보자.
양은우 지음/ 을유문화사/ 324쪽/ 13,000원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추천자|이한음 (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인류 문명의 경로를 획기적으로 바꾼 발명이나 기술의 역사를 읽다보면, 왠지 한 방향으로 줄달음친 듯 한 인상을 받기 마련이다. 나침반 덕분에 머나먼 항해가 가능해지고,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오늘날의 온갖 전자 기기로 이어지는 식으로 한눈에 발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색다른 관점에 서 보고자 한다. 어떤 발명품이 자신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렌즈라는 발명품이 갈릴레이의 망원경과 레이우엔훅의 현미경을 낳았고, 그 결과 천문학과 생물학에 혁명이 일어났음을 잘 안다. 저자는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서 재미가 없는 그 단선적인 역사 대신에, 유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기술한다. 유리의 관점에서 보면 망원경과 현미경이 발명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이었다. 구텐베르크의 발명 덕분에 책이 대량으로 인쇄되었고, 독서 인구가 급증했다. 그러자 깨알같은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이들이 늘어났고, 덕분에 안경 산업이 호황을 누렸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렌즈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망원경과 현미경이 탄생했다. 유리의 역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리는 거울과 자기 인식, 그리고 광섬유와 LCD에도 기여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 때문에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인쇄술의 자업자득이다. 구텐베르크의 발명품이 오늘날 사람들이 늘 들여다보고 있는 화면을 낳은 셈이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얼음, 소리, 물, 시간, 빛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꾼 혁신과 발명의 역사를 풀어나간다 흥미진진하게. 에어컨의 발명이 세계의 인구 분포를 바꾸고 진공관의 발명이 루이 암스트롱을 낳았다는 이야기처럼, 언뜻 들을 때는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일리가 있는 내용이 가득하다. 덕분에 이리저리 망처럼 연결된 역사를 읽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프런티어/ 323쪽/ 16,000원
《바느질 소녀》 추천자 |김영찬 (서울 광성중학교 수석교사)
우리 아이들은 선과 악이 싸우면 항상 선이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을까? 어린이들이 혹시 여느 어른들처럼 선의 승리를 믿지 않게 된다면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어떻게 될까? 그래서 동화는 선한 사람은 약해서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은 악한을 이긴다는 믿음을 전하는 희망의 메신저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다리에 장애가 있어 잘 걷지 못하던 수지네 강아지‘구름이’가 갑자기 멀쩡한 다리로 뛰어다닌다. 도사견에 물려 한쪽 눈을 잃고 다리를 절었던 준하네 강아지‘해피’가 어느 날 눈도 다리도 멀쩡해 진다. 꼬리가 잘려 죽은 줄 알았던, 수목이가 돌보던 길고양이‘멜론’이 멀쩡한 꼬리를 하고 나타나기도 하고 등이 굽어 잘 걷지 못하던 은비 할머니는 허리가 펴져 힘차게 걷는다. 변두리 동네에 일어난 이러한 치유의 기적은 바로 한적한 공원에서 노숙자처럼 지내는 거지 소녀의 바느질 덕분이었다. 기묘한 피리 소리로 동물들을 부르고 신비한 바늘과 실로 동물들은 물론 사람들까지 치료하는 거지 소녀가 가져온 기적에 마을은 한바탕 놀라움과 혼란에 휩싸인다. 이 동화는 약하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강하지만 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충돌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장애를 가진 강아지를 키우는 수지나 그녀의 친구 준하, 발달 장애를 가진 재호, 며느리의 구박을 받는 은비 할머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수목이가 전자라면 부잣집 아들 한태, 수목이의 아버지, 은비 엄마등이 후자에 속한다. 거지 소녀의 치유의 바느질은 약하지만 선한 존재들의 편에 서고 놀라운 기적을 행하지만 결국 그것때문에 거지 소녀는 공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 동화의 중요한 본질은‘판타지’라고 믿는 작가는 연약하고 작은 어린이들로부터 세상의 선한 변화를 모색한다. 그리고 용서를 비는 정태와 도사견‘돌격이’를 다시 살리는 기적을 통해 바느질소녀는 우리들에게 선과 악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송미경 글/ 김세진 그림/ 사계절/144쪽/ 9,500원
《남편도감》 추천자 |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사회에선 볼 수 없고 가정에만 서식하며 꽤 신경에 거슬리고 불편한 생물이 있다. 아무리 넓은 마음으로 품으려 해도 이들의 생태양상은 이해불능이다. 그 이름‘, 남편’이라는 총칭어의 특이생물종이다. 책은 이 생물을 주도면밀하게 관찰·분석한 생태보고서다. 순전히 카운트파트너(=아내)의 시선에서 들여다봤기에 편견·오해가 많다고 강조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응논리는 없으니 적잖이 속내가 복잡할 따름이다. 책은 아내 입장에선 공감 100%다. 당연히 남편에겐 “굳이 이런 것까지…”다. 정색하고 반발하진 말자. 피식, 웃어넘길 일이다. 억울하고 불편하되 유쾌하고 재미난 주제다. 게다가 휴가시즌 아닌가. 가볍게 읽되 얕은 미소면 그만이다. 아내에게 책은 남편 뒷담화를 위한 스트레스 타파용으로 제격이다‘. 어머!’의 추임새와 ‘맞아!’의 맞장구가 한편의 협주곡처럼 맞아 떨어질 듯하다. 굳이 결혼 후회까지 진도를 뺄 필요는 없다. 역시 체념적 웃음이면 족하다. 잘하면 기분전환에 작은 위안도 가능하리라. 모든 남편의 불편한 현실을 본 것만으로 책값, 빠지리라 본다. 지적이고 합리적이며 깔끔하고 매너까지 좋은 그 남자가 왜 결혼과 동시에 흔적조차 없이 증발해 그 인간으로 퇴화하는지 잘 정리됐다. 책은 엉망진창 남편을 범주화했다. 멀티태스킹 불능의 어리바리는 기본이고 애완견과 맞먹는 수준의 의사불통도 많다. 추잡하거나 신경과민, 흔적을 남기거나 독불장군마저 흔하다. 빵점짜리 취미도 있다. 요리, 골프, 마라톤, 자동차, 수집, 게임 등등…. 아내에겐 최악의 남편취미다. 그래도 이 정도는 사랑스러운 빵점 남편이다. 폭력을 휘두르거나 건강한데 일하지 않고 혹은 바람을 피우는 유죄확정 남편보다 낫다. 휴가길, 내 남편은 어떤 부류인지 관찰·비교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이노우에 미노루 지음/ 한태준 옮김 / 다반/ 112쪽/ 11,500원
《은이의 손바닥》 추천자 |이 상희 (그림책 작가, 시인)
하늘과 바다와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새 소리에 온몸을 내맡긴 여름날! 그 막대한 감흥의 시간도 일상으로 복귀하자마자 까맣게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발장 속 샌들 어딘가 깊숙이 박혔다가 문득 발가락에 묻어나오는 모래 알갱이 하나로 더없이 생생하게 돌이 커지기도 한다. 그렇게나 작은 것은 크다. 시는 작다. 시는 모래알이다. 그림책은 글이 그림과 잘 어우러지는‘시’이고 그 시가‘모래알’처럼 단단한 상징과 사유를 담보할 때, 그 특성을 가장 근사하게 구현하는 작품이된다. 《은이의 손바닥》은 세상의 작은 것들을 커다랗게 품어 안은 시 그림책이다. 주인공 은이도 작은 사람이고, 그 은이가 들여다보는 손바닥은 은이가 지닌 작은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작은 이의 작은 손바닥에 놓인 작고도 작은 것들, 햇살 나뭇잎 씨앗 빗방울 눈송이 깃털 구슬 사탕을 들여다보는 은이의 상상 세계에는 어떠한 교훈도 없다. 그저 넉넉히 사랑스럽고 마음껏 즐겁다.이를 위해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서 아끼고 아껴 직조한 글작가 윤여림의 시는 얼핏 가볍고 단순해 보이지만, 세상의 작은 것들이 품고 있는 결코 작지 않은 본질을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날이 그림책 세계를 다채롭게 넓혀가는 그림작가 노인경에 의해 매력적으로 완성되었다. 깃털 하나로 멀리 날아가는 새들을 불러내고 어느새 나란히 비행하며 느긋이 바람을 즐기는 은이 모습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절창‘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고/한 송이 들꽃에서 하늘을 본다./ 너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한 순간에 영원을 담아라’를 떠올리게 한다. 손바닥에 놓인 작은 것을 보여주는 장면과 그 작은 것을 마음껏 사랑하며 즐기는은이의 상상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이 번갈아 펼쳐지는 이‘두 박자 그림책’은 친구와 손을 맞잡은 은이의 손을 보여주는 반전을 통해 그림책 최고의 행복한 결말‘, 성장’을 보여준다. 에즈라 잭 키츠의《눈 오는 날》에서 피터가 그렇게 하듯, 제 손바닥만 들여다보며 상상 친구들과 놀던 은이가 현실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놀러나가는 것이다.
윤여림 글/ 노인경 그림/ 웅진주니어/ 40쪽/ 11,000원
8월의 청소년 권장도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300쪽 15,000원 | 고등
정재찬 교수의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문화 혼융의 시 읽기’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에세이다. 친숙한 46편의 시를 담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는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시를 잊은 모든 이들에게 다시 시의 즐거움을 되찾게 한다.
《보물을 지켜 낸 사람들》
이향안 글 | 홍정선 그림 | 현암사 | 108쪽 | 11,000원 | 초등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당시 전 재산을 바쳐 우리 문화재를 지켜 낸 간송 전형필, 물속으로 사라져 버릴 뻔 했던 아부심벨 유적을 지켜내기 위해 애쓴 유네스코와 세계 113개국의 사람들 등, 위기에 처한 세계의 문화유산들과 이를 지켜 내기 위해 애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상을 떠난 철학》
이현영 외 지음 | 들녘 | 256쪽 | 12,000원 | 중·고등
현직 철학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철학의 길을 안내한다.“누군가를‘왕따’시키는 데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왕따’를 당하는데 어떡하죠?”등과 청소년들이 실제로 일상에서 겪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를 끄집어내어 해석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엮었다.
《소리 질러, 운동장》
진형민 글 | 이한솔 그림 | 창비 | 156쪽 | 9,800원 | 초등
야구부에서 쫓겨난 김동해와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부에 들어가지 못한 공희주가 주인공이다. 여러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야구에 몰입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막야구부 아이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마음속에 담긴 당차고 활달한 기운을 읽을 수 있다.
《오빠 생각》
최순애 글 | 김동성 그림 | 파랑새 | 44쪽 | 13,000원 | 초등
<오빠 생각>은 1925년 <어린이>에 발표된 최순애 작가의 동시이다. 언제 불러도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랫말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오빠 생각>. 오빠를 기다리는 누이의 소중한 마음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에 담았다.
《탄탄한 문장력》
브랜던 로열 지음 | 구미화 옮김 | 카시오페아 |168쪽 | 10,000원 | 고등
보기 좋고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가장 핵심적인 원칙들을 담았다. 블로그, 자기소개서, 업무 보고서 등 종류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글쓰기를 위해 당장 익혀야 할 것은 문장력이 아니라 문장의 실수를 바로잡아 줄 ‘20가지 기본원칙’이다. 이 원칙대로 하면 모든 문장이 탄탄해질 것이다.
《어린이 서양 미술사》
뮤지엄교육연구소 글 | 이주희 그림 | 내인생의책 | 216쪽 | 15,000원 | 초등
초등 고학년 이상 학생들의 회화에 대한 교과학습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현대의 그림부터 살폈고, 우리나라와 서양의 주요 명화를 가능한 비슷한 비중으로 가려 뽑아서 제작 연대순으로 나열하여 동시대의 회화 작품을 편견없이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모르는 게 약?》
최혁재 글 | 이해정 그림 | 열다 | 136쪽 | 10,000원 | 초등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대상 우리 몸과 건강에 관한 지식 교양서. 파랑누리약국 최약사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약국과 약이 하는 일부터 신약과 백신의 개발, 약의 부작용, 건강보험 등 약에 대해 알아야할 것 모두를 담았다.
《이미지가 아직도 이미지로 보이니?》
주형일 지음 | 우리학교 | 240쪽 | 15,000원 | 고등
이미지에 대한 철학적, 사회학적 이해를 제공하는 청소년 인문교양서. 시선의 사회적 권력, 거울 이미지, 선전 이미지 등 이미지와 나, 이미지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이미지에 대한 이해가 어떻게 나에 대한 성찰과 맞닿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홍익희 지음 | 행성B잎새 | 388쪽 | 19,000원 | 고등
문명의 발달과 인류의 삶,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꾼 소금, 모피, 보석, 향신료, 석유 등 5가지 상품 이야기를 통해 세계 역사와 경제, 인류의 삶을 통찰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국내 무역 전문가의 저작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문명사, 문화사를 다룬 책들과 차별화된다.
*원문출처_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책정보링크_네이버 책 http://book.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