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겸재 작은도서관

2019.02.12


애칭은 노란 도서관!

작은도서관


지난 2017년 7월, 서울시 중랑구 중랑천에 작은 도서관 하나가 문을 열었다. 중랑천의 제방 위에 세워진 이곳의 이름은 겸재 작은도서관. 노란색의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중랑구와 동대문구를 잇는 겸재교와 중랑구를 관통하는 겸재로에서 이름을 따와 겸재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 겸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화가 정선의 호이다. 봄날의 개나리가 떠오를 만큼 예쁜 노란색의 겸재 작은도서관은, 옥상에서조차 책을 읽을 수 있게 꾸며져 있어서 볕이 좋은 날이면 중란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중랑구의 명소이다.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 개관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해가 진 뒤 방문한다면 겸재교의 멋진 야경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 노란 도서관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겸재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이 위치한 장소와 본래의 이름에 충실하게 특별한 도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중랑천의 멋진 전경과 어울리는 국내와 해외의 여행도서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고, 겸재 정선을 비롯해서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현재 심사정, 공재 윤두서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와 회화 도서 20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영화 관련 서적만을 취급하는 명동 씨네 라이브러리처럼 특정 도서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도서관인 것이다.



겸재 작은도서관은 아름다운 외부만큼이나,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내부를 자랑하고 있다. 1층의 창문들은 하나같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광이 드는 날이면 굳이 전등 불빛이 필요 없을 만큼 밝았다. 여행 책을 하나 뽑아 들고 읽고 있노라면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감에 사로잡힐 것이고, 조선시대 화가들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전기가 없던 그 옛날 우리의 자랑스러운 화가들도 이렇게 따스한 자연광 아래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앞서 잠시 소개했던 것처럼 세상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여행 서적과 화가들의 책을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 바로 겸재 정선에 대한 책이다. 도서관을 찾기 전 이미 정선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방문 후 그 애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며, 관심이나 정보가 없던 사람이라도 정선에 대한 호기심이 싹 트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겸재 정선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후대에 그의 이름을 딴 도로명과 도서관이 생겨날 정도로, 후손들에게 사랑받는 것일까. 겸재 정선(이하 정선으로 명칭 통일)이 활동하던 숙종에서 영조에 이르는 시대는 이른바 진경시대이다. 여기서 진경시대란, 조선 후기에 사회가 양란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조선의 고유문화인 진경 문화를 이루어 낸 시기를 의미한다. 진경 문화의 주도자는 당시 나라의 군주였던 숙종과 영조, 정조였지만 실질적으로 삶의 문화 현장에서 작품으로 실천한 이는 정선이었다. 훗날 그가 남긴 작품들을 평가하는 이들은, 정선의 붓 끝에서 조선의 금수강산이 완성되었다는 말을 하곤 한다.


겸재 정선 미술관

겸재 작은도서관을 통해 알게 된 정선은, 화가의 풍부한 감성과 선비의 올곧은 절개를 모두 가진 인물이었으며, 누구보다 조선의 자연을 그 중에서도 서울의 풍광을 사랑하던 사람이었다. 필자는 겸재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이 생겨, 겸재 작은도서관의 책 외에도 국립중앙도서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해 그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매우 놀랐다. 겸재는 인왕제색도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그림을 그렸고, 다양한 시선과 구도로 서울의 풍경을 그림에 담았으며, 서울뿐 아니라 금강산, 하양, 청하, 양천 등 전국의 풍경을 두 발로 돌아다니며 그려냈다. 그리고 80세가 되어 손에서 힘이 빠질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표암 강세황이 정선의 그림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정선의 그림은 우리나라 제일이다.
정선이 늙어 다시는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으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을쏘냐.
우리는 그가 그린 그림을 더욱 보배로 삼아야 한다.“

-표암 강세황의 평론 중에서-

당대 최고의 미술 평론가였던 강세황에게 이런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겸재 정선은 뛰어난 화가였다. 우리가 조금의 시간과 노력만 기울인다면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겸재 작은도서관의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봄과 늦가을이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겸재 작은도서관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 겸재 작은도서관

위치 : 서울 중랑구 면목동 1031-22

운영

- 하절기(4월~10월) 화~토 10:00 ~ 21:00 / 일, 월 10:00 ~ 19:00

- 동절기(11월~3월): 10:00 ~ 18:00

휴관일 : 둘째, 넷째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문의 : 070-4209-5183


/ 출처 :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블로그

https://dibrary1004.blog.me/22107681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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