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부산] 맨발동무도서관
이야기들이 사는 집
맨발동무도서관
부산의 끝자락 낙동강 옆 대천천가에 오랫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대천마을, 그곳 양지바른 마을에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도서관 맨발동무가 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책을 만나며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가지기를, 나이와 학력에 상관없이 지식과 정보의 독점 없이 함께 배우고 누리는 도서관 문화가 꽃 피기를, 누구나 이웃이 되어 어울리고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바쁜 일상을 보낸다.
도서관 문을 연 지 12년째, 아침저녁으로 문을 열고 닫는 도서관의 평범한 일상은 계속되고, 그 속에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특별하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은 오늘도 도서관과 마을 안에서 펼쳐지고, 이야기들이 사는 집 맨발동무는 그 자체가 커다란 책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립문고로 시작한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가 사립 공공도서관 맨발동무로 성장한 이야기, 그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삶의 주체가 되고,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평상으로 자리 잡은 이야기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1. 작은 문고로 출발,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성장하다
2005년 7월 17일, 대천천 옆 허름한 건물의 3층, 26평 공간에 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을 해 보자고 모인 사람들은 여섯 명이었다. 아이를 함께 키우기 위해 공동육아협동조합을 만들고, 어린이 책을 읽는 시민운동을 한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에서 좀 더 나아가 함께 어울려 살아갈 마을이 필요했다. 마을에서 아이 손잡고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도서관 서비스', '공공성', '일상성' 이런 말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를 시작하였다. 도서관 경험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서로에게 배우며 기운을 얻고, 사람들과 이야기가 살아나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놀이처럼 하루하루를 살았다. 운영진들은 다른 도서관의 운영사례를 살펴보고 도서관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과 마을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공부를 지속적으로 해나갔다. 우리가 함께 만들고 싶은 도서관, 도서관 다운 도서관, 지속 가능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도서관이 생기자 입소문을 타고 동네 주민들이 몰려왔다. 아이들을 위한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던 차에 어린이도서관 개관은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도서관 설립 이전부터 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을 통해 자원활동 경험을 쌓았던 운영진들은 개관 초기부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엄마와 아이들의 발길을 도서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2005년 11월, 부산시 북구청에 사립문고로 등록했으며, 이후 여러 도서관 지원사업에 선전되면서 부족했던 장서와 시설도 확충할 수 있었다. 점차 도서관 꼴을 갖추어 나갔다.
개관 3년 차, 시간이 갈수록 하고 싶은 것은 많아졌고, 책과 이용자는 점점 늘어갔으며, 반대로 도서관은 자꾸 작아졌다. 더 넓은 공간에 대한 마음들이 생기게 되었다. 맨발동무는 이전을 준비해야만 했다.
2010년, 도서관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이전 준비를 했다. 마을 안에서 공간과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었고, 3년에 걸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다. 절실한 마음이 닿아 느티나무도서관재단과 사단법인 미래포럼의 지원이 이루어졌고, 마을 주민들의 기적적인 후원과 지지를 받아 지금의 대천천환경문화센터에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었다.
도서관의 이사는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 '126친구들의 보따리 이사'로 진행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이부터 어른, 가족끼리 보따리에 책을 싸고 수레에 책을 실어 마을 길을 따라 이사를 했다. 이사 업체에 맡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마을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직접 이사를 하였다. 보따리 이사는 마을 도서관의 존재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이용자들이 도서관의 주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을 사람 모두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되었다.
도서관 이전을 계기로 도서관의 위상도 사립문고에서 사립 공공도서관으로 격상되었고,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마을도서관으로 성격이 변화 발전되었다. 장서와 프로그램 구성도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장되었다. 도서관이 재탄생하는 시기였다.
맨발동무도서관이 이전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공간 구성이다. 80여 평에 이르는 열람실은 마루를 깔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서가와 설비들은 모두 나무로 제작되었다. 특히 열람실 중앙의 평상은 다양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장소이기도 하고, 문화공연의 무대이기도 하며, 가족끼리 친구끼리 어울려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공간이다. 서가 사이에 마련된 나무집은 나만의 아늑한 공간이며, 남쪽 테이블은 바깥 풍경과 함께 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열람실 한편에는 개방형으로 설계된 만화방과 어린이방(재미난다방)이 있다. 만화방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휴게실(모심방), 문화공연과 모임을 위한 방(이야기방), 사무실(살림방), 그리고 이용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나눔자리까지 짜임새 있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이용자들의 요구와 사서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운영진들이 직접 설계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사서와 함께 공간 그 자체가 이용자를 따뜻하게 반긴다.
2. 도서관에 대한 생각
책과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주는 공간을 넘어서는 곳이 도서관이다
맨발동무는 권태응 시인의 시집 <감자꽃>에 수록된 '맨발동무'란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도서관은 마을의 어른과 청소년, 어린아이들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드나드는 사랑방 같은 곳이니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누구든 맨발의 편한 발걸음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책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동무가 되기도 한다. 소리 내어 책을 읽어도 괜찮다. 길게 드러누워 쉴 수도 있다. 도서관은 나이에 따라 공간을 나누지 않고 모든 연령층이 함께 지낸다. 특별한 기준이나 제약을 제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도서관은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을 넘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무엇이든지 가능한, 그리고 함께 그 무엇이라도 하고픈 그런 곳이 되어 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함에 대해 질문하게 되고, 다름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며, 배려하는 것과 남녀노소 모든 세대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예의를 배워나가고 있다.
일상적인 도서관 서비스가 성실하게 펼쳐져야 한다
맨발동무도서관이 이용자 서비스에서 가장 정성을 쏟는 부분은 도서관의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을 맞이하는 일, 이용자들과의 소통과 관계 맺기이다.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모든 이용자들을 관심과 애정으로 반갑게 맞이하며 환대한다. 서로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고, 책과 삶을 나눈다. '늘 들어주는 것',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이것이 맨발동무도서관 사서의 기본 철학이다.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서로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그럴 때 연대가 형성되고 우정이 생기며 사회 안정망이 만들어진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래서 맨발동무의 나눔자리는 아주 중요하다.
맨발동무도서관이 다음으로 정성을 쏟는 부분은 도서관의 기본인 장서이다. 장서를 운영함에 있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자료를 선정, 구입하고 배가하는 데 있어 매월 수서 모임을 운영하고, 책에 대해 토론하며 필요한 경우 서점 나들이를 통해 현장 수서를 진행한다.
둘째는 이용자가 요구하는 책과 도서관이 권하고 싶은 책 사이에서 이해와 공감을 위해 늘 고민하고 토론한다. 그 결과 맨발동무도서관에는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을 제한하고 삶의 가치관을 주체적으로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자기계발서와 학습서(학습만화 포함)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 반대로 특별히 만화방이 구비되어 있고 전체 장서의 13% 정도를 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때로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를 받기도 하지만 이용자들의 의견을 묻고 내부 토론을 통해 원칙을 세우고 충분히 설명해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셋째는 자료들이 서가에서 나와 이용자의 손으로 전해질 수 있도록 이끄는 다양한 서비스(날마다 4시 책 읽어주기, 365 책 달력, 작은 전시회, 강연, 책 공연, 독서회콜렉션, 밑줄 낭독회, 잘 가요 낭독 등)를 기획,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찾아가는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이웃에 있는 정화양로원과 그린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매주 수요일 책 읽어주기를 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거주시설인 평화의 집에 찾아가는 책 읽어주기를 6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근 초등학교, 복지관, 지역아동센터에 찾아가는 책 읽어주기, 단체 대출 서비스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도서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책과 사람이 이야기장에서 마주 앉아야 한다
사서와 이용자, 책, 공간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남들이 이루어진다. 맨발동무도서관에서는 20여 개의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모임과 동아리 활동은 이용자들을 지속적으로 도서관에 오게 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며, 도서관의 철학, 지향하는 바에 대해 합의해 나가는 과정들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런 자발성과 관계성을 기반으로 나로부터 이웃, 마을, 지역사회로 공공성을 확장해가면서 삶의 주체가 되고 사회적 역할에 대해 성숙한 자세를 가지게 된다. 도서관의 힘은 바로 이런 조직된 관계에서 더욱 커진다. 이에 발맞추어 도서관은 원칙은 있으나 다양성은 존중되며 언제든 이용자의 요구와 도서관의 현실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화, 발전한다.
마을도서관의 가치와 철학을 잘 담아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누구나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오롯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는 사람들,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 어울림의 마을 문화가 피어나는 곳, 마을도서관의 매력이다.
초기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지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마을 사람들과의 화하이었다. 몇 사람이 도서관을 만들었지만 도서관이 마을에서 활동을 지속하는 힘은 마을에서 나와야 했다. 끊임없이 마을과 소통하고 함께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활동을 알리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마을이 주인이고 중심이 되게 했다.
맨발동무도서관이 크게 공들이는 영역 중의 하나가 바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이다. 도서관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 이야기,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중년 노년 여성들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낡은 책과 사진첩에 보관된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어 마을이 변화해 온 이야기 등을 엮어 책으로 펴내기도 하였다. <사람 사는 기 별기 있나>, <여자들의 꿈>, <나는 아무것도 몰라 장사밖에는>, <수다, 꽃이 되다>,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 <오늘은 왠지>...
마을에는 사람들이 살고,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도서관이 존재하는 곳이자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터전인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고 나누는 역할은 이야기 곳간인 마을도서관이 꼭 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들이 잘 엮어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길목에 마을도서관이 있다.
3. 맨발동무도서관 운영에 관한 기대
참가자들, 이용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맨발동무도서관은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도서관이기를 고대한다. 도서관의 문화활동은 책과 사람과 도서관을 연결시켜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맨발동무는 함께 나누고 싶은 것에 대해 늘 이용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로 도서관에서 한번 시작된 프로그램은 일회성이 아니라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사립도서관의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민간의 힘으로 지속 가능하기를...
개관 초기 우리는 무일푼이었다. 도서관의 재정은 운영위원들의 자발적 운영비 후원으로 마련되었고, 대부분 새 책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였다. 도서관이 마을에서 소중한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후원자들도 늘어갔다. 적절한 외부 지원금도 도서관 운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인터파크 도서가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통해 2008년부터 사서 인건비와 자료 구입비를 지원했다. 2009년에 미래포럼 만분클럽 '돌봄공동체구축 관련 시범사업-어린이도서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3년 동안 지원을 받았다. 이때의 지원은 도서관 이전과 사립 공공도서관으로서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맨발동무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보이지 않는 문턱을 없애기 위해 일체의 회원가입비나 이용료,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지 않고 있다. 간혹 도서관 중에는 가입비나 이용료를 받는 곳이 있는데 이는 누구에게나 열린 도서관이 되는 것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 방법으로 필요한 재정이 충원되기도 어렵다. 현재 도서관 운영은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과 부산시 지원금으로 이루어진다. 500여 명에 가까운 후원자들이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기부하고 있고, 수십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저마다의 역할로 도서관과 함께고 있다.
도서관으로 올라오는 계단참에 '맨발동무도서관 친구들의 벽'이 꾸며져 있다. 도서관을 후원하는 친구들의 이름을 나무에 예쁜 그림과 함께 새겨 붙였다. 도서관 후원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준비했는데 그 마음이 전해져 모두가 사랑하는 벽이 되었다. 도서관을 오가며 내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서관 정기후원자들의 후원금은 도서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맨발동무는 마을 사람들의 십시일반의 마음을 담은 자발적인 후원으로 도서관이 지속되기를 바랐고, 주민들은 화답했으며, 앞으로도 그 힘으로 도서관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4. 전담인력에 관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로서 도서관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서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사서이다. 사서는 책과 사람과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지역과 이용자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고 책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드는 핵심 참고봉사를 담당하는 것도 사서이다.
개관 초기 맨발동무는 몇 사람의 자발적인 참여로 도서관 운영위를 구성하였고, 이후 자원활동가들을 폭넓게 조직해나갔다. 그러면서도 책, 공간, 이요자를 연결하여 도서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체인 전담인력, 사서에 대한 고민을 늦추지 않았다. 맨발동무도서관 사서(활동가)들은 도서관 운영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양한 도서관 현장을 직접 견학하고, 각종 도서관 심포지엄, 포럼, 강연 등에 참석하고,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서 함께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마을도서관의 사서는 도서관 다움을 견지하면서 도서관이 자리한 마을을 함께 일군다는 뜻으로 도서관 활동가라고 지칭한다. 전문직 사서와 마을활동가의 적절한 조합이 맨발동무도서관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존재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맨발동무의 사서들은 도서관에서 가장 돌봄을 받는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재미있고 신나게 일했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 함께 일하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그 힘은 오롯이 이용자들에게 다시 전해졌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환대를 바탕으로 날마다 최성을 다하는 사서들이 있어 맨발동무는 마을의 희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존재한다. 사서를 비롯한 운영진들의 밀착되고 광범위한 활동은 엄청난 노동 강도를 불러왔고, 이제 적절한 쉼과 재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주말 이용자들의 증가로 탄력적인 근무형태의 변화가 필요하다. 점점 자원활동가 찾기가 어려운 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높아지는 이용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자기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현실이 가장 어렵다.
5. 도서관의 재발견-맨발동무는 커다란 책이야
마을의 돌봄으로 성장하는 도서관, 도서관을 통해 성장하는 마을
동네 귀퉁이 작은도서관으로 출발한 맨발동무도서관은 이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도서관으로 성장했다. 하루 평균 100여 명 이상이 이용하고 회원 수는 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만큼 운영비며 품도 많이 드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지역주민들의 다양하고도 자발적인 참여다. 주민들은 도서관의 적극적인 이용자이며, 도서관의 일이라면 밤낮없이 발 벗고 나서는 자원활동가이며, 나눔을 진실 되게 실천하는 도서관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마을 주민들은 도서관의 지속가능성을 약속하고, 도서관은 책과 이야기와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마을 주민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평생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맨발동무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세대를 아우르며, 주민 누구에게나 열린 평생 학습의 장이자, 다양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소통하게 하고 오랫동안 마을에 묵혀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는 아키비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희로애락을 나누는 상담자이자 치유자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커뮤니티의 거점이자 마을 안에서 새로운 돌봄 문화를 조성하는 마을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돌봄은 다양성과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유대를 의미한다. 새로운 가치와 주체가 만들어내는 마을의 회복은 이런 시민적 유대에 충실한 돌봄 사회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맨발동무도서관의 이야기는 이웃공동체가 사라지고 주거지 또는 행정 단위로서의 '지역'만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마을'을 회복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 밑바닥 힘은 바로 우리의 끊임없는 질문에 기인한다.
"우리는 왜 도서관을 하는가? 우리는 어떤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가? 우리는 누구와 함께 도서관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 맨발동무도서관
운영 수,목 10:00~18:00 / 금 10:00~19:00 / 토,일 10:00~17:00
주소 부산시 북구 화명2동 양달로 64 대천천환경문화센터 3층
/ 글 맨발동무도서관 고선일 관장
월간 국회도서관 2017. 1·2월호 (vol.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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