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생명가족작은도서관

2018.12.07

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는 우리 동네 문화사랑방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사람을 섬기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내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이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답게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독서문화복지활동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에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고 있다. 사서를 구심점으로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이곳은 단순 문화시설을 넘어 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골목 문화를 복원하는 마을 중심 사랑방이자 생활 공간 자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하월곡동 희망의 불빛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이하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다시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립한 도서관이다.



생명의 전화하면 '우울한 사람들이 찾는 곳' 이라는 선입견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가족작은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려는 사라진다. 유리창 가득 햇빛이 쏟아지는 이곳은 그 어느 공간보다 밝고 포근하다. 도서관 곳곳 느껴지는 따스함.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기에 공간 사이사이 사람의 온기를 채우려 애쓴 결과다.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정적인 도서관이 아니에요. 사람 냄새 폴폴, 생동감 넘치는 도서관입니다. 누구든 내 집처럼 편하게 와서 책을 읽고, 이웃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지요.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 한 부분에 머무는 도서관이 되겠습니다.”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은 1985년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하월곡동에 개관한 종합사회복지시설이다. 6층으로 이루어진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은 1공유놀이터, 2층 어린이집, 3생명가족작은도서관, 4층 직업재활시설, 5층 주민모임방, 6층 생명의 전화 사무실 등을 갖추고 어려운 이웃들의 든든한 벗이 되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의 모태는 인표어린이도서관이다. 1991년 지금의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자리에 조성된 이래 20년간 변함없이 지역 어린이들의 꿈자람터로 사랑 받아 왔다. 그러나 개관 이후 한 번도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은 열악해지고,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안전상의 문제도 발생했다. 리모델링이 절실했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상황. 이대로 도서관 문을 닫아야 하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KB 국민은행 작은도서관 조성사업을 만났다. 나눔이 나눔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201012 KB 국민은행과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총면적 183(55), 열람석 45석, 스크린, 프로그램실 등을 갖춘 공간으로 재탄생한 생명가족작은도서관. 포근한 환경에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서가부터 신발장까지 천연 원목을 배치해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꾸몄다.

그러자 발길을 돌렸던 이용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복지관 내 위치한 이점을 살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도서관으로 방향을 설정한 점도 주효했다. 그렇게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해온 주민들의 문화안식처가 되어 하월곡동을 밝게 비춰주고 있다.

사서를 구심점으로 주민이 직접 일궈나가는 모두의 공간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어느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모두의 노력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심점이 되어주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사서‘주민 사서', '사회복지사’ 등이 한마음으로 헌신하며 소중한 공간을 일궈나가고 있다.



2014년부터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을 이끌고 있는 이옥희 사서는 도서관이 도서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하고 중심을 잡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산 문제로 상주하지는 못하고 주 이틀 (화요일, 토요일) 근무하는데, 출근하는 날은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일 속에 파묻힌다. 눈앞의 업무를 두고 볼 수 없어 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업무를 처리한다.

도서관을 위해 애쓰시는 우리 주민사서분들을 생각하면 출근하는 날 하나라도 더 일처리를 해놓고 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겨요. 화요일, 토요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도서를 수서하고, 입수된 도서를 분류 목록하고, 시스템에 등록시킵니다. 기증도서도 처리하고요. 도서관의 기둥인 동아리 모임도 운영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주민사서분들과 회의를 통해 각종 현안도 처리해야 하고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함께 걸어가는 동지들이 있어 버티고 있어요. 사람에게 힘을 얻는 공간이 바로 작은도서관인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기존에 사용하던 도서관리프로그램을 성북구에서 도입한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교체할 때도 이옥희 사서가 주도했기에 큰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 구축 후 도서관 전용 홈페이지 생성되고, 언제 어디서나 도서 검색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도서관 이용자도, 대출권수도 늘었다.



사서가 근무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10명의 주민사서가 돌아가며 봉사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은 사서가 출력해놓은 라벨을 도서에 붙이고 서가 정리를 해내는 등 도서관의 실질적 살림을 맡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주민사서들은 주부 9단의 실력을 십분 발휘해, 정확하게 책을 꼽고 깔끔하게 도서관을 가꾼다. 이들의 역할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독서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책놀이 선생님이 되어 수업을 진행하는 임무도 해낸다. 그야말로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을 구하는 10명의 어벤저스인 셈. 주민사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 매뉴얼 역할을 수행하며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동아리도 도서관 운영의 한 축이다. 주민독서동아리, 책보수동아리, 주민사서모임, 이렇게 세 개의 동아리가 활약하고 있는데, 독서동아리는 아이들의 책놀이 활동을, 책보수 동아리는 아픈 책의 치료를, 주민사서모임은 도서관의 전반적 운영을 돕는다. 혼자라면 절대 못할 일도 이들이 나서면 뚝딱 해결된다. 살아 움직이는 동아리가 있어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더 큰 생명을 얻는다.



실비를 지원받는 자원봉사활동가도 도서관 운영의 핵심 인력이다. 평일 오전 도서관 문을 열, 환경 정리를 전담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몫. 도서관을 내 집처럼 쓸고 닦는 자원봉사활동가 덕에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기복 없이 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회계는 담당 사회복지사가 처리해준다. 덕분에 사서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각종 행사의 달인인 이들은 독서문화프로그램을 물심양면 돕는 등 도서관 운영에 없어서는 안될 힘이 되어주고 있다. 가히 복지관에 자리한 작은도서관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혜(?)라 할만하다.

사서가 구심점이 되어 주민 모두가 '함께' 일궈나가고 있는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도서관을 위해 헌신하며 오늘도 하월곡동 문화사랑방으로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 복지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다채로운 독서문화프로그램

생명가족작은도서관은 다채로운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전액 무료로 진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도서관 운영 또한 주민 복지의 일환이라는 이유에서다. 정기 프로그램으로는 매월 2, 4주 수요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독서멘토링 '책놀이활동', 매월 3주 '영화데이' 등이 있으며, KB국민은행의 후원으로 인형극,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하기도 한다.

장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은 단연 주민사서가 진행하는 책놀이활동이다. 수업 시간이 되면 사서 선생님들이 읽어주는 책과 독후활동에 집중하는 아이들로 도서관은 북적북적 더 큰 생명력을 얻는다. 최근 6개월간 도서관 이용 회원을 대상으로 단체 문자를 보낸 후 구글폼으로 연결해 선착순으로 신청받고 있는데, 보통 공고 30분 안에 마감되곤 한다. 알찬 프로그램을 재료비도 받지 않고 진행한다는 것이 소문나며 수업 당일 현장 대기하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됐다.



복지관에서 운영비를 지원받고, 지자체와 KB국민은행의 도움을 받아 사정이 낫긴 하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이다. 낡은 도서를 고쳐 쓰는 '책보수' 동아리를 운영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책보수 동아리 회원들은 오래되어 찢어지고 파손된 책을 한 땀 한 땀 오리고 긁어내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책보수 동아리를 이끄는 이는 바로 이옥희 사서. 출근하지 않는 날 교육받아 동아리 회원들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물론 새로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에 있는 책을 다시 구입하면 그만큼 신간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기에 최대한 아껴 쓰려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나은 서가를 꾸리기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아이들에게도 아픈 책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줄 생각이다. 책을 살리는 경험을 통해 물건을 소중히 다루고,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함에서다.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전화와 '책을 구하는' 책보수 활동이 마치 운명처럼 맞닿아 있다.

개관 이후 기복없는 서비스로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앞으로는 이용대상을 확대해 어린이 뿐 아니라 복지관을 주로 찾는 어르신들도 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그 첫걸음으로 성인도서를 확충하고 있으며, 실버세대도 참여할 수 있는 독서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넘어 남녀노소 지역주민 모두가 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날 생명가족작은도서관. 하월곡동의 빛이 될 생명력 가득한 공간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 생명가족작은도서관
운영 평일 10:00~18:00 / 토요일 10:00~16:00 (일요일 휴관)
주소 서울시 성북구 오패산로 21(생명의전화) 3층 생명가족작은도서관
문의 02-916-9193 (http://lifeline.egentouch.com/)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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