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
주민 스스로 일궈나가는 소통형 독서문화공간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
동쪽으로는 구릉산, 서쪽으로는 봉화산이 엄마 품처럼 포근함을 안겨주는 마을 신내동에 가면 사람 냄새, 책 냄새로 정겨운 마을사랑방,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이 있다.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은 서울 중랑구 신내데시앙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내에 위치한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2013년 입주민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문화공간이다. 개관 이후 단지 내 화합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장이자, 아이돌봄터, 문화 향유 창구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이용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00% 입주민의 자발적인 힘으로 조성된 단지 내 문화사랑방
“선생님~ 저 왔어요”
“민준이 왔구나! 학원 잘 갔다 왔어? 엄마가 전화해달라고 하더라~”
“언니~ 식사하셨어요? 김밥 싸왔어요~ 같이 먹어요!”
자기 집처럼 스스럼없이 들어서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자기 아들, 딸처럼 챙기는 도서관 선생님들. 책울터를 찾은 정겨운 이웃들은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소통하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의 평소 모습이다.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은 100%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마을 공동체다. 2010년 입주 당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방치되다시피 한 공간을 단지 내 젊은 엄마들이 모여 도서관으로 일궈냈다.
“336㎡(약 102평)이나 되는 넓은 공간이 독서실로 할당되어 있었지만, 황무지처럼 텅 비어있었어요. 아이와 책 보고 놀 공간이 부족해 고민이었던 엄마들이 봤을 때 너무 아까운 거죠. 하나 둘 자연스레 뭉쳐 도서관을 만들자 의기투합하게 되었습니다.”
분양아파트와 공공임대아파트가 혼용되어 있는 데시앙 아파트는 소셜믹스라는 단지 특성상 한 집에 아이 두세 명은 기본, 넷 이상인 집도 많았다. 폐교가 임박했던 신내초등학교가 데시앙 입주 후 과밀학급이 되었을 정도랄까? 그럼에도 인근에 도서관이 없어 아이와 책을 보려면 차를 타고 구립도서관까지 나가야 했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절실했다.
처음 4명으로 시작한 엄마들의 모임은 금세 30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독서문화공간에 대한 열망은 뜨거웠다. 이내 도서관건립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리사무실과 주민대표회를 설득해 도서관 건립의 첫 단추를 꿰게 된다. 임대와 분양 단지가 섞여 있어 소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엄마들의 열정으로 이겨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좀 더 나은 육아환경을 만들자 심기일전 엄마들은 두 팔 걷어붙이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기로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 직접 나섰죠. 페인트를 사다가 직접 칠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서가와 책걸상을 얻어왔어요. 책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기증해주셨습니다. 보시면 하시겠지만 도서관 곳곳 엄마들의 노력이 안 들어간 곳이 없습니다. 땀과 눈물이 베인 공간이기에 책울터에 갖는 애정 또한 남달라요. 도서관 얘기만 나오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이 터진 적도 있는걸요. (웃음)”
이러한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 건립위원회의 노력이 알려지며 ‘2013 서울시 마을공동체 최우수 사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성공적인 자생 조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자녀를 사랑하는 하나의 마음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더 큰 사랑의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데시앙 책울터 도서관. 1,300여 세대가 모여사는 대단지임에도 모범적인 마을공동체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다.
단지 내 화합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힘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대단지임에도 소통이 잘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소통의 날’ 덕이 컸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소통의 날이 되면 관리사무소와 주민대표, 그리고 사실상 부녀회 역할을 하는 책울터 운영진이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업무적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사적인 대화 위주로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사적인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모임이 끝날 때 즈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각자의 고민을 툭 꺼낸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어떤 어려운 문제도 얼굴 붉히지 않고 해결된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다양한 입장이 상충하는 쇼셜믹스 대단지가 큰 잡음 없이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도 활발하다. 밴드를 이용해 다양한 소식을 주고받는데, 비공개 밴드임에도 800여 명이 넘는 멤버가 참여하고 있다. 아이가 분실한 옷이며,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는 내용, 인근 병원, 교육시설에 관한 정보가 총망라되어있는 그야말로 데시앙 입주민의 지식인, 정보 공유의 창이 되어주고 있다.
입주민의 ‘정’이 모여 만들어진 든든한 책 울타리
입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공간답게 운영 또한 주민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운영비는 주로 아파트관리비 잡수입 중 일정부분을 할당받아 사용하고 있는데, 여느 작은도서관이 그렇듯 빠듯한 실정이다. 아파트관리비가 도서관에 쓰이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주민도 있어 더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모자라는 운영비는 입주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자기 아이들이 받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나누고자하는 고마운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경우도 있고, 이벤트가 있을 때 일시적으로 후원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물품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가끔 운영비 통장에 가끔 천원. 이천원이 입금되기도 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자기 용돈을 쪼개 보내는 소중한 마음이다. 과자사먹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꼬물꼬물 고사리손으로 보낸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후원금. 그렇기에 책울터 운영진은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쓸 수가 없다.
때문에 책울터 운영진은 조금이라도 예산확보에 도움이 되고자 각종 공모사업에 도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SH공사주민참여제안사업에 참여하여 영유아존 분리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다.
공모사업 덕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문제는 마무리였다. 폴딩도어를 계획했지만 예산이 다 떨어져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기댈 곳은 공동체였다. 바로 입주민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러자 기적이 펼쳐졌다. 1주일만에 목표예산을 초과하는 돈이 모였다. 놀람과 감사함, 가슴 찡함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응원해주는 주민들 덕에 성공적으로 사업 진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전에도 데시앙 주민들의 힘이 발휘된 적이 있었다. 도서관 공사로 서가에 먼지가 수북히 쌓여 2만여권의 책을 어떻게 다 닦아내야하나 고민했을 때였다. 믿을 곳은 역시 든든한 책울터 가족들이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밴드에 올렸다. 그러자 또다시 기적이 펼쳐졌다. 글을 올리자 마스크를 쓰고, 걸레를 든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정리를 도왔다. 그러자 언제 다 정리하나 싶던 그 많은 장서들이 일주일만에 다시 깨끗한 모습을 찾았다. 정으로 하나된 데시앙 공동체, 책울터를 든든히 받쳐주는 힘이다.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책울터는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워낙 양질의 콘텐츠가 많아 지역 맘카페에서 유명세를 치렀을 정도. 역세권, 숲세권에 이어 책세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떠오로고 있는 요즘, 데시앙아파트는 책울터 덕에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알려지며 지역 내 인기 아파트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데시앙 아이들의 방과 후 스케줄은 의례 책울터다. 이곳에서 책을 보고, 친구들과 놀고, 시간 되면 도서관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학원에 간다. 그렇기에 단지 안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볼만한 프로그램은 서울시 동행프로젝트를 활용한 '학습 보드게임 프로그램'이다. 대학생 언니 오빠와 함께 학습에 도움이 되는 보드게임을 진행하는데, 공고를 올린 지 30분 만에 신청이 완료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행프로젝트는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주관하는 프로젝트로 도서관에서는 최초로 책울터가 시범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의 성공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내년 정식 기관 등록을 위해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또한, '문화가 있는 날'과 '시가 있는 나무' 사업에 선정되어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방학이면 아파트 캠프를 개최해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연말에 다독왕 선발 이벤트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모두 한지윤 관장 이하 운영진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이다.
독서동아리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동아리로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함께 모여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그 놀이터’가 있다. 그 놀이터 멤버들은 일년에 두 번 뉴스레터를 만들어 도서관을 기록하고, 수서 활동에 도움을 주는 등 책울터의 든든한 지지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역사동아리 사잇길 등이 책울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책울터의 독서문화프로그램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엄마들의 품앗이 재능기부 수업이 활성화되다 보니 개인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낀 엄마들 스스로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고, 이는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이렇듯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의 꿈은 물론, 육아로 잠시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의 능력 또한 성장시켜주는 기회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데시앙의 책울림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현재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은 한지윤 관장을 비롯한 단지 내 엄마들의 의지로 운영되고 있다. 돌봐야 할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쪼개 도서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대한 봉사차원에서 구립도서관 도서를 책울터를 통해 빌려 갈 수 있도록 상호대차 업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너무 지친다는 점이다. 짊어지고 가야 할 어깨 위의 짐이 너무나 무겁다. 엄마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가도 도서관을 통해 바르게 커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얻고, 어려움을 털어내고 있다는 책울터 운영진들. 이들의 땀을 닦아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 데시앙의 책울림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라본다.
■ 데시앙 책울터 작은도서관
운영 평일 10:00~18:00 (토,일요일 휴관)
주소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로 669 (신내동, 신내데시앙아파트) 커뮤니티센터 1층
문의 070-8119-0013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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