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포레스타 3단지도서관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 사례)

2016.01.11

지속 관리·운영되는 아파트작은도서관을 꿈꾸며

특집 - 아파트작은도서관 운영 사례


★원문_작은도서관신문 2016.1월호_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6/01/01/201601010912001612.html

글_김명선_전 서초포레스타 3단지도서관 운영컨설팅 관장 / 2016-01-01 09:12


서초구 내곡지구 서초포레스타 아파트 3단지도서관은 청계산의 한 자락인 인릉산을 끼고 있다. 도서관의 넓은 창 너머 산등성이의 푸른 풀들이 바람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는 소리가 눈에 보이는 곳에서 사계절을 보고 들으며 2015년 5월부터 11월까지 컨설팅 관장으로 일했다.

출근 첫 날 5월임에도 매우 황량하고 춥게 느껴졌던 도서관이 12월 눈 덮인 하얀 산자락이 지척인 추운 겨울날에도 따스하게 느껴지는데 고작 6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아늑하게 꾸며진 것은 도서관운영위원들과 주민들이 하나하나 설계하고 원목책꽂이를 고집하고 3단지의 돈도 보태고 손수 쓸고 닦아가며 공들여 만든 덕분이다. 그렇게 도서관을 새롭게 만드는 일에 동참했던 주민들은 도서관을 지켜갈 원동력이 되었다.

서초포레스타 3단지도서관의 회원현황을 보면 11월까지 아파트 480세대 중 3분의 1이상이 도서관 회원이 되었으며, 전세대의 10분의 1정도가 도서관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정기·비정기 자원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단지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두 곳 있어 주민들이 도서관 이용에 적극적이라 타 단지에 비해 도서관을 이용하고 운영할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오후 5~7시는 엄마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봉사시간으로 선뜻 나서기 힘들어 위탁 운영이 종료된 이후 자연스럽게 운영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이고 긴 운영시간을 확보하려면 자원활동가들 중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대에는 개관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초포레스타 3단지도서관에는 무척 활동적인 자원활동가들이 여럿 있어서 앞으로 도서관 운영과 활동에 큰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림자극팀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어머니들 중심의 독서모임도 운영 중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동아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현재 입주자대표회의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운영상의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잘하고 있지만 욕심내어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곡지구 내 타 단지 도서관들이나 교류를 원하는 다른 마을의 도서관들과 공유하며 나누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고민했으면 한다.



6개월간의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운영컨설팅은 주민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의 도서관을 꾸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마무리되었다. 가끔 도서관 안에서 듣던 풀들을 스쳐 가던 바람소리가 그리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3년여 전 그때가 너무도 그리워진다. 2012년 7월 서초네이처힐 아파트 2단지에서도 우면SH작은도서관을 개관했다.
하나의 창문으로 들어온 햇볕을 나눈다고 나에게 올 몫이 줄지 않듯이 도서관도 이용자가 많아진다고 내가 볼 책이 적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른 햇볕 덕분에 식물은 개체수가 늘어나고 도서관은 이용자의 다양함을 기반으로 스스로 굴러갈 힘을 얻게 됨을 개관 후 1년 반 동안 우면SH작은도서관의 첫 관장으로 지내며 배웠다.

2012년 봄, 아직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2단지에 네이처힐 최초의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 보니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아직도 진행중인 뽀얀 먼지 속에서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박정숙 이사님과 ㈔행복한아침독서가 도서관 만드는 일을 차근차근 시작하고 있었다. 제1호 자원활동가로 등록 후 도서관으로 거의 매일 출근했다.

법에 있는 의무 사항도 아닌데 고작 133세대인 2단지에 이렇게 훌륭한 도서관을 만들어 준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행복한아침독서, 그리고 SH공사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선물보따리일지 애물단지일지 활동하는 우리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네이처힐 모든 단지의 엄마들이 자원활동을 신청했고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가 도서관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했다. 교육은 네이처힐 6개 도서관의 틀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컨설팅 종료 후 3개월이 지나고 각 단지 도서관들이 문을 열면서 2단지에 모여 있던 타 단지 자원활동가들은 자기 단지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2단지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로 2단지의 자원활동가 모집은 133세대가 갖는 물리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이유로 후임 관장은 2단지 주민들로 봉사자들을 추가 모집하여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2단지 중심의 활동들로 내실을 기하고자 도서관 운영에 성의를 다했다. 그러나 2단지 도서관은 점차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타 단지 자원활동가들도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자원활동을 그만두게 되면서 현재 하루 2시간밖에 열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자원활동가가 부족하니 더 이상 이용자를 배려한 개관 시간을 확보할 수 없고 그러니 다시 이용자 수가 급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새로 왔던 자원활동가는 이용자 없는 도서관을 지키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떠나고 개관 시간이 짧으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주 올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2단지 우면SH작은도서관의 미래가 어떨지 걱정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상근인력 제공이다. 안정된 시간의 개관이 이루어진다면 많은 이용자들이 7,000여 권에 달하는 좋은 책들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

SH공사가 만든 아파트작은도서관인 서초네이처힐 2단지 우면SH작은도서관은 운영컨설팅 사업을 시범적으로 해본 곳이다. 건축법에 따라 꼭 조성해야 하는 500세대에 훨씬 못 미치는 133세대 단지에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모든 운영상의 책임은 주민의 몫으로 남겨진 곳이기도 하다. 또한 아주 작은 곳인데도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와 ㈔행복한아침독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의외의 성과를 얻었고, 처음 1년 정도는 다른 지구의 많은 분들이 견학차 찾아오기도 했다.

선봉에 섰던 그 시절이 지나가고 이제는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쇠퇴기를 맞이한 도서관이 되었다. 이용자가 많지 않으니 전기세를 이유로 폐관을 바라는 주민도 있다. 그러나 3대 관장과 남은 활동가들은 절대 도서관 문을 닫지 않고 유지하여 부흥을 위한 한 걸음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자가 햇빛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에너지 자립 이후 환경과 생태 중심의 도서관 활동을 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새롭게 정체성을 추리고 잘 설명해줄 도서관 이름 바꾸기를 시도해볼까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로 서초네이처힐 2단지 우면SH작은도서관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으면 허심탄회한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 향후 아파트작은도서관의 성공적인 살아남기의 사례로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모든 아파트작은도서관들이 햇볕처럼 온 세상을 골고루 안아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도서관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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