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인천] 풀뿌리 미디어 도서관
위치 : 인천 서구 연희동 727-7, 2층
연락처 : 032-582-3080
개관 : 2012.02.12 / 운영유형 : 사립 (인천여성회 서부지구)
장서 : 4700권
운영시간 : 평일 10:00 ~ 18:00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icwaseogu
처음 풀뿌리미디어도서관 이름을 접한 것은 청소년 두 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영상을 통해서였다. 미디어도서관이라는 이름에 딱 어울리는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도서관이 어떤 곳일까 궁금해서 찾아본 카페에는 ‘찾아가는 자전거’, ‘슬로리딩’, ‘초등영상제작교육’ 등 눈길가는 활동이 가득. 여성과 아이들이 주축이 되어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풀뿌리 미디어 도서관. 강윤희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ㅣ쉬면서 배우고, 나누면서 소통하는 곳!
Q1. 플뿌리미디어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분들이 운영하고 계신가요?
풀뿌리미디어도서관(이하 풀뿌리)은 인천여성회 서부지구에서 운영하는 민간도서관입니다. 우선 인천여성회부터 소개해 드리자면, 2004년 창립해 현재 9개의 구별 지부와 지회, 일하는여성지회, 동아리 및 4개의 부설기관을 운영 중입니다. 창립할 때부터 시민운동의 방향을 고민하며 지역아동센터와 도서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천 청개구리도서관, 골목도서관, 와글와글도서관, 짱뚱이 도서관, 달팽이도서관 늘푸른 도서관 등이 그렇게 시작됐고, 나중에 여러 지부가 생기며 하나 더 만들어진 도서관이 풀뿌리미디어도서관입니다.
여성 시민운동 단체의 부설기관, ‘풀뿌리’라는 이름은 그런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해서 ‘미디어’도서관이 됐고요. ‘미디어’는 단순하게는 영상이나 방송을 뜻하고, 더 넒게는 소통할 수 있는 모든 도구(대화, 책, 영상, 음악 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인천여성회의 사업 중 하나인 인천여성영화제에서 영상미디어교육을 받고 영상제작강사가 됐고, 풀뿌리미디어도서관 활동가가 됐습니다. 그리고 성평등교육전문가 안정옥 관장님, 요일별 상근활동가분들까지 총6명이 함께 운영합니다. 모든 운영진이 본업(공예강사, 바리스타강사, 주부 등)이 따로 있는 무급상근자입니다. 그럼에도 모두 풀뿌리의 운영철학과 가치에 대한 소신으로 책임감있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규모가 큰 행사 때는 더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해 주시고요.
Q2. 말씀하신 풀뿌리의 운영철학과 가치는 어떤 건가요?
풀뿌리의 핵심목표는 “쉼과 배움터에서 미디어로 소통하자.” 예요. 요즘은 그런 공간이 많이 없으니까요. 커피숍이나 북카페가 많이 생기는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첫 번째 가치고, 두 번째는 ‘나눔’입니다. 이 공간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정서적 지지)을 나누자는 겁니다.
ㅣ모든 매체를 통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Q3. 그런 목표와 가치에 따라 운영되는 활동과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일에 요일별로 동아리활동과 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어요.
월요일엔 ‘시시한 동아리’, 시창작 동아리로 작년에 시작해 올해는 자작시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 시시한 동아리
그리고 ‘찾아가는 책자전거’ 사업을 진행하는 도란도란 팀이 있어요. 월요일 오후 한 달에 두 번은 아이들을 위해 교육기관으로 찾아가고, 두 번은 지역 상인들에게 직접 책을 싣고 갑니다. 수레보다 이동이 편리하고 멀리까지 갈 수 있어 자전거로 했는데, 도로 사정도 복병이라 만만치 않은 활동이지만 바빠서 도서관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이 해야 할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찾아가는 책자전거
화요일엔 유치부~초등저학년까지 참여하는 ‘생태미술’수업. 재료를 미술용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자연물,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드는데, 결과물이 참 보기 좋아요. 그래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좋아하는 인기프로그램입니다.
▲ 생태미술 작품들
수요일엔 ‘브런치콘서트’,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미술심리공부도 하고, 영화보고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옛날 놀이와 추억 이야기도 합니다. 그렇게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데, 앞으로 여성 심리에 관한 독서모임도 진행해 볼 예정. 그리고 초등 중학년들과 함께하는 ‘슬로리딩’, 독서량에 치중하지 않고, 책 한권을 1년 동안 함께 천천히, 깊게, 놀면서 읽습니다. 올해는 『삐삐롱스타킹』을 읽는 중. 자기표현에 서투르고 잘 놀 줄 모르던 아이들이 잘 놀고 자기 속 이야기도 털어놓는 아이로 변하는 게 보여요. 그러면서 엄마가 시켜서가 아니라, 진짜 자기가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책 한 권으로 아이들 각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부모님들과 상담도 하는 깊이있는 독서 활동입니다.
목요일엔 바느질 동아리에서 퀼트, 인형 만들기도 하구요.
▲ 브런치 콘서트
금요일 오전에는 ‘초등영상제작교육’, 장소도 섭외해 아이들이 직접 영상제작을 합니다. 시나리오 쓰기부터, 감상과 품평까지, 오랫동안 실력이 쌓이니까 결과물도 좋아요. 지난해에는 인천초등영상페스티벌에서 상을 타기도 했고.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영상제작을 하며 협동하는 것을 배운다는 거에요. 요즘 아이들은 혼자서는 잘해도 협동은 잘 못하거든요. 기다릴 줄 알게 되고, 자기 마음대로만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게되고요. 기술습득보다 훨씬 중요한 겁니다. 혼자만의 폐쇄적 창의성이 아닌, 남들과 공감하며 공감시킬 수 있는 창의성은 그렇게 키워진다고 생각해요. 금요일 오후에는 청소년 팟캐스트를 진행 중. 원래 영상제작동아리였는데, 구성원이 2명 남아 고민하다가, 둘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팟캐스트라고 결정. 핸드폰 공기계, 자바라(거치대)만 간소하게 준비해서 편집으로 승부합니다.
▲ 초등영상제작활동
그리고 매년 나눔 장터에 참여. 저희는 재미있고 순화된 성교육(달걀에 자기의 태아 때 모습그리기), 걱정인형 만들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 연말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송년회를 열어 1년간 활동했던 영상을 함께 보는데 감동해 우시는 분들도 있고, 역사기행, 문학기행도 매년 같이 떠납니다.
Q4. 운영예산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인천, 아니 전국의 많은 민간 작은도서관들이 그렇듯 풀뿌리도 소신있는 무급상근활동가들이 운영합니다. 그래서 도서관 운영을 위해 매년 초에는 사업지원서를 내고(인천문화재단, 아름다운재단, 인천시 마을만들기공동체지원사업, 인천시작은도서관운영활성화지원사업 등에), 매년 말에 보고서를 쓰고요. 부득이 프로그램 참가비도 받을 때도 있지만, 쉽지 않고 부족하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지원신청을 하는데, 부가업무가 너무 많아 지치고 허무할 때도 있습니다. 다른 작은도서관 운영자분들도 그렇겠지만 작은도서관에 대한 사명감으로 계속할 수 있는 거겠죠.
ㅣ여성이 스스로와 사회를 더 잘 이해하도록.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가니까.
Q5. 풀뿌리가 있는 연희동 지역과 이용자 특성, 그에 따른 장서구성은?
인천 서구 지역은 대부분 근로자 가정이 많은데,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풀뿌리가 있는 연희동 지역은 아파트, 주택단지, 초,중,고등학교가 모여 있는 지역이라, 어린이책, 청소년 책, 그리고 엄마들을 위한 책으로 장서를 구성합니다. 특히 엄마들을 위해서는 여성의 자아찾기를 돕는 책, 여성들이 읽을 만한 사회서적 등이 많아요. 삶이 외롭고 힘들 때, 나만 그런 게 아니란 걸 알고 위로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어머니들이 그냥 가정주부로 머물러 있는 게 안타까워서 특별히 신경씁니다. 쉽고 재미있지만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만화책(미생, 송곳, 식객, 꼴 등)도 많이 구비해 뒀어요.
Q5-1. 아이들에게 권하는 그림책 4권.
아이들 책을 선정할 때 가장 주안점이 되는 것 ‘협동’을 알게 하는 내용. 그리고 그림책도 아이들이 사회를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매체기 때문에 곱고 예쁜 것만이 아닌,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의 책들로 마련합니다. 관련해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똥자루 굴러간다.』, 『노란장화』, 『깜박깜박도깨비』, 『꽃할머니』 등 입니다,
Q5-2. 이시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3권은?
『여자의 탄생』, 『오빠는 필요 없다』 ,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를 추천합니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법, 여성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입니다.
▲ 바느질 동아리
ㅣ함께 살고 함께 키우자!
Q6. 운영자로서 힘든 점, 그리고 보람된 점은?
'작은도서관은 일당셋’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용자 한 명이 오면 셋을 챙겨야 해요. 어머니 한 분에 평균 두 명의 자녀들, 그만큼 시간도 신경도 많이 가는 거죠. 그럼에도 작은도서관의 중심은 이용자입니다. 작은도서관은 누구에게나 편한 사랑방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큰 공공어린이도서관이 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가 쉽지 않아요. 기저귀 갈고 간식 먹이고 울면 달래고 하는 것이 그런 도서관에서는 일단 심적으로 힘듭니다. 풀뿌리에서는 ‘함께 살고, 같이 아이를 키우자’는 자세로 엄마들 마음을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니까 아이들 데리고 많이 오시고, 그러면 힘들어도 잘하고 있구나 싶어요. 그리고 프로그램 같이 하며 성숙해지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성향이 다양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 슬로 리딩
Q7. 앞으로 진행해 보고 싶은 프로그램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지원사업으로 영화제기획교육을 진행해 연말에 작은도서관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엄마들과 다큐멘터리 만드는 동아리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고요. 팟캐스트를 발판으로 마을 방송국도 만드는 것도 꿈입니다. 또 늘푸른도서관의 재미한땀처럼 오래가는 그림책 동아리가 꾸준히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8. 지금 작은도서관 관계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한마디
작은도서관은 모여야 합니다. 모여야 뭐든 함께 지향하고 해결할 수 있어요. 각자 있으면 모든 것을 개인이 해결해야 하니까요. 운영자든, 이용자든, 정책담당자든 자신의 환경, 처지, 욕구, 이해관계에 맞춰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뭐든 개인화 되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함께 하는 것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로, 인천시 작은도서관 협의회에서 올해 함께 사업비를 모아 ‘책, 평화를 만나다’라는 사업을 기획해 진행중입니다. 그래서 작가만남도 갖고 프로그램도 공유합니다. 협의회 차원에서 기획하니까 더 큰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질도 높아지고, 내용도 공유되며 더 발전됩니다. 그래서 작은도서관은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해야 합니다.
Q9. 작은도서관 통합홈페이지에 당부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필요한 정보와 혜택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어린이도서관협회 책친구사업은 3년 이상 도서관에서 근무한 분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하고 강사비를 지원합니다. 보고자료도 간단한 월말보고서 뿐이고요. 사업담당자가 현장의 요구를 잘 알아서 가능한 사업진행방식입니다. 그처럼 작은도서관 통합홈페이지도 작은도서관의 좋은 면만이 아닌 현장의 고충과 개선이 필요한 점 등 함께 알아야 할 문제를 전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답변_풀뿌리미디어도서관 강윤희 사무국장 / 정리_(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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